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1994)/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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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10.26 직전 1)
2. 회상부 (5.16)
3. 10.26 직전 2
4. 회상부 (5대 대선)
5. 10.26 직전 3
6. 회상부 (정인숙, 3선 개헌)
7. 10.26 직전 4
8. 회상부 (망명, )
9. 10.26 직전 5 (최후)
10. 10.26 직전 6 (YH사건)
11. 결말 (10.26)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모델로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1. 도입부(10.26 직전 1)[편집]




야간에 벌어지는 격렬한 시위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며 한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착륙과정을 마치고 주기된 그 비행기에선 항공기 적재용 컨테이너 하나가 내려지고 있다. 주변에선 보안부 요원들이 분주하게 무전기로 대화를 하고 있다. 동시간 서구의 화려한 별장을 연상시키는 마리아 송의 고급 요정에선 만찬이 열리고 있는데 마리아 송은 우아한 태도로 만찬장을 거닐며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고, 한켠에는 미국 대사로 보이는 인물과 국가보안부 장관 이상규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상규 : 말씀하시죠.

미 대사 : 이번에 파리에서 수입한 물건... 오늘 도착하지요?

(이상규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와인을 한모금 마신다)

미 대사 : 입을 다물고 당신이 성공하기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좀 더 지금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니까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건 당신을 도와드릴 의향이 있소.

이상규 : 알겠소. 고맙소.





비행기에서 내려진 화물 컨테이너는 지프가 선도하는 군용트럭에 적재되어 어디론가로 실려가고, 이상규는 야간통행금지의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청와대로 향한다. 청와대의 사격장에선 대통령 한성태가 카빈소총과 권총으로 사격을 하고 있다. 이상규는 경호실장 김영철과 함께 그런 대통령을 알현한다.

(대통령 앞에 서서 깍듯이 인사하는 이상규.)

대통령 : 그래, 이번 작전은 성공했다지?

이상규 : 예.짐짝 처리에 관하여 각하의 지시를 받고자 합니다.

김영철 : (대통령에게 다가서며) 짐짝은 즉시 처리를 해야 합니다, 각하. 미국정보기관에서 눈치채고 구출작전을 펴오면 죽도 밥도 아닙니다. 그들이 눈치 채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이상규 : (앞으로 나서며)각하. 이번작전은 국가보안부에서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 알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아. 그점 명심해야 돼.






(국가보안부로 온 이상규. 실려 온 화물 컨테이너 앞에 선다.)

(보안부 요원들이 화물 컨테이너를 개방하자, 그 안엔 나무 상자가 있다. 요원들은 나무 상자까지 열고 그 안에서 사람 한 명을 끌어낸다. 끌려 나온 사람은 눈이 부신 듯 수갑이 채워진 두 팔로 얼굴을 가린다.)

이상규 : 진욱이.

박진욱 : (얼굴을 가렸던 팔을 천천히 내리며) 상규.

이상규 : 몸은 어때?

박진욱 : 덕분에. (수갑을 풀어주는 정 과장[1]

을 보며 아는 체를 하며). 아니 이거 정 상사 아이가. (말없이 목례를 하는 정 과장을 보다가 다시 박진욱을 바라보며) 외교부 파우치를 이용한 아이디어는 정말 기차구만![2]

이상규 :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거, 진심으로 유감천만이네.

박진욱 : 뭐 별 수 있었갔어. 모가지가 달린 일일텐데. 왕년에, 나도 다 겪어 본 일 아니갔어.(허탈한 듯 웃음소리를 낸다.)

(요원에게 붙들린 채 이상규를 따라 지하의 취조실로 이동하는 박진욱. 취조실에 들어온 박진욱은 힘없이 탁자에 앉고, 먼저 앉은 이상규는 술병을 따 준비된 잔에 술을 따른다)

이상규 : 자 건배하세.(박진욱의 잔에 잔을 가져다 부딪힌다.) 귀국을 축하하네.

박진욱 : (술을 들이키고 난 후 천천히 술잔을 들이키는 상규를 보며) 자네한테 심려를 끼쳐서 미안하네. 편지를 여러 번 받았지만[3]

, 답장을 못한 걸 이해하게.

이상규 : 편지 몇 장으로 귀국할 자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 어쨌든 이제 귀국했으니 아직도 늦지는 않았네.

박진욱 : 무슨 뜻이야?

이상규 : (술을 한모금 마신 후 일어서며) 우선 자네가 쓴 그 회고록의 출판을 중지하도록 자네 부인에게 연락해주게.

박진욱 : 그리고는?

이상규 : 우리가 기자회견을 마련하겠네. 그자리에서 성명만 발표하면 되네. (진욱에게 몸을 기울이며) 대통령께센 나에게 약속하셨네. 그렇게만 해준다면 자넬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박진욱 : 거절한다면?

이상규 : 거절할 수 없네.

박진욱 :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마련된 침대에 걸터 앉으며) 아주 기막힌 선택이구만.

이상규 :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는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48시간 안에 결정하게.

박진욱 : 48시간.....

이상규 : 진욱이. 지난 18년간의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자네도 책임이 있네. 자네가 없었더라면 혁명은 실패했을 지도 몰라.

박진욱 : 물론 나한테도 책임이 있지. 그래서 내가 회고록을 쓴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은가.

이상규 : 잘 생각해보게.(취조실을 나간다.)







2. 회상부 (5.16)[편집]



나도 그때는 혁명을 믿었었지.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으며, 우리 조국의 운명을 무능하고 부패한 구정치인들에게 맡겨 둘 수는 없었어. 오직 힘과 조직을 가진 군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만이 평화와 질서를 지키며 조국의 근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박진욱의 내레이션과 함께 어두컴컴한 새벽, 분주히 이동하는 전차 행렬과 군용차량들을 바라보는 한성태를 위시한 군인들의 익숙한 모습을 비추며 혁명이 시작된다. 박진욱은 대동한 병력과 함께 방송국을 점령한 다음 군사혁명평의회 명의의 격문을 방송하게 한다. 참모본부엔 장영도와 윤대보 정부의 정치고문인 슐츠 박사 그리고 주한 미군 수뇌부들이 모여있고[4] 수뇌부는 쿠데타 세력이 주도면밀하게 일을 벌였다고 평하면서 장영도에게 쿠데타를 진압할 것을 종용하지만, 곧이어 나온 군사혁명평의회의 격문이 장영도의 명의로 발표된 것을 듣자 장영도는 당황하고, 곧이어 한성태와 그가 대동한 병력들이 참모본부에 들이 닥친다. 슐츠 박사는 쿠데타를 벌인 게 바로 당신이었냐며 한성태를 힐난하고, 이에 한성태는 이제 당신은 정부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니 참모본부를 떠나라고 말한다. 이에 슐츠 박사는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일침을 놓은 후 주한 미군 수뇌부들과 함께 자리를 떠버린다. 한성태는 이어 장영도에게 신종만이 들고 온 계엄령 포고문을 들이밀며 계엄령 선포 지시를 겁박하고 밖에선 이상규가 도정한 소위에게 지시를 내려 전차포의 포격과 총기사격을 펼쳐 위협적인 분위기를 더해 간다. 이에 굴복한 장영도는 대통령인 윤대보에게 계엄령 선포를 재가하게 한다.


