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평역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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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1988년 출간한 소설가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연의. 모종강본을 평역한 삼국지이며, 이하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평역소설로는 심각하게 하자가 많은 소설이지만 문학적으로는 이문열의 글솜씨로 크게 성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1990년대에 불티나게 팔리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1위를 기록했다.[1] 리즈 시절에는 이문열에 들어오는 인세가 그 당시 돈으로 한 달에 200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인세 중 대부분이 이 삼국지로부터 나온 것. 한동안 삼국지 인세로 생활비를 해결했다고 한다.
2020년 민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알에이치코리아와 계약을 하여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 ▼
2. 특징[편집]
우리나라의 삼국지 중에서 김구용 선생의 삼국지는 거의 대역(對譯)이 가능할 만큼 충실히 모본을 따랐고, 월탄삼국지는 대강 의역한 듯 싶다.
따라서 판본을 모종강본으로 결정하자 이내 번역 방식에 문제가 생겼다. 그대로 번역만 한다면 약간 문장이 현대적이 되고 본질적으로 앞서 말한 두 삼국지와 다를 바가 없고, 따라서 쓸데없는 노력의 중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 다음에 참고로 떠오른 것이 일본의 요시카와 에이지나 진순신의 방식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나는 몇 가지 방식을 절충하기로 했다. 전체의 구도는 모본을 따르되, 시와 평문(評文)은 가감하거나 내 자신의 것으로 대체하고, 필요한 곳은 변형, 재구성한다는 것이었다.
-구판(민음사판) 1권, '삼국지를 평역하면서'
구판 작가의 말 ▼
전체적으로는 모종강을 따라가되 이문열의 스타일에 맞게 개작되었다.[2]
현대소설의 문체로 번역을 했고, 중간 중간에 작가의 생각을 많이 덧붙여서 만들어졌다. 문체가 매끄러워서 현대소설을 읽는 감각으로 미려한 표현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문체면에서만큼은 평역 삼국지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문열 자체가 맛깔나게 글을 잘 쓰는 데다가, 특유의 호흡과 문체가 이런 류의 군담소설 내지는 역사소설과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황제를 위하여"가 삼국지와 가장 호흡이 비슷하다.[3] 따라서 굳이 원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좋은 소설인건 맞지만 좋은 '평역' 소설은 절대 아니다. 평역의 핵심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게 중요한데 이문열 삼국지는 이부분에서 매우 심각한 오류와 논리적 비약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후술할 평가 부분 단락을 참조하자.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만족해서 본래의 삼국지연의도 이렇구나, 라고 도매금으로 여기거나 아예 그 이상의 관심을 끊고 찾아서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역사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연의가 아니라 아예 사서를 챙겨 봐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일단 공식 출판된 사서 번역본이 있기는 하나 문제가 참으로 많다. 김원중 문서 참조. 이외에도 파성넷에서 정사 번역을 올려 놓았고, 실제 한국 삼국지 팬덤에서도 이 번역본을 중심으로 기타 부수자료(자치통감 등)와 함께 정사를 얘기한다. 한학을 어느 정도 배운 팬들의 경우 본인이 직접 원문을 번역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원문을 보는 것이야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번역본을 만드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즉, 기본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번역에 신중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한문 번역이니만큼, 박사급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번역한 것은 기본적으로 신뢰도의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문열이 이 작품을 연재할 때만 해도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중국 방문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2000년대와 달리 삼국지 팬덤도 두텁지 않았으며 자치통감 등의 사서도 대만을 통해서 한문 원본을 구해야 했다. 모종강본 연의를 직접 번역했던 과거 문단 선배들이나 일어중역을 참고한 이들과 이문열은 중화권의 자료를 섭렵하려고 했던 노력은 가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문열이 한문이 아닌 중국어로 된 대만의 2차 연구자료를 해독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안 되었을 것이고, 1980년대라면 중국에 갔어도 어차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가도 있다. 중국에선 "황건기의" 등 민중주의적 스타일의 해석이 농후했고, 유비대신 조조 덕질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레닌 사관 때문에, 구체제를 존속시키려고 한 유비가 상당히 비판받았다. 문화대혁명 시절 비림비공운동(공자와 린뱌오 비판하는 운동)으로 이 경향은 더욱 심해졌고, 사인방이 몰락한 후 이런 경향은 조금 사그라들지만, 조조는 확실히 재평가되었다.
