파묘/줄거리
최근 편집일시 :
분류
1. 개요[편집]
영화 파묘의 줄거리를 정리한 문서.
영화는 도입부 이후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1]
2. 도입부[편집]
무당 화림(김고은 扮)과 그녀의 제자인 법사 봉길(이도현 扮)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중이다.[2] 스튜어디스가 일본어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자, 화림이 유창한 일본어로 괜찮다고 한 뒤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말한다.[3] 그렇게 도착한 곳은 미국 LA. 의뢰인의 집사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차로 두 사람을 모시면서 자신의 고용인에 대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부동산업을 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태어날 때부터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사람들' 이라고 설명한다.[4]
그들은 병원[5] 에 도착하고, 집사는 병실 문 앞에서 뭔가 못마땅해 하는 여자와 대화를 나눈 뒤 화림 일행을 병실 안으로 불러 들인다. 거기엔 갓 태어난 아기가 입원중이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지만 의사들도 모든 것이 정상이라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화림은 휘파람[6] 을 불며 아기의 반응을 살피더니 잠시 병실 안에 자신들만 있겠다고 하면서 못마땅한 아기 엄마와 의료진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이후. 봉길은 가방을 열어 실로 짠 부적 주머니 하나를 아기 배 위에 올려두며 경문을 외우고, 화림은 손으로 아기의 눈을 열어 눈동자를 확인한다. 얼마 후 화림은 아기 엄마와 집사를 불러 '지금 이 아기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비와 할아비에게도 똑같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의심에서 놀라움으로 바뀌는 그들의 얼굴을 지켜보며 화림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들의 저택으로 이동한 화림 일행은 의뢰인인 박지용(김재철 扮)과 대화를 나눈다.[8][9] 의뢰인은 큰 형이 정신병원에 있다가 결국 자살했는데 그 후부터 눈을 감으면 비명이 들리고 목이 졸리며 또한 아이도 아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화림은 장손들 핏줄 돌림이라며 보통은 유전병으로 의심하다가 집 터가 문제라며 이사까지 다니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묫바람, 쉽게 말해 조상 중 누군가가 묘 자리가 불편하다며 지랄하고 있는 거라고 알려준다.사람들은 빛에 비쳐 보이는 것만 믿지만 사실 어둠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귀신, 악마, 요괴, 도깨비 여러가지로 불리는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고 싶어하지만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편법을 써서 빛의 세상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는 빛과 어둠, 과학과 미신 그 사이에 있는 나를 찾는다.
의뢰인이 그럼 뭘 해야 하는지 묻자 화림은 "돈 쓰고 사람 쓰셔야죠." 라고 대답한다. 그러다 인상을 찡그리며 봉길에게 "아, 섬뜩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가네."라고 말한다. 봉길도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살짝 찡그려지며 암전.
3. 1장: 음양오행(陰陽五行)[편집]
지관 김상덕(최민식 扮)과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扮) 일행이 어느 산 속에서 후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묘 작업을 한다. 상덕이 묘 안의 흙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자[10] 영근이 개관을 시작한다.[11] 관이 열린 뒤 영근은 안에 손을 넣어보고 물이 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관 속에 쇠붙이는 넣지 말아야 한다며 합장되어있던 금속들을 밖으로 던져낸다.[12]
고 장의사가 유골을 수습하는 동안, 상덕은 한 켠에 마련된 캠핑 의자에 편하게 앉아
모두 수습한 유골을 찬찬히 보던 상덕은 고인의 이가 사라졌다는 것을 간파하고, 후손들을 보며 혹시 누가 할머니 틀니를 챙겼는지 묻는다. 그 때 손자가 울먹거리며 주목을 받고 '할머니 물건을 다 태워서 없애버리면 나는 뭘로 할머니를 추억하냐' 면서 울기 시작한다. 유족과 작업인들 모두가 숙연해진 가운데 상덕은 "할머니가 틀니가 없어서 배고파 하셔. 할머니는 항상 네 옆에 계신단다" 라며 손자를 위로해주고, 일가 친척 모두가 감싸안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14] 이후 상덕의 내레이션.
일을 마친 후, 김상덕과 고영근은 사무실[17][18] 에서 소고기와 함께 송이버섯[19] 을 구워먹는다. 영근은 '한 해에 사망하는 사람이 25만 명 정도고 그 중에 매장 비율이 30%인데, 이 정도면 조선 팔도에 명당은 이미 다 쓴 거 아니냐, 어떻게 매년 명당을 찾아서 매장을 하는 거냐, 오늘 거기도 진짜 명당이 맞느냐'고 묻자 상덕은 '명당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사실 거기도 딱 65점 짜리다. 이젠 너 같은 염장이들은 죄다 상조회사 들어가 버리고, 나 같은 땅 파먹고 사는 놈들은 건설 현장 아니면 일거리도 없으니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냐'며 자조한다.핏줄. 같은 DNA로 엮여진 공혈(共血)의 집단.
흙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풍수지리하면 미신이니, 사기니 하며 말하는데 좆까라 그래~ 전국 상위 1%들에게 풍수지리는 종교이자 신앙이다.[15]
나는 지관 김상덕이다.[16]
그 때 바깥에 차 소리가 나며 미국에서 돌아온 화림과 봉길이 사무실에 도착한다. 서로 매우 친한 듯 반겨주고[20] 상덕과 영근이 돈 냄새가 난다고 웃어대자 화림과 봉길은 웃으며 '엄청난 부자가 묫바람으로 장손들이 귀신병을 앓고 있어 의뢰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이들 네 사람은 미국에서 의뢰 받은 일을 함께 하기로 한다.
4. 2장: 이름 없는 묘(墓)[편집]
상덕과 영근이 차[21] 를 타고 이동하며 대화를 나눈다. 상덕은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속도위반인데다 사위가 독일인이라는 것이 못마땅한듯. 그리고 영근이 딸이 계속 독일에서 사느냐고 묻자 상덕은 당연히 한국에 들어와 살아야한다고 발끈한다. 이어 영근이 의뢰인은 얼마나 부자길래 이장 한 번 하는 데 5억이나 준다는지 궁금해하자 오히려 상덕은 화림이가 뒤로 더 챙기고 우리한텐 5억만 얘기했을 거라면서 혀를 찬다.[22]
상덕은 휴게소[23] 에서 차 안에 앉아 미국에서 온 의뢰인 박지용과 독대한다. 상덕은 원래 이런 일을 맡을 때 집안 사정, 사회적 평판 등을 다 살펴보고 신중하게 하는 건데 워낙 급하시다니 특별히 받아주는 것이라며 생색을 내고 고인의 성명을 묻는데, 박지용은 답을 하지 않고 도리어 고용하는 사람이 고용 받을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거 아니냐며 되묻는다. 이에 상덕이 바로 없던 일로 하자며 으름장을 놓자, 그제야 지용은 집안 어른들이 이장하는 것에 반대가 심해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다는 것과 관 째로 화장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상덕은 의아함과 난색을 표하지만[24] 일단은 묫자리부터 보자며 묘소로 이동한다.
이어 화면이 전환되어 지용의 얼마전 시점의 회상 장면. 어머니가 설마 그런 것을 믿느냐며 묻자, 지용은 이젠 자신이 이 집안의 장손이니 자신이 결정한다고 대답한다.[25] 그 와중에 지용의 귓가로 계속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가 아버지와 손자에게까지도 함께 들리는 듯한 연출이 나오며 지용은 손을 부들부들 떤다.
다시 현재 시점. 상덕은 묘소로 향하는 길에 '보국사'라는 절을 알리는 표지판을 눈여겨본다.[26] 이어 철문[27] 앞에 다다라 차[28] 에서 내린 일행[29] 은 걸어서 묘소가 있다는 산을 오른다.
한낮임에도 사위가 어두컴컴해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 뭔가 심상찮게 생긴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그 주변으로 여우 몇 마리가 나타난다.[31]화림: 산꼭대기에 묫자리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상덕: 드물지.