(윤대보는 계엄령 포고문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사인을 하고 고개를 든다.)

윤대보 : 나, 대통령 직을 사임하겠소.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겠지.

(윤대보의 앞에 서있던 장영도, 한성태, 이상규, 박진욱을 위시한 군인들이 거수경례를 한다. 윤대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가려다 멈춰선다.)

윤대보 : 관저를 떠나면서 한 가지만 당부해 두고 싶은 것이 있소. 당신들이 발표한 혁명 공약을 꼭 지켜주기 바라오. 혁명의 목적이 달성되면 즉시 군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는 그 공약 말이오.





한성태는 뒤이어 장영도까지 제거해 버린다. 신종만이 장영도는 영어 좀 한답시고 미국이 신임하는 친미파라 건드리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한성태는 자신의 비서가 된 오상호 대령을 소개하며 오상호를 통해 장영도는 이번 쿠데타로 장영도의 무능함을 인지한 미국의 기대를 잃었다는 상황을 전하며 장영도를 처리할 것을 명하고, 한성태의 명을 받은 박진욱은 마리아 송의 요정에서 여배우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장영도를 체포한다.




장영도 제거 후, 한성태는 박진욱을 부른다.

한성태 : 진욱이 자네도 이젠 군복을 벗어야 겠네. 군복을 벗고 국가보안부를 조직해줘야 되겠어.

(박진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성태와 같이 있던 신종만을 바라 본다.)

한성태 : 왜, 별에 대한 미련이라도 있는가?

박진욱 : 네, 전 아무래도 좀.......

한성태 : 우리의 권력을 보위하기 위해선 꼭 있어야 할 기관이야. 미국 FBICIA를 합친 것 같은 초헌법적 기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박진욱 : 하지만 그런 일은 저보다도 종만이가 더 적임자일텐데요.

한성태 : 종만이는 더 힘든 일을 맡기 위해서 이미 군복을 벗었다네.

신종만 : 나는 막후로 물러나서 우리들의 정당을 만들기로 했네.

박진욱 : 정당이라니요?

한성태 : 우리도 민정이양 이후에 있을 선거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둬야 할 게 아닌가?

박진욱 : 저 그렇지만, 우리 혁명의 목적이 달성이 되면은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공약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정치인도 아닌데 정치를 해낼 수 있겠습니까?

신종만 : 도대체 그 정치란 것이 뭔가? 군에서 부하들을 통솔하듯 국민들을 이끌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한성태 : 우리가 배운 미국의 군대행정은 말이야, 그들의 민주주의가 오랜 경험과 연구를 거쳐 완성한, 최고의 효율적 방식이야. 그 방식대로 하면 되는 거야.

신종만 : 자네도 잘 생각해 보게. 우리가 순수하게 물러선다고 해서 말썽 많은 구 정치인들이 우릴 그대로 둘 것 같은가?

박진욱 : 그까짓 것들 1개 대대 병력만 있으면 해치울 수 있어!

신종만 : 일단 물러선 우리를 누가 따라준대?

한성태 : 이것 봐, 내말 잘 기억해 둬. 권력을 내놓으면 그날로 끝장이야! 오직 이 길만이 조국을 살리고 우리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3. 10.26 직전 2[편집]



(정 과장이 식사를 들고 취조실로 들어온다. 박진욱은 침대에 누워 있다.)

정 과장 : 안드셨군요.

박진욱 : 고맙다. 근데 아무것도 먹고 싶딜 않아.

정 과장 : 양식으로 바꿔왔습니다. 좀 드시죠.

(정 과장은 양식이 차려진 식사를 놔두고 곰탕으로 보이는 식사를 들고 나간다.)

박진욱 : (침대에서 일어나며) 야. 일로와 앉으라우. 나랑 얘기 좀 하자우. 정 상사!

(정 과장이 상대를 하지 않자 박진욱은 도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박진욱 : 야, 불이나 좀 꺼다우.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서.

정 과장 : (취조실 창문을 통해 박진욱을 바라보며) 장관님.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규칙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그대로지요. 불은 끄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난 그 법을 지켜야 합니다.(창문을 닫아 버린다.)

박진욱 : 개새끼.....





4. 회상부 (5대 대선)[편집]



그렇다. 내가 만든 이 국가보안부. 사람들은 여기를 두고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일' 말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었다.



박진욱은 집무실에서 정 과장으로 부터 슐츠 박사가 미스터 브라운이란 남자와 함께 신종만 내외의 환영을 받으며 입국한다는 정보를 보고받는데, 두 사람은 CIA나 미국 대사관과는 관계없이 행동하고 있다고 한다. 박진욱은 정 과장에게 그들을 감시할 것을 지시한다. 정 과장은 이 문제는 우리가 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언급을 하고 박진욱의 뒷쪽을 바라본다. 박진욱도 고개를 뒤로 돌려 정 과장이 쳐다보는 곳을 응시하는데. 화면이 군복 정복 차림의 한성태 사진을 비춘다. 이후 박진욱은 마리아 송의 초대로 방문한 마리아의 요정에 있는 정원에서 슐츠 박사와 미스터 브라운과 회동하게 된다.

슐츠 박사 : 당신들이 가까운 장래에 군정으로부터 민정으로 이양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박 장군. 한 의장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박진욱 : 무슨 뜻입니까? 슐츠 박사.

슐츠 박사: 당신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죠. 저는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를 근대화 하고 싶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들의 문제는 자본이 없는 것입니다. 돈 없으면 집과 공장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박진욱 : 그래서요?

