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폰 큄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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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은하제국의 남작 작위를 지닌 귀족이자 큄멜 남작가의 마지막 당주로, 큄멜 사건의 주모자이다. 을지서적판에서는 퀸멜로 번역했는데, 이는 하쿠엥의 특성을 무시하고 죄다 ㄴ 받침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은발에 단정한 얼굴을 가졌지만 선천성 대사이상을 앓고 있기에 연약한 인상을 주는 외모를 가졌다. 그에 걸맞게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할 정도로 병약한 신체를 가졌다.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의 사촌동생으로, 마린도르프 백작가와 관계가 깊다. 큄멜 남작가는 평범한 귀족 가문인데, 문벌귀족처럼 막대한 재산을 가진 건 아니지만 평민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2. 작중 행적[편집]
2.1. 유년기[편집]
하인리히 폰 큄멜은 우주력 780년, 제국력 471년에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대사이상이라는 병을 달고 있었기에 몸이 매우 약했다. 이 병은 치료용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유제(乳劑)를[2] 장기간 복용하면 완치할 수 있었지만[3] 은하제국에서는 치료받기 어려운 병이었다.
초대 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은 열악유전자 배제법을 반포하여 나약한 자가 제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본래대로라면 하인리히는 죽어야 할 몸이었다. 그의 시대에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유명무실해졌기에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법과 함께 널리 퍼진 우생학과 약자 멸시 사상은 병을 치료할 치료용 유제가 제대로 생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유제는 귀족 집안의 환자를 대상으로 소량 생산되어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었으며, 평균 수준의 재산을 가진 큄멜 남작가로서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하인리히는 평생 이 병을 달고 살게 된다. 이 병 탓에 립슈타트 전역에도 참전하지 못했다.
하인리히가 태어났을 때 의사는 3살까지 살거라고 전망했고 5살 때는 2년이 고작이라고 시한부 판정을 내렸으며 12살 때는 15살이 한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인리히는 19세까지 살아남았고, 그의 사촌누이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는 물심양면으로 하인리히를 돌봐 주었다.
하인리히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여의고 백부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을 후견인 삼아 큄멜 남작가를 물려받았다. 하인리히가 어려서 큄멜 남작가의 재산은 마린도르프 백작이 관리했는데 백작은 마음만 먹으면 큄멜 가문의 전 재산을 횡령할 수 있었는데도 성실한 백작은 그러지 않았다.[4] 하인리히가 17살이 되어 가문의 자산 관리권을 돌려받았을 떼 재산은 한 푼도 줄지 않았으며 투자했던 천연 중수(重水) 광산에서 사고 발생해 마린도르프 백작가의 재산이 줄어들었을 정도였다.[5]
그렇게 병약한 몸으로 살아가던 하인리히는 영웅, 그 중에서도 다방면에서 업적을 세운 영웅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인리히는 조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자르 카르노,[6] 투그릴 벡을[7] 존경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인리히는 점점 비관적으로 변해갔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죽은 후 자신이 잊혀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누구는 아직 20대에 불과함에도 제독과 제국원수, 제국재상을 거쳐 끝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자신은 침대에서 자신이 있었다는 증거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을 하인리히는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하인리히는 어떻게든 살아있다는 증거를 역사에 남기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고 결심하여 지구교와 접촉, 황제 암살에 나서게 된다.
2.2. 큄멜 사건[편집]
라인하르트가 인류를 은하제국의 깃발 아래 두기 위해 장대한 원정을 떠난 사이 하인리히는 우주력 798년부터 지구교와 접촉하여 황제 암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엔그람 왕조가 탄생하자 하인리히는 백부 마린도르프 백작과 사촌누이 마린도르프 백작영애를 통해 황제가 자택으로 오도록 유도했다.
우주력 799년 7월 6일, 카이저는 십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큄멜 저택을 방문했다. 하인리히는 황제의 방문에 직접 나와 감사를 표했지만 안뜰로 들어가자 본색을 드러내어 안뜰 밑에 있는 지하실에 제플 입자를 가득 채워두었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그리고 황제와 수행원, 경호원들에게 폭탄이 터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했다. 힐다가 흐느끼자 하인리히는 힐다가 휘말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와서 힐다만 보내준다 해도 말을 듣지 않을테니 어쩔 수 없다고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제플입자를 가득 준비하고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해줘도 정작 라인하르트는 무덤덤하게 "즉위로부터 겨우 14일. 이렇게나 단명한 왕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8] 본의는 아니라 하나 이 한 가지로 역사에 이름이 남을지도 모르겠군. 불명예스러운 이름이지만 후세의 평가를 지금 신경 써도 소용이 없겠지. 마찬가지로 경이 짐을 죽일 이유도, 새삼 들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대가 뭔 마음으로 이런 짓을 하든지 말든지 알고 싶지도 않으니 마음대로 하게."라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서 큄멜이 오히려 놀랐다가 곧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느긋하게 미소 짓는 로엔그람과 대조적으로 분노로 일그러진 큄멜.