화림: 여기 와본 적은 있어요?
상덕: 여긴 처음이야.
화림: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니는 곳이 없는 양반이 웬일이래?
상덕: 나는 명당만 찾아다니거든.[30]
산 정상에 도착하자 북향으로 탁 트인 자리에 볼품없이 방치된 묘가 보인다.[32] 우선 상덕이 묘 앞의 흙을 맛 보고는 바로 탁 뱉어내버리고, 이윽고 비석을 살피는데 비문에 이름은 없고 알수 없는 숫자만 적혀 있음에 의아해 한다. 의뢰인에게 이 묫자리를 누가 봐준 거냐고 묻자, 근처 절에 있는 기순애[33] 라는 법명을 가진 주지스님이 풍수에 고명하다 하여 추천 받은걸로 들었다고 답한다.
여러 정황들을 정리해 생각하던 상덕은 의뢰인 박지용에게 이번 일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산을 내려가 버린다. 왜 저러냐며 불만을 터트리는 일행. 차로 내려온 뒤 화림 등이 일을 안 맡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자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상덕은 말한다.
서울로 돌아와 지용의 호텔방[35] 에 화림, 상덕까지 세 사람이 모인다. 일단 상덕이 지용에게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있느냐고 묻자, 지용은 그런 거 없다고 대답하는데 뭔가 목소리도 시선도 흔들리는 모습. 이어 지용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보려 상덕에게 자녀가 있는지 묻고, 상덕은 결혼하는 딸래미가 하나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36] 를 나누던 중 화림의 눈에 지용이 손을 벌벌 떠는 것이 보이는데[37] 갑자기 지용은 상덕의 말을 끊고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라면서 갓 태어났을 때 해맑게 웃고 있던 아들의 사진을 내민다. 심지어 이전에 두 번의 유산이 있고 나서 겨우 얻은 아들이라고.상덕: 여기 전부 다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한 40년 땅 파먹고 살았지만 여긴 도저히 모르겠다. 여긴 듣도 보도 못한 음택(陰宅)이야. 저런 데 잘못 손댔다가는 지관부터 일하는 사람까지 싸그리 다 줄초상 나 이 사람들아. 화림이 너 아까 나무 옆에서 여우 봤지? 여우는 묫자리와 상극인 짐승인데 이럴 순 없어. 이런 데는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니야. 악지(惡地) 중의 악지란 말이다.[34]
이 때 화림은 대살굿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대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주장하자, 상덕은 저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찬다.[38] 그러자 화림은 지관이 아저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왜 당신 허락 받고 일해야 되냐면서 도발을 하고, 상덕이 발끈하자 화림은 아이는 살려야 하지 않냐며 맞받아친다. 결국 상덕은 망연히 창 밖을 보며 "여기 참 터가 좋다" 라는 말로 어쩔수 없이 동의함을 대신한다.[39]
얼마 후, 대살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40] 돼지띠 일꾼 다섯과 통돼지 다섯을 준비한 다음, 일꾼의 이마에는 돼지 피를 묻히고 돼지 아가리에는 일꾼들의 머리카락을 넣어 봉인한다. 한편 한국에 거주하던 지용의 고모[41] (박정자 扮)도 소식을 듣고 찾아와 지켜보게 된다.[42]
화림이 조금씩 어깨춤을 들썩이면서 대살굿을 시작한다. 칼 두 개를 잡아 땅에 내던지고[43] 다시 잡아 들고서 악단 앞에서 머리를 흔들다가 허벅지에 칼을 대고 긋고 바람을 불어넣은 뺨에 대고 그어도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는다. 불타는 장작불에 손을 한참 넣었다가[44] 숯검댕이를 얼굴에 묻히고 나서는 뾰쪽한 칼 끝을 목에 대고 정을 망치로 치듯이 치는데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45] 이어서 묘 주인의 장손인 박지용이 "파묘요~!"하고 고함치면서 세 번 삽으로 묘를 내리친 후 파묘가 진행된다. 돼지띠 일꾼들이 삽으로 묘를 파헤칠 때마다 화림이 돼지를 칼로 난자하는 장면[46] 이 교차편집된다.
마침내 관을 밖으로 꺼내는데, 영근은 왕족이나 쓸 법한 귀한 향나무로 관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 놀란다.[47] 수고한 일꾼들에게 소금을 뿌려준 뒤[48] 묫바닥에 있는 상덕에게 내려간 영근은 한기가 엄청나다고 말한다. 얼마 후, 관을 화장터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상덕은 "잘 썼습니다." 하며 100원[49][50] 동전 하나를 묫자리에 던지고 따라 내려간다.[51]
한편 차 안에서 만난 고모와 박지용. 고모가 조카인 지용에게 믿을 만한 사람들이냐고 묻자, 지용은 "줄 만큼 줬고 알 만큼만 말했다"고 답한다. 이어 고모가 화장을 꼭 해야겠느냐, 선산에 이장하는 것이 어떠냐고 다시 권하는데, 지용은 답을 않는다.
한편 파묘했던 일꾼들은 아직 구덩이 주변에 남아있고 그 중 한 명은 혹시나 묫바닥에 돈 될 만한 게 없나 하고 삽으로 파헤치고 있다. 그 때 땅 속에서 머리 쪽이 뭔가 시커먼 털로 뒤덮혀있는듯한 작은 뱀 한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다가오고 일꾼은 뱀의 허리를 삽으로 냅다 찍어 버리는데, 뱀은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내지르더니 인간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52]
그 때부터 갑자기 돌풍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어 일대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운구 행렬의 선두에 섰던 영근의 리무진 운구차[53] 가 갑자기 갓길에 정차를 한다. 그리고 상덕이 영근과 잠시 상의를 하더니 의뢰인 지용에게 '비 오는 날에 화장을 하게 되면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가 없으니 병원 영안실에 안치시켜 놨다가 손없는 날에 화장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이 말을 들은 지용이 주저하지만[54] 영근이 병원하고 얘기가 다 끝났다며 일사천리로 진행을 해버리면서, 결국 병원에 관을 임시 안치시킨다.
5. 3장: 혼령(魂靈)[편집]
고영근이 미리 섭외를 해놓은 고성 군립병원 장례식장에 파묘 일행의 차들이 도착해있다. '이장을 한다면서 관째로 들어온다는 건 무슨 말이냐'[55] 며 의문을 갖는 영안실 관리자. '상주가 개관을 못하게 해서 그렇다'는 얘길 하며 영근은 영안실 관리자에게 사례비를 슬쩍 찔러준다. 몇 번 손사래치다가 못 이기는 척 받고, "파묫날 비 오고, 한번 떠나기도 힘드시네. 저 분은~"[56] 하는 관리자. 잠시 후, 영안실에 들어오는 관을 본 관리자는 이 관이 향나무 관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관 주인이 한 벼슬했나 보네~" 라며 혀를 내두른다.
지용을 비롯한 유족들은 서울로 올라가고 영근이 관에 묻은 흙을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을 때, 김상덕이 들어와서 자기는 어디 알아볼 게 있다면서 밖에 잠시 다녀올 테니 영근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하라고 하고 나간다. 영안실 관리자도 영근에게 수고한다며 무섭게 혼자 작업하지 말고 적당히 하고서 맞은 편에 있는 국밥 집에서 육개장이라도 한 그릇 하라고 하며 영안실에서 영근을 데리고 나오려 한다. 그러나 영근은 알겠다며 관리자를 먼저 내보내고 "왜 지들이 자꾸 남의 메뉴를 정해주고 난리야"라며 투덜거리고 관으로 돌아와 바닥에 떨어진 흙을 빗자루로 쓸어낸다.