슐츠 박사 :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미스터 브라운 : 이 나라에는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자산입니다. 합작회사라면 외국 자본은 얼마든지 환영하고 나설 것입니다. 다만 당신들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예를 들자면 노동자들에게 단체 교섭권을 주지 않으며, 파업을 인정하지 않는 수용태세...



박진욱은 보안부 요원이 집무실에 외신 검열 자료를 들고 들어와 혁명정부가 차관이 들어오는 기업마다 10퍼센트 가량의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정유공장을 세우려는 기업에게 마저 정치자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는 것을 알리자, 그것은 모두 낭설이며 중간업자의 농간이고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기자들이 회견을 요구한다고 하자 만나 주겠다고 한다.



박진욱은 마리아의 요정 내실에서 한성태, 신종만과 함께 회동을 가지며 정세에 관해 의논을 한다.

신종만 : 이제 조직도 자금도 충분히 마련됐습니다. 제 생각에는 선거일자는 빠를 수록 좋겠습니다. 야당의 단일 후보를 놓고 자기들 끼리 싸우고 있을 때 말입니다.

한성태 : 야당이 단일후보를 내세워도 우리가 이길 것 같은가?

박진욱 : 단일화는 안됩니다. 그래서 그들을 부추기기 위해서 공작금을 많이 뿌리고 있습니다.

한성태 : 그래도 단일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있는 게 아닌가?

박진욱 :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단일후보가 되면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을 하기 때문에 서로가 양보를 않기 때문입니다.

신종만 :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한다 해도 전 대통령 윤대보는 강적입니다.

박진욱 :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책도 별도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표당일, 한성태는 집무실에서 오상호와 함께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개표가 박빙으로 흘러가는 듯 오상호는 한성태에게 아무래도 신종만과 박진욱의 전략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야당 후보인 윤대보는 차량으로 자택으로 이동하는데 자택근처에선 턱수염을 기른 한 남자가 저격총을 조립하고 있다. 자택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린 윤대보를 턱수염의 남자가 저격하려는 순간 '구미에서 몰표가 나왔고 승세는 우리쪽으로 기울었다. 저격을 중단하라'는 무선과 함께 턱수염의 남자는 총을 거둔다.




(열병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비추며. 대통령이 된 한성태가 사열을 받고 있으며, 주요 군부세력의 인원들이 정장차림으로 대통령 주변에 도열해 있다.)

우리는 예정된 각본대로 정권을 쟁취했다. 신종만은 당의장으로, 오상호는 비서실장으로, 그리고 김영철은 경호실장으로 임명됐다.

(파업이 일어나 데모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비추며)

그런데 드디어 노동자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다. 그동안 정치자금 헌납에 시달렸던 기업가들이, 그들의 몫을 챙기기 위하여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탄압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고, 그 주동자들을 공산당의 사주를 받은 자로 몰아 붙여야만 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야당의 40대 젊은 기수 김영대라는 사나이였다.




분규로 사회가 혼란해져가는 와중에, 박진욱은 차를 타고 어느 군시설로 보이는 곳으로 이동한다. 박진욱의 차량이 경비병의 경례를 받고 내부로 진입한다.

(박진욱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이상규의 양쪽에 앉아있던 군인들이 모두 박진욱을 보고 당황한 듯 일어선다.)

박진욱 : 환영이 대단하구만, 이 장군.

이상규 :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박진욱 장관을 불렀어. 최종담판을 위해서.

박진욱 : 앉읍시다, 제군들.

(박진욱의 권유에도 장교들은 앉지 않고 그대로 서서 박진욱과 대치한다.)

이상규 : 사태는 절박해지고 있네. 한시의 여유도 없는 정황일세. 뭔가 조치를 취해야 겠네.

박진욱 : 어떤 조치?

도정한 : 새로운 혁명이 필요합니다.

박진욱 : 기런말 함부로 하는 게 아닐세!

이상규 : 함부로가 아닐세. 지금 혁명정부는 구 정권하고 하나도 다를 게 없어. 오히려 혁명 전보다도 더 부패했네. 우리나라에 외국차관이 들어올 때 마다 그 10퍼센트 정도가 신종만의 비밀 구좌에 들어가고 있으며, 외국 기업이 진출할 때마다 엄청난 리베이트를 그에게 바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넨 모르고 있나?

도정한 : 차관으로 사들인 것은 전부가 쓰다버린 공장설비 들이고, 합작기업을 만들어도 모두가 그들에게서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군이 혁명을 일으킨 근본정신은 어디로 사라졌으며, 혁명으로 이뤄놓은 것이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박진욱 :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총생산액은 다섯배 이상으로 늘어난 게 사실이 아닌가?

도정한 : 그것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박진욱 : 누구의 희생으로 이뤄졌건, 굶는 사람이 수두룩했던 절대빈곤의 시대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 아닌가? 혁명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동료 장교 : 그러나 현 정부는 부정축재로 재판까지 했던 재벌들과 다시 손잡고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정한 : 우리들은 대통령 각하를 군인시절부터 매우 청렴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종만 같은 분자는 그 주변에서 쓸어버려야 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폭만 넓어지고, 민심은 더욱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박진욱은 대통령과 면담을 가지고 세간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신종만 당의장을 물러나게 하고 외유를 보낼 것을 권유한다. 대통령은 '레닌은 혁명을 위해서는 도둑질도 하라고 했다'고 말하여 신종만의 외유에는 내키지 않는 태도를 보이지만 오상호의 조언을 듣고 고집을 꺾는다. 박진욱은 어느 골프장의 라운지에서 신종만을 면담하며 신종만에게 외유를 권유하고 '난 당의장에서 물러났으니 자네 말을 들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박진욱은 대통령의 친서를 건네며 '내 의지만으로 이럴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여 신종만의 동의를 받아낸다.



대통령은 요정에서 박진욱, 김영철, 마리아 송과 함께 TV로 방송되고 있는 가수 유미리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대통령은 유미리에 대해 결혼 여부등 여러가지를 물어보며 관심을 보인다. 이에 마리아는 유미리를 요정으로 불러, 안대와 수면제를 내준 다음 침대에 가서 잠이나 자면 된다고 권유한다. 유미리는 자신의 상대가 누군지 궁금해하며 마리아에게 질문을 하지만, 마리아는 이건 상대방이 정한 규칙이니 자세히 알 것 없다고 말하며 유미리를 침실로 안내한다. 유미리가 누워있는 어두컴컴한 침실로 누군가가 들어와 유미리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고 곧 정사가 벌어지는데, 유미리는 정사의 와중에 안대를 벗고 자신의 상대가 대통령인 한성태임을 인지한다. 박진욱 역시 다른 방에서 마리아 송과 정사를 벌인다.