이문열 옹호측은 어차피 나관중 창작의 삼국연의가 역사서도 아닐 뿐더러 현대에 재창작한 역사소설이 딱히 실제 사실에 딱 맞아야 하는 것이 작품성의 기준도 아니며, 어차피 이들의 비판의 근거는 자신들의 팬덤내의 컨센서스이지 학문적 엄밀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논거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문열은 순수하게 소설을 쓴게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평가하는 평역 소설을 쓴것이다. 따라서 평역의 기반이 되는 논리가 맞아야 하는데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는 논리적 비약이나 자료의 오류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다.[4] 그리고 연의와 비교해 정사에서는 이러이러하다고 소개하는 부분에서도 오류가 많다는 점도 비판을 받는다. 정사에 버젓이 나오는 내용을 정사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거짓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것은 역사왜곡이지 소설의 영역이 아니다. -- 나관중 연의나 이전의 평화삼국지처럼 무협 판타지로 썼으면 이런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삼국지를 전공한 중문학자 정원기 교수는, 본문에 충실한 번역이 없었었던 걸 아쉬워하면서도 황석영 삼국지보다 이문열 삼국지를 오히려 더 높이 평가했다. 다만 아래 평가내용을 보면, 독자의 관점에서 이문열 삼국지가 내용적으로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니라, 학자의 관점에서 황석영 삼국지의 번역방식에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흥미도나 소설 구상 면에서 평가하면 이문열이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원문 번역에서 오역한 부분이 많아서 어느 중국 교포가 무려 1천 군데가 넘는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인명인 '예양(豫讓)'을 지명으로 오역하는 식이다. 이런 걸출한 작가의 번안본이 나오기 전 제대로 된 정역본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 백화문 원문을 기준으로 적벽대전 부분인 43~50회 내용을 집중 검토한 결과 황씨의 삼국지는 중국 옌볜인민출판사의 '삼국연의'와 동일 오류가 반복되고 문장 흐름도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그 문제를 두고 모 일간지에서 반론·재반론을 거듭하다가 황석영씨 측에서 감정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토론을 중지하고 말았다.[5]
그만한 대형작가라면 이문열이나 장정일처럼 번안본을 내는 게 더 당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출처
2.1. 서술 기법[편집]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독자의 흥을 깨겠지만, 잠시 언급할 게 있다. 여기서 ~(이)란 인물은 ~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이)라고 부른다. 이 ~에 대해 후대 역사가들은 이것을 ~(이)라고 해서..." 같은 식으로 글의 흐름을 갑자기 끊고 포커스를 무대 바깥으로 돌려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는 기법을 자주 구사하였다.
이 평역 방식이 독자들의 교양주의를 자극했기 때문에, 이문열 특유의 능수능란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시너지 효과를 보여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데 일조하였다. 이런 류의 서술의 원조 격은 일본 역사소설계의 신기원을 이룬 시바 료타로인데, 이문열도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법을 《삼국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구사하였다.
이 서술 기법에 대해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린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독서물의 이름은 애초에 '이문열 번역 삼국지'가 아니라 '이문열 평역 삼국지'다. 즉 이 소설은 현대소설로서 이문열이 삼국지연의를 읽고 번역하고 자신의 논평을 싣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평역임을 밝혔으니 독자는 이 기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 기법이 맘에 든다/재미없다는 당연히 독자의 몫이지만, 평역 삼국지임을 밝혔는데도 이 기법을 왜 한 것이냐 식의 비판은 통하지 않는다.
2.2. 조조에 대한 긍정적 시각[편집]
이문열에게서 보이는 일관적인 주제 의식은 영웅주의와 상황윤리이다. 쉽게 말해 영웅이 뒤집힌 세상을 구하며, 이 와중에서 그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실수나 무리수는 그 결과 (회복된 질서나 평화)가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문열의 영웅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모든 작품을 통틀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에서의 '엄석대'이다. 엄석대는 폭력으로 학급내 질서를 바로잡고 혼란을 막고 있지만, 착한 인물은 절대 아니며, 그 폭력으로 유지되는 질서 속에서 상당하게 사익을 챙기고 있다. 서울에서 전학온 한병태는 이런 엄석대의 악행을 참지 못하고 담임에게 계속 일러바치지만, 담임은 오히려 엄석대를 옹호하면서, 서울의 학생들처럼 개개인이 똑똑하면 엄석대식의 관리는 필요 없지만, 시골 학생들은 멍청하기 때문에 엄석대식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엄석대는 새로온 담임선생에게 그 악행이 덜미를 잡혀 학교에서 쫓겨나지만, 엄석대가 사라진 이후 중학교 입시철(가을)까지 학급은 혼란과 무질서로 점철되었으며, 자신은 냉소적으로 바라봤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한병태는 엄석대가 질서의 이면에서 저지르는 비리나 악행을 개인적으로 혐오하면서도 결국은 이렇게 유지되는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데, 이는 이문열 개인의 견해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논리로 이문열은 한국의 귄워주의 정권을 지지했고 이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바 있다. 이런 논리를 가지면 당연히 폭력으로 질서를 잡은 조조는 삼국지의 중심인물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반대하는 유비는 주변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촉한정통론을 깔고 있는 삼국지연의임에도 불구하고 촉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위나라 중심, 조조 중심의 서술을 한다.
이를 두고 일부 독자들은 우려와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필이면 권위주의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현대 작가가, 쿠데타에 성공한 군벌이었던 조조를 당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서주대힉살마저 저지른 조조라는 인물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 서주대학살과 전두환의 광주학살을 똑같은 군벌의 민중학살로 분류하고,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보수정권들이 하나같이 역사왜곡에 큰 힘을 들였던 것을 기억하면, 놀랄만치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조조 재평가에 기본이 되는 근거들, 민심은 통제되지만 전쟁이 줄어들어 나아진 민중의 삶이나 강력한 군벌의 힘으로 후한의 혼란이 진정되었다는 논리는 과거 군사독재정부가 내세웠던 명분들과 너무나 유사하다.
즉, 이 평역 삼국지를 통해 작가와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언제나 국민(백성)들의 민심과 여론에 신경 쓰던 유비 세력은 이 작가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러한 점을 눈치챈 독자들은, 이러한 의도를 나쁘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과거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었던 그리고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현대에 조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연의 혹은 이문열 소설 속)유비 세력이 이미 문제가 확실히 드러나 망해버린 한나라의 문제점을 고칠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옛 것으로 돌아가겠다는 대안 없는 복고주의에 현대인들이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유비 세력이 이러한 점에 신경을 썼다면, 조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확실히 줄었겠지만, 두 세력 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봐서는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나니, 자신이 우선하는 가치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 것이다. 정권을 잡은 높으신 분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학살 당할 수도 있지만, 먹고 살기 좋아졌으니 자유나 언론 정도는 좀 희생 당해도 괜찮다는 쪽은 조조를, 복고주의가 맘에 안 들긴 하지만,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학살을 방조하거나, 독재만큼은 죽어도 싫다는 쪽은 유비를 선호하는 것.