영안실에서 나온 상덕은 보국사로 향하고, 거기에서 한 거사[57] 를 만나게 된다. 상덕은 본인이 어느 스승에게서 사사했으며 호안 김상덕이라고 하는 지관이라고 소개하며, 길을 지나다가 표지판에 풍수를 상징하는 표식을 보고 들렀다고 말한다. 그러자 거사는 이곳이 풍수지리에 밝은 주지스님께서 지으신 100년도 더 된 절이라 한다. 상덕은 이곳 풍수만 봐도 알겠다고 답한 뒤 '혹시 그 주지스님 이름이 기순애(또는 기수내)라는 분이 맞으시냐'고 묻는다. 거사는 처음 듣는다는 얼굴로 이곳의 주지 스님은 원봉 스님이라고 한다.[58]
이어 상덕은 사실 자신이 오늘 저 산꼭대기에 있는 묘를 파묘했는데, 그 묘에 대해 혹시 아는 게 있는 지 물어본다. 그러자 의외로 그 묘에 대한 소문이 한때 이 일대에 파다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관 속에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있을 거라는 소문. 그 때문에 도굴꾼들이 한동안 설쳐서 묘 주위 경계가 삼엄해졌다고 하며, 한번은 그 보물을 노린 도굴꾼들이 이 보국사에 모였다가 시도도 못하고 경찰에 잡혔었는데 북으로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 도굴꾼들의 장비들이 보국사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어 그들이 썼을 것으로 보이는 쇠말뚝들을 보게 된다. 거사는 "그 무덤에 금은보화가 정말 있습니까?" 라고 묻고, 화면이 전환되며 누군가 영안실 내로 들어와 장도리로 관 뚜껑을 열려고 한다. 이어 영근은 국밥을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59] 영안실 관리자가 관 뚜껑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관 안에 값나가는 부장품이 있을 거라 짐작하고 꺼내 챙기려 한 것. 거의 다 열려갈 때 쯤, 화림과 봉길이 나타나고, 봉길이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에요!"하고 거듭 외치지만 뚜껑은 결국 열려 버린다.
관뚜껑이 열린 그 순간 무언가가 화림을 통과해 지나가고 화림은 혼절해버린다. 범행 현장을 들킨 영안실 관리자는 도망치고, 식사중이던 영근은 봉길의 전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찾아온다.[60] 차를 몰고 있던 김상덕도 전화를 받고는 놀란다. "그게 무슨 말이야? 관이 열려 있다니?" 이어지는 장면에서 응급실 침대 커튼을 걷자 침대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화림. 괜찮아 보이지만 곧이어 코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영근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봉길이 뭔가가 선생님[61] 을 지나갔다고 말한다. 뭐가 지나갔냐고 한 번 더 묻는 영근에게 화림은
"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존나 험한 게..."[62]
라고 대답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화림은 혼령이 아마도 제 자손들을 미친 듯이 찾아 다니고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 김상덕은 그 길로 의뢰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로 이동한다.
아니나 다를까 혼령은 자기 아들을 먼저 찾아 미국 LA까지 순식간에 날아갔다. 의뢰인의 아버지인 박근현은 2층 자기 방에서 휠체어에 앉아 창문 밖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아버지~" 하면서 부르기 시작한다. 그때 혼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 작고 총명한 막내야~' 하면서 할아버지가 된 아들에게 창문을 열라고 속삭이고 근현은 "예~ 어서 들어 오세요. 아버지~" 하며 창문을 연다. 그 직후 갑자기 뒤편 식탁에서 뭔가를 게걸스레 먹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창문에 무언가 흉측한 존재가 비치는데 막상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식탁 가까이 가서 "아버지~"하며 한 번 더 불러보는 막내. 혼령이 아들 귀 가까이 다가와 얘기한다.
"아들아. 여긴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구나... 이 애비는 춥고 배고프단다...!"
분노하듯이 외친 혼령은 아들의 심장을 움켜쥐어 숨통을 끊어버린다.
그 시각 1층에서는 의뢰자의 어머니 배정자가 위스키 잔을 들고 TV에 나오는 탱고 댄스[63] 를 보며 춤을 추고 있다. 홀로 춤에 심취해 있던 배정자와 어느 샌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혼령이 함께 유리창에 비친다. 잠시 후, 저택에서 사모님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바닥에 누워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는 화림, 봉길, 영근이 혼령을 다시 불러와 붙잡으려는 의식을 준비한다. 봉길이 혼을 받아내는 역할을 하기로 하고 봉길의 몸에 금줄을 둘러 영근이 신호를 받으면 잡아 당길 준비를 한다. 영근이 "오전에 굿하고 지금 또 신을 부르면 힘들지 않겠냐" 걱정하지만 봉길은 별 거 아니라는 듯 "괜찮다"고 한다.
준비가 끝나자 화림이 소주를 병째로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징을 치면서 경문을 읊기 시작한다. 독경 소리와 징 소리가 고조되며 점점 봉길의 몸에도 입질이 온다. 뜀뛰는 높이가 점점 높아지던 어느 순간 봉길이 잡고 있던 무구(솔가지에 흰 천을 묶어 놓은 것)를 떨어뜨리고 화림이 다가서자 갑자기 봉길이 으르렁거린다. 영근은 유리창에 봉길 대신에 할아버지 혼령이 보이자 살짝 놀란다. 영근이 즉시 끈을 잡아 당겨 화림을 향해 달려들던 혼령을 막아 세운다.
화림은 빙의돼 노려보는 봉길을 기죽지 않고 마주보면서 뭐가 그리 원통하냐며 "여기서 다 풀고 가라"고 한다. 그러나 빙의된 봉길은 할아버지 목소리로 내 새끼들 내가 다 데려갈 거야라면서 낄낄거린다. 화림이 "그건 안 되지"라고 하는 순간, 봉길이 입에서 피를 쏟고 빙의가 풀린다. 화림은 혼령을 놓쳤다고 말한다.
그 시각, 의뢰인 박지용이 묵고 있는 서울의 호텔방. 지용은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안 물 속에서 쓰러진 듯 자고 있다. 화림 일행의 경문 소리가 배경에 계속 울려퍼지는데, 귀 바로 옆에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지용이 놀라 깨어보니 침대였고 욕조에 누워 있던 것은 꿈이었다.
그때 폰이 울린다. 김상덕의 전화다.
지용은 깜짝 놀라서 식은 땀을 비 오듯이 쏟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통화를 하고 있던 김상덕은 "사장님 지금 뭡니까?"라고 되묻고 문 밖에서는 또 다른 김상덕이 계속해서 문을 쿵쿵쿵쿵 강하게 두들기며 "저기요. 사장님~"하며 계속 소리친다.전화: 김상덕입니다. 사장님.
지용: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 그게 일이 좀 생겨서 지금 급하게 사장님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문이 쿵쿵쿵 울린다. 지용이 통화를 하며 문 쪽으로 다가간다.)
지용: 누구시죠?
문 밖: 네. 접니다. 김상덕입니다.
지용: 김 선생님 지금 밖에 계시나요?
전화: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에요. 저기... 지금 할아버지 관이 열렸어요.
지용: 저희 할아버지 관이요?
전화: 죄송하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강해지고 손잡이도 강하게 돌아간다.)
문 밖: 박지용 씨 급한 일이 있어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전화: (침착하게)할아버지 관이 열려서 지금 제가 사장님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가 조금 있으면 도착하니까 침착하게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문 쪽이랑은 말도 걸지 마시고 대답도 하지 마시고 최대한 떨어져서 창문 쪽으로 가세요.
(창문을 향해 가는 지용)
전화: 그리고 창문을 여세요. 창문을 열면 할아버지께서 지켜주실 겁니다.[64]
(지용은 손을 벌벌 떨며 창문 손잡이를 잡을랑 말랑한다.)