권력은 부패를 낳게 마련이었다. 마리아는 나의 권력과 권력이 주무르는 돈에 끌렸고, 나는 마리아의 육체의 빠져들어, 점점 부패되고 있었다.




정사를 끝내고 박진욱은 마리아와 대화를 나눈다. 마리아는 박진욱에게 오상호를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신종만의 축출과정에 오상호의 농간이 있음을 지적하고 모두가 대통령이 부하들에게 충성 경쟁을 시키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대통령은 죽기 직전까지도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이번 임기동안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고치려 할 것이라 예상한다.

(청와대 지하 사격장에서 카빈 소총을 사격하고 있는 대통령. 탄창이 비자 다른 탄창으로 교환한다.그 옆에는 박진욱이 시립하고 있다.)

대통령 : 이보라구 진욱이. 나 정권 못내놔. 절대로 못내놔!

박진욱 : 네?

대통령 : 나 절대로 정권 내놓지 못하겠단 말이야!

박진욱 : 아,예.

대통령 : 2차 5개년 계획도 내손으로 마무리를 해야 돼. 나 아니면 해낼 작자가 없어. 지금 자유가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고 하면서 나를 독재자로 몰아대고 있는 놈들!

(대통령은 분풀이 하듯 카빈소충을 사격한다.)

대통령 : 그놈들이야 말로, 국가와 민족의 앞날보다도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그런 야심을 가진 놈들이야! 그런 놈들에게 어떻게 국가와 민족의 내일을 맡길 수 있겠느냔 말이야!







5. 10.26 직전 3[편집]



박진욱이 있는 취조실에 마리아 송이 찾아온다. 박진욱은 이상규 장관이 회유를 권하더냐고 물어본다. 마리아는 미국 사람을 통해 알아 냈다면서, 미국 사람들은 박진욱의 납치에 대해 입을 다물 작정이니, 고집부리지 말고 견디면 다시 좋은 날이 찾아 올 것이라며 박진욱을 회유한다. 마리아 송과 박진욱은 취조실에서 정사를 나눈다. 정사를 나눈 후, 이상규 장관이 취조실을 찾아오고 마리아 송은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네고 나가버린다.

이상규 : 좋은 얘기 많이 했나.

박진욱 : 마리아를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우. 저 여자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6. 회상부 (정인숙, 3선 개헌)[편집]



유미리가 공항을 통해 아기를 데리고 입국한다. 주미대사로 부터 유미리가 자신을 언급하고 다닌다는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박진욱을 불러 중요한 시기에 개헌을 망칠 셈이냐며 질책을 한다. 마리아 송이 유미리에게 출국을 설득하지만, 유미리는 대통령이 이 아이를 한번만 대면해주면 평생 아이를 의지하고 살겠다며 거절한다. 결국 유미리는 아이와 함께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에서 가스폭발을 가장한 화재로 죽고 만다.


그것으로 한 여자의 입을 간단히 막을 수 있었지만, 민중의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김영대의 대중연설 장면)

김영대 : 총칼로 정권을 도둑질한 한성태 대통령! 우리의 민주주의를 탱크로 짓밟았던 그 장군은, 이제 또 다시 영구집권을 꿈꾸면서 3선 개헌을 획책하고 있다 이겁니다! 여러분! 어찌 이런 야망을 용납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린 더이상 우리의 주권을 강탈당할 수가 없다 이겁니다!

(대통령의 집무실)

대통령 : 이봐. 진욱이. 자넨 김영대를 언제까지 두고보기만 할 것인가? 자진해서 조용해지길 기다릴 작정이야?

박진욱 : 예, 하지만 지금 당장은......

대통령 : 난 시작한 일은 끝내야 돼. 그런 애송이 때문에 개헌작업에 지장받을 순 없어!

오상호 : 당장 잡아들이시오. 김영대는 빨갱이에요. 내란을 음모하면서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어요.

박진욱 : 여보시오, 무슨 증거가 있어서 하는 말이요, 그건?

오상호 : 아, 증인도 증거도 없으면 만들 수 있는 곳이 국가보안부 아니던가요?




혼란스러운 시위 현장의 와중에, 보안부 요원들은 고창길이라는 대학생을 체포해 국가보안부로 연행한다. 고창길의 애인인 강수경이 달려들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대학 교수인 강준하 교수도 연행되어 오고, 고창길과 강준하는 김영대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심문받지만, 두 사람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국가보안부 요원들은 고문을 가하며 혐의를 인정하길 다그친다. 그러던 와중 귀가하던 박진욱은 집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강준하 교수의 딸인 강수경을 만나게 되고, 강수경은 어머니가 위독하다며 아버지 강준하 교수를 석방시켜 달라고 사정한다. 박진욱은 그런 강수경마저 연행해 성고문을 가하여 자백을 받고 풀어준다. 보안부 요원들은 강수경의 '자백'을 바탕으로 고창길을 회유하지만 고창길은 더욱 반항하고, 결국 고창길은 고문의 와중에 목숨을 잃고 만다. 박진욱은 고창길의 시체를 넘겨 줘서는 안된다는 지시를 내리고, 학생 데모대와 보안부 요원들은 장례식장에서 대치하지만, 결국 고창길의 시신은 화장되고 만다. 학생 데모는 더욱 더 격해지지만, 이어 김영대 역시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그대로 보안부 요원들에게 체포당하고 만다.




(집무실로 들어서는 대통령과 오상호, 박진욱)

대통령 : 이제 마음놓고 개헌작업을 해도 되겠구만. 박장관, 수고했네.

박진욱 :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대통령 : 야당의 움직임은 지금 어떤가, 오실장?

오상호 : 예. 그들은 회의장을 점거할 계획입니다.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한다는 것이죠.

박진욱 : 그거 정확한 정보요?

오상호 : 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들이지를 않습니다.

대통령 : 난 합법적으로 개헌을 하고 싶네. 무슨 방법이 없겠나?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박진욱 : 각하!

대통령 : 말해보게.