그리고 조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현대의 한중일 삼국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삼국지 평역작이나 2차창작물에서 나타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삼국지의 배경을 이루는 유교적 세계관이 20세기 들어 완전히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7권 말미 조조의 한중 정벌 부분에서 조조가 장로를 배반한 양송을 처형하는 대목에서, '조조는 일개 군웅에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욕심에 눈에 멀어 주인을 배신한 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라고 작가는 칭찬한다.[6] 그런데 7권 맨 끝 부분, 조조가 경기 등의 거사날 문 밖으로 나온 백관들을 처형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 일색이다. 일부러 사람이 무른 왕필을 임명해 놓고 함정 수사라며 조조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건 견강부회. 끼워 맞추기 해석이다. 조조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없다.
다만 조조를 마냥 높게 띄워주지만은 않는다. 이를테면 주불의를 언급하며 조조가 냉혹하고 잔인하다는 건 인정하며 헌제의 아이를 임신한 동귀비를 죽인 것만은 지나친 잔혹의 열정에 사로잡힌, 지나친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8권에서 유비가 한중왕으로 오르는 일을 서술할 때에도 지나친 조조 찬양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며 조조가 세운 체제가 한나라의 무능과 오점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말하는 등 조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유현덕의 경우에도, 장사 태수 한현을 죽이고 황충을 구한 위연 - 제갈공명이 위연을 반골이라 하여 죽이라고 했지만, 장사 공격 바로 직전에 무릉태수 금선을 배신한 부하 공지가 무사하고 칭찬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우리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다 나중의 끼워맞추기식이다. 난세에 주인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주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전 주인에게 해를 입히느냐 마느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7]
여포는 동탁에게 의지했다가 수차례 주인을 바꾸면서 이전 주인을 죽였다. 서황, 장합 등은 그냥 투항했다. 뭐 대략 이런 차이다.
서문에 쓰기를, 이문열 본인은 조조를 주인공으로 삼국지를 쓸 구상을 처음에는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차 대만에 방문했을 때 대만의 교수가 "조조 재평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촉한 정통론'과 '관우'를 깎아내리면 그건 삼국지연의가 아니라 삼국지를 베이스로 한 다른 소설일 뿐이다" 라고 말한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아[8] 기본적으로는 촉한정통론에 기초한 삼국지연의로 노선을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촉, 위, 오에 각각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는 하지만 유독 조조에 대한 찬양이 강하다. 이 책이 나오던 시점에서 조조는 전형적인 간웅, 악당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왔는데,[9] 이는 나름 굉장한 혁신으로서 한국에서 "조조 재평가"을 널리 알린 공헌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문열 삼국지의 판매권수를 감안한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한국에서 위빠, 혹은 조조빠가 많은 것에도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역할이 적지 않은 편으로 어느 정도의 중립성은 지키고 싶었는지 유비에 대해서도 대놓고 나쁘게 쓰지는 않지만 조조의 과오는 생략하거나 옹호하는 한편으로[10] 유비에 대해서 효웅으로써의 측면을 강조했다.[11]
유비(유현덕)에 대해서는 인덕이 있으나 내심 야심을 품고 있는 다소 비열한 효웅으로 묘사하며, 실제로 한조를 뒤엎다시피한 조조에 대해서는 젊은 날에는 충의를 가졌으나 한조에 실망해서 허자장의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이란 평가를 듣고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옹호가 작중에서 몇 번인가 나온다.
이는 이문열이 일관적으로 권위주의 정권,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등의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이문열이 체제를 조금 개혁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자였던 조조를 옹호하는 조빠라는 사실은 딱히 이상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게 사실. 그래서 조조가 이 작품에서 상당히 복권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 작품의 문제점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 이것 역시도 작가의 하나의 관점으로 볼 수 있으니깐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어려 번역이 존재하는 작품은 번역자의 성향이 강하게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만약에 박종화본처럼 이문열이 그냥 대역수준으로 번역했다면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그렇게 히트를 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21세기에 이문열 삼국지는 그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21세기 들어서 삼국지 미디어들이 쇠퇴로 삼국시 시대의 관심은 광범위한 인기에서 소위 매니아로 불리는 전문화된 소수의 문화로 축소되어 갔는데 그 과정에서 삼국지 팬들이 연의등 소설 중심에서 벗어나 정사 삼국지나 자치통감같은 좀 더 정식 역사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런 수요와 적절하게 맞춰 삼국시대 정사기록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 어린시절 접했던 이문열 삼국지와 많은부분이 상충됨을 확인하게 되고 특히 조조를 옹호하는 부분에서 이문열이 정사인거 마냥 평역한 부분들 상당수가 역사서에 없거나 이문열이 왜곡한 부분이 많은것을 보게되면서 이문열 삼국지가 평역소설로서 심각한 오류가 많은 소설임이 확인되어 이문열 삼국지는 입문서로도 쓰기 어렵다는 평가가 강하다.