전화: 어서요! 창문을 여세요! 문을 열라니까!!![65]
지용이 손잡이를 잡자마자 갑자기 밀리듯이 창문이 열렸고, 그 순간 통화 상대였던 김상덕이 클클클클하며 웃기 시작한다. 혼령은 문 밖의 김상덕이 아닌 전화기 속 김상덕이었던 것이다. 지용은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두려움에 빠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잠시 후, 문 밖의 진짜 김상덕은 호출한 호텔 직원의 마스터키로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지용의 상태가 이상하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방 가운데 낮은 탁자 위에 선 지용이 창 밖을 향해 가만히 차렷 자세로 서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제시대 군인과 같은 경례 자세를[66] 취하며 대동아공영권을 위해서라는 둥, 일제의 강제 동원에 적극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웅변을 펼친다.[67][68] 이후 다량의 피를 토하고 주저앉는 지용을 보고 놀란 직원에게 김상덕은 빨리 구급대를 부르라고 다그친다.
몇 분 후, 집사도 이 방으로 온 그때, 지용은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끊임없이 들이켜고 있었다.[69] 그러다 지용이 고개를 돌려 김상덕을 바라보며 "キツネが虎の腰を切った。"(키츠네가 토라노 코시오 킷타)라고 말한다. 김상덕은 일본어를 몰라서 "뭐라고요?"라고 되묻자 의뢰인은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고개를 계속 튼다. 그러다가 거의 목이 부러질 것 같은 마지막에 한국어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말한 순간 목이 완전히 180º로 뒤틀리며 지용이 바닥에 고꾸라져 사망한다.
다음 장면에서 의뢰인 집안의 장손이 있는 미국의 병실에서 간호사가 자장가[70] 를 부르며 아기를 재우고 있는데, 유리창 실루엣으로 흰 한복을 차려 입은 혼령이 비친다.
영안실에 있던 세 명은 상덕의 연락을 받아 화장장으로 관을 이송한다. 화장터 직원은 영근과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이며, "구청 신고 없이 화장한 사실을 구청에서 알게 되면 큰일난다"며 걱정한다. 한편으론 "이렇게 비도 오는 날씨에 한밤에 갑자기 찾아와 무슨 화장이냐"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매우 의아해한다.
상덕은 집사의 휴대폰을 넘겨 받아 이제 관의 화장을 결정할 수 있는 의뢰인 가문의 유일한 어른인 지용의 고모에게도 연락한다. 고모는 슬하의 자식, 손자들과 저녁 상에 앉아 있다가 입맛이 없다며 물러나와 아버지와 찍힌 가족 사진을 본다.[71] 전화를 받은 고모에게 상덕이 현재 상황을 모두 전달하고 "장손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아버지의 관을 화장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LA에서는 간호사가 소파에 기대 잠들고, 아기에게 혼령이 점점 마수를 뻗쳐온다. 아기는 벗어나려는 듯 발버둥치며 울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화장하기보다는 이장하길 바랐던 고모는 혼란한 상태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이제 갓 태어난 조카손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결국 화장을 승인한다.
화장터에서는 이미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태로 허락만 기다리고 있었고, 영근은 상덕으로부터 "태워라"라는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화장 버튼을 누른다. 관이 불에 타기 시작한 것을 보며 화장터 관리자는 "비 오는 날 화장됐으니 좋은 데 가기는 글렀다"며 안됐다는 듯 팔자를 탓한다.[72] 관이 불타기 시작하자 자신의 증손자의 목숨까지 취하려던 혼령은 고통스러워하며 사라진다.[73] 관이 불타면서 무너져내리자 그 안에 있던 금붙이들도 같이 녹아내린다.[74][75] 영근과 화장터 관리자는 상여소리를 부른다.[76]
6. 4장: 동티(動土)[편집]
파묘 이후 사건들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시점에 영근은 상덕에게 지난 파묘 작업에 참가했던 일꾼 중 한 명(이때 창민이라는 이름이 나온다)이 아무래도 동티가 난 것 같다며 한번 보러 가달라고 부탁한다.[77] 상덕은 언덕 진 달동네 길을 굽이굽이 차를 몰고 올라가 창민의 방으로 들어간다. 상덕의 등 뒤로 방문을 통해 일꾼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걱정스레 방 안을 쳐다본다. 방 안에는, 묫바닥에서 기괴한 뱀을 삽으로 두동강 냈었던 그 일꾼(=창민)이 이불을 덮어쓰고 앉아 떨고 있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불안에 떠는 창민이 상덕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동티가 난 것 같아요.
상덕은 창민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는데, 자기를 좀 살려달라며 묘에서 뭐 건질 것 없나 삽 들고 쑤시다가 뱀을 봤는데 그냥 그 뱀은 건드리지 말 걸 괜히 건드려서 이 사달이 난 거 같다고 하소연한다. 카메라는 창민의 시야로 이동하고, 창민이 얘기하는 도중에 그의 눈에는 김상덕의 뒤로 뱀이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일꾼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상덕에게 그 뱀의 사체를 찾아 본인을 위해 치성을 드려 천도(薦度)시켜 달라고 애원한다.
이에 상덕은 꺼림칙한 마음을 가지고 홀로 다시 무덤에 찾아가는데, 대강 수습된 묘지 안으로 들어가 묫바닥을 삽으로 훑던 상덕의 눈에 인간 여자의 얼굴을 한 뱀의 반토막난 사체가 들어온다. 상덕은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 치고, 그 서슬에 삽으로 바닥을 찍었는데, 삽의 끝에 나무통이 울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 주변을 몇 번 더 찍어본 상덕은 무언가가 더 깊숙히 묻혀 있다는 확신으로 땅을 더 파내는데...
땅을 파내자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정체불명의 관이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 관의 일부가 드러나는데, 놀랍게도 관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79] 상덕은 돌아가서 영근, 화림, 봉길 세 사람과 상의를 한다. 상덕은 파묘했던 자리 아래 새로운 관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영근은 아니 거길 왜 또 혼자 가셨냐고 하는데, 상덕은 아무래도 그 집안 조상 같다며 그대로 둘 수 없지 않겠냐고 한다. 그쪽 집안에 알리고 관을 꺼내자고 말한다.
7. 5장: 도깨비불(おに)[편집]
네 사람이 다시 산에 올라가서 땅을 파기 시작하고, 어느 덧 해가 뉘엇뉘엇 넘어간다. 관은 이제 거의 다 나온 듯 보이는데 아직도 바닥이 박혀 있는 상태다. 수직으로 박혀 있는 관이 철조망 같은 것으로 여러 겹 칭칭 감겨 있다. 영근은 관이 세워져 있는 경우는 간혹 지반이 무너져서 이런 경우가 생기는데 이건 그런 경우도 아니라고 한다. 봉길은 관에 감긴 철사를 보고는 마치 밖에서 꺼내지 못하게 막으려고 한 거 같다고 하는데, 화림은 "아니면 반대이거나..." 한다. 화림은 아무리 봐도 께름칙한 이 관을 건들지 말자고 하지만 상덕은 분명 이 집안 어른일 텐데 이렇게 두면 안 된다며, 일단 꺼내 집안에 알린 후 처리하자고 말한다.
관의 크기가 무지막지하게 거대했기에 로프를 이용하여 상덕과 영근, 봉길이 같이 끄집어 내고, 화림은 꺼내진 관을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관의 크기를 보며 영근도 저게 사람 관이 맞냐며 경악한다. 그 큰 관을 넷이서 겨우 겨우 들고 질질 끌면서 산 아래로 내려가 차에 싣고 나선다. 관의 크기가 너무 큰 나머지 영구차의 트렁크가 관에 걸쳐져서 닫히지 않아 결국에는 열린 채로 주행한다.[80]
하산하니 밤 늦은 시간, 길잡이를 하던 상덕의 차가 보국사로 향한다. 보국사 앞을 지키는 진도 백구가 이 차량들이 다가오자 으르렁거린다. 일행은 보국사의 보살님[81] 에게 앞서 말씀드린 묘지에서 첩장으로 보이는 관이 하나 더 나왔는데, 유가족과 처리 얘기를 할 때까지 하룻밤 절에서 보관할 수 있겠느냐며 양해를 구한다. 절의 창고를 비워 관을 넣고 찹쌀[82] 과 말의 피[83] 로 결계를 친다.
