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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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
2. 대장간의 목소리
3. 잊혀가는 오른의 이야기


1. 장문 배경[편집]


오른은 대장장이와 손재주를 대표하는 프렐요드의 반신이다. 그는 화산 아래에 있는 용암 동굴 속에 거대한 불꽃 대장간을 짓고 홀로 작업에 몰두한다. 이곳에서 오른은 불을 지펴 광석을 녹이고 제련하며 비할 데 없이 뛰어난 물건을 제작한다. 특히 볼리베어와 같은 신들이 대지 위를 걸으며 필멸자들의 일에 간섭할 경우, 오른은 그의 믿음직스러운 망치나 강렬한 화산의 불꽃을 휘둘러 그 어리석은 존재들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한다.
오른은 동족 중 누구보다도 사생활, 고독, 집중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대에 분출된 흔적이 남아 있는 휴화산 아래에서 오른은 밤낮없이 일하며, 마음 가는 대로 무엇이든 만들어낸다. 이렇게 제작된 결과물은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도구들로, 전설적인 위업을 이룰 운명을 타고난 물건들이다. 운 좋게 이런 유물을 보게 된 소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에 주목한다. 몇몇 이들은 완성된 날부터 지금까지 몇천 년째 여전히 단단한 브라움의 방패를 보며 오른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답을 줄 수 있는 대장간의 신은 아무도 찾을 수 없기에 진실은 미궁 속에 빠졌다.
오른의 이름은 언젠가 프렐요드로 알려질 땅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의 전설을 시기한 적들에 의해, 그리고 느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잊혀져버렸다. 이제는 잊혀진 대장장이, 건축가, 양조가들의 혈통을 이은 극소수의 부족에게만 전해져 내려온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에 불꽃의 후예로 불렸으며, 오른의 본보기를 따르기 위해 세상 각지에서부터 불꽃 대장간의 산비탈에 모여 문화를 꽃피우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을 흉내 내며 숭배했지만, 오른은 그들을 자신의 추종자로 여기지 않았다. 불꽃의 후예들이 자신의 작품을 바쳤을 때 그는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떡이거나 얼굴을 찌푸릴 뿐이었지만, 불꽃의 후예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기술을 연마할 의욕이 넘쳤다. 그 결과,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도구를 제작하고, 가장 견고한 구조물을 설계하고, 가장 맛있는 에일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오른은 남몰래 불꽃의 후예의 끈기와 늘 발전하려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을 높게 평가했다.
어느 비극적인 밤, 불꽃의 후예가 이룬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 어떤 필멸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오른은 그의 동생 볼리베어와 산꼭대기에서 싸웠고, 격렬한 싸움의 여파로 발생한 화염, 재와 번개의 폭풍은 열 개의 지평선 너머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먼지가 가라앉자, 불꽃 대장간은 그을린 채 연기만 피어오르는 숯구덩이의 모습이었고, 재 속에 흩뿌려진 뼈만이 불꽃의 후예의 유일한 흔적이었다.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오른은 망연자실했다. 그는 불꽃의 후예를 통해 필멸자의 삶에 내재된 광범위한 잠재력을 엿봤지만, 불멸자들의 무분별한 분노 아래에 모조리 사라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죄책감에 괴로워한 오른은, 대장간 안에 자신을 가두고 수 세기 동안 일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지금, 오른은 세상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다시 형상을 갖추고 세상을 누비는 형제자매가 늘어났으며, 그들의 추종자들은 갈수록 침착함을 잃고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분열된 프렐요드에는 지도자가 없고, 고대의 끔찍한 존재들은 그림자 속에 도사리며 공격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큰 변화가 도래하는 것이다.
앞으로 올 전쟁과 그 이후에도, 오른은 프렐요드를 포함한 룬테라 전역에 좋은 대장장이가 필요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2. 대장간의 목소리[편집]


파일:오른.jpg
누가 그 불을 붙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아득히 멀리서 연기 기둥이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모습은 보였다.