다만 촉까는 아니었는지 촉의 인물들 중 절대적 충성심을 보여준 이들에 대해서는 표현이 나쁘지 않다. 촉한의 인물들은 소위 '닥치고 충성'하는 보수주의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적 성향의 작가가 이들을 나쁘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12] 어디까지나 작가의 목표는 한국에서 쿠데타로 등장한 권위주의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서, 똑같이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조조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수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3. 비판[편집]
3.1. 개요[편집]
이 책은 출판당시 (1990년대 초반) 대학별 본고사가 도입되었고,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마케팅이 있었지만, 사실 이건 그냥 단순한 광고카피일 뿐이다. 이문열의 문학적 재능은 대단하지만, 특히 그가 쓴 정치평론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었다.[13] 본인도 이런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 크게 욕을 먹은지라 2010년대 이후로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거나 발언을 하는 것을 매우 삼간 것을 보면, 이 책에 간간히 나오는 작가의 견해나 논리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별로 근거가 없다.
일부 삼덕들은 이 책이 입문서라고 평한다. 그들의 견해에 의하면 이 책은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고, 같은 분야의 다른 책들로 잘 전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의 접근으로만 좋은 것일 뿐, 삼국지를 진지하게 고찰할 만한 책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문열은 한학자나 역사가가 아니라 여러 해석에 문제점을 보이기도 한다.
책 내용으로 보면 상당히 무책임하다. 적어도 정사와 연의를 토대로 쓴 것이니만큼 흥미 본위로만 읽을 수도 없는 것으로,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작가가 너무 자기 식대로 사료를 곡해하고 아전인수하는 부분이 많다.
1990년 청년사에서 리동혁이 쓴 '정본삼국지'를 내면서 이문열 삼국지를 가리켜 '너무 현대적인 해석에 치우쳐 고전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라고 깠다.
3.2. 용두사미[편집]
삼국지 개역이 거의 그렇듯이, 1권 전반에는 작가가 창작한 스토리(상산초옹, 장독목 등)가 많이 있지만 후반에는 별로 없다. 이를테면 우리가 아는 도원결의 대신 나무를 보면서 새로운 시대를 구상하는 유비나 스승과 함께 나오는 조운이나, 거의 유협격으로 등장하는 유관장 형제들의 모습, 조조가 지방관으로 돌아온 원소, 원술과 만나서 백성들의 참상를 논하는 일화. 이 부분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데 특히 나무를 보고 새로운 시대를 다짐하는 유비의 모습은 유비의 야망과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뭐, 도원결의는 원작의 분위기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알려진 스토리를 충실히 유지하다보니 용두사미가 된다. 아마도 처음에는 이문열 자신이 삼국지를 완전히 재창작을 하려 했으나, 귀찮아서인지 혹은 시간상 재구상이 어려웠는지[14] 그랬었던 듯. 꽤 무성의하게 느껴지기조차 한다. 특히 후반부의 생략은 꽤나 심각한 수준인데, 문앙의 경우 존재만 언급되고 활약이 아예 잘려있다든지, 원본 연의에서는 강유와 궁술 싸움을 하다 당한 곽회의 죽음을 "강유는 퇴각하다 운좋게 곽회를 잡아죽여 위신은 세웠다" 는 한 마디로 날림처리해버리기도 했다. 이문열은 이에 대해 다른 삼국지는 제갈량 사후 분량을 전체의 1/7이나 되게 넣었는데, 자신은 이 지루한 분량을 축소하여 더 재밌게 재구성했다고 자화자찬한다.[15]
어떤 장면에서는 삼국지에 다른 중국고사를 슬쩍 치환해 넣기도 한다. 가령 "글은 이름 석자만 쓸 줄 알면 됩니다."는 손견과 손책의 일화는 사실 항우의 일화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의 일화를 아는 독자에게는 갑자기 김새는 장면이라고 할까.
3.3. 내용 오류 문제[편집]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잘못 표기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적은 제갈량 사후 부분을 더 줄이면서 제갈량의 사망 연도를 232년, 서진의 천하통일을 282년이라고 했는데 각각 234년, 280년이 맞다. 이 오류는 2020년에 판권이 민음사에서 알에이치코리아로 넘어간 뒤에도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소설 사이사이에 붙여둔 작가의 독자적인 해설은 대체로 자료가 없던 시절에 작가가 통박으로 때려맞춘 것이 대부분이므로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사 삼국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당시 정사 번역이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인지 지금 보면 오류가 수두룩하다. 당시 중국과 수교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만에 가서 각 판본을 섭렵하는등 자료를 찾아본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나 각 판본의 차이는 나관중 원저의 마이너 체인지에 불과하므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문열 자신도 그렇게 말한다.) 그가 가끔 인용하는 정사 삼국지는 전문 연구자도 읽는 게 어렵기 짝이 없는 물건인 데다가 중어중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인기 작가인 이문열이 꼼꼼히 찾아볼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해 볼 만하다.
현대에 쓰인 2차 연구의 경우는 일본어 자료라면 집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문열이 현대 중국어로 쓰인 대만 측 2차 자료의 해독이 가능한지는 의문이기 때문에, 이문열의 대만행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을 것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노력했다" 정도. 나관중의 연의 원문인 백화문은 한문과 중국어를 둘다 공부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정사 삼국지는 문장의 난이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연의와 기사를 대조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요즘처럼 간편하게 시간이나 표제어로 원문을 검색해 볼 수 있던 시절이 아니다.