박진욱 : 야간통행금지령을 이용하는게 좋겠습니다. 야당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농성만 하면, 우리의 승리는 결정적입니다. 밤 12시가 지나면 그들은 한발자국도 의사당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야당 의원들이 농성하고 있는 회의장을 경찰병력이 에워싸고, 별관에선 여당 의원들이 모여 개헌안 통과를 의결하고 있다. 야당이 이를 눈치채고 저지를 위해 나서지만, 에워싼 경찰병력에 막히고 만다. 야당의원들과 경찰병력이 대치하는 가운데, 개헌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7. 10.26 직전 4[편집]



(이상규 앞에서 독백하는 박진욱)

그 당시엔 내가 이겼었어. 우스운 일이지만, 오상호한테만은 절대로 지고 싶지가 않았어. 충성경쟁이었지. 독재정권을 지키는 비결은, 충성경쟁이라는 죽음의 경기를 시키는 일이었어. 그런데 야당의원들이 변칙통과에 저항하면서 의원직 사퇴를 계류하고, 등원을 거부하여 국회가 공전하게 되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승리의 쾌감에 도취돼있던 나는 하루아침에 경기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되었어.






8. 회상부 (망명, )[편집]



(대통령과 독대하는 박진욱)

대통령 : 모든 여론은 의사당에서 농성을 한 야당 의원들의 비민주적인 작태를 비난하기는 커녕, 오히려 변칙적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고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어. 그 책임은 자네한테 있다는 거야. 이번만은 자네가 전적으로 그 모든 책임을 지고 희생양이 되어 줘야 겠어. 시기를 봐가면서 적당한 자리에 롤백시킬테니, 날 믿고 쉬라고. (봉투를 내밀며) 이건 내 친서야. 자네 신변을 절대로 보장한다는 증명하고 외교관 여권일세. 당분간 밖에 나가서 바람을 쏘이고 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박진욱 : 제 후임은 누굽니까, 대통령 각하.

대통령 : 후임은 오상호에게나 맡겨볼까 하고 있어.

박진욱 : 그렇습니까. 오상호 실장은 적임자입니다. 근데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대통령 : 뭔가? 말해보게.

박진욱 : 김영대를, 풀어주십시요.

(긴장하며 정색하는 대통령)

박진욱 : 떠나는 저를 위해서도 그렇고, 야당을 국회에 끌어들이는데 좋은 협상카드가 될 겁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김영대만 커집니다.

대통령 : 알았어. 좋도록 하게.




박진욱은 감옥에 갇힌 김영대를 면담하며 국내 활동을 멈추고 외유를 나가도록 설득한다.
이후, 박진욱은 어느날 저녁 아내와 외출을 하다가 자신의 뒤를 쫒는 보안부 요원들을 발견하고 분노한다. 박진욱은 곧바로 오상호를 찾아간다.

박진욱 : 당장 미행을 중단토록 명령해 주시오! 예전 부하들한테 미행당하는 건 썩 기분좋은 일이 아니야!

오상호 : 하지만 만사는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당신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쯤으로 생각하시구랴.

박진욱 : 그런 보호는 필요없어!

오상호 : 당신은 오랜기간동안 우리나라의 기밀을 다루었어요.

박진욱 : 날 못믿겠단 말이요?

오상호 : 당신은 이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에 무조건 남을 믿어본 적이 있었어요?




귀가한 박진욱은 보안부 요원들이 자신의 집을 뒤지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분노한다. 내던진 압수물품에서 나온 권총을 집어들고 보안부 요원에게 들이대지만, 아내의 만류로 총을 버리고 만다.



충분히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했던 나는 그것을 해외로 나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난 미국으로 망명해서,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일체의 정치적 문제를 떠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었지. 그런데 전직 국가보안부 장관인 나를, 세상은 그렇게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더군. 그러던 어느날 나는 동경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를 받았지. 그것이 바로 김영대 실종 사건이었어.




룸서비스를 가장한 보안부 요원들이 김영대가 투숙한 객실을 습격해, 김영대를 마취시키고 지하에 주차된 차량으로 옮겨 납치한다. 뒤이어 바다에 뜬 선박을 비추고, 요원들은 김영대를 자루에 넣고 선내에서 뱃전으로 옮겨 던지려는 모습을 비춘다.

결국 그는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해외에서 벌인 지나친 반독재투쟁이 화근이 되어, 끝내는 증발되고 말았지. 자네도 알다시피, 일본 경시청이 그 정보를 포착했기 때문에, 국제 여론이 물끓듯 했고, 한국의 인권문제가 미 국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결국 나도 전직 국가보안부 장관 자격으로 증언대에 서지 않을 수가 없었어.





(배경으로 비춰지는 미 의회 건물. 그리고 청문회장)

청문관 1 : 김영대의 증발이 한성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박진욱 :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 어린애까지도 다 알만한 뻔한 일인데, 무신놈의 얼어죽을, 확실한 증거가 필요합니까? 아니 그리고, 그 약아빠진 국가보안부장 오상호가, 대통령의 지시없이 감히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한성태의 지상명령에 의한 것이었고, 한성태는 그럴만한 인간입니다!

청문관 1 :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 자주국방을 위해 원자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사실입니까?

박진욱 : 아마 사실일 겁니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미군철수는 절대로 안된다 이겁니다!

청문관 2 : 당신은 당신이 동참했던 혁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박진욱 : 그건 우리 군인들의 순수한 애국심에서 일으켰던 혁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성태 자신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말했다시피,(원고를 들고 읽으며) 어드런 이유로든, 성서를 읽는다는 명목하에 촛불을 훔친다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낸다.)






(청와대 지하의 사격장.대통령은 권총을 장전하고 있고, 김영철이 군복 정복차림의 이상규를 데리고 온다.)

김영철 : 각하.

이상규 : 부르셨습니까.

대통령 : 어서와. 오상호의 뒤를 이어 자네를 보안부 장관으로 임명했네.

이상규 : 네?

대통령 : 그녀석은 잔재주는 많아도 완벽성이 없어서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놈이야. 잘 부탁하네

이상규 : 알겠습니다.

대통령 : 그리고 보안부 장관으로서의 첫 임무는 박진욱이의 일을 처리하는 거야.

이상규 : 어떻게....?

김영철 : 소리없이 조용히 처단해버리시오!

이상규 : 하지만 각하. 저와 진욱이는 국민학교부터 같이 자라 온....

대통령 : 그렇기 때문에 자네를 시키는 게 아닌가!

김영철 : FBI의 보호 때문에 이 사령관이 아니면 접근할 수가 없어. 그놈은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이며 반역자야! 당장 그놈을 없애버리시오!