우리 부족은 겨울 발톱 부족에게 밀려 북쪽으로 쫓겨났다. 추위가 어찌나 혹독했는지, 전쟁의 어머니 올가바나조차도 첫날 밤을 덜덜 떨며 보내야했다. 둘째 날에는 우리 엘누크 떼가 얼어죽어 버렸다. 덕분에 셋째 날을 버틸 식량은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싹둑 잘리기라도 한 듯 정상 부분이 평평한 산을 오르면서, 엘누크 고기를 포식했던 그날의 기억도 희미해져 버렸다. 우리 부족의 주술사, ‘다리 없는’ 크리크는 그 산을 ‘늙은 오른의 반쪽 산’이라고 불렀다. 크리크는 일찌감치 실성해서 바보가 되어버렸지만, 올가바나는 크리크를 업어서라도 모시라는 분부를 내렸다. 바보 주술사는 올가바나에게, 저 정체 모를 연기를 뿜는 불을 찾아내야 우리 부족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건 둘뿐이었다. 나머지 부족민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부족이 다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반쪽 산은 사방이 거무죽죽한 돌뿐이었고, 그 급격히 경사진 골짜기를 오르는 일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산을 오르던 중 어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잊혀진 도시가 나타났다. 지금은 도시가 아니라 시커멓게 탄 토대만 어지러이 널린 폐허일 뿐이었지만. 주술사 크리크는 보아린의 어깨에 목말을 탄 채 저 도시가 옛날에는 ‘불꽃 대장간’이라는 이름이었다고 떠들어댔다.
동쪽 하늘에 짙게 드리운 구름에서 번개가 번쩍였고, 바람에는 축축한 모피의 악취와 들척지근한 썩은 냄새가 실려 왔다. 앞서 나갔던 정찰꾼들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우리 모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지만, 감히 ‘어사인’이라는 이름을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면글면 산을 오르다 보니 드디어 꼭대기에 자리한 거대한 분화구에 다다랐다. 그때, 크리크가 연기의 근원, 문제의 불을 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크리크는 바보에다 미치광이이기도 했지만 장님이기도 했으니까.
연기는 분화구 한가운데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분화구 벽은 수직에 가깝게 가팔랐지만, 올가바나는 저 가운데로 내려가면 적어도 살을 에듯 휘몰아치는 칼바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무덤으로 들어가는 심정으로 분화구 벽을 타고 내려갔다. 사방이 시커멓게 그을어 있어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여기서 멈췄다가는 고개를 수그리고 대학살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분화구 한가운데에 이르니 웬 둥그스름한 용광로가 있었다. 이 분화구에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유일한 물체였다. 용광로는 마치 거대한 숫양의 머리 같은 형상이었다. 매끈한 판석 사이사이에는 갈대처럼 생긴 잡초가 다발로 나 있었다. 숫양의 입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아주 밝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 눈을 감아도 그 밝음이 눈꺼풀을 뚫고 보일 지경이었다.
우리는 온기를 찾아 불꽃 주변에 모여 옹송그렸다. 올가바나는 우리 부족이 최후의 저항을 하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추위에 벌벌 떨며 웅크리고 있느니 일어나서 죽는 편이 나았다. 우리 부족은 농사를 짓거나 건물을 만들거나 도구를 수선하는 일에 능했지 다른 부족들처럼 싸움을 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하며 노인, 병든 자,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아바로사 부족의 도움을 받기에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전쟁은 오로지 피와 뼈를 바랄 뿐이었다.
우리 부족은 겨울 발톱에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 어사인족이 먼저 공격해 오면 우리는 방어도 제대로 하지 못할 테니까. 반쯤 곰이나 다름 없는 그 흉측하고 무지막지한 괴물들은 우릴 단번에 압도해 버릴 게 뻔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사인족이 전투에 앞서 내지르는 함성이 점점 크게 들려왔고, 뒤를 이어 그들의 발소리가 천둥 소리처럼 지축을 울렸다. 덩달아 어사인족의 악취가 우리 코를 찔렀다. 곧 어사인족 수백 명이 현무암 비탈에 드리우는 삐뚤삐뚤한 그림자처럼 분화구 절벽을 달려내려왔다. 우리는 들것에서 막대를 뽑아 창을 만들었고, 고기 써는 칼붙이를 돌에 갈아 날을 세웠다. 우리는 노인과 부상당한 자들을 위해 빠르고 편안한 죽음을 선사할 새끼양의 의식을 치르고, 나머지는 늑대가 달려드는 잔혹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었다. 모든 것이 아침까지는 끝나리라.