후반부에 가면 작가의 무성의가 두드러지는데, 허유를 죽인 게 허저가 아니라 장료라고 하지 않나, 나이가 더 많은 장포가 관흥에게 형이라고 하지 않나.[16][17] 제환공과 진문공을 혼동하기도 한다. 또한 마초가 조조를 급습했을 때 허저가 안장을 들어 화살을 막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정사에서는 허저가 아닌 장합이라고 써놓았는데 정사에서도 허저가 맞는다. 그리고 관구검과 무구검 두 가지 표기가 다 나오지 않나... 후반부를 보다보면 초반부를 쓴 작가 본인이 썼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류투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부분은 관우와 제갈량의 관계를 표현한 부분인데 6권 적벽대전 이후 화용도에서 관우가 조조를 놓아준 일은 정사에 나오지 않으므로 이것으로 둘의 관계가 나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지다라고 평해놓고 8권에서 관우가 사망하는 장면에서 화용도 사건 이후 유비 군영의 2인자였던 관우와 제갈량의 상하관계가 뒤집혔고 이로 인해 감정에 응어리가 생겼다라고 스스로 억지라고 말한 주장을 번복했다.
소설로서의 삼국지연의와 정사로서의 삼국지를 헷갈리고 무리한 비약을 해놓은 경우도 있다. 가령 서서가 유비의 참모로 들어와 조인의 팔문금쇄진을 격파하는 장면을 고대의 전투가 개인과 개인의 싸움에서 병력과 병력의 전법 싸움으로 도약하는 큰 의의가 있는 장면이라고 서술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미 삼국지 시절에 고대 전투의 병법은 완성된지 오래고[18] 연의에서 개인과 개인이 접전을 벌이는 장면은 단지 군담소설의 재미를 위해 추가된 창작일 뿐이다. 팔문금쇄진이나 일기토나 다 창작의 영역에서 비롯된 내용일 뿐인데 이를 이용해 고대의 전투에 대해 논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뿐만 아니라 유비가 배신의 명수임을 말하면서 여포와 비교하는 서술을 하기도 하는데[19] 유비는 유장을 팽한 것을 제외하곤 딱히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 데다, 여포는 정원, 동탁을 연달아 죽이고 몰래 유비의 세력을 송두리째 뺏는 등 확실한 배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무리한 비교라고 할 수 있다.[20][21] , 위의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원소와 반목하고 원술의 통수를 여러 번 쳤고[22] 장양의 휘하에서도 원소가 편지를 보내자 스스로 의심하여 도망쳤다.[23]
또한 서량 전쟁의 결과를 서술하면서 마등을 드는데 마등이 조조에게 살해되었다는 건 정사에 없다고 서술하고 중앙에 입조하여 편하게 일생을 보낸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며 마등 일가는 죽은 시기가 서량전쟁 이후로 서술되어있을 뿐이지 정사에서도 조조에게 참살당하며 생을 마감했다. 조조가 마등 일가를 멸족한 것은 후한서 헌제기 등 다른 정사에서도 나온다. 만화판에서는 개정하여 마대 빼고 다 죽은 걸로 수정되었다.
조운에 대한 나이 설정도 문제다. 처음 등장할 때 소년장수라고 표현했으면서[24] 제갈량의 북벌 때 70이 넘은 유비보다도 나이가 많은 인물로 나온다. 단 이는 이문열 삼국지에만 있는 내용이 아니라 중국 원서에도 나오는 오류이므로 이문열 삼국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우의 수술 장면 또한 오류가 있다. 이문열은 관우전은 물론 화타전에도 수술을 한 기록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화타가 집도의가 아니었고 바둑을 둔 게 아니라 담소를 나누었다 정도의 차이점만이 있을 뿐 어깨를 수술한 기록 자체는 관우전에 떡하니 나와있다. 그것도 배송지가 추가한 배주가 아니라 진수가 쓴 본전에 당당하게 기록되어 있다.
여하튼 이 이문열판 삼국지의 많은 오류들로 인해, 보다 못한 삼국지 마니아 중 하나인 본삼국지의 저자 리동혁이 이런 오류들을 까는 삼국지가 울고있네란 책을 쓰기도 했다. 아마 이 여러 문제점은 처음 집필했을 때와는 달리 이문열 본인이 나이가 들어서(또는 그 이유 때문에 별 개의치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3.4. 자의적 인용의 오류 문제[편집]
소설 전반적으로 조조에 대해서는 정사를 근거로 쉴드치면서 유비에 대해서는 연의를 근거로 비난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인다. 가령 유비의 자주 우는 모습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정사의 유비는 울보에 유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카리스마가 있는 군주였다.
이런 경향은 제갈량에 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정사가 아닌 소설상에서만 등장하는 제갈량의 활약에 대해서는 "정사에는 없는 이야기고, 제갈량은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다."고 폄훼하면서, 정작 정사가 아닌 소설상에서만 나타나는 제갈량에 대한 '의혹'[25] 에 대해서는 "역시나 제갈량은 그렇고 그런 인물이었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26] 반대로 조조의 경우 정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서주대학살 같은 사건은 일말의 설명도 없고 연의 내용도 대부분 삭제되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해석.
웃긴 점은 관우가 죽는 부분의 묘사를 하면서, 제갈량의 지략이 그렇게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우를 죽게 만든 것은 제갈량의 2인자에 대한 질투다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나중에 제갈량이 뛰어나게 묘사되는 장면이 나오면 ‘이건 허구다.’ 라고 단정을 짓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이다. 육손을 죽게 할 뻔한 팔진도는 그냥 별 거 없다는 식으로 제갈량 거품설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으나 실제로는 당연히 연의에서 묘사된 마법 수준의 전술이 아닐 뿐, 매우 높이 평가받았고 실전성도 뛰어났던 전술이 맞다. 도리어 이문열이야말로 제갈량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만 증명한 사례.
한 마디로, 악의적으로 해석할 때는 유능한 인물로 묘사하지만 깎아내릴 때는 소설의 과장으로 치부해버리는 이중적인 잣대가 너무 흔하게 나온다.
