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용의 대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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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줄거리
3. 해석 및 평가
4. 기타
5. 외부 링크



1. 개요[편집]


단재 신채호1928년 집필한 장편소설. 우화 형태를 취하고 있는 풍자 소설이다. 집필 목적은 단재의 사상인 아나키즘을 설파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나, 양판소를 연상시키는 제목 때문에 농담 삼아 한국 최초의 근대적 판타지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판타지 요소를 많이 가져온 것은 사실이기에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늘 아래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하늘 위의 세상 '천계(天界)'가 배경으로, 천계의 일원인 동양적인 '미리'와 하늘 아래에서 민중들을 이끄는 서양적인 용 '드래곤'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결국 전세계적인 민중 봉기로 지배계급이 몰락하고, 그들의 지배를 정당화했던 사상-종교들도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혁명 당사자인 민중이 아니라 지배자였던 천계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형식으로 조명된다.


2. 줄거리[편집]


소설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천계에서 내려온 용, '미리(미르)'를 떠받드는 인민들의 모습이 나온다. 부귀한 이들은 미리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진수성찬을 장만한다 노래를 준비한다 하지만, 빈민들은 피와 눈물로 술과 떡을 만들어 볼품없이 준비한다. 이런 전후 사정을 생각할 리 없는 미리는 모양 빠지는 제물만 보고 인민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는 커녕 입 안에서 온갖 지배계급[1]을 잔뜩 토해내 인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인민들은 이들에게 피와 살은 물론 뼈까지도 씹어 먹히며 가혹하게 착취당한다.

2장에서는 천계의 수장인 상제가 인민들의 한탄을 듣고 잠에서 깨지만, 이내 천사에게 미리가 인민들을 죽여내는 소리라는 설명을 듣고 매우 잘했다며 벼슬을 높여 주고, 주연까지 베풀어 준다. 지상의 인민들이 굶으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천계의 존재들은 실컷 먹고 마시며 배가 터질 지경이 된다. 상제는 주연을 벌이면서, 어떻게 하면 인민들을 효과적으로 수탈할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이에 천사가 소처럼 코뚜레를 씌우고 채찍질을 하자고 제안하지만, 상제는 이미 만들어둔 정치법률이 코뚜레보다 몇 배는 더 잔학하고 윤리 도덕이 굴레보다 훨씬 흉참하며 총칼이 몇만 배나 전율한 무기임에도 반역을 생각한다며 기각한다.

천사는 이어 일등 닥터(의사)를 불러 인민들을 잠재울 마취약을 만들자고 하는데, 공자를 시켜 복종을 미덕으로 알라 하고 석가와 예수를 시켜 고통을 받아들이면 구원을 받는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한 마취약이 어디 있겠냐고 상제는 말한다. 그 마취약이 이천년 동안 효과를 보였더니 슬슬 그 약효가 떨어져 인민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천사는 지금 시대엔 과학과 문학이 힘을 가졌으니, 과학자, 문학자들을 꾀어 지배계급을 옹호하는 학설을 만들자고 하고, 상제는 이미 실시하고 있지만 간혹 학자들 중 민중 속으로 들어가 반역을 꾀하는 놈이 있다며 걱정한다.

3장에서는 용이 상제에게 인민들을 생지옥에 집어넣을 방법을 말한다. 미리는 인민들을 강국(열강)의 인민과 식민지의 인민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강국의 인민들은 거짓된 애국심에 중독되어, 식민지의 인민들은 지배국의 회유책에 속아서 저항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다고 말한다. 특히 식민지의 민중들은 매우 어리석어, 세상의 모든 민중들이 깨어나도 식민지 민중들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니 그들만 제대로 잡아 먹어도 몇십 년은 걱정이 없다고 한다. 그 예로 청년들은 독립이니 자유니 하는 단어를 잊은 채 여학생의 입술을 빠는 연애소설에만 몰두하며, 타지에서 더부살이하는 독립군도 누울 자리만 있으면 그 곳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기게 된다며 비웃는다.