박지용의 고모가 오길 기다리면서 장작불에 몸을 녹이는 일행들. 장작불 속에는 동티의 원인이 됐던 뱀의 사체도 같이 태우고 있다. 잠시 후, 박지용의 고모가 보국사로 찾아오고, 이 철조망으로 묶인 관을 보고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관이라고 한다. 상덕은 장소를 옮겨 고모와 대화를 나누는데, "망자께서 아주 대단하신 분이더군요."하며 그간 의뢰인 박지용과 고모가 자신들에게 숨겼던 사실을 밝힌다. "나라를 얼마나 크게 팔아 먹으셨는지 관직도 크게 받으시고~","중추원 부참의 박근형. 파묘할 때, 축문을 보고 알았습니다"고 말한다. 일제시대 고관대작을 지낸 매국노인 망자이기에, "묫자리를 소개 해준 스님께서 벌을 준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고모는 다 알고 있다며 그래서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기순애는 사실 일본인이라는 것. 아버지가 친일파였기에 일본인 풍수사였던 기순애에게 부탁하여 자리를 받은 것인데 "평생을 일본에 충성했던 아버지에게 어째서 이런 악지를 알려준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문한다.[84]
이후, 고모는 상덕에게 지용이 약속한 돈은 자신이 주겠다며 자기 아버지 묘 아래 그런 관이 또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가 없으니 그냥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상덕이 "날이 밝는 대로 화장하자"하고 이제 들어가려 하는데, 마침 보살님이 다가와 "국수 끓여놨는데 드시겠냐"고 말한다.[85] 절간 옆 요사채[86] 에서 일행들은 보살님이 끓여준 국수를 맛있게 먹고, 보살님이 담근 지 오래돼 보이는 더덕주를 한 그릇씩 부어 건네주자 황송한 듯이 마셔본다.
식사가 끝난 후, 화림은 차 안에서 언니라 부르는 사람과 통화하고 있다. 언니에게 기순애라는 이름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고 있다고 한다. 여우 음양사로 유명하고 본명이 무라야마 준지이며,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팔도 구석구석 안 다녀본 곳이 없다는 최고의 음양사라고 한다. 그러면서 "너도 기억 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스승님이 일본에서 그를 한 번 만난 적도 있다고 하며 "요기가 너무 강해서 그거 사람 새끼가 아니라 여우 새끼라"고 했다고 한다.[87] 통화를 끊고 나서 화림은 "할매... 기분이 이상해..." 하며 잠에 든다. 포커싱 아웃되는 카메라에 걸친 룸미러로 뒷좌석에 흰 소복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보국사의 보살님은 본당의 부처님 아래서 이불을 펴려는데, 밖에서 쾅쾅 꽤나 큰 소음이 들린다. 불안한 듯 보살님이 불상을 올려다보는데 불상의 얼굴에 그림자가 가리는 연출이 나온다.
같은 시각, 상덕, 영근, 봉길은 요사채의 한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영근이 뭔가에 짓눌리는 듯한 신음을 내다가 그것이 옮겨간 듯 봉길이 신음을 내기 시작하고, 봉길이 눈을 뜨자 처참한 모습의 보살님이 배 위에서 쿵쿵 뛰고 있다. 보살은 "내 간을 빼갔어. 내 옷은 어디 갔어? 누가 내 옷을 뺏어갔어." 라고 반복해서 말하면서 쿵쿵 발을 구른다.[88] 봉길은 욕설을 나지막히 중얼거리더니 오른손으로 간신히 어떤 문자[89] 를 쓰고 나서 기합을 넣으며 기상하자 배 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90]
일어난 봉길이 급히 보살님을 찾아 본당으로 들어가지만 역시나 방에 없었고, 이어 혹시 하는 마음에 본당 옆 창고로 가보았지만 문이 여전히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때 멀리서 들리는 소름돋는 소리. 마을 멀리 축사에서 돼지들의 단말마가 울려퍼지고, 축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91] 축사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간다. 봉길이 축사에 도착하고, 구멍난 벽 틈새로 안을 들여다 보니, 이미 돼지 몇 마리가 배가 터져 죽어 있다. 사체 옆 통로에 아까 들어갔던 사람이 무언가에 의해 멱살이 잡혀 공중에 떠있는 것을 목격한 봉길은 두려움에 황급히 보국사로 뛰어 오고,[92] 축사에서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멱살 잡힌 사람의 목을 뜯어버리고 분리된 몸이 떨어진다.
봉길은 올라오는 길에 차 안에서 자고 있는 화림을 깨워 창고 방향으로 오라고 신호한 후 먼저 올라가고, 화림이 나가려는 찰나, 할매신이 "가지마!"라며 화림의 손을 잡는다. 봉길은 홀로 창고로 올라와 서둘러 잠긴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끔찍한 광경에 놀라고 훅! 끼쳐오는 누린내에 한번 더 놀란다. 관 뚜껑은 다 터져 있고 관을 휘감고 있던 철조망이 전부 끊어져 있다. 창고의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뒤따라 들어온 화림도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지만 찹쌀과 말 피로 쳐둔 결계는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결계를 뚫지 못해서 하늘로 솟은 것 같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봉길이 안절부절 못하자 화림이 "뭔데?" 하고 물으니 봉길이 "아마도 여기 있던 게 돼지 축사로 내려간 것 같다"라고 말한다. 화림은 아저씨들 다 깨우라고 하며 봉길을 내보낸다.
홀로 창고에 남은 화림은 관 안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지네 장식이 붙은 사무라이 투구[93] 가 나온다.
화림은 투구를 보다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직후, 밖에서 공룡 발자국 같은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것은 충격적이게도 중세 일본 갑옷을 입은 거인의 몸통과 피 묻은 거대한 맨발이 드러난다. 화림은 완전히 얼어붙고, 그때 괴물이 "인간인가?"하고 일본어로 묻는다. 화림이 황급히 일본어로 "아닙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의 부하입니다. (違います。違います。人間じゃありません。貴方様の部下です。)" 하고 엎드려 절하자[94] 그렇다면 은어와 참외[95] 를 준비했냐고 괴물이 물어본다. 이후 들고 있던 사람의 목을 화림 쪽으로 던지면서 적장의 목을 베어 왔다고 말한다.[96]
뽑힌 사람 머리를 보고 기겁한 화림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감히 다이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느냐고 호통친다. 화림이 두려움에 대답하지 못하고 굳어 있자 발소리가 창고 뒤편을 선회하고, 덜덜 떨며 은어를 준비하겠다 말하자 몇 초간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별안간 구멍 뚫린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
"인간이구나."
공포에 빠져 문 밖으로 도망치는 화림, 괴물의 발소리가 화림을 뒤쫓는다. 때마침 봉길이 나타나 쇠막대기로 괴물[97] 의 복부를 찔렀으나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는다.[98] 봉길은 두려움에 떨며 화림을 보고 도망치라 말한다. 괴물은 봉길의 머리를 움켜잡고, 봉길은 힘이 빠진다. 괴물은 봉길의 위장 부근에 손을 대더니 그대로 찔러 치명상을 입힌다.[99]
괴물은 봉길을 버려두고 주저앉은 화림을 향해 다가서는데, 그때 마을 멀리 새벽녘의 닭 울음소리가 울린다. 괴물이 한 걸음 더 다가서고 그때 화림의 등 뒤로 석탑이 있는 것을 보고는 "승탑!" 이라며 외친다. 직후 두 번째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괴물이 갑자기 합장을 하곤 일본식 기도문을 외기 시작한다.[100]
괴물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하고 불빛에 괴물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는데 삐쩍 마른 미라 같은 얼굴에 이마에 뿔이 2개 돋아 있다. 갑자기 온 몸이 불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괴물. 그때 김상덕과 고영근이 마당으로 들어서서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윽고 불붙은 괴물이 완전히 불로 변해 하늘로 솟구치는데 그야말로 거대한 도깨비불이 된다.