3.5. 심리묘사 문제[편집]
문체가 현대소설화 되었는데, 그래서 본래 고전소설인 삼국지연의의 의도를 크게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특히 인물의 심리묘사가 그러한데 삼국지연의는 고전소설인 만큼 심리묘사라고 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데 비해 이 소설은 상당히 심리묘사가 풍부하다.[27]
이것은 원전에는 없는 심리묘사를 작가 자신이 붙여놓은 것인데 이 부분에서 원작이 의도한 것과 묘사 자체가 달라져버린 것이 많다. 사실 정사 운운보다는 이 부분이 더 큰 문제다. 운을 끊는 부분이야 독자가 보고 다른 자료를 찾아서 보충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버리면 연의와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개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전혀 다르게 풀어냈거나, 잘못된 방향의 해석을 고정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삼국지연의 인물들은 본질적으로 무심(無心)이며 언행이 완전하게 일치되어 있다. 이는 영웅호걸이든, 잡스러운 소인배든 다를 바가 없다. 생각보다 마음이 먼저 나가며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하나같이 신념이 뼈와 하나가 되어 있으며 뒤에서 꿍꿍이를 꾸미는 잡스러운 소인배들조차 본질적으로 무심하다. 계획을 꾸미는 것도 모두 무심하다. "잡스러운 소인배들"을 포함한 삼국지연의 속 모든 인물은 본질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현대에는 재창조된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지만, 삼국지연의는 본질적으로 고전소설이다. 입체적인 인물상을 의도하고 그에 맞게 묘사를 넣을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세 영웅이 여포와 싸우다."라는 대목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유비가 유비, 관우, 장비 세 명 중 가장 약하다."는 묘사를 넣었지만, 본래 삼국지연의에서는 이 장면에서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묘사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왜곡으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뭐 그래도 이 상황에서의 묘사는 정황상 대부분의 독자들이 보기에 유비가 제일 약한 게 맞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되긴 한다. 여담이지만 고우영 화백은 본인이 그린 만화 삼국지에서 이 장면에 (여포, 관우, 장비 세 명의 호걸이 싸우는데) 쬬다[* 쪼다가 아니다. 원문에 쬬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유비가 예술을 깨뜨렸다라고까지 적어놨다.
3.5.1. 반론[편집]
위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18세기 이후 현대소설이 내면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내면이 드러나지 않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현대소설은 고전소설과는 완연히 달라졌다. 이문열 삼국지가 <삼국지연의> 현대식으로 재구성한 평역 삼국지인데, 윗 글의 주장처럼 그렇게 고대소설인 삼국지연의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으려면, 정말 옛날 식으로 원전을 해석하고, <논어>나 <맹자> 같은 고전이 흔히 하는 방식대로 주석을 달아야 하는 것인가? 현대소설임을 감안한다면 내면 묘사가 있는 게 전혀 문제될 필요가 없다.
삼국지연의 자체가 사서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니만큼 소설을 표방하는 한 연의 원전에 지나치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삼국지연의 원전의 고수를 걸고 넘어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의 삼국지 관련 매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윗 글에서는 현대 소설과 고전 소설의 차이를 다소 어설프게 짚어 두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비판의 여지가 많다. 이문열 삼국지 말고도 황석영이나 박종화 등등 거의 모든 삼국지 관련 독서물들은 내면 심리 묘사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고전 시대와 현대 시대의 소설 문법이 다른데, 어떻게 심리 묘사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나? 이 문제는 이문열 삼국지를 포함한 현대의 모든 삼국지 관련 독서물들이 다 안고 있다. 이문열 삼국지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사실 고대소설을 평역하는 과정에서 현대적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므로, '심리묘사를 넣었다' 부분 비판하기 힘들다. 본인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리묘사를 넣어서 문제인 것이지.
4. 만화판[편집]
이 이문열판을 기초로 만화가 이희재가 아동용 만화 삼국지를 그리기도 했다. 펜선까지는 이희재 본인이 손수 맡았고, 채색은 다른 어시스턴트들이 담당했다. 하후무/기타 창작물 문서에 있는 "나도 병법은 알 만큼 아오."라는 장면도 이 이희재 만화판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 만화체에 가까운 화풍이지만, 주요 전투씬이나 인물들의 사망씬에서는 그야말로 극화체 뺨치는 진중한 화력을 자랑한다.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이라 참수되는 장면이나 하후돈이 예기(銳器)로 스스로 눈알을 찍어 뽑는 장면도 그대로 나온다.[28] 특히 8권 이후, 유비 삼형제가 죽음을 앞둔 무렵에는 작화가 점점 발전해서 실사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한 특징으로, 전권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장수해서 오래 출연하는 인물들의 노화가 아주 꼼꼼히 묘사되어 있다. 처음에는 새파랗게 젊던 인물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수염이 자라고, 주름이 지고, 머리가 허옇게 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에까지 가면 얼굴은 반쪽에 낯빛은 창백해지며 수염과 머리가 완전히 세 버린 모습이 '아, 이제 이 사람은 죽겠구나'라는 걸 쉽게 눈치를 채게 만든다.
의상 면에서는 하후무의 관복이라든가, 강유와 제갈량의 복장 처럼 84부작 삼국지의 의상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장면도 제법 있다. 좀 묘한 점이라면 중반부 이후로 거의 공명이라고만 불리는 제갈량이나 조운이란 이름은 딱 한 번 나오는 조자룡, 조조 정도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의 자를 들을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또 여타 많은 삼국지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제갈량 사후의 일만큼은 챕터 하나로 압축되어 줄거리 식으로 대강 지나간다. 위군이 성도로 쳐들어오기 직전까지 가자 더는 버틸 수가 없게 된 유선이 항복을 결정하고, 5남 유심은 이에 반대하다가 쫓겨나 슬피 울며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기도 유비의 사당에서 자결하는 부분 정도만이 세세히 그려졌다. 비록 작화력은 마지막까지 죽지 않았지만 특히 마지막에 석양이 지는 배경을 중심으로 여태까지 출연했던 주요 캐릭터들이 희미하게 그려진 장면은 여운이 크게 남을 정도.
