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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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2. 줄거리
3. 특징
4. 여담


1. 소개[편집]


일본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가 오랜시간 조사와 집필 끝에 내놓은 시대소설. 원제는 《미부의사전(壬生義士伝)》

막부 말 활동했던 신선조의 무사로 활동했던 요시무라 칸이치로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다만, 실제로 책에 쓰인 그대로 활약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 당시 시대적 사실이나, 사건을 통해 재구성한 가상 주인공에 가깝다. 작품은 신선조가 사실상 해체되었던, 도바-후시미 전투를 기점으로 시작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당시 막부말의 혼란기는 어떠했는지, 그 시대 일본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땠는지를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와 신선조를 중심으로 전한다.

2003년 '바람의 검 신선조'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었다.


2. 줄거리[편집]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밤. 한 무사가 에도에 있는 한 커다란 다이묘 저택으로 찾아온다. 그 무사는 자기가 탈번한 무사 요시무라 칸이치로임을 밝히고, 번의 중신 오노 지로우에몬과의 인연을 빌미 삼아 다시 들어가기를 청한다. 처음에는 무시당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들어온 칸이치로는, 번의 이름과 무사도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 죽마고우였던 지로우에몬에게 할복을 명받는데...


3. 특징[편집]


신선조를 다루는 작품들이 그렇듯이 어느 정도 미화된 부분이 많다. 사실 막부 공인을 명목으로 많은 패악질을 저질렀음이 널리 인정받는 데 비해 이 책에서의 간지나는 모습에서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선조라는 하나의 집단과 등장 인물등을 통해서 당대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 책의 골자. 대표적으로 작중의 주인공 집단인 신선조도 개개인은 매력적으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그들의 어리석음과 부조리를 숨기는 작품은 전혀 아니다. 이미 시대가 변해가고 있는데도 무사도에 광적으로 집착하여,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인명을 경시하는 태도라던가, 이를 알고 오히려 배격하고 싶어하는데도 조직의 성격상 이에 순응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1]

비록 내용은 작가의 상상으로 쓰여진 가상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시대적인 사실과 고증, 그리고 현실적인 캐릭터나 사연들을 다루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실 작품에서 주로 소재가 되는 것은 무사도, 신분 사회,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대상이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나 조직에 속한 조직원으로서의 고뇌나, 가장으로서의 삶등도 폭 넓게 다룬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긴 시간이 지난 후에 화자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면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당시를 보게 도와준다. 굳이 일본 사람이 아니라도 이리저리 깊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면에서 충분히 수작.

그리고 깨알같은 디테일한 면, 특히 조직사회의 갈등을 잘 묘사한다. 카리스마 넘치고 유능하지만, 사람 보는 눈이 종종 어두워 아첨꾼을 불러들이는 리더, 그리고 그 총애를 등에 업고 공을 가로채는 낙하산들(!), 또 그들을 질투하고 미워해서 급기야는 없애버리는 조직원들, 그걸 보이지 않게 잘 수습하느라 고생하는 다른 중간관리자의 모습 등등... 뿐만아니라, 윗 사람의 말도 안되는 지시에도 복종하느라 피 말리는 아랫 사람의 모습 등을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신선조를 상당히 입체적이고 인간적으로 묘사한 덕분에 그들에 더 깊게 공감할 수 있게 한다.


4. 여담[편집]


일본에서 189만부 가량이 팔렸다고 한다. 아사다 지로라는 작가의 역량이 총동원 된 작품이라, 이 사람의 다른 책을 보고 이 책을 보면, 상당히 놀라게 된다. 특히 아주 신파적이거나 코믹한 내용으로 술술 넘어가는 책을 주로 쓰던 사람이 더 그렇다.[2]

사실, 메이지~쇼와를 다룬 일본 작가의 작품들은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일본 국내에서 벌어진 어두운 면면을 두리뭉실하게 얼버무리거나 미화하는 경우가 많아 읽을 때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메이지 유신 당시의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세력들(막부, 유신세력, 각 지방 다이묘들, 그 밑에서 일하던 사무라이들, 물론 신센구미도)이 제각각 안고 있던 모순을 매우 평등하게(!) 까고 있어 한국인이 읽기에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검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볼만하다. 사실 주인공의 무력이 워낙 귀신같이 그려져서 좀 비현실적인 맛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상당히 디테일에 충실한 작품이라 읽을거리도 많다. 이를 테면 키가 크면 클수록, 간격 잡기에 좋아서 유리하다는 내용이나, 상대의 검을 주로 쓰는 손과, 검집을 매는 위치에 따라서 공격범위가 정해지니, 같이 걸을 때 되도록이면 검집이 있는 위치는 피하고 칼 쓰는 손쪽으로 걷는다던가 하는 것 등. 신센구미 주요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가부키 등의 미화된 인물상보다 당시의 사료를 참고로 최대한 본인에 가깝게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엔 폐병 걸린 섬세한 미소년 오키타 소지나 청렴하고 대범한 비극의 영웅 콘도 이사미는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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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간지가 나긴 하지만 이들의 어리석음이나 한계를 부정하진 않는다. 이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해서 그렇지 소설에서 묘사된 바로는 곤도 이사미는 카리스마 잇는 리더인걸 떠나 귀가 얇고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며, 사이토 하지메는 막강한 검사지만 별다른 야망이나 이상이 없이 명령을 따르는 인간 백정이고, 신선조가 오직 의협심만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검문할 때 돌격조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만으로 할복을 명하고 시행하는 어이없을 정도로 부조리한 모습도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전적으로 미화된 것은 주인공이자 기록이 많이 없는 인물이어서 성격묘사에 관해선 작가가 상상한 내용이 대부분인 요시무라 칸이치로 정도이다.[2] 작가 본인이 전 세계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도박해댄걸 쓴 기행문도 책으로 나올 정도로 잘 놀고, 젊은 시절에도 야쿠자와 어울리는 등 좀 놀았던 양반이다. 대표작인 프리즌 호텔 시리즈만 해도 슬랩스틱 코미디를 이어가다가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다만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신파라고 해도 억지눈물을 자아내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철도원과 러브레터만 봐도 억지 감동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