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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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를 설득하는 수하

氣英布

"양편 군사들이 진을 벌이고 싸움을 돋우고 있을 때, 우리 쪽에선 영원수(경포)가 달려나간 거지? 어떻게 차려입고 있었을까?
'머리에는 별이 그려졌고 해와 달이 반짝이며, 닭털 꽂고 봉의 깃으로 장식한 영롱한 세 가지 뿔이 달린 조양자금(棗穰紫金) 투구를 썼고, 몸에는 칼도 튕겨나고 화살도 들어가지 않는 쇠사슬을 고기 비늘 처럼 엮고, 밝은 달과 버드나무 잎새 모양 쇳조각 붙여서 만든 귀배당예(龜背塘猊) 갑옷 입었고, 그 밑에는 사람의 넋을 빼앗고 사람 눈을 부시게 하는 붉은색 물들인 바탕에 교묘한 솜씨로 온갖 무늬 수놓은 무봉금정포(無縫錦征袍)를 받쳐 입었고, 허리에는 풀리지도 않고 끊이지도 않으며 향면(香綿)으로 싸고 실을 엮어 만든 몸을 꽉 동여주는 팔보사만대(八寶獅蠻帶)를 매었고, 발에는 사람을 밟아 죽이고 말 발걸이를 차는 가시 달린 물소 가죽으로 만들고 짐승머리가 그려있고 나무뿌리로 바닥을 댄 탄운말록화(吞雲抹綠靴)를 신었고, 손에는 한 자루의 눈처럼 희게 빛나고 바람 처럼 빠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싸늘하게 하고 이를 시리게 만드는 순강으로 만든 선화잠금부(宣花蘸金斧)를 들고 휘두르며, 한 마리의 두 귀는 작고 네 발굽은 가볍고 꼬리는 가늘고 가슴은 넓으며 물속을 평지처럼 다니는 권모적토마(捲毛赤兔馬)에 올라앉아 있겠다.'
그런데 항우인들 어찌 이기지 못하겠느냐? 전령! 숨을 돌리고 다시 한 번 말해 보아라!" - 제 4절, 장량의 대사 中


1. 개요
2. 1절
3. 2절
4. 3절
5. 4절


1. 개요[편집]


중국 원나라 시기의 원잡극 중에 하나. 저자는 상중현(尙仲賢)이라는 사람인데, 진정(眞定) 출신이고 . 강절행성무관(江浙行省務官)이라는 벼슬을 지냈다는 것 이외엔 생애에 대하여 알려진게 거의 없다. 11편의 잡극을 썼다고 하는데 「유의전서(柳毅傳書)」와 「기영포(氣英布)」, 「삼탈삭(三奪槊)」 3종과 「왕괴부계영(王魁負桂英)」의 곡사(曲辭) 1절(折)과 「귀거래혜(歸去來兮)」, 「조낭배등(趙娘背燈)」의 잔편(殘篇) 정도만이 남아 있고, 나머지 4종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남아 있는 작품만으로도 당대에 중요한 잡극 작가 중에 한명으로 취급을 받는데, 문장이 아주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영포는 이 상중현의 잡극 작품 중에 하나로, (秦) 말 (漢) 초에 활약한 영포(英布)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로, 초한쟁패기에 보통 주목되는 인물들이 항우(項羽)나 유방(劉邦), 혹은 한삼걸(漢三傑) 등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특이한 일이다. 대체적인 줄거리는 사기(史記) 경포열전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나 상중현이 허구로 덧보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인물들이 말하는 지명이나 사건 등은 대체로 사기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편이다.

이 작품의 본래 이름은 한고조탁족기영포(漢高祖濯足氣英布)[1] 인데, 사기 열전의 기록 중에 유방이 수하(隨何)를 보내 경포를 회유하였다는 이야기와, 유방이 발을 씻으면서 영포의 기세를 꺾으려 했던 일화를 취해서 상중현이 중간중간에 자신이 살을 붙인 이야기다.

이 희곡의 특징이라면 마치 힙합라임을 보듯이 완벽하게 잘 짜여진 결구와 깨끗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있는데, 선비인 수하의 굴러가는 듯한 교묘한 언변과 무장인 경포나, 특히 번쾌(樊噲)의 마구 내뱉는 소리가 묘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재미를 준다. 꽤나 유쾌하게 전개되면서도 구성이나 문장에서 빈틈이 없는 점이 특징.

창법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한 사람이 노래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원잡극의 격식이라면, 이 작품은 주인공 경포만 노래를 부르지 않고 4절에서 경포의 전승을 알리러 온 전령도 노래를 부르는 등 연극 효과를 크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의 현재 남아 있는 판본은 원각고금잡극삼십종본(元刻古今杂剧三十种)과 원곡선(元曲選) 본이 있는데, 원작에 가장 가까운 것은 원각본이지만 생략된 내용도 있고 불완정한 측면도 있다.