글 작가인 이문열이 보수주의자로, 그림 작가인 이희재는 진보주의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을 접한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내용 면에서는 어린이 대상 만화답게 정치색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분량 상 삭제된 부분 외에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묘사된 인물상과 줄거리를 거의 변형 없이 만화화했다. 이문열 평역에 등장한 목차의 이름이 그대로 만화의 한 챕터의 이름으로 쓰였고, 대신 어린이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몇몇 호칭을 이름으로 바꿔놓은(익덕 → 장비, 운장 → 관우, 오주 → 손권 etc.) 정도의 수정만이 가해졌다.
여담으로, 만화라서 그런지 군데군데 개그와 웃긴 장면이 많다.
- 2권에서 유표군이 손견에게 화살을 듬뿍 쳐날려대는데 그중 하나가 손견군 졸병의 항문에 맞는 거라든지[29] , 그 유표군이 날린 화살을 손견군이 주워서 다시 날려주는 바람에 병사 한 명이 "어제 내가 날린 화살이 오늘 내 머리에 꽂힐 줄이야!"라고 한다. 또 원소가 기주를 차지하는 장면에서는 한복이 기겁하며 공손찬이 날 잡아먹는다고 SOS까지 외치고 다음 장면에서 원소가 한복을 걷어차며 기주를 먹어버린다.
대상이 달랐지만 결국 잡아먹혔다.가후가 여포를 멧돼지에 비유하자 여포가 진짜로 화를 씩씩 내는 멧돼지가 되어 적토마에 타고 있는 장면도 있고, 아니면 손견군과 유표군이 붙을 때 황조가 "강동의 도둑놈들이 여기까지 오느라 간이 땡땡하게 부었겠구나!"라고 한다든가 손견군이 "유표의 목을 잘라 옥새 받침대로 쓰자!"라고 한다.
- 9권에서 유비가 죽고 촉과 오가 동맹을 맺기 위해 제갈량이 등지를 오나라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등지가 손권에게 일갈을 하고 옷통을 벗은 뒤 기름솥으로 다이빙(?)을 하려고 하자[30][31] 손권이 "스톱!!!"
예?이라는 그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영어[32] 대사와 함께 등지의 다리를 붙잡아서 넘어트린다. 당연히 등지의 얼굴을 만신창이가 되고 손권은 땀을 흘리며 웃으면서 대충 사과한다.
- 3권에서 손책VS태사자에서는 엎치락 뒤치락 싸우다가 둘 다 지친 상태에서 태사자가 "새끼 호랑이 쯤은 맨주먹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식으로 주먹질을 날리자 손책이 "흥! 갓난 아기 주먹이로군!"이라고 맞받아친다든가[33] 유비가 손부인과의 혼담에서 고구려산 호피, 꿀떡, 시베리아 직수입 아이스께끼를 교국로에게 선물로 준다든지.[34]
- 4권에서 장비가 유대를 잡아들인 장면에서는 유대가 도망친 곳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장비가 유대를 직접 잡고는[35] 포로가 되어 꽁꽁 묶인 유대를 걷어차며 유비에게 "펄떡펄떡 산 채로 잡아왔다"고 말한다.[36]
- 6권 중반부에 유비의 명령으로 조운이 계양을 치기 위해 오자 계양태수 조범이 그냥 항복할까 라고 하지만 진응은 한 번 붙어보자고 나갔다가 그대로 조운의 창에 나가떨어진다 이후 조범이 항복하러 나오자 한 장수가 패배한 진응에게 대가리 박으라고 하고 진응은 진짜로 대가리를 박는다. 또한 이전에 나오는 무릉에서는 형도영이 "씨앙놈의 씨애키들!"이라는 아동만화에서는 볼 일도 들을 일도 없는 쌍욕을 내뱉기도 한다.
그리고 한 합에 나가리
- 7권에서 마초와 조조가 싸울 때 마초의 부하 장수가 조조에게 "환관 집안의 후레자식 놈아!"라고 패드립을 시전하고 이를 들은 조조가 "뭣이?"라고 발끈하자 조조의 부하 장수인 이통이[37] "이놈! 승상께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다니!"라 하면서 달려나오다가 한 컷 만에 마초의 창에 찔려서 사망하고[38] 서량군 병사가 조조군 병사를 창으로 고환을 찌르면서 "이 졸개들, 알맹이를 따서 조조 할애비처럼 만들어 주마!"라고 말하고 창을 맞는 병사는 "으악 안돼!!"라고 외친다.
- 또 서량군이 조조를 잡으려고 할 때 누군가[39] "조조를 잡으면 열계급 특진이다!" 외치자 "와아 열계급 특진이면..장군!?" 라고 하여 조조를 향해 끝없이 달려드는데 이때 "붉은 전포 입은 놈이 조조다!" 라고 외치자 조조가 전포를 벗고 그러자 이번에는 "수염 긴 놈이 조조다!" 라고 하자 조조가 수염도 깎았으나 그런데도 서량군이 "수염 짧은 놈이 조조다!" 라고 하니까 조조가 "질긴 놈들!" 이라고 하면서 입을 가린다.