그때 나는, 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것으로 울분을 풀었지. 그러나, 멀리 도망와서 내 나라를 비난하고 있는 비열한 배신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어. 그래서 나는 부끄럽고 슬펐어. 그리고 한 정권의 공범자가 된 가책으로 미칠 것 같았어.




술로 지새는 나날을 보내는 박진욱. 그렇게 환락가를 떠돌다가 택시기사의 권유에 따라 매춘부를 만나게 되고, 어두운 방에서 매춘부와 정사를 나누게 된다. 불을 켜고 값을 치르려던 박진욱은 일을 치른 상대가 다름아닌 강수경임을 알아보고, 강수경은 박진욱을 알아보자 경악하며 괴로움에 미친듯 몸부림을 치다 자해까지 시도한다. 강수경을 진정시킨 후 박진욱은 그녀를 따라 그녀가 살고 있는 맨션을 찾게 되고, 거기에서 고문으로 폐인이 된 채 휠체어 기대어 앉아 있는 강준하를 보게 된다. 폐인이 된 채 딸인 강수경의 보살핌으로 연명하고 있던 강준하는 공교롭게도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고, 박진욱은 미국식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눈물을 짓고 있는 강수경을 먼발치에서 착찹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지켜 본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 박진욱은 강수경과 만남을 가지며 자신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강수경에게 자신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며 자신이 도와줄테니 파리의 음악학교에서 계속 피아노를 공부할 것을 권하게 되고, 참회의 뜻으로 회고록도 집필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진욱의 미국 자택. 장소월이 타자를 치고 있고 박진욱은 구술을 하고 있다)

박진욱 : 내가 김영대에게 망명을 권고하고 그의 출국을 도와준 것은, 조국의 근대화를 위한 나의 충정에서 였고, 또 그 일로 인해서 나로 하여금 망명길에 접어들게된 계기....

장소월 : 잠깐. 그 말씀 진실입니까?

박진욱 : 무슨 뜻이가?

장소월 : 그 당시의 속셈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야당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시 대권주자가 된다는 것이 분명한 김영대 선생을 붙잡아야 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닌가요?

박진욱 : 거, 되게 따지누만.

장소월 : 이 글은 편지도 아니고 소설도 아닙니다. 기도하듯이 엄숙하고 냉정하게 진술해 주십시오. 과거에 장관께서 저지른 비인도적인 처사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아야 합니다.

박진욱 : 그렇다 해도, 이 진욱이 좀 멋있게 그려져야 될 거 아니가!

장소월 : 안됩니다! 그건 회고록을 쓰는 원래 목적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이 글로 반독재혁명에 불을 지피자는 거 아닙니까!

박진욱 : 알았어. 알아서 좀 써주라.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의논하고 있는 김영철과 이상규.)

대통령 : 도대체 그놈이 회고록을 써서 어쩌겠다는 거야?

김영철 : 각하에 대한 한풀이를 하자는 것이겠죠.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쥐도 새도 모르게 처단을 해야 합니다.

이상규 : 거긴 미국입니다. 함부로 손을 댔다가 김영대 문제처럼 커지면 안됩니다.

김영철 : 그건 오상호가 공작을 잘못했기 때문에.....

대통령 : 무슨 좋은 방법이 있나. 이 장관.

이상규 :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요. 백방으로 손을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 : 그럼 알겠네. 이장관만 믿겠네.




강수경에게 회고록 초본을 보여주며 독재정권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박진욱에게 강수경은 권유를 받아들여 음악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리로 간 강수경은 박진욱에게 전화연락을 하여 자신이 암에 걸렸으며, 수술을 받으려면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내와 함께 뉴욕의 출판사와 회고록 관련 업무를 처리하던 박진욱은 아내에게 강수경의 일도 있고 마침 스위스 은행에 볼일도 있으니 파리에 다녀오겠다며 회고록 관련 업무를 아내에게 맡기고 파리로 향한다. 파리에 도착해 강수경이 있는 별장으로 향하는 박진욱. 현지인 가정부의 안내를 받고 별장 안으로 들어온 박진욱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강수경을 발견한다. 박진욱은 한수경의 곁에 다가서며 인사를 하려 하지만 강수경은 아랑곳 하지 않고 피아노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잠깐의 어색함이 흐르던 순간, 별장의 곳곳에서 보안부 요원들이 튀어나와 박진욱과 한수경을 에워싼다. 결국 한수경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박진욱은 김영대가 그랬던 것 처럼 마취를 당하고 보안부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별장에서 끌려 나간다.






9. 10.26 직전 5 (최후)[편집]



(취조실의 벽에 기대 나란히 앉아 있는 박진욱과 이상규.)

박진욱 : 그 순간, 자네 얼굴이 떠오르더군.

이상규 : 변명은 하지 않겠네.

박진욱 : 이번 파리 공작에서 강수경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네.

이상규 : 공작에 실수는 금물이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네가 회고록을 쓰고 있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자네가 납치된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에 알려준 것도 바로 그 강수경이었다는 사실을 자네도 알아야 돼.

(정 과장이 취조실로 들어온다.)

이상규 : 이제 시간이 다 됐네. 양단간에 결정을 해주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어.

박진욱 : 좋아, 난 자네 제의를 받아들이겠네.

이상규 : (박진욱의 두 팔을 부둥켜 잡으며) 진욱이! 나도 그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어. 정말 잘했어, 진욱이! 그리고 미국에 있는 부인에게 전화하게나. 자네가 잘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회고록 출판을 중지하도록. 응? 정과장. 성명서. (정 과장에게서 성명서를 받아 박진욱에게 건네주며) 자, 어서.

박진욱 : (이상규가 건네준 성명서를 훑어 본 후) 성명서는 아주 잘됐네.

이상규 : 그래.

박진욱 : 전화는 각하를 만난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언제 만나게 해줄려는가.

이상규 : 지금 당장.

박진욱 : 그래 가세.

이상규 : 그러지. 자 면도부터 하고, 어서 가세.




김영철을 앞세우고 청와대 지하의 사격장으로 향하는 이상규, 그리고 박진욱. 카빈 소총으로 사격을 즐기던 대통령은 사격을 마치고 박진욱을 맞이한다.

(사격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대통령)

대통령 : 들어오게, 진욱이. 이리 가까이 와.