국내에서는 명문당 출판사에서 낸 '원잡극선'에 번역이 되어 실려 있는데,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주로 원곡선에 의존하면서 원각본은 옆에 놓고 참고만 했다고 한다.

아마 초한전쟁을 다룬 작품 중에 경포가 가장 막강하게 나오는 작품일듯. 어수룩해서 머리 좋은 수하나 유방의 의도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한탄도 많이 하고, 야심만만한 인물상이라기 보다는 순박한 면모지만 그야말로 무식한 인간처럼 묘사되는 번쾌보다는 우직한 무인에 가깝게 묘사가 된다.

무엇보다 4절에서는 경포가 항우와 직접 일기토로 겨루어서, 항우를 도망치게 만든다! 딱히 항우가 차륜전을 치루느라 지친 상황도 아니었고, 서로 미친듯이 싸워 항우를 무찔러버리는 것. 초한전쟁을 다룬 각종 초한지 물에서 항우가 완전한 일 대 일의 대결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이 경우가 고금을 통틀어도 유일한 사례일듯. 사실 항우와 경포의 대결이 직접 묘사되는것은 아니고, 전령과 장량의 대화를 통해 언급되는데 그 대화만으로도 경포의 포스가 어마어마하다.[2]

그리고 시점 상으로 항우가 아직 완전히 패망하지는 않았지만 몰락하는 시점이라, 토사구팽을 당하는 모습은 묘사되지 않고 끝난다. 다만 이 작품의 경포는 "제후왕 씩이나 된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반란을 일으키냐?" 는 질문에 "황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임마!" 같은 패기로운 대답을 하는 실제 역사 속의 경포와는 달리, "한나라를 도와서 내가 한신 같은 왕하고 비등하게 되었네. 내가 한나라를 돕지 않았다면 경형(黥刑) 받은 몸으로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 ㅠㅠ" 할 정도로 비교적 소탈한 모습에, 유방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복하는 등 성격이 많이 달라 계속 전개가 되어도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을 듯?

경포와 용저(龍且)[3]가 서로 앙숙으로 묘사된다.


2. 1절[편집]



수하를 협박하는 경포

처음에 수하가 시를 읊으며 등장하면서 유방이 유생들을 업신여기는 일에 대하여 한숨을 내쉬고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공을 세워야 뭔가 작위를 받지 않을까 하고 한탄한다. 이후 유방이 등장하여 팽성대전의 패배 이후 제후들이 자신을 버린 일에 대하여 한탄을 하며 군신회의를 여는데, 장량은 경포가 40만의 정예병을 이끌고 있으니 경포를 회유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충고를 해준다.

이에 수하가 나서 자신이 경포를 설득하겠다고 말하는데,[4] 유방은 유생인 수하를 무시하지만 장량은 수하를 믿어보라고 권하여 수하는 20명만 거느리고 경포에게 떠난다.

이후 경포가 등장하여 자신의 내력을 말하고, 아무래도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할것이라고 여기면서 한나라가 화해를 구하는 사신조차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의한다. 이때, 수하가 과거 자신과 경포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경포를 설득하는데, 당초에 경포는 수하를 죽이려 들지만 수하가 과거 형님 동생 하던 사실을 내세우자 경포는 수하를 풀어주고 형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초나라의 사자가 오자 경포는 깜짝 놀라고, 초나라의 사자도 수하를 보고 대단히 놀라 경포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른다. 이 와중에 수하가 칼을 들어 초나라의 사자를 살해하자, 졸지에 초나라와 악연이 생겨버린 경포는 어쩔 수 없이 수하를 따라 유방을 만나러 떠난다.

3. 2절[편집]



발을 씻으며 경포를 모욕하는 유방

경포는 수하를 따라 유방을 만나러 가지만 환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쌀쌀 맞은 대접에 경포는 자신이 판단을 잘못한게 아닌가 싶어 후회한다. 이러던 와중 만난 유방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여자들을 시켜 발을 닦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경포는 모욕감에 부르르 떨며 본래 있던 구강으로 돌아가 버리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수하는 유방이 발이 아파서 그런것이라고 핑계를 대며 경포를 설득하고, 어차피 지금 항우는 대단히 노여워 하고 있을테니 초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경포는 아예 자결을 하려고 하지만 수하는 경포를 말리고, 경포는 자신이 한나라에 있을 수도 없고 초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다면 차라리 파양호로 가서 40만 군사를 이끌고 도적때나 되겠다면서, 지금 자신이 떠나가면 20명의 항우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 선언한다.