입 가린 놈이 조조다.이건 연의에서도 나오는 장면이다.
- 가장 압권은 "군사들의 멀미를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소?"라는 조조의 질문에 "멀미약을 사먹이면 됩죠!"라고 말하고 다음 장면에서 태연히 연환계 설파로 넘어가는 방통이 아닐까.[40]
한편 이 작품에서는 조조가 장비에게 쪼는 장면이 유독 많다.
- 4권에서는 안량의 목을 한방에 베어돌아오는 관우에게 장비는 이보다 더 뛰어나다는 소릴듣고 "앞으로 싸움터에서 장비를 보면 무조건 튀어라!"이러는가 하면,[42]
- 5권에서는 조운을 쫓아 장판교까지 닿은 조조군앞에 장비가 혼자서 인상쓰고 서있자, 그 위엄에 감탄하다가[43] 장비의 호통 한 번에 소름이 바짝서며 "작전상 후퇴!!"를 외친다.[44] 이때 허둥지둥 내빼느라 병사들이 말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져서 말에 깔리는가하면 서로 밀지말라며 우왕좌왕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 6권에서는 적벽대전에서 화공에 당하고 퇴각하던 중 장비군을 만나자 "나 장비 싫어 토껴라!"라고 말하며 뒤도 안 보고 냅다 줄행랑쳤다.[45] 제갈량의 꾐에 빠진 주유가 약속과 달리 주전론을 설파하자 경악하는 문신들 속에서 노숙이 몰래 미소를 지으며 브이를 날리는 장면도 있다.
- 여기에 7권에서는 엄안이 성에서 나오지 않고 굳게 지키기만 하자 성질머리가 돋은 장비가 "욕 잘하는 병사들 집합!" 이라고 하고 병사들이 성 앞에서 고래고래 "나이 헛먹었구나" "나와라 똥장군" 하고 욕을 퍼붓는다. [46][47] 그 외에는 장비가 병사에게 주먹질을 한다든가 술에 빠져서 헬렐레 거린다든가 그 외엔 문빙이 사투리를 구사한다.[48]
내용도 축소한 게 많아서 9권에서는 맹획의 칠종칠금을 엄청나게 축소해서 맹획이 찌질대면서 한 컷에 한 번씩 잡힌다. 그나마 타사대왕과 올돌골을 상대하는 부분은 조금 축소하긴 했어도 상세하게 나오지만 목록대왕을 나무 맹수로 물리치는 것도 4컷으로 끝. 이문열 번역본에서는 독립투사 드립까지 쳐가며 띄워준 맹획이지만, 만화판의 그는 아무것도 못하고 만날 잡히기만 하는 주제에 제갈량에게 대들기만 하는 개찌질한 인간처럼 보인다.[49]
책 뒤쪽 지도에서 유주에서 요동 반도에다가 한사군(정확히는 한사군의 낙랑군과 대방군)까지 잘라버린 고증 오류를 저질렀다. 낙랑과 대방이야 어쩔지 몰라도 요동 반도를 잘라버린건 명확한 오류다.[50][51] 정확히는 만화가의 고증 오류라기 보다는 당시에 범람하던 과도한 민족주의랑 사이비 역사학의 영향이나 이덕일의 한사군 한반도설 식민사관설을 곧이 곧대로 믿던 그 때의 역사 관련 책에는 흔하게 나오던 오류였다.
총평하자면 여러 한계가 있으나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등 삼국지 입문 만화로는 나쁘지 않은 도서이다. 각 권 말미에 진영별 장수 소개나 삼국지 인간학 등의 부록을 통해 내용을 보충하기도 했다. 한때 절판되었다가 이희재 삼국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주유의 수염이 그려지거나 정사대로 손권의 눈을 파란색으로 변경하는 등[52] , 구판과 제법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원작과 같은 그림체로 돌아가는 부분이 많다. 아마도 중간중간 검수를 대충 하신 듯?
2021년 2분기 즈음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연재가 시작되었다.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한번 쯤은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4.1. 만화판 제목[편집]
- 1권: 도원에 피는 의 - 도원결의. 표지는 유관장 삼형제.
- 2권: 구름처럼 이는 영웅 - 표지는 조조와 조조군
- 3권: 헝클어진 천하 - 표지는 손책과 주유 등 오나라의 핵심 인물들.
- 4권: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리를 닫다 - 관우가 조조의 영역 다섯을 지나며 여섯장수를 베었던 오관돌파, 단기천리의 일을 나타낸 제목. 조조의 북방평정 역시도 묘사됐다. 표지는 관우와 적토마.
- 5권: 세 번 천하를 돌아봄이여 -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려 3번이나 찾아간 일, 즉 삼고초려를 나타내는 제목. 표지는 제갈량.
- 6권: 불타는 적벽 - 이 권에서 삼국지 최고의 클라이맥스 적벽대전이 일어난다. 불타는 배경에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며 서있는 주유가 압권.
- 7권: 가자 서촉으로 - 이 권에서, 유비가 서천 땅을 정복함으로써 제갈량이 말했던 완벽한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된다. 표지는 장비.
- 8권: 솥발처럼 갈라선 천하-관우와 조조가 죽고, 조조의 아들 조비가 후한을 멸망시킨다. 표지는 관우.
- 9권: 출사표, 드높아라 충신의 매운 얼이여 - 이 권에서 제갈량의 그 유명한 출사표가 올려지며, 기나긴 여정의 북벌이 시작된다. 표지는 유비.
- 10권: 오장원에 지는 별 - 표지는 제갈량. 5권의 젊었을 적의 제갈량과 나이가 많이 든 제갈량의 대비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