(김영철과 이상규의 뒤에 있다가 대통령 앞에 나서는 박진욱)

대통령 : 자네의 귀국을 환영하네. 생각보다는 건강해 뵈는군. 내 언젠가 자네한테 약속한 일이 있었지. 기회를 봐서 적당한 자리를 주겠다고 말이야. 자, 또 한번 힘써주게.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 하지만 박진욱은 손을 내밀지 않고 공손히 두 손을 모은다.)

김영철 : (앞으로 나서며) 박진욱이, 너!

박진욱 : 실례입니다만, 대통령 각하. 전 각하의 손을 잡고 싶지 않습니다.

이상규 : 진욱이. 이건 약속이.....

박진욱 : (뒤돌아 보며) 미안하네 이 장관. 난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고 싶은 게 있네.

대통령 : 말해 봐. (담배를 들어 김영철이 주는 불을 붙이며) 어서 말해 봐.

박진욱 : 그건, 각하가 누구보다도 잘 아실 거 아닙니까.

대통령 : 난 자넬 현명한 사나이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나. 개발도상에 있는 우리나라 정치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한 지도력이야! 국민들의 불만 같은 거 묵살하고, 그 비난을 십자가로 알고, 지고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 말이야.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하자면은 다른 방법이 없어! 유일한 길이야 이것이.

박진욱 :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십자가를 져달라고 했습니까? 당신은 구세주가 아닙니다. 당신은, 권력에 눈이 먼 장님일 뿐입니다.

대통령 : (벌떡 일어서며) 장님은 바로 너 같은 놈이야! 우리나라의 국민 총생산은, 그동안 나의 통치 기간에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어! 민주주의고 깨묵이고 경제가 튼튼해야 되는 거야! 현실을 똑바로 보라구. 나말고 누가 있나? 응? 누가 그걸 이루어 놨나?

박진욱 : 그게 당신의 착각이란 말입니다. 당신 없는, 홍콩이나 싱가폴도 우리나라보다 더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어느 경제학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으로 보나, 역사적 발전단계로 봐서, 이만한 정도의 발전은 당연한 것이라구요. 당신만이 이뤄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대통령 :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떤 엉터리 같은 경제학자가 그런 말을 해!

박진욱 : 당신이 이뤄놓은 경제발전의 실적은 인정합니다. 허나, 총칼로 뺏은 권력, 그 권력의 보전 때문에 당신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그 욕망 때문에, 우리들의, 우리 군인들의 순수했던 혁명은, 국민의 혁명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쿠데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대통령 : 넌 그런 말할 자격이 없는 놈이야! 너는 전의를 잃고 도망친 탈주병이야!

박진욱 : 탈주병, 그래요. 전 탈주병입니다. 전 인제, 권력의 울타리 속에서 탈출했으니까요. 하지만 각하! 당신은 아직도 권력의 울타리 속에서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당신은, 죽을 때까지 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종신 대통령이라는 굴레를 썼으니까요.

대통령 : 뭐가 어째?

김영철 : (권총을 뽑아 박진욱의 머리에 들이대며) 무슨 수작이야, 이새끼야!

대통령 : 가만!

박진욱 : 내 말을 당신을 비난하는 말로 듣지 말아 주십시요. 당신을 모시고 혁명을 일으켰던 의리상, 목숨을 내놓고 드리는 이 미련한 놈의, 최후의 충간입니다.

김영철 : (앞으로 나서며) 각하! 이놈은 제가 처단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요. 박진욱. 나가자!

(박진욱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는 김영철)

대통령 : 김 실장! 여기서 해라.

김영철 : 예 각하! (박진욱을 밀치며) 목표물로 가라.

박진욱 : (표적으로 걸어가다 이상규를 돌아보며) 상규. 잘 있게 상규.

김영철 : 빨리 해, 인마!

(표적지 앞에 서는 박진욱. 그런 박진욱에게 권총을 겨냥하는 김영철. 흔들림 없이 앞을 보는 박진욱.)

대통령 : 잠깐! (옆에 있던 카빈 소총을 들어 박진욱을 겨눈다.) 난 널 믿어왔다.

박진욱 : 감사합니다. 그 총을 똑바로 겨냥해 주십시요. 민중들 손에 맞아 죽느니, 차라리 당신 손에 죽게 되는 것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여기서 아무도 모르게 죽게 되더라도, 역사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야 말 것 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 가를 알고야 말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다가 눈을 감는 박진욱. 김영철의 총이 불을 뿜는다. 박진욱은 관자놀이 부근에 총을 맞고 사망한다. 김영철은 화풀이 하듯 옆에 든 소총을 집어들에 박진욱을 향해 난사한다. 모든 것을 지켜 보던 이상규는 고개를 숙여버린다.)







10. 10.26 직전 6 (YH사건)[편집]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박진욱의 시체를 울상이 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상규는 손수 코트로 박진욱의 시체를 덮어주고, 박진욱의 시체는 보안부 요원들에 의해 다시 비행기용 화물 컨테이너에 담겨져 마리아 송의 요정 뒤켠으로 옮겨진다. 요정에서 헬기를 통해 화물 컨테이너가 헬기에 매달려 이송되는 것을 지켜보던 이상규는 정 과장으로 부터 파업을 벌인 여공들이 기숙사에서 퇴출되자 마자 야당 당사로 옮겨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마리아 송은 헬기가 컨테이너를 이송하는 것을 요정 2층 테라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다 영어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몸을 돌린다. 헬기는 바닷가로 이동해 컨테이너를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뜨린다.





(전경들이 야당 당사에 최루탄을 쏘아대고 있다. 안에서 농성을 벌이던 여공들은 최루탄이 쏟아져 들어오자 혼비백산한다.)

(야당 당사 총재실)

김삼영 : 야 이놈들아. 여기가 어딘데 최루탄을 쏘아올려! 당장 모두 철수시켜!

경찰 책임자 : 총재님 고정하십시요. 우린 그저 상부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김삼영 : 상부의 명령이라니, 장관이야 대통령이야?




당사 밖의 전경들은 계속 최루탄을 쏘아대고, 당사안으로 진입한 전경에 쫓긴 여공들은 윗층으로 피신한다. 야당 당직자들이 전경들을 막아서지만 전경들은 그대로 야당 당직자들을 밀치고 계단을 오르고, 여공들은 옥상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더이상 올라오면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지만, 전경들은 그대로 진입해 여공들을 연행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한 여공이 '노동조건 개선하고, 노동 3권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을 감행한다. 분신한 여공은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아래에 모여 있던 주변의 시민들이 불탄 시체를 수습한다. 옥상으로 쫓아 올라온 김삼영은 비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본다.