누가 용광로에 땔감을 넣었는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으나, 용광로 속 불꽃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바람에 우리는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용광로가 말을 했다. 마치 불에 타며 타닥거리는 통나무 같은 음성이었다.
볼리베어가 근처에 있다.”용광로의 말이었다.“빨리 피난하도록.”
“피난할 곳이 없습니다.” 올가바나가 용광로 속 불꽃에 대고 대답했다. 우리는 어떤 존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적이 코앞에 있습니다. 어사인족이 우릴 측면에서 덮치려 합니다.”
“어사인족은…” 그 말과 동시에 용광로는 더욱 뜨거워졌다. “…내가 물리친다. 다른 문제는 너희가 해결해라.” 판석 사이의 잡초에 불이 붙었다. 판석들이 가장자리부터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가운데까지 붉어졌다. 판석 틈에서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솟아올랐다.
주변 공기가 급격히 뜨거워지는 바람에 몇몇은 옷에 불이 붙어 옷을 벗어 던져야 했다.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뒤이어 숨막히는 열기가 또다시 덮쳐왔고, 우리는 모두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이런 날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크리크가 기쁨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함쳤다.
돌이 녹으며 촛농같은 액체가 되어 뚝뚝 떨어지더니, 용광로 아래쪽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용광로 꼭대기도 녹아 안쪽으로 내려앉았고, 바깥 부분도 녹아내리면서 용암 웅덩이를 형성했다.
갑자기 오렌지색 빛이 번뜩이는 바람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그 빛 속에서 언뜻 사람 비슷한 형체가 보였다. 다음 순간, 용암이 불꽃처럼 치솟아 공중을 수놓았다가, 땅에 떨어지며 우리 발 바로 앞에서 굳어졌다. 거대한 용광로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키가 엄청나게 큰 형상이 서 있었다. 열기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윤곽이 흐릿했지만, 그 형체야말로 크리크가 우리에게 밤낮 말하던 잊혀진 전설, 서리소나무 세 그루를 이은 만큼이나 키가 크다는 고대 대장장이 신 ‘늙은 오른’이었다. 처음에는 반쯤 녹은 돌덩어리 같았던 형체는 급격히 식으면서 모피를 두른 사람의 모양을 갖춰갔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용암은 굳어지면서 갈래갈래 땋은 수염으로 변했다. 눈은 잉걸불 같은 빛을 내쏘았다. 오른은 한 손에는 망치를, 다른 한 손에는 모루를 들었는데, 무거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전쟁의 어머니 올가바나 뒤쪽으로 모여들었다. 올가바나는 얼음 정수를 두른 도끼 ‘펠스바이그’를 쥐고 오른에게 다가갔다. “어사인이 당신의 적이라면, 우리도 당신 편에서 싸우겠습니다.” 올가바나는 그렇게 말하며 냉기의 화신인 전쟁의 어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의 무기 펠스바이그를 오른의 발 아래 놓은 것이었다. 펠스바이그의 얼음 정수가 녹아내리더니, 속에서 청동과 강철로 만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도끼가 드러났다.
나는 얼음 정수가 녹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 누구도 얼음 정수가 녹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올가바나를 따라 무릎을 꿇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른은 툴툴거리듯 말했다.“일어나라. 무릎을 꿇는 건 죽음을 불러올 뿐.” 오른은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치며 몰려드는 뇌우를 흘끗 올려다보았다.“어사인은 내가 처리하겠다. 따라오지 마라.”
거인 대장장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어사인족을 향해 육중한 발걸음으로 느릿느릿 나아갔다. 거인의 커다란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이 보였다. 보아린은 크리크를 어깨 높이 한껏 올려주었다. “늙은 오른이 망치를 휘두르면, 산이 쪼개져 계곡이 생긴다네.” 우리의 바보 주술사가 흥얼거리듯 말했다.