그러자 상제는 용에게 "나도 악독하지만 너는 나보다 더하구나!"라고 대견스러워 하면서 미리의 등을 툭툭 두드려준다.

4장에서는 반전이 일어나는데, 압제를 당하고도 저항할 줄 몰랐던 민중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난다. "드래곤이 왔다! 천국의 말일(末日)이다!"라는 큰 소리가 들려와 상제는 잠을 깨고, 용과 천사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천사는 호외를 통해 민중들이 상제의 외아들 야소기독을 아예 부활할 수도 없게 곤죽을 만들어 죽이고 대혁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여지껏 알려지지 않았던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있음이 언급된다.

5장에서는 민중들의 혁명과 아들 야소기독의 죽음 소식에 놀라 쓰러진 상제의 모습이 나오고, 천사는 미리에게 이 모든 일은 네가 인민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탓이라고 면박을 준다. 정신을 차린 상제는 부하들에게 혁명의 배후이자 자신의 아들을 죽인 '드래곤'이란 존재를 잡아오라고 지시하고, 천계의 경찰들이 세상을 뒤지며 드래곤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그 결과 드래곤은 잡지 못했지만 드래곤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놀랍게도 드래곤은 미리의 형제였다. 한쪽은 조선, 중국, 인도 등에서 성장하며 복종을 미덕으로 알아 상제에게 충성하니 온갖 지배 계급이 떠받드는 동양의 용인 '미리'가 되었고, 다른 한쪽은 희랍(그리스), 로마에서 살며 반역자와 혁명가하고 노니 지배 계급에게 악적으로 이름난 서양의 용인 '드래곤'이 되었다는 것이다.

6장에서는 미리가 드래곤과 형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천계에서는 미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결국 상제는 미리의 벼슬을 빼앗고 천사에게 대신 혁명을 진압하게 한다. 허나, 이미 혁명은 걷잡을 수 없이 진전되어 공자, 석가, 마호메트 등 종교 지도자들이 살해당하고, 지배계급을 옹호했던 회사나 관공서 등도 모조리 불태워지고 있었다. 상제는 민중들을 막고자 군대를 소집하려 하지만 군인들도 이미 민중의 편으로 돌아선 후였고 지배계급은 고립되어 돈만 많이 들고 굶어죽었으며 천계의 존재들끼리 어떻게 싸워 보려 해도 너무 소수인데다가, 그동안 호의호식하느라 전투경험이 없어 맞설 힘이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세상은 혁명을 일으킨 민중들에 의해 정복되고, 민중들은 땅에 지국(地國)이란 나라를 세워 천계와의 단절을 선언한다. 민중들이 바친 제물로 먹고 살던 천계의 존재들은 제물 공급이 끊기니 굶을 수밖에 없었고, 고심하던 상제는 결국 최후의 결단을 내리는데, 그 내용인즉슨 거지가 동냥을 하듯 민중들에게 바가지를 얻어와 먹을 것을 구걸이라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천계의 존재들은 분한 마음과 수치심에 울음을 터뜨리지만 달리 대안이 없어 이 방법이 채택된다.

7장에서 천사는 지국으로 바가지 동냥을 보낼 대표로 미리를 추천한다. 드래곤의 말 한 마디면 민중들이 바가지 하나씩은 내놓을 테고 미리는 드래곤의 형제라는 이유에서다. 감옥에서 나와 전후 사정을 들은 미리는 민중들에게 동냥을 해봤자 밥 대신 전날의 착취와 핍박에 대한 대가로 모욕과 주먹질만 당하게 될 거라고 반대하며 1장에서처럼 제왕, 통령, 자본가 등을 토해내 보겠다고 하지만, 상제는 그게 먹히는 건 옛날 얘기였다고 기각한다. 그러자 미리는 강국 민중과 식민지 민중이 서로 먹고 먹히게 한 다음에 천계의 권리를 회복하겠다고 하지만, 상제는 역시 이번에도 그게 먹히는 건 옛날 얘기였다며 기각한다. 끝끝내 미리는 바가지 동냥은 안 되니 자신이 살펴보고 와서 싸울 만하면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다 같이 굶어죽자는 말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가고, 상제는 그런 그에게 지금은 민중들을 힘으로 누를 수 없으니 정으로 호소하라고 귀뜸해준다.