김삼영 :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게 돼있어.






11. 결말 (10.26)[편집]



곳곳에서 점점 격화되는 시위, 어둠이 깔리자 그날 새벽처럼 야음을 틈타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김영철과 통화하는 이상규)

이상규 : 이보시오, 당신 정신이 있소 없소?

김영철 : 이건 각하의 명령이야! 아, 그까짓 것들 그냥 탱크로 밀어버리면 돼! 3만명쯤 없어지면 나라가 조용해 질 거라구!

이상규 : 말같지 않은 소리 집어치우고, 즉시 탱크부대를 철수시키시오!

김영철 : 철수 좋아하시네. 잠꼬대 그만하고 당신이나 목조심해! (전화를 끊어 버린다.)

이상규 : 버러지 같은 놈........




(급히 복도를 걷고 있던 이상규의 뒤를 도정한이 쫒아온다.)

도정한 : 형님! (멈춰서는 이상규 앞에 서며) 발포명령이 내렸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상규 :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네. 지금 당장 결판을 내야 겠어.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도정한 : 알겠습니다. 형님 뒤는 제가 적극 밀겠습니다. 김영철이는 저도 마땅찮은데가 많았어요. 그놈 뒤를 밀다가는 공범자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상규 : 알아줘서 고마워. 난 그럼 이만.

(자리를 뜨는 이상규의 뒤를 바라보는 도정한.)



야간임에도 더욱 격렬한 양상을 띄는 시위의 와중에, 이상규는 차량으로 보안부 요원들을 이끌고 마리아 송의 요정에 들어 선다. 이상규는 요정 문앞의 경호실 요원에게 급한 보고사항이 있다고 알리고, 이 와중에 서로 눈빛을 보내는 보안부 요원들. 안에 용무를 전달한 경호실 요원이 들어오시라고 하자, 이상규는 정 과장과 보안부 요원 한 명과 함께 요정으로 들어선다. 혼자서 내실에 들어선 이상규. 내실에선 대통령은 마리아 송과 여급 두엇을 대동하고 만찬 자리에 들어선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이상규. 만찬석에 앉는 대통령.마리아 송과 여급들은 대통령의 자리 옆에 시립한다. 미리 의자에 앉아 이상규를 보고 있는 김영철.)

대통령 : 그래. 급한 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이상규 : 네. 그것이, 젊은 장교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대통령 : 뭐가 어째? 아니 어떤 놈들이 그런 경거망동을 한다는 거야?

이상규 : 경거망동이 아닙니다. 이러한 사태가 오게 된 것은 바로 이놈 때문입니다!

(총을 뽑아 김영철을 쏘아버리는 이상규. 김영철은 의자에서 일어서며 권총을 뽑아들려 하지만, 총을 맞고 제압 당한 채로 쓰러지고 만다.)

이상규 : 버러지 같은 놈!

(몇 차례 더 사격을 가하는 이상규. 김영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그대로 절명한다.)

(식당에 있던 경호실 요원들이 총소리를 듣고 놀라지만 바로 보안부 요원들의 사격에 전멸당한다.)

대통령 : 상규 이놈!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대통령의 가슴팍을 향해 권총을 두 발 발사하는 이상규. 대통령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옆에 있던 마리아 송은 기어서 자리를 피한다.)




내실 밖으로 나온 마리아송이 주저앉은 채로 지켜보는 가운데, 보안부 요원들은 계속해서 요정을 샅샅이 뒤지며 경호실 요원들을 찾아내 사격으로 제압해버린다.




(이상규는 뒤로 나동그라진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대고 두 발을 발사해 확인 사살을 한다. 정 과장과 보안부 요원이 총을 든 채 내실로 들어 온다.)

이상규 : 됐나? 가자!

(보안부 요원들과 함께 요정의 마당으로 나오는 이상규, 그러나 요정의 문 바로 앞에 총을 겨누고 대기하고 있던 헌병들이 이상규와 보안부 요원들의 무장을 해제해 버린다. 요정 문앞의 마당에는 도정한을 위시한 동료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

도정한 : 당신을 대통령 시해범으로 체포합니다.

이상규 : 너, 누굴 믿고 이러나?

도정한 : 미국 측은 이미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소.

(굳어진 이상규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상태에서 언론의 보도 코멘트가 뜬다.)

보도 코멘트 : 방금 들어온 외신에 의하면, 미국 대학가는 이 충격적인 대통령 시해 사건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못하고 있으며, 한국 국민과 더불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대사와 통화하고 있는 마리아 송)

미 대사 : 나요 마담. 별일 없었소. 많이 놀랬지요.

마리아 송 : 약간. 하지만 한 시대가 끝나는 현장을 목격했으니, 저도 꽤 대단한 여자인가봐요.

미 대사 : 역시, 당신은 대단해.

마리아 송 : (웃음) 그런데 참, 언제 들러 주시겠어요?

미 대사 : 사태가 수습되고 잠잠해지면.

마리아 송 : 그게 언제가 되는데요? 군대가 제집으로 돌아갈려면, 꽤 오래 걸릴 걸요?

(전투기가 이륙하는 미국 항공모함의 모습을 비추며)

보도 코멘트 : 또한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비상사태를 틈탄 외세의 개입 및 적대행위를 저지하기 위하여 이 지역에 항진중이던 항모 한 척을 포함한 미 해군 항공기동타격대를 한국 해역에 출동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성 대변인은 대한 방위 공약 중시를 거듭 천명하면서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인권 문제를 포함한 그 어느 미국의 국익보다도 우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태는 안정되고 조용하게 헌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군부는 현정부를 지지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루탄을 발포하는 페퍼포그 차량, 전경 부대와 대치하고 있는 대규모 시위대의 모습을 비춘 후 암전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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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역이지만 초대 국가보안부 장관인 박진욱 부터 이상규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안부 장관을 보좌를 하는 보안부 요원이다. 그런데 크레딧에는 노필수라는 이름으로 나온다.[2] 오작교 작전설에 따르면 김형욱을 수송하기 위해 외교부 행낭을 이용했다는 추측이 있다.[3] 실제로 김재규는 망명 상태였던 김형욱에게 서신을 보낸 적이 있다.[4] 여기에 통역인 오상호가 같이 있다가 혁명평의회의 방송을 미군에게 통역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