우리는 아득한 침묵에 휩싸인 채, 어사인족의 기세에 오른이 홀로 맞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른은 사자후를 내지르더니 망치를 휘둘러 땅을 내리쳤다. 그러자 땅이 쩍쩍 갈라지며 어사인 쪽으로 틈이 벌어지다가, 선봉대 바로 앞에서 멈췄다. 갈라진 틈에서 용암과 유황이 분출하여 하늘 높이 치솟았고, 공중에서 불덩어리가 되어 어사인족 전사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무슨 조화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오른이 대지의 뜨거운 피를 전투에 활용하는 것은 분명했다.
어사인족 뒤편에서는 거대한 화산암재 덩어리가 몇 개씩이나 땅을 뚫고 올라와 퇴로를 차단했다. 오른은 망치를 잇따라 휘둘러 어사인 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들 역시 저마다 광전사 열 명은 당해낼 듯한 흉폭함을 잃지 않고 오른을 공격했다.
오른이 어사인족 후위에 도달하자, 귀가 먹먹한 폭발음이 들렸다. 화산암재 덩어리가 산산이 부서졌고, 어사인 족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타고 남은 재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하늘이 컴컴해졌다. 여기저기에서 연기 기둥이 솟아 머리 위에서 우르릉거리는 뇌운과 맞섰고, 번쩍이는 번개 줄기가 연신 희부연 연무를 갈랐다. 그러다가 한 순간, 온 세상이 기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천 번 찔린 곰’이 직접 전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창, 검, 송곳니, 온갖 뾰족한 것들이 온 몸을 수놓고 있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번뜩였다.
그러자 그 괴물은 웃음을 터뜨렸다.
화답하기라도 하듯, 뿔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뱃속까지 뒤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시커먼 절벽에서 시뻘건 용암이 피처럼 새어나와 강을 이루더니,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며 분화구 가운데로 모여들어 불꽃이 이글이글거리는 파도를 만들었다. 번개가 연달아 치며 절벽 뒤쪽에 내리꽂히자 바위에 난 상처가 불로 지진 듯 아물었다. 금속을 부식시킬 듯 강렬하고 자극적인 안개가 분화구 안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안개가 어찌나 짙은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청백색 번개 줄기와 섬뜩한 진홍빛 폭발 화염뿐이었고, 그나마 부옇게 흐렸다. 땅 아래에서 스며나오는 열기에 우리가 신은 장화 바닥이 타 버렸다.
그때 우리는 보았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용암 파도가 뭉치더니 발을 마구 구르는 거대한 숫양의 형상으로 변하는 것을. 오른은 용암 숫양에게 돌진하더니, 자신이 볼리베어라고 부른 괴물을 낚아채어 자신과 숫양 사이에 가둬 버렸다.
엄청난 폭발이 분화구 안에서 진동했고, 우리는 한 명도 남김 없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다리 없는 바보 주술사는 보아린의 어깨에서 백 걸음이나 되는 거리까지 튕겨져나갔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낄낄거렸다.
우리는 그날 밤 내내 이 대격변이 곧 우리를 집어삼키리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천 번 찔린 곰이 울부짖는 소리와, 용광로 숫양이 내뿜는 거친 포효뿐이었다.

짙은 안개는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걷혔다. 그제야 보이는 분화구 벽은 쉬이이익 증기 뿜는 소리를 내는 자갈로 온통 덮여 있었다. 땅에는 껍질 같은 것으로 싸인 현무암 기둥들이 기묘한 각도로 무수히 솟아나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그 괴상한 기둥의 정체를 알고서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것은 돌이 되어 굳어버린 어사인 족이었다. 얼굴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조각해 놓은 것 같았다.
오른과 볼리베어는 그 어디에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하지만 더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 겨울 발톱 부족의 사냥 뿔피리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우리는 황급히 무기를 챙기고 땅에 단단히 발을 디뎠다. 우리가 입었던 옷은 불꽃의 열기에 타 버리고 바삭거리는 넝마만 남았지만, 우리의 살갗은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올가바나의 머리카락은 온통 그슬렸고, 근육질 등은 열기에 벌겋게 달아 있었다. 한때 얼음 정수에 덮였던 전쟁의 어머니의 도끼는 이제 청동과 강철만 남아 우리와 마찬가지로 헐벗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어머니 올가바나가 지금처럼 강해 보인 적은 없었다.