8장에서 상제는 지국으로 보낸 미리가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고 궁궐에서는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실감한 천계의 존재들이 울부짖기 시작하는데, 상제가 자신의 가장 아끼는 궁녀 '꼭구'의 울음을 들어보니 울음소리가 아니라 "드래곤이 왔다! 천국의 말일이다!" 소리였고, 기겁한 상제는 그녀를 칼로 베어 죽인다. 그러나 상제에겐 다른 이들, 심지어 상제 자신의 목소리마저 그렇게 들리기 시작하고, 상제는 그 소리의 근원을 쫓은 결과, 초강수(硝强水질산)가 든 병 속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병을 칼로 내려친다. 그랬더니 병 안에서 불로 된 검이 튀어나와 궁궐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이에 상제는 비의 신을 부르며 비를 내려서 불을 끄라고 지시하지만, 오라는 비의 신은 안 오고 바람의 신이 나타나 바람으로 불을 더욱 퍼뜨려버린다. 천계는 말 그대로 불지옥이 되고, 상제는 불타는 궁궐에서 뛰어 나오다가 바람에 휩쓸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상제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충신인 천사는 그의 행방을 쫓는 여행을 시작한다.

9장에서 천사는 지상을 돌아다니며 상제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예루살렘에서 천사는 상제의 신도였던 사도 바울을 만나 상제의 행방을 묻지만, 바울은 아직도 상제를 찾는 미친놈이라며 천사에게 싸대기를 날린다. 이어 중국으로 간 천사는 중국에서 청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고 그래도 중국은 거룩한 나라라며 감탄하지만, 이는 그냥 연극이기에 구경꾼에게 또 뺨을 맞는다. 아픈 뺨을 어루만지며 길가로 나오던 천사는 길에서 점을 쳐주는 점쟁이 노도사를 발견하고 그에게 상제의 행방을 물으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상제를 보좌할 적에는 미국 달러도 프랑스 프랑도 원세개의 머리도 나오라는 대로 주머니에서 나오던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한탄하던 천사는 결국 미소를 지으며 공짜로 점을 쳐줄 것을 부탁하고, 노도사는 흔쾌히 점을 쳐준다. 또 상제를 거론했다가 뺨을 맞을 것이 두려웠던 천사는 그냥 자신의 상전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노도사는 점 한 방에 천사의 정체를 알아보고, 상제는 쥐구멍에 숨었다는 점괘를 준다.

10장에서 천사는 점괘를 따라 쥐구멍으로 찾아가다가 용신묘를 찾아 이곳에 미리가 있겠지 하고 들어가보니 과연 지국으로 파견되었다가 드래곤에게 패배해 초라한 몰골이 된 미리가 있었다. 천사는 상제의 신하이면서 어찌 이곳에 혼자 있냐며 미리를 질책하지만, 미리는 이제 상제를 찾아 무엇하냐며 반문한다. 그리고 애초에 자신도, 상제도 민중들의 미신을 조작하여 만들어진 존재였고, 이제 그 미신이 깨졌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이제는 민중들이 고양이가 되고, 지배자들이 쥐가 되었으니 상제를 찾고 싶거든 쥐구멍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말한다.