화면이 바뀌고,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영근과 상덕의 체열을 재는데 열이 안 떨어진다며 해열제를 처방한다. 그때 TV 뉴스에서 곰이 민가로 내려와 돼지의 내장을 파먹고 그곳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인근에 거주하는 스님(보국사 스님)도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뉴스에선 지자체와 군경은 현재 곰을 추적 중에 있다고 한다.
잠시후, 수술방 앞에 서서 초조하게 하나님께 기도하는 영근과 그 옆 의자에 나란히 앉아 기다리는 화림과 상덕. 상덕이 미안하다며 괜히 그걸 꺼내자 해서 이 지경이 됐다고 자책하자[101] 화림도 자책한다.
"봉길이가 신병 얻어서 야구부 그만두고 선생님 찾아왔을 때, 무당은 되지 말라고 그렇게나 말렸는데도, 내 옆에 있으면 괜찮다고, 무서울 게 없다고..... 근데 내가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거에 쫄아서..."
화림은 상덕에게 그것은 혼령이나 귀신이 아닌 정령이었다고 말한다.
상덕: 정령?
화림: 혼(魂)이나 귀(鬼)는 영(靈)만 있고 육신이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 영과 육이 모두 있는 인간의 정신을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그렇지만 '그건' 아니에요. 정령은 동물이나 인간의 영이 사물에 붙어 만들어진 거에요. 이 땅엔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될 것. 그것과 마주했을 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령 얘기를 하면서 화림은 과거 어린 시절 스승을 따라 일본에서 무속일을 하며 만났던 "빗자루 정령"[102][103] 을 회상한다. 그때, 응급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말하길, 봉길의 상처가 크고 내장의 손상이 심했지만 더이상의 손상은 막았고, 다만 척추에 손상이 있어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서둘러 이송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상덕은 그때 맞은 편에 걸려 있는 사진을 눈에 담는다. 사진엔 산맥의 모습과 함께 '2000년 1월 1일 고성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라고 적혀 있다.
8. 6장: 쇠말뚝(鐵針)[편집]
상덕은 폴리스 라인으로 폐쇄된 보국사로 다시 가서 창고 안에 있던 도굴꾼들의 물건을 조사한다. 그 와중에 도굴꾼들의 묘를 파내는 도구를 쌓아 놓은 더미 밑 잠긴 상자를 연 상덕은 도굴꾼들이 남긴 책들을 보게 되는데, 한 책에 풍수를 상징하는 표식이 그려져 있다. 그 책을 펼치자 일제강점기 시절의 한글로 적힌 글과 한반도 고지도[104] 그리고 사진을 발견한다.[105] 상덕은 도굴꾼들이라던 사람들의 표정이 지나치게 비장하다는 것을 깨닫고,[106] 또한 곡괭이에 철혈단 단원 본인들의 이름들을 새겨 놓은 것을 발견한다.
한편, 봉길의 병실에서는 화림과 함께 중년 여인과 교복 입은 10대 여학생이 서있고 다같이 의사의 말을 듣고 있다. 의사는 이제 깨어날 때가 됐는데도 의식 회복이 되지 않아 이상하다고 하며 좀 더 지켜보자고 하고 나간다. 중년 여성[107] 광심이 "이게 다 무슨 일이고?"하고 물어보는데, 화림은 돼지고기 수육과 시루떡을 한 손씩 들고 와서 우리 오랜만에 도깨비 놀음[108] 좀 하자고 말한다.[109] 곁에 섰던 자혜가 "이 아재 누린내 난다."고 말하자 광심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110] 광심이 "자혜야 문 잠가라"하자 같이 서 있던 여학생 자혜가 "네. 언니"라 답한 후 문을 잠그고 침대로 다가온다.[111]
봉길의 가슴팍에는 테두리가 그을린 부적이, 병원 침대의 테이블 위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시루떡이 놓여 있다. 그리고 자혜는 '진압할 진(鎭)' 자가 그려진 부적을 봉길의 발바닥에 붙여 봉길에게 붙은 귀신의 요력을 줄이려 한다. 이윽고 화림은 전라도, 광심은 경상도, 자혜는 충청도 사투리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무당들은 주인님? 하며 의아해하는데, 봉길이 서서히 눈을 뜨더니 일본어로 얘기하기 시작한다.화림 언니~ 나가 먹을 것 좀 싸왔는디 같이 드셔라~
광심 아이고~ 돼지고기랑 수수떡 맛나긋따~ 야~
자혜 아유~ 우리 셋이 먹고도 남겄네유~
(그때 갑자기 의식이 없던 봉길이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자혜 여기 아재랑 같이 먹으면 되겄네유~
광심 윤서방?[112]
어데~? 윤서방이 여 어딨노? 윤서방은 뭔 험한 걸 만나가 많이 다쳤다 카던데? 여 없지~화림 워메 윤서방이 뭘 험한 걸 만났으야? 그 험한 게 뭔디?
(봉길은 여자들의 얘기를 듣다가 웃음이 갑자기 나려는지 애써 참는 모양새다.)
화림 너, 정체가 뭐여?
(화림의 말에 큭큭큭 웃던 봉길이 입을 연다.)
봉길 주... 인 ...님.
그 시각 상덕은 철혈단이 찾던 쇠말뚝이 그 묘터에 박혀 있을거라 생각하고 철혈단의 곡괭이를 짊어지고 묘터를 찾아간다.
묘터를 파헤치던 중 한쪽 벽이 무너져내리고 상덕은 크게 놀라 반대편 흙벽까지 뒷걸음질친다. 드러난 것은 일전에 봤던 오니와 똑같이 생긴 오래된 사체다.
다시 봉길의 병실. 봉길은 묘지의 비석에 적힌 위도와 경도를 일본어로 읊으며 주인님께서는 그 지역을 지키시는 다이묘이시고 만 명을 베어 죽여 신이 되신 '전쟁의 신'이시라고 자랑한다. 그 분께 이 육신을 바칠 것이라 하더니 광심의 배를 광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그 고깃덩이를 꺼내드릴 거야."라 외친다. 광심은 자신의 배를 감싸고,[113] 봉길이 이번엔 자혜를 보며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자혜야, 나 살려줘~ 무서워~"[114] 라고 하자 자혜는 봉길의 가슴에 있는 부적을 떼려 하고 옆에 있던 광심이 막는다.
화림은 봉길의 가슴팍에 있던 부적을 떼고 봉길은 다시 의식을 잃는다. 화림은 자혜에게 부적을 건내주면서 불태우라고 시킨다.화림 (화난 얼굴을 봉길을 향해 디밀며, 씹어 뱉듯이)"말해.... 시벌 놈아..."
