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니아 공방전

1. 개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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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14년, 마케도니아 왕국군이 로마 공화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일리리아의 요충지인 아폴로니아를 포위하면서 발발한 전투. 제1차 마케도니아 전쟁의 첫번째 전투이다.

2. 상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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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국왕 필리포스 5세는 기원전 221년 왕위에 오른 뒤 아카이아 동맹과 손잡고 아이톨리아 동맹, 스파르타, 엘리스를 상대로 아이톨리아 전쟁을 벌인 끝에 기원전 217년 이들을 굴복시키고 그리스 전역에 대한 마케도니아의 패권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아이톨리아 전쟁을 치르던 중인 기원전 219년 로마군이 마케도니아와 인접한 일리리아 왕국을 복속시키자, 주변 국가들을 희생시켜가며 영토를 계속 확장하는 저들이 언젠가는 마케도니아까지 노릴 것이라 여기고 경계했다.

폴리비오스에 따르면, 일리리아 군주였다가 로마군에 축출된 뒤 마케도니아에 망명하여 필리포스 5세의 고문이 된 파로스의 데메트리오스가 이렇게 부추겼다고 한다.

"헬라스는 이미 폐하에게 전적으로 순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아카이아인은 폐하께 진정한 애정을 표하고 있습니다. 아이톨리아인들은 전쟁에서 발생한 재난으로 인해 공포에 사로잡혀 감히 대적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이탈리아로 건너가셔야 합니다. 이것은 제국을 건설하는 첫번째 단계이며, 폐하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로마인들이 페니키아인들에게 곤경을 겪고 있으니,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필리포스 5세는 그 말에 혹해 로마를 일리리아에서 축출한 뒤 이탈리아로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기원전 217~216년 겨울에 100척의 전함을 건조하고 선원들을 훈련시켰다. 이때 건설된 배는 전사 50명을 태울 수 있고 민첩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일리리아산 소형 전선 렘보스(λέμβος)였다. 그는 해전 경험이 별로 없는 마케도니아군이 로마 해군을 정면 대결에서 무찌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일리리아 해안을 장악한 뒤 군대를 이탈리아로 신속하게 수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함대가 갖춰지자, 필리포스 5세는 일리리아 해안의 주요 요새인 아폴로니아를 기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그리스 남단을 돌아 아드리아해를 따라 항해한 끝에 목표에서 14마일 떨어진 아올론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그들과 동맹을 맺고 있던 일리리아 국왕 스케르딜라이다스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하고 10척의 퀸퀘레메(quinquereme: 5개의 노를 갖춘 갤리선)를 아폴로니아로 파견했다. 로마 함선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필리포스 5세는 그들의 규모가 작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마케도니아 해역으로 철수했다.

기원전 216년 8월, 한니발 바르카가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필리포스 5세는 이 소식을 접하자 로마의 패배가 기정사실이라고 여겼고, 이 기회에 한니발과 손잡고 로마를 공략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기원전 215년 여름, 아테네 출신의 크세노파네스가 이끄는 필리포스의 사절단이 한니발 진영에 도착했다. 한니발은 발칸 반도의 강대국을 동맹국으로 두는 것에 반색하며, 필리포스가 자신을 위해 군대와 물자를 지원해준다면 그가 일리리아를 완전히 차지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세노파네스와 카르타고 대표단을 태운 배가 마케도니아로 돌아가던 중 칼라브리아 해안에서 로마 함대에 나포되면서, 로마 정부는 한니발과 필리포스 5세의 동맹이 맺어졌다는 것을 조기에 파악했다. 로마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무관 마르쿠스 발레리우스 라이비누스에게 30척의 함대를 맡겨 아풀리아에 주둔한 25척 함대와 연합해 아드리아 해에 인접한 이탈리아 해안을 지키고 필요한 경우 마케도니아로 건너가서 필리포스 5세에 맞서라고 지시했다.

필리포스 5세는 한니발과 손잡은 뒤 아카이아 동맹도 끌어들이려 했지만, 아카이아 동맹의 지도자 아라토스가 로마와의 전쟁에 함께 하길 꺼려서 그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했다. 여기에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서쪽의 메세네에서 민중과 귀족간의 갈등으로 인해 내전이 벌어지자, 필리포스는 이에 개입해 메세네 귀족 150명을 처형하여 내전을 수습해 준 뒤 그 대가로 이토메 요새를 제공받았다. 그러자 아라토스는 필리포스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요충지인 아크로코린스를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 이토메까지 보유하는 것은 펠로폰네소스 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힐난했고, 필리포스 5세는 어쩔 수 없이 이토메를 포기해야 했다.

이렇듯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시일을 지체한 필리포스 5세는 기원전 214년 봄이 되어서야 아폴로니아를 향한 공세를 개시했다. 120척의 렘보스로 구성된 마케도니아 함대는 아울론 만에 도착한 뒤 오리쿰 항구를 점령했다. 이후 육지에 상륙한 마케도니아군은 왕의 지휘하에 아폴로니아를 포위 공격했다. 오리쿰 주민들은 이탈리아 남단부의 항구 도시인 브룬디시움에 사절을 보내 구원을 요청했다. 마침 브룬디시움에 머물고 있던 라이비누스는 이를 수락하고 함대를 이끌고 발칸 반도로 항해하여 오리쿰을 단숨에 탈환했다.

얼마 후, 라이비누스는 라틴 동맹군 사령관 퀸투스 나이비우스 크리스타에게 아폴로니아를 구원하는 임무를 맡겼다. 크리스타는 2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비밀리에 이동해 마케도니아 진영을 습격했다. 필리포스는 로마군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퇴로조차 미처 확보하지 못했다. 그는 아폴로니아에서 배를 타고 도망치려 했지만, 적이 강 어귀에서 길을 막자 배를 불태우고 육로를 통해 마케도니아로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이리하여 아폴로니아를 구원한 라이비누스는 일리리아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아이톨리아 동맹, 페르가몬 왕국, 스파르타, 엘리스, 메세네에 잇따라 사절을 보내 반 마케도니아 동맹을 결성했다. 이리하여 카르타고와 힘을 합쳐 로마를 공략하려던 필리포스 5세의 계획은 난관에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