천사는 상제를 찾아가려고 쥐구멍으로 향하지만, 전염병 방제를 위해 쥐를 잡으러 출동한 민중들과 마주치게 된다. 천사는 쥐가 하늘에서 도망친 상제이니 잡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민중들은 대답하지 않고 "드래곤이 왔다! 쥐의 말일이다!"라는 소리와 상제가 쥐구멍에 숨었으리라는 점궤가 오버랩되며 민중혁명의 완전한 승리를 상징하는 장면과 함께 작품이 끝난다.

3. 해석 및 평가[편집]


위의 줄거리 요약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특히, 종교를 인민을 속이는 마취약으로 간주하고, 세계 4대 성인을 극중에서 모욕하고 죽이는 묘사가 나오기에 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면 굉징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작품의 이해를 위해서는 단재의 혁명 사상과 그가 작성한 문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소설을 쓸 당시 단재는 무정부주의 폭력 혁명론에 경도되어 있었으며, 특히 같은 해에 북경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임인 '동방연맹대회'에 참여하여 선언문을 작성하였고, 폭탄테러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행동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

결국 용과 용의 대격전은 일제치하라는 민족적 위기 속에서 단재 자신이 무정부주의자로서 생각한 해법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정부와 지배계급이 민중들을 착취할 뿐이지만, 민중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폭력적인 혁명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강국의 인민들은 삐뚤어진 애국심에 의해, 식민지의 인민들은 회유책에 의해 선동된다고 하는 부분은 제국주의가 만연한 당시 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보여준다. 또한 단재는 무쟁투쟁론자로서 외교 독립론이나 자치론 등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러한 경향이 작품 내에서도 보인다.

즉, 일제 강점기 지식인들의 한 노선인 마르크스주의유물론아나키즘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 하겠다.


4. 기타[편집]


우화 형식을 취한 만큼, 진지한 내용임에도 중간중간에 깨알같이 개그적인 장면들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혁명으로 몰락한 상제가 자살을 하려 하지만, 철도에 뛰어들어 죽고 싶어도 천국에는 철도가 없어서 죽을 수 없다고 하는 장면.

용과 용의 대격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동양적인 '미리'와 서양적인 용 '드래곤'의 대결이 나온다. 둘은 원래 형제였지만 전자는 지배계급의 앞잡이가 되고, 후자는 민중혁명의 구심점이 된다. 이는 각각 민중을 탄압하는 반혁명사상과 이에 맞서는 혁명사상을 뜻한다는 해석이 있다. 주로 동양의 용은 선한 존재로[2], 서양의 드래곤은 사악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 대조적. 이에 대해서 본문에 언급하는 바로는, 동양의 용은 지배계급에 협력하여 선한 존재로 알려졌고 서양의 용은 민중계급에 협력하여 악한 존재로 알려져 왔다고 해석한다. 이는 기존의 질서와 윤리 등을 선한 가치가 아닌 피지배계급을 착취하기 위한 족쇄로 해석하는 아나키즘적 시각이다.

혁명을 일으킨 민중들이 예수를 죽이는 장면이 워낙 강력해서 이 부분만 따로 언급되기도 한다.

상제의 외아드님 야소기독(예수)이 ○○○ 지방의 농촌 야소교당에서 상제의 도(道)를 강연하더니, 불의에 그 지방 농민들이 ‘이놈, 제 아비 이름을 팔아 일천 구백년 동안이나 협잡하여 먹었으면 무던할 것이지 오늘까지 무슨 개소리를 치고 다니느냐’고, ‘서양에서 협잡한 것도 적지 않을 터인데 왜 또 동양까지 건너와 사기하느냐’고, ‘당일 예루살렘의 십자가 못 맛을 또 좀 보겠느냐’고 발길로 차며 주먹으로 때리며, 마지막에 호미날로 퍽퍽 찍어 야소기독의 전신이 곤죽이 되어 인제는 아주 부활할 수 없이 참사하고 말았다.


5. 외부 링크[편집]


[1] 황제, 대원수, 재산가, 대지주, 순사 등[2] 다만 승려가 용을 제압하거나 수로부인설화, 흑룡설화처럼 악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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