수하는 경포를 어떻게든 말리려고 하지만 "닥쳐라" 라는 말만 듣게 되고, 일단 경포는 성 밖에 차려놓은 자신의 군영으로 돌아간다. 이후 혼자 남게 된 수하는 관객들에게 유방이 경포를 모욕한 본뜻은 그의 예기를 꺾으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4. 3절[편집]


유방이 장량, 조참, 주발, 번쾌를 거느리고 나타나 관객들에게 자신이 경포를 모욕한 본뜻을 설명하며, 이제 경포를 회유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장량은 동의하지만, 번쾌는 경포를 무시하면서 경포의 투구를 벗어 오줌을 갈겨 주어야 했다 고 투덜거린다. 이 작품 한정으로 번쾌가 경포에게 덤비면 문자 그대로 끔살 당할듯 조참은 그런 번쾌를 보고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군사님 말이나 잘 들어라 라고 쿠사리를 먹인다.

이후 경포가 등장하여 부하들을 이끌고 돌아가려는 찰나에, 수하가 잔치상을 둘러맨 기녀들과 함께 등장해서 경포를 위로한다. 경포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만 이내 장량, 주발, 번쾌, 조참이 나타나 경포를 설득한다. 경포는 마구 상소리를 해대는 번쾌를 보고 저 놈은 나보다 잘하는게 개나 더 잘 잡는 정도인데, 저런 놈도 잘나가네 라고 생각하며 조금 흔들리지만 여전히 퉁명스럽게 반응한다.

이때, 유방이 직접 등장해 칼을 주고 술잔을 주자, 경포는 유방의 인품에 감복하여 그를 따르겠다고 맹세하게 된다. 이후 유방은 술에 진탕 취해서 잠드는데, 경포는 유방이 술에서 깨지 않도록 그에게 알리지 않고 항우에게 공격 당하고 있는 팽월을 돕기 위해 곧바로 출진하면서 노래를 부른다.[5]

장량은 떠나는 경포를 보고 승리를 확신 하며, 결과를 보지도 않고 부대에 전승 축하 행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에게는 대풍가를 가르치겠다고 말한다.

5. 4절[편집]


유방이 부하들과 함께 등장하면서, 경포와 항우의 싸움이 어떻게 끝났을지 궁금해한다. 장량과 수하는 승전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비해, 번쾌는 팽성대전에서 항우가 보인 경이적인 무용을 회상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때, 전령이 한나라 영포의 용맹은 누구도 따르지 못할 정도 라며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한다. 장량은 전령에게 승패의 결과를 물어보고, 전령은 전투의 상황을 말로서 묘사한다.

전령의 말에 따르면 항우는 대단히 분개하여 경포를 꾸짖었고, 이에 경포와 항우가 서로 출전하여 겨루어 싸운다. 항우가 경포를 향해 창을 찔러넣었으나 경포는 가볍게 이를 피했고, 다시 두 명은 온갖 무술을 총동원하여 엄청난 혈투를 벌인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치고 입고 있는 갑옷과 투구도 부서질 무렵, 경포가 성난 말을 몰아 한번 거세게 공격하자 결국 항우는 후다닥 북쪽으로 달아나고 만다. 경포는 그 모습을 보면서 큰 도끼를 들어올린다.

수하는 이제 전쟁은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환호하고, 번쾌는 경포가 공을 독차지 하기 전에 항우를 추격하겠다고 성화를 부린다.

이후 경포가 자신은 오직 한나라를 위한 충심으로만 싸웠다고 말하며 등장하고, 유방을 만나 자기가 항우와 싸워 작은 공은 세웠지만, 항우를 끝까지 추격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자 유방은 걱정하지 말라고 경포를 다독이며 그 자리에서 회남왕에 경포를 봉한다. 경포는 유방의 은혜에 감사해하며, 자신이 한나라를 위해 싸운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극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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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나라 고조가 영포가 찾아왔을 적에 발을 씻으면서 그를 대하여 영포를 화나게 하였다는 뜻[2] 시종일관 경포에 대해 부정적인 번쾌는 팽성대전의 일을 회상하면서 경포가 항우에게 작살이 날거라고 여기다가, 경포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포만 공을 다 먹으면 안 된다. 면서 항우를 추격하려고 한다.[3] 언급만 되고 배역이 있지는 않다.[4] 번쾌는 80만의 병력을 주면 자기가 경포를 사로 잡아 올 수 있을것이라고 하다가, 조참에게 지금 그런 병력이 어디있냐고 쿠사리만 먹는다.[5] 이때 부르는 노래의 패기가 장난이 아니다. 대략 "내가 지금 출발했으니까 온 천하가 한나라에 속하게 되리라. 적들은 내 그림자만 보고도 도망칠 것이다. 진격하여 말발굽 닿는 곳마다 죽어 나자빠진 사람의 머리가 굴러다니고 모래밭은 피로 물들고 시체가 널릴 것이다. 팽월은 걱정하지 말고 있어라. 곧 천하는 이제 더 이상 둘로 나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