이를 본 힐데가르트는 '만약에 카이저께서 살려달라고 빌거나 겁먹었더라면 틀림없이 하인리히는 기폭장치를 내던지면서 천하의 제왕도 나에게 겁을 먹었다면서 이것만으로 만족한다. 기뻐했을 테지...하지만 카이저는 자존심을 목숨같이 여기는 분. 상대가 틀렸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싫은 놈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얻기위하여 군직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목숨이 아깝다고 살려달라며 하인리히의 명령에 따르는 건 이제까지 살아온 라인하르트의 사고방식, 나아가 죽은 키르히아이스와 약속까지 어기는 것이기에 라인하르트는 차라리 그냥 죽는 길을 골랐던 것이다.[9]
물론 슈트라이트나 키슬링은 '제발 폐하...생각을'이란 생각을 하며 간절하게 바라봤지만 OVA나 원작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아 하인리히에겐 작은 만족감도 주질 못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도 연이어 기침을 심하게 하며 몇 번이나 쓰러질 듯하다가 기회를 노리는 키슬링을 보며 기폭장치를 집어들고 멈추게 했다. 그리고 심한 기침과 같이 말했다.
그러니 키슬링은 멈춰서서 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상관인 슈트라이트가 "남작이 뭔가 말하게끔, 시간을 끌도록 하게. 섣불리 자극하지 말고." 라고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가만히 있어!"
잰 듯한 타이밍에 터져 나온 하인리히의 목소리는 크지도 강하지도 않았으나, 격정의 광맥이 공중에 드러나 키슬링의 폭발을 미연에 막기에 충분한 박력이 있었다.
"가만히 있어. 앞으로 몇 분이니까. 앞으로 몇 분만, 내 손에 우주를 쥐고 있게 해 줘."
키슬링은 도움을 청하듯 힐다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거에 대답해줄 수 없었다.
"바로 이 몇 분을 위해 나는 살아왔어. 아니, 그게 아니지, 죽지 않고 온 거야. 조금만 더, 죽지 않고 있게 해 줘."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64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딘의 지구교도 지부를 박살낸 케슬러의 명령으로 들이닥친 제국군 헌병들을 두고 대치하던 도중, 말없이 펜던트[10] 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걸[11] 호기심을 두고 그 펜던트를 보여달라고 한다.
그러자, 그동안 무표정에 느긋하던 라인하르트는 분노어린 얼굴로 반응하고 "이건 그대와 상관없으니 들어줄 수 없네!" 라는 말을 차겁게 했다. 이에 큄멜도 "여기의 지배자가 누군지 잊은 겁니까? 어서 보여주시죠!" 대응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절대로 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물론 키슬링과 슈트라이트는 "폐하!"를 연발하면서 창백해졌는데 예상과 달리(?) 큄멜은 강제로 펜던트를 빼앗으려고 덤벼들었다가 열 받은 라인하르트가 싸닥션을 날린 틈[12] 을 타 폭탄의 기폭 스위치를 떨어뜨렸다.
"하인리히, 넌 바보야......."
사촌동생의 연약한 몸을 지탱하며 힐다는 속삭였다. 그렇게나 명민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그녀가, 그때는 간신히 그 말만을 했을 뿐이었다. 하인리히는 웃었다. 바로 조금 전 보였던 악의에 가득 찬 웃음이 아니라, 죽음에 의해 표백되어가는, 거의 무구한 웃음이었다.
"난 무엇인가를 해내고 죽고 싶었어요. 아무리 나쁜 짓이라도, 바보 같은 짓이라도 좋았어요. 무언가를 해낸 다음 죽고 싶었어요...... 그뿐이었어요."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이할 정도로 또박또박, 하인리히는 아름다운 소년 같은 사촌누이에게 말했다. 그는 용서를 구하려도고 하지 않았으며, 힐다도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큄멜 남작 가문은 제 대에서 끝납니다. 제 병든 몸 때문이 아니라, 제 어리석음 때문에요. 제 병은 금세 잊히겠지만, 어리석음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겠지요."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72
큄멜은 아까같이 서늘한 얼굴과 반응을 보이던 거랑 달리 이제 아무 여한도 없다는 듯이 예전처럼 병약해도 순수한 듯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리고 슬퍼하는 힐데가르트를 뒤로 하고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나쁜 짓이라도 좋으니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어차피 말하던 대로 그 치료용 밀크를 먹는다 해도 결국은 곧 죽을 목숨이라 이 사건을 일으키기 전부터 계속 기침을 했고 얼굴빛도 창백해져 있었다.
