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케 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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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 인물. 인간 남성.

정우 규리하가 어쩌다 보니 규리하 공에 오른 뒤 처음으로 출장 가게 된 아스캄의 영주다.

전형적인 옛날 악역. 긴시테 노인이 평생 개간하여 아들의 결혼 혼수로 주려고 한 땅을 원래 자기 땅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땅에서 나온 부정한 이익은 회수해야 한다 → 땅을 혼수로 며느리를 얻었으니 며느리가 부당 이득이다! 라는 논리로 며느리를 끌고 간다. 이에 새 신랑이 항의하자 곤장을 두들긴 후 감옥에 가두고 '너 사형'으로 응수. 신랑의 목을 베어서 신부를 과부로 만들어야 간통이 아니니 안심하고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한다.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공문서 위조가 간통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이니 이상한 쪽에서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인의 친구 대장장이가 '혹시 공문서를 위조한게 아닐까'라는 의혹을 떠올리고 규리하 공에게 알려 벌을 받게 하겠다고 하자, "똑똑한 소리였지만 규리하 공은 전쟁에서 박살나서 도망쳤다'고 대장장이를 비웃는다. 즉 단순히 신부를 원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의 혼란을 틈삼아 혼수인 땅을 뜯어내고 겸사겸사 신부도 빼앗은 것. 결국 참다 못한 노인이 나랏님(규리하 공)을 찾아 상소를 올리게 만든다. 마침 그땐 이미 엘시 에더리의 임기응변으로 정우가 규리하 공으로 등극한 상태.

이때 서약지지파들에 의한 저격 위험 때문에 엘시와 정우가 약간 실랑이를 벌이지만 결국 정우는 수백의 레콘으로 이루어진 엉겅퀴 여단이 붙어서 처벌을 하기 위해 출장한다. 그러자 골케 남작은 성에 틀어박혀 농성으로 버티려 들었고, 이 때문에 역사상 전례 없던 응징을 받게 되었다. 정우가 300명의 레콘[1]들로 하여금 남작의 성을 묻어버리라고 명령한 것. 장대한 삽질에 성은 하나의 언덕이 되었고 성이 파묻히는 동안 현실을 의심하던 남작과 그 가족들은 도망쳐 나오다 검거되었다. 그리고 성채 매장자는 남작에게 백성들의 집에서 사흘씩 살아보면서 뉘우치라는 명령을 내리고, 만약 다시 왔을 때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으면 성 말고 다른 것을 제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생명과 아스캄에 대한 통치권만 빼고 무엇이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골케 남작의 사병들은 다음에는 자신들이 매장당할 것이라고 확신한 얼굴이 되었다.

이 비상식적인 처벌은 즉흥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아스캄에 도착해서 골케 남작이 성에 의지해 싸울 생각이란 걸 알아냈고, '마침 레콘이 있으니까' 그 성을 제거한 것. 그 사람이 어떤지만 알면 누구라고 이해시킬 수 있다고 믿고 싶다고 한다. 여담으로 정우가 엘시에게 자신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엘시는 엄밀히 조사 후 범죄가 사실이라면 신속히 처형하겠다고 답했다.[2] 하지만 도깨비들 사이에서 자랐던 정우는 그런 엘시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위와 같은 처벌을 내렸다.[3]

이후 무사히 얼어붙은 바다를 건넌 사라말 아이솔, 파라말 아이솔, 아트밀에 의해 다시 조명되는데, 개과천선한 듯 착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아스캄 영지민들 역시 자기 집에 머무르는 걸 불편해해서 정우가 다시 골케 남작의 성을 파내주길 원하고 있었다.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거지 남작이 다스린다고 놀림받기도 하고, 자기 집이 법정 겸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니 좋아할 턱이 없을 듯. 통치자가 하는 거 없이 놀고 먹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이상한 사건 하나 걸리면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고생한다던가... 하지만 이 농부들은 바빠서[4] 규리하 공에게 갈 시간이 없는 터에 사라말 일행이 오자 이제 골케 남작이 일 잘하니 도로 성 파내달라고 전해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정우가 업무수행차 아스캄에 들렀을 때 야리키는 할 일이 없다며 이 성을 도로 파기로 하고 그가 떠나게 될 땐 규리하에서 고용한 전쟁 유민들이 그 일을 이어받는다. 백성들과 남작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 걸 보면, 그리고 제정신 차리고 일하고 있는걸 보면 어쨌든 해피 엔딩.

작은 영지의 남작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대륙 정세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성을 묻어버리는 비상식적 처벌로 인해 정우 규리하에게 '성채 매장자'라는 별명이 생겼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정우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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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로 골케 남작이 항전하려 하자 틸러 달비 왈, 레콘 세 명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고 말했다. 싸울 사람 한 명, 그 사람이 너무 흥분하면 말릴 사람 두 명. 작중에서 레콘은 혼자 있어도 부대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만큼, 일개 수령을 상대로 레콘 세 명은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2] 하급자가 권력을 남용해 보살펴야 할 신민을 괴롭혔다. 하급자를 믿고 맡긴 상급자를 욕되게 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등기부 위조로써 치도의 근본 중의 근본인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원칙을 기본부터 파괴한 중범죄로 보았다. "흔히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하나 정녕 그렇다면, 그 강함만큼 붓에 지어지는 책임 또한 그만큼 무거워야 할 것이며 창검으로 이루어지는 반역보다 큰 처벌을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붓에 바치는 칼의 경의로 생각할 것이다."라고. 글자 몇번 놀려서 사람을 파멸시키는 것에 대한 작가의 비판으로 보인다. 요즘 봐도 소름이 돋는 말이다[3] 죽어서 어르신이 되는 도깨비들의 사회는 아무것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런 사회에 사는 도깨비들은 상실에 익숙하지 않아서 능동적으로 상실을 꾀할 수 없다. 도깨비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정우도 마찬가지. 이는 정우의 대사에서 잘 드러나는데, "신속히 사형에 처한다고요? 참 이상하죠. 나중에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어쩌구요? 모르는 사람이니까 상관없다고요?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면요?"[4] 하지만 전형적인 시골 농촌인 아스캄은 한겨울에는 당연히 농한기고, 파라말도 이들이 할 일 없어서 심심해 죽을 지경이지만 나랏님에 대한 두려움과 일종의 수줍음 때문에 행동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