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림 자보로

눈물을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높은 성벽에 둘러싸인 자보로의 마립간.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은 탓에 삼촌인 키타타 자보로의 손에서 자랐다. 작중 시점에서는 완숙하지 못한 젊은이[2]였지만, '늙은이를 마립간으로 올려 자주 지도자를 바꾸느니 젊은이를 올려서 성숙할 때까지 일족이 보조한다'라는 명분으로 마립간으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그는 제왕병자였고, 스스로를 담장왕위엄왕이라 칭하며 왕위에 오르겠다 천명했다. 이후 자보로를 지나는 여행객들에게 통행세를 받았다.[3] 자보로 사원에 도착한 구출대 일원은 그 통행세가 전쟁 자금을 비축하기 위함이고 전쟁 상대는 예로부터 분쟁이 잦았던 메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케이건은 이 사정을 알게 되자 고다인 대덕에게 지그림을 경계할 것을 조언해준다. 케이건은 지그림 자체는 그닥 뛰어난 왕의 재목이 아니지만 자보로의 재산과 힘이 있기 때문에 왕의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자라고 평가했다.

구출대가 도착한 이후 사모 페이, 마루나래가 도착하여 대치하게 되자 성벽에서 용건이 뭐냐고 물었을 때, 사모가 어떤 나가를 데려오라 요구를 받았다. 이후 그 연유에 대해 묻자 사모는 자신이 나가임을 보였고, 다짜고짜 괴물이라며 공격을 명한다. 그러나 별다른 피해를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사모의 도움으로 마루나래가 자보로 성벽을 넘어 별비 이후 처음으로 호환에 당하여 마루나래 입에 머리가 끼여버리게 되는 수모를 겪는다. 결국 막 눈을 뜬 아스화리탈이 마루나래를 물리치며 풀려나긴 했지만 한동안 정줄놓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그런데 또 정신 못 차리고 아스화리탈에게도 눈독을 들였다. 키타타와 부하들을 시켜 자보로 사원에 있던 구출대를 습격하여 결박한 다음 용을 회유하여 전쟁병기로 써먹으려고 했지만 아스화리탈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불을 쏘아 지그림의 옷을 그을리게 하였다. 그리고는 구출대에게 용을 넘기라고 회유, 협박하려 했지만 케이건이 손님을 한밤에 습격을 하고 납치하는 자를 왕이라 할 생각이 없다고 준엄하게 지적했다. 결국 결박에서 풀려난 구출대, 특히나 티나한에게 무참히 깨지고 구출대는 떠나게 된다.

그러고도 또 또 정신을 못차리고 사모 페이가 다시 돌아오자 대호를 넘길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키타타 자보로는 조카 지그림의 그동안의 작태를 안그래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보고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렸다. 결국엔 분노한 키타타에게 칼집으로 개패듯 두들겨 맞고,[4] 전치 1개월의 부상을 당했다. 후에는 결국 마립간으로 돌아간 듯 하다. 요컨대 지그림은 왕위에 대해 욕심을 부렸지만 왕권을 세우는 데는 완벽하게 실패해 아무도 왕 취급을 해 주지 않았고, 사실상 이름만 바꾼 마립간에 불과했다.

제2차 대확장 전쟁 발발 이후 자보로 낙성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거 평원 전투 당시 자보로 일족의 생존자가 키타타 자보로뿐이었던지라 죽은 건 확실한데 아무래도 마립간이란 지위를 고려하면 자보로 낙성시 전사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작중에서는 어리석은 모습만 보여줬지만 개인적인 능력은 그럭저럭 있는 듯하다. 병사들이 화살을 빗맞추는 동안 사모에게 화살을 정확히 겨냥해서 쐈고, 해이한 기강에 분노해 칼을 빼들고 직접 즉결처분하려 했을 정도니 개인 전력은 그럭저럭 있었을 테고, 자보로 씨족이 대표로 내세운 사람인만큼 지도자로서의 역량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눈마새에서 비슷한 케이스로 다소 미숙한 젊은이 취급받던 그룸 빌파가 있는데, 그룸은 피마새 시점에서 카리스마있는 강대한 군주로 기록된 것을 보면 지그림 또한 제왕병을 고치고 조금만 더 다듬어졌으면 나름대로 괜찮은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