봉길 (세 여인과 하나 하나 눈을 맞추며)"늬들... 다~ 죽어~ 크크크크크"
도깨비 놀음이 끝나고 광심이 가방을 챙기며 자혜를 데리고 나가면서 화림에게 "이거 일본 귀신이다. 일본 귀신은 이유가 없다. 그냥 근처에만 가도 다 죽이는 거 모르나? 아무리 니한테 할매가 붙어 있다케도 이거 안 된다. 이거 몬 한다."라고 경고한다. 화림은 "그럼 봉길이는?" 하고 소리친다. 그 말에 광심은 잠깐 멈춰섰다가 결국 "전화할게"라며 자혜를 데리고 나가버린다. 화림이 슬픈 눈으로 쳐다본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봉길의 병실. 상덕은 화림과 영근에게 "미안한데 이번 한 번만 돈 안 되는 일 좀 해보자"라고 부탁한다. 영근은 "무슨 일을 또 벌이려고 하냐"라고 하자 상덕은 "우리 같이 땅 파먹는 사람들은 한반도를 대륙을 움켜잡고 있는 호랑이로 본다"라며, "근데 그 묫자리가 바로 범의 척추에 해당하는 자리"[115][116] 라며 "그 묘비에 적혀 있던 숫자들, 경도와 위도를 뜻한다"라며 "소름 돋을 정도로 모든 것을 정확히 노리고 계획한 것 같다"라고 한다. 영근은 "쇠말뚝이요? 그 학계에서도 인정 안 하는 걸.. 그거 99%는 다 측량할 때 썼던 거라니까? 아니, 그리고 우리가 그걸 왜 뽑아요?" 불만을 토하자 상덕은 "그럼 1%는!!" 하고 소리친다.
상덕은 "그래 우리야 이제 땅 파먹고 살 일 별로 안 남았지. 근데 우리 연희가 밟고 살아갈 이 땅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은? 우리가 이걸 안 막으면 누가 막겠냐"라고 설득한다. 화림이 쇠말뚝이 거기 있는 건 맞냐고 물으니 상덕이 분명하다며 "100%"라고 강하게 말한다. 그러자 화림도 그 쇠말뚝을 처리하면 봉길을 살릴 수 있지도 모른다며 상덕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한다.
화림은 아마도 그 정령이 쇠말뚝을 지키는 것 같은데, 정령을 없앨 방법은 없지만 잠깐 시간은 벌어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과거 스승이 빗자루 귀신을 부른 굿을 떠올린다.
화림 짐승처럼 부르고 신령으로 말한다.
잠시 뒤, 의료진이 회진을 와서 봉길의 왼쪽 옆구리 상처를 드레싱 하는데, 그걸 보던 화림은 뭔가를 발견하고 말한다.
화림 이놈 봐라? 문신을 피해갔네?
영근 이게 무슨 글잔데?
화림 축경(逐經)[117]
이요.
고성으로 향한 상덕의 차, 지자체 공무원들과 군인들이 곰을 수색하는 중이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도로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은 상덕의 차로 다가와 "여기부터는 수색구역이라 못 들어가십니다..."하는데 표정이 이상해진다. 상덕과 옆의 영근 그리고 뒤에 앉은 화림의 얼굴과 손등 등 눈에 보이는 곳마다 축경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118] 의아해하는 공무원에게 상덕은 난감한 얼굴로 이 앞에 우리 선산이 있는데 벌초하러 왔다며 금방 갔다가 내려올 것이라 둘러대자 공무원은 그들을 들여 보내준다.[119] 떠나가는 그 차를 통제하던 인원들이 신기한 듯이 바라 본다.
세 사람은 한밤에 묘가 있는 산에 도착한다. 차 뒷좌석에는 은어가 한가득 채워진 가방들과 철혈단의 곡괭이들이 실려 있다.
앞서 오니가 요구했던 은어를 묫자리에서부터 유인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놓아 묘지 근처에 있던 큰 나무까지 유인한다. 화림은 아마 정령은 축시(AM 1~3시)가 되면[120] 나올 것이라며 자기가 30분 정도는 끌어줄 수 있다 말하고, 그 사이에 쇠말뚝을 찾아서 말의 피로 씻어 버리면 놈에게 걸린 주술이 풀릴 거라고 한다.
축시가 되기 전까지 상덕과 영근은 무덤 근처 언덕에서 몸을 숨기고 오니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화림은 큰 나무 아래에 오니가 찾던 투구를 놓아두고, 뿌리나 옹이 사이사이에는 나뭇가지 뭉치에 불을 붙여 넣기 시작한다. 사위를 연기로 자욱하게 만든 후, 나무 뒤에 손을 대고 기다린다.
봉길이 입원 중인 병실, 묘지로 떠나기 직전, 화림이 광심과 자혜에게 큰 일을 치뤄야 하며 일본 귀신이 위기에 빠지면 봉길을 죽이려 할 것이니 옆에서 지켜보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봉길을 지켜달라 부탁한다. 자혜가 병실 밖에서 조심스레 주위를 한 번 휘 둘러보더니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문 밖에는 큼지막한 부적이 붙어 있다. 병실 바닥에는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가 꿈틀거리는데, 꼬꼬 하는 소리가 들린다. 광심이 경면주사로 봉길의 발바닥에 鎭(진압할 진)자를 적고 있고, 봉길의 이마에는 鷄(닭 계)자가 쓰여있다. 자혜는 창문으로 다가가 부적을 하나 붙인다.[121]
묘터의 영근은 상덕에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눈 좀 붙이라 한다. 상덕이 여전히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영근이 "혼자 싸우면 지지만, 둘이 힘을 합하면 적에게 맞설 수 있다.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전도서 4장 12절. 아멘."하며 안심시킨다.
봉길의 병실, 침대 아래로 한 쪽 다리에 줄이 매인 닭이 곡식 낱알을 쪼고 있다. 자혜는 그걸 보면서 "오늘 밤 저 닭이 죽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봉길 옆에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광심이 "교촌도 잘 먹는 애가 이상한 소리 다 한다"며 핀잔한다.[122]
시간이 지나 축시가 되자 무덤 밑 땅에서 거대하고 주름진 검은색의 손이 나오고 은어를 잡아채, 땅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 직후 봉길이가 뭔가를 씹어먹듯이 입을 움직인다. 오니가 구덩이를 나와서 길에 놓인 은어를 하나씩 집어 먹으며 나무 쪽으로 떠나가자, 그 틈을 타 상덕과 영근은 구덩이로 들어가 철혈단의 곡괭이와 삽으로 쇠말뚝을 찾기 시작한다. 오니가 은어를 하나씩 먹으며 전진할수록 병실에 누워있는 봉길의 숨이 가빠지고, 무언가를 씹어 먹는 듯이 입이 계속 움직인다.
오니는 은어를 뜯어 먹으며 화림이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나무 앞까지 도착하는데 나무 아래 자신의 투구를 발견하고 반색한다.
화림은 나무에 손을 댄 채, 일본어로 오니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오니는 화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비웃으며 말한다.화림 "나는 고요한 이 산의 주인입니다. 이곳을 소란케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私は寂しいこの山の主です。ここで騒ぐあなたは誰ですか。
[124]오니 "여기가 나무 노인의 땅이냐?" "나는 이곳에서 500년간[123]
적들을 베어 왔다."ここが木の翁の地じゃか。 儂は五百年間ここにて敵を切った。
오니 "그런데 어찌하여 총포와 창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화림 "이곳에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입니다."
오니 아니!!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否! 我が戦争はまだ終わりておらぬ!)
전진! 전진! 전진!
(前進!前進!前進!)
북진! 북진할 것이다.
영근과 상덕은 쇠말뚝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땅을 파지만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지친 영근이 상덕에게 "무조건 여기 있다며, 아무 것도 없잖아!"라고 소리친다. 그에 아랑곳 없이 상덕은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는다. 영근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듯 구덩이 밖으로 뛰쳐 나가고, 하필 이때 상덕의 곡괭이도 머리가 빠져 버린다. 상덕은 묵묵히 곡괭이 머리를 주운 뒤, 계속해서 땅을 판다.
화림과 대화를 나누면서 오니가 서서히 나무 주위를 걷는다.[125] 오니와 대화를 이어가던 화림은 오니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묘한 낌새를 보이자 다급한 마음에 당신이 부하로 삼고 있는 인간을 놓아 달라며 부탁드린다고 소리친다.[126][127]화림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있습니까?"
貴方は何故ここにいるんですか。
오니 "신으로 모셔져 있던 이 몸은 원래 남산의 신궁으로 갈 예정이었다. 망할 여우 놈이 이곳에 데려왔지."