그 뒤 라인하르트를 죽이려고 한 지구교도가[13] 테오도르 폰 뤼케에게 사살당하면서 유품을 보고 지구교의 음모라는게 알려진다. 사실 이미 지구교 오딘지부 소탕작전이 끝나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는 욥 트뤼니히트가 지구교 얘기를 꺼내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큄멜 저택에 있던 라인하르트 일행은 그걸 몰랐고 이걸 보고 지구교가 벌인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인리히가 친 사고 때문에 마린도르프 부녀가 큰 곤욕을 당할 뻔했다. 골덴바움 왕조의 관습대로라면 반역자는 연좌제가 적용되어 가족도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범인이 쓴 흉기도 처벌하겠느냐'라는 논리로 하인리히의 죄를 묻지 않고 친족인 마린도르프 백작가 역시 별다른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반역자의 친족이었으므로 당분간 근신했으나 라인하르트는 사건이 있고 며칠 뒤 두 사람의 복귀를 명하는 한편 앞으로 두 사람에게 큄멜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은 황명에 불복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명령해서 뒷말이 나올 여지까지 차단했다. 그래서 하인리히의 친족인 마린도르프 부녀와 하인리히 폰 큄멜 역시 큰 처벌 없이 넘어가게 된다. 본인이 죽기도 했고 당주가 없어진 가문이 폐문하는 선에서 넘어간 듯. 큄멜 저택을 비롯한 남은 재산들은 이전처럼 마린도르프 가문에서 관리하여 처분했을 것으로 보인다.[14]
하인리히 때문에 곤경을 겪었으나 힐다와 마린도르프 백작은 하인리히를 원망하지 않고 안타깝게 여겼다. 그리고 힐다는 아버지에게 큄멜이 라인하르트를 죽일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했으나 잘못하면 다 저 세상에 갔을지도 모르고 그 자리를 지켜본 지구교도가 있는걸 감안하면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하인리히의 심정을 비추어 추측하면 본인은 암살 시도 자체에 의의를 두고[15] 성공따위는 알바가 아니라는 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로엔그람 왕조의 중신인 마린도르프 부녀를 생각하면 그냥 실패로 끝나길 빌었을지도 모른다. 위에 말하던 대사나, 라인하르트가 당당하게 굴자 되려 실망과 분노의 기색을 띈 얼굴과 반응을 보면 그냥 쇼를 하면서 황제를 굴복시킨 잠깐의 시간을 목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라인하르트를 암살하기는 커녕 지구교의 종말을 앞당긴 인물이 되겠다. 하인리히로서는 지구교에 대한 신앙심을 일절 내비친 적은 없다.[16] 어차피 그에게 제플입자를 제공한 지구교 측도 그를 단지 소모품으로 봤을 뿐이기에 상당히 비뚤어진 인격으로 마지막을 다하던 하인리히는 자신을 이용한 지구교를 비웃으면서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큄멜 남작은 지구교 몰락의 그 시작을 알린 인물로도 기억될지도 모른다. 지구교 측도 어디까지나 그를 1회용 소모품으로 보았기에 대주교 드 빌리에는 " 큄멜 남작...... 그 쓸모없는 놈. 무엇 때문에 살고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원."라고 중얼거려 같잖게 대했음을 보여줬다.
3. 여담[편집]
힐다의 소개로 에르네스트 메크링거와도 만난 적이 있었다. '예술가 제독'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메크링거가 당시 다재다능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심취했던 큄멜에게 가장 적합한 인물일 것이란 이유였는데, 이후로도 관계가 계속됐는지 여부는 불명. 어쨌든 메크링거는 큄멜과 같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대개 대리만족을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애니나 원작에서는 다재다능한 인물들을 무척 존경해오던 큄멜 남작이 그러한 다재다능한 인물인 메크링거와 만날 때 무척 기뻐하며 메크링거의 경력까지 모두 꿰고 있어서, 메크링거도 이렇게 알아주다니 쑥쓰럽다고 말했다. 당연히 회화, 음악, 시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서 군인으로서도 매우 유능한 메크링거를 잘 알았기에 이렇게 만나서 영광이라고 무척 좋아했다. 메크링거도 자기를 존경한다는 큄멜 남작에 대하여 미소와 같이 여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남작이 이런 사고를 저지르고 죽은 후 힐다는 물론 메크링거도 남작을 안타깝게 여기며 회상했다고 한다.
DNT에서는 그저 창백한 안색의 청년이었던 과거 OVA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머리숱도 적고 빼빼 말라 정말로 당장 죽을 것 같은 사실상 시체와 같은 외모로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