우리의 피가 들끓었다. 뱃속에서부터 적을 위협하는 포효가 터져올라왔다. 우리는 손에 재를 묻혀, 벗겨지고 물집투성이인데다 천조각 하나 없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 가슴에 망치를, 얼굴에는 숫양의 뿔을 그렸다.
우리는 미치광이 늙은 주술사 크리크의 선창을 따라, 지난 밤의 기억을 노래로 부르고 구호로 외쳤다.
이제 우리는 그 불을 누가 붙였는지 안다. 그리고 겨울 발톱 부족도 알게 될 것이다.


3. 잊혀가는 오른의 이야기[편집]


파일:ornn_portrait.jpg
“어디 보자, 잊혀진 신의 이야기를 해볼까? 물론, 나도 잊혀진 신을 본 적은 없단다. 이 이야기도 우리 할머니께서 들려주셨어. 하지만, 그분 또한 잊혀진 신을 본 적은 없었지. 그분의 할머니도, 그 전 대의 할머니도, 몇백 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아무도 본 이가 없단다. 그 신의 전설은 타닥거리는 모닥불 주변에서 구운 생선과 함께 언급될 뿐이니, 조상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진실에 가까워질 거야.”
피곤함에 찌든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들의 볼에는 불빛이 넘실거리며 춤을 추지만, 눈동자 속에는 고통이 선명하게 비친다.
“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함께 있단다. 하늘에, 흙더미 사이에, 별의 장막 너머에, 우리는 신의 은총을 빌고, 그들의 존재를 우리 마음과 행동에 담기만 하면 돼. 이를테면, 바다 위는 너무나도 추워서 눈이 그대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걸 아니? 아니, 정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진정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다표범 자매를 생각하며 얼굴에 고래 기름을 바르면 뱃사람들은 얼음같이 차가운 바람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단다.”
“반대로 볼리베어와 같은 존재들은 자신의 전설이 흐릿해지는 것을 참지 못하며 여전히 이 세상 위를 걷지. 어사인족처럼 제물을 요구하고, 복종을 강요하면서.”
반은 사람, 반은 곰인 자들의 흉악한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는 없다. 공포는 아이들을 불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한다.
“그래, 작은 아이들아, 다음에 곰의 모습을 한 폭풍을 몰고 오는 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적게 할수록 좋아.”
옛날에 할머니가 말했던 대로다. 불에 가까이 몸을 기울이면, 불은 네 것이 된다.
“그 대신, 이 이야기를 들려줄게. 신들 중 맏이에 대한 이야기란다.”

I. 세상을 조각하다
오른은 그의 형제 자매 중 가장 먼저 태어났어. 그는 세상에 뛰어들며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지.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어. 나무는 금방 부러지기에 마땅한 적수가 되지 못했고, 빙산은 그의 손길에 녹아 바다로 도망쳐버렸거든.
답답했던 오른은 산을 주먹으로 쳤어. 미동도 하지 않는 산을 보고 만족한 오른은, 땅에게 한바탕 싸워보자며 도전했지.
오른이 땅과 씨름하는 동안 땅에 수없이 많은 흠집과 멍이 생겨버렸고, 이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프렐요드의 모습을 만들었단다. 오른은 산을 머리로 들이받으며 들판에서 밀어냈고, 땅을 힘차게 두들기며 깊은 계곡을 팠지. 한껏 뛰다 피곤해진 오른은 영광스러운 대결에 함께해준 땅에게 감사를 표했어. 화답으로 땅은 깊은 불구덩이 속에 있던 자신의 심장을 오른에게 보여주었지. 오른은 그것이 불타는 숫양인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했어. 불은 진정한 변화를 불러오는 존재이기에, 땅은 자신의 자격을 증명한 오른에게 태고의 불이 가진 힘을 선물했지.
오른은 한바탕 싸운 결과로 일궈진 풍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어. 이 정도면 되겠다고. 그 뒤로부터 오른은 도구와 무기를 만들게 되었단다.
조상들이 미소를 지으셨는지, 갑자기 가벼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눈꽃이 아이들의 털모자에 내리고, 아이들은 혓바닥을 내민다.
“프렐요드에는 원래 눈이란 게 없었다는 걸 알고 있니?” 아이들에게 묻는다. 혼란에 빠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슬며시 꺼내본다. “사실이란다. 우리의 땅은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추웠지만, 세상이 시작됐을 무렵에는 씁쓸하고 마른 공기만 있었을 뿐, 폭풍 구름 같은 것은 없었어…”

II. 눈의 기원
구름 한 점 없이 추운 세상의 태동기에 오른은 최상급 목재를 사용해 웅장한 집을 지었지. 무려 계곡 세 개를 잇는 크기였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장엄한 뿔의 전당을 완성한 오른은 그의 작품을 평가했어.
“좋아,” 오른이 말했어. 언어가 있기 전의 시기라 이것은 진정한 찬사였지.
한편, 오른의 누이동생 애니비아는 화가 잔뜩 나버렸어. 오른이 집을 짓기 위해 그녀가 가장 앉기 좋아하던 나무를 쓰러뜨렸거든. 그래서 애니비아는 오른을 혼내주기로 했어.
오른이 자는 동안, 그녀는 그의 침실로 날아 들어갔어. 그 다음, 자신의 깃털로 그의 코를 사정없이 간지럽혔지. 오른이 잠결에 재채기하자, 불꽃이 쏟아져 나오며 침대보에 불이 붙어버렸어! 그리고 침대보의 불꽃은 금방 바닥으로 옮겨갔지! 애니비아는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고자 날개를 펄럭였어. 하지만 매마른 프렐요드의 공기에 날갯짓이 더해지자 불이 지펴져 더욱 뜨겁게 타올랐어. 곧, 뿔의 전당 전체가 불에 타버렸지.
불은 며칠이나 이어지며 하늘을 어두운 재로 뒤덮었어. 물론, 오른은 이 상황이 벌어지는 내내 잠만 쿨쿨 잤단다. 잿더미 속에서 깨어난 오른은 잠자리가 개운하지 않아 아주 기분이 나빴어. 참, 자는 동안 애니비아가 벌였던 참사를 모르는 오른은 오늘까지도 애니비아의 자백을 듣지 못했다고 전해져.
“내 작품을 칭찬했더니, 이런 꼴이 되는군.” 피해를 살펴보던 오른이 말했어. “다시는 자화자찬하지 않겠어. 앞으로는 작품 자체가 품질을 증명할 것이다.”
다음 집을 지을 때 오른은 한 가지 목표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어. 그는 집이 불에 타지 않길 바랐지. 오른은 삽, 지렛대와 포크를 준비했어. 오른은 도구들을 이용해 광석을 캐고, 장대한 기둥을 옮기고, 각종 향신료로 맛있게 절인 체리를 먹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
파일:오른의 풀무질.png
광석 덩어리들을 끊임없이 망치질하여 모양을 만들자, 검은 산이 우뚝 서게 되었지. 내부에는 태고의 불꽃을 끌어오는 거대한 작업실이 있었어. 오른은 그의 새로운 집인 “불꽃 대장간”에 만족했지만, 아무리 오른이라도 편히 쉬기에는 집 안은 너무 더웠어.
그 길로 오른은 도랑을 파 바다에서 산까지 바로 이어지도록 했지. 바다표범 자매는 아량을 베풀어 차가운 급류가 도랑을 타고 흘러 “불꽃 대장간”을 식힐 수 있게 했어. 그러자 거대한 수증기의 기둥이 마구마구 솟구쳤단다. 오른이 살기 적당할 만큼 산이 식는 데 자그마치 삼일이나 걸렸고, 그사이 강으로 물을 흘려보낸 바다는 수심이 한 뼘 이상 낮아져 버렸어.
그쯤 되자, 수증기가 너무나 많이 떠올라 항상 푸르기만 했던 하늘이 어두운 회색 구름에 얼룩져버렸어. 새로운 형태들이 뭉게뭉게 모이며 식자, 점점 무거워지던 구름이 터져버리며 눈이 내리게 되었지.
눈은 백 년 동안이나 내렸어. 그래서 프렐요드에는 오늘날까지도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눈이 있는거지.
아이 중 하나가 눈살을 찌푸린다. “오른이 세상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일을 했는데, 왜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아주머니밖에 없나요?” 여자아이가 묻는다. 어리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 머리칼 사이로 은빛 가닥들이 희끗희끗하게 보인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지.” 내가 대답했다. “듣고 싶니?”
아이들의 의욕 넘치는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III. 세 자매가 오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언젠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오른의 도움이 필요했던 세 명의 자매가 있었단다. 하지만 오른은 이 세계든 저 세계든, 구원하는 일을 도울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어. 거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오른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 그럼에도, 세 자매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수 없는 낮과 밤을 여행했어.
“강력하고 사악한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들[1]이 우리 부족을 괴롭힙니다.” 첫째 자매[2]가 말했어. 그녀의 눈에는 용맹과 전쟁이 담겨있었지. “놈들은 모든 것을 파괴한 다음 세상을 차지하려 합니다!”
“문제처럼 들리는군.” 오른은 대답하면서도 대장일을 하며 고개조차 들지 않았어.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싸워 당신의 힘으로 괴물들을 죽여주시겠습니까?”
오른은 짧게 으르렁거렸어. 이 으르렁 소리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아니”였지. 이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어. 만약 이 으르렁 소리를 들었다면, 첫째 자매가 더 묻지 않은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이 존재들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있어요.” 둘째 자매[3]가 말했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희망과 지혜가 담겨있었지. “한때 위대한 강을 팠던 삽을 다시 들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도랑을 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저희는 직접 괴물들을 구덩이로 유인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오른은 짧게 으르렁거렸어. 그 으르렁 소리는 “나는 그 구멍을 파겠다”는 뜻이었으며, 모두 즉시 말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의미였지. 이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어. 만약 이 으르렁 소리를 들었다면, 둘째 자매가 더 묻지 않은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아주 깊은 구멍을 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렴. 풍경이 크게 달라지겠지? 원래 오른은 구멍을 하나 팔 계획이 있기도 했고, 제안된 장소도 훌륭했어. 그래서 오른은 그들을 위해 도랑을 팠지. 도랑이 완성되자,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세 자매를 떠났어. 이미 그들에게는 너무 많은 말을 했으니까.
“정말 깊은 구멍이군.” 둘째 자매가 말했어. “부디, 충분히 깊기를.”
새롭게 생긴 깊은 구멍에서부터 기이한 소리의 바람이 불어왔어. 마치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비명 같았지. 만약 그 매서운 바람 소리를 들었다면, 깊이를 재기 위해 아무도 내려가 보지 않은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몇 년 뒤, 자매들이 돌아왔어. 그들은 오랜 전투로 인해 아주 피폐해진 모습이었지.
이번에는 셋째 자매[4]가 말했어. 그녀의 차가운 숨결에서 오른은 아주 오래전의 차갑고 메마른 날들이 떠올랐어. “만물을 만든 오른이시여,” 그녀가 말했지.
“나는 만물을 만들지 않았다.” 오른이 투덜거렸다. 여전히, 그는 대장일을 하며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일부만 지었지.”
세 번째 자매는 말을 계속 이어갔어. “오늘 저희는 간단한 부탁을 드리기 위해 다시 찾아왔습니다. 당신께서 판 구덩이는 너무 깊고 넓어 다리 하나 지을 수 없었습니다. 절대로 부러지지 않을 다리를 짓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나머지 일은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오른은 눈썹을 하나 올리며 세 번째 자매의 눈을 살폈지. 그는 그녀를 신뢰할 수 없었어. 그녀에게서는 마법의 냄새가 났고, 마법은 언제나 단단한 것을 약하게 만들었거든. “다리를 잘 짓는 자는 많다. 가서 그들을 귀찮게 해.”
“다른 건축가들은 저희가 가진 종류의 돌로 다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셋째 자매가 대답했어. “그들은 이것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어떤 노력을 해도 가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그녀는 별무쇠 덩이를 꺼내 보여주었어.
만약 별무쇠를 보았다면, 오직 오른만이 이런 재료를 다룰 수 있다고 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것은 오른만큼 완강하고 꿋꿋했거든. 오른은 동의했어. 그리고 일을 혼자 하는 조건에 보수로 별무쇠를 요구했지.
셋째 자매는 그것을 오른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별무쇠로 다리를 