神に崇められた儂は元々南山の神宮に行くべきだった。 くそたれの狐がここに連れて来たのじゃ。
잠시간의 고요. 화림이 불안한 듯 옆을 올려다본다.
오니가 나무 뒤에 있던 화림을 발견하고 서서히 다가온다. 화림은 뒷걸음질 치다가 곧 넘어지고, 오니는 화림에게 간을 내놓으라며 다가오다 뭔가를 발견하곤 멈춰 서더니 인상을 쓰며 "망할 할망구...(くそ婆)"라고 중얼거린다. 화림의 뒤에 할머니 신이 서 있었고 화림은 오니와 할머니 신이 대치한 틈에 묘지로 서둘러 뛰어간다.오니: 인간이다. (人間じゃの)
숲속을 뛰어가는 화림의 앞에 영근이 달려와 나타난다. 영근이 쇠말뚝을 못 찾았다고 얘기하는 그때 화림과 영근은 머리 위로 거대한 도깨비불이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도깨비불을 보고 영근은 아직 상덕이 묘터에 있다며 둘은 묘터로 뛰어간다. 도깨비불이 묘터 위를 선회하고, 화면은 슬로우가 걸린다. 도깨비불을 보고 홀린 듯한 상덕에게 "불타는 칼"의 환상이 보이고 이어 오니를 만든 주술 의식을 보게 된다.
전장에서 병졸들을 베어 내던 일본 장수가 결국 적의 칼에 목이 잘리고, 땅에 꽂힌 그의 칼에 불이 붙어 있다. 장소가 바뀌어 이곳 묘터 앞에서 여우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를 선두로 음양사 3명이 품(品)자로 서서 주문을 외는 가운데, 훈도시 차림의 인부 하나가 불붙었던 칼을 들고 와 목이 없는 일본 장수의 몸통에 쑤셔 박는다. 이어 참수됐던 머리와 몸을 투박한 바느질로 잇는다. 갑옷을 입힌 일본 장수의 시체가 관에 넣어지고, 철조망이 여러 겹 둘러쳐진 관을 거중기 같은 것을 이용해 세로로 매달아 땅 속에 넣는 장면이 흘러 나온다.
그제야 상덕은 오니 그 자체가 쇠말뚝이었음을 깨닫는다.[128][129][130][131]
화림과 영근이 상덕을 부르짖으며 달려와 보지만 도깨비불은 속절없이 묘터에 내려 앉고, 묘 바닥에 군데군데 불이 붙은 가운데 상덕이 우두커니 서있다. 오른쪽 어깨 뒤 어둠 속에서 오니의 손이 나타나 상덕의 몸을 쓸면서 맴돈다. 오니가 상덕의 정면에 서서 자신의 부하가 될 것인지 간을 줄 것인지를 묻는다. 상덕은 여전히 혼이 나간 듯 서있다. 오니는 손으로 상덕의 얼굴을 쓸어 본다. 얼굴에 적힌 글자를 보고,
사실 몸에 써넣은 축경은 조금도 효과가 없었으며 오니가 상덕의 목을 쥐고 들어 올려 봉길에게 했듯이 오른손을 복부에 쑤셔박는다. 구덩이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상덕을 부르짖던 영근[133] 과 화림. 화림이 그 옆에 미리 준비해뒀던 물통을 발견하고 말 피를 오니에게 부어버린다. 그러자 피에 닿은 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오니는 괴로워하며 상덕을 놓는다. 병실의 봉길이도 "백마의 피...! 뜨거워!" 하며 몸을 뒤튼다. 오니가 고통스러워 하는 사이, 영근과 화림이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덕을 구하기 위해 다가간다. 무력화된 줄 알았던 오니가 갑자기 둘의 목을 양쪽으로 붙잡고 들어 올린다. 상덕은 피를 토하면서도 도굴꾼들의 책에 그려져 있던 오행 상극도를 떠올린다.
상덕 "불과 물은 상극이다. 쇠의 상극은 나무[134]
다. 그러니까 불타는 칼의 상극은,"(힘겹게 일어난 상덕이 곡괭이 자루에 자신의 피를 묻힌다. 피 묻은 곡괭이 자루를 오니의 발등에 내려 찍자, 병실에 있는 봉길의 발도 똑같이 부러질 듯 꺾인다. 오니가 괴로워 하며 잡고 있던 두 사람을 손에서 놓친다.)
상덕 "물에 젖은 나무[135]
다."
상덕은 복부에서 피를 쏟고 고통이 극심한 와중에도 피에 젖은 나무 자루를 오니의 왼쪽 어깨를 향해 빗겨 친다. 놀랍게도 진흙덩이에 박히듯이, 오니의 어깨에 너무도 쉽게 박힌다.[136] 정신을 차린 영근이 상덕을 도와 주고자 멀쩡한 곡괭이로 오니의 등을 찍지만 박히지 않는다. 오니는 고통에 떨기만 할 뿐이고, 상덕은 오니를 반복해서 내려쳐 점점 오니의 상체를 갈라낸다. 상덕이 오니를 내려칠 때마다 병실의 봉길이 피를 토한다. 오니가 봉길을 죽이려는 것이라 생각한 광심이 닭 멱을 따려고 하자 자혜가 막으며 피가 검다고 한다.
상덕은 부상으로 인해 정신이 흐려지고 괴로워 하면서도 마지막 한 방을 쳐내고, 마침내 오니의 상체가 날아가 소멸하면서[137] 봉길도 속박에서 풀려나게 된다. 영근과 화림이 쓰러진 상덕을 지혈하다 차에 싣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는 상덕,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덕의 모습을 배경으로 상덕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상덕 죽는다. 이제 곧 죽을 것이다. 언제나 죽음 가까이에서 살아왔기에 두렵지는 않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을 뿐이다. 이제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지... 편안하게...
아 맞다, 딸내미 결혼식.....
9. 에필로그[편집]
화림의 내레이션으로 사건 이후의 일들이 요약된다. TV에서 결국 군대가 인명피해를 일으킨 반달가슴곰[138] 을 생포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애꿎은 곰을 잡고 인간들끼리 이 곰을 죽이네 살리네 한다."라며 곰의 처지를 안타까워 한다.[139]
상덕은 다행히 나이에 비해 빠르게 회복해 눈을 떴고, 봉길이도 상덕의 병실에 한쪽 목발만 짚고 걸어서 찾아온다. 상덕이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영근과 봉길이 매번 찾아와 밥을 먹기에 상덕이 "여기가 맛집이냐"고 핀잔을 주고, 영근은 "형은 살을 좀 빼야 하는데 이 참에 살 좀 빼요"라며 약 올린다. 이에 못 이긴 상덕이 몸을 돌리니 화림이 침대 곁에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고 있다.[140]
겨울이 지나고 각자는 평소의 삶으로 돌아간 모습이 비춰진다. 화림은 굿을 하다 오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자 깃발을 떨어뜨려 굿이 멈추고, 영근은 개신교식 장례에서 성가를 부르다 천으로 덮힌 시신의 얼굴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노래를 잇지 못하고, 상덕은 건물 방향을 잘못 잡은 공사 책임자에게 화를 내다[141] 수술 부위가 터져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겉옷으로 가린다. 즉, 그들이 오니를 상대로 살아남으며 승리했지만 그 여파로 정신적, 신체적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걸림을 보여준다.[142]
상덕의 딸 연희의 결혼식. 결국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143] 상덕은 금발머리 푸른 눈의 사위가 올리는 큰 절을 받는다. 일가 친척이 모여 사진을 찍는데[144] 상덕이 하객으로 참석한 영근, 화림, 봉길을 부른다. 가지 않으려던 화림과 봉길을 영근이 우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145] 아니냐며 떠밀어서 결국 상덕의 친인척들과 섞여 주인공들의 얼굴이 하나씩 클로즈업 된 뒤 상덕을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셔터 소리와 함께 영화가 끝난다.[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