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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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n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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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르의 일종. 아니세트(anisette) 계열의 약초 리큐르이다. 밝은 연두색(!)을 띠며, 강렬한 향을 띤다. 아니스가 들어가는 다른 리큐르인 파스티스삼부카와도 비슷. 도수는 40도 -> 45도 -> 40도로 몇번 바뀌었다. 프랑스에서는 식전주로 널리 마신다. 감초 추출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파스티스가 아니지만, 워낙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구별하지 않는다.

1797년 스위스의 앙리 루이 페르노(Henri-Louis Pernod)라는 사람이 세운 페르노 社의 제품으로, 원래 페르노 사는 메종 페르노 피스(Maison Pernod Fils)라는 이름의 회사였으며 페르노 피스(Pernod Fils)라는 이름의 압생트를 생산해오던 회사였다. 당시 메종 페르노 피스 사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압생트를 팔기 시작한 회사였으며 규모도 가장 커서 유사품도 많이 나돌 정도였다. 당시 페르노 피스 압생트는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상징하는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또는 한국 주류시장에서의 참이슬의 위치에 맞먹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100여년 후인 1910년 스위스에서 압생트가 금지되고 뒤이어 1914년 프랑스에서도 압생트가 금지되자 메종 페르노 피스 사는 쓴쑥(wormwood)을 빼고 아니스의 향을 좀 더 강조한 대체품인 아니제트(Anisette)를 내놓는데, 이후에 페르노(Pernod)라는 이름으로 바꾸며 회사 이름도 동일하게 바꿨다. 오리지널 페르노 피스 압생트는 68%의 고도수를 자랑했으나 40도를 넘어가는 주류를 전면 금지했던 당시의 법 때문에 페르노 아니세트는 40%로 알콜 함량이 크게 낮아지게 되었으며, 초기에는 압생트와 비슷하게 아니스를 사용하고 허브를 침출시킨 주정을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비싼 아니스 대신 값싼 팔각 추출물로 재료를 대체하고 생산 공정도 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바꾸면서 가격도 많이 내려가게 되었다. 압생트와는 달리 설탕도 첨가되어 있기 때문에 스피리츠인 압생트와는 달리 리큐르로 분류된다.

맛은 정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맛으로, 만화 바텐더에서 페르노를 스트레이트로 마셔본 한 인물의 평에 의하면 '치약에 산초 가루를 뿌린 듯한, 혀를 찌릿찌릿 자극하는 맛'. 아니스 계열 주류가 다 그렇듯 물을 부으면 하얗고 불투명하게 변하며(우조 효과),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향과 맛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같은 아니스 계열 주류(파스티스, 우조, 라크, 압생트)와 마찬가지로 다량의 물로 희석해 마신다.

이후 페르노 사는 파스티스의 원조격인 리카(Ricard)를 생산하는 회사와 합병해 페르노리카가 되었으며 현재는 세계 2위의 거대 주류기업이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압생트 금지가 풀리자 페르노리카는 원래의 페르노 피스 압생트를 재현하겠다며 알콜함량 68%짜리 압생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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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시한 버전. 페르노 아니스처럼 증류한 알코올에 허브 에센스와 색소를 섞어넣는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평이 영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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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고 레시피를 갈아엎어 새로 출시한 버전. 제조 방식도 예전 페르노 피스처럼 허브를 알코올에 침출시킨 후 통째로 증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풍미가 많이 나아졌다. 현존하는 압생트 중 1900년대 초반의 페르노 피스 압생트를 가장 잘 재현했다고 평가되는 제이드(Jade) 사의 "제이드 1901"과는 향이 많이 다른데, 페르노리카의 주장에 따르면 1900년대의 레시피가 아닌 1800년대 초반의 아주 초창기 레시피를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1]. 실제로 재료의 배합비가 일반적인 압생트와는 꽤 다르며, 제조 방식도 초창기 레시피를 재현한 탓인지 상당히 복잡하다. #

페르노 아니스는 2000년대 초반에 리카 파스티스와 함께 한국에 수입되었다가[2] 판매량이 저조해 2010년대 중반에 수입이 중단되었으며, 압생트는 현재까지 수입된 바 없다. 유럽 외에는 일본에서도 판매 중인데, 독특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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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 1900년대 초반의 페르노 피스 압생트는 지금도 여러 병 남아있지만 1800년대 초반의 페르노 피스 압생트는 현대에 실물이 발견된 적이 없어 비교시음을 해본 사람이 없는 관계로 사실 여부 확인은 불가능하다.[2] 당시 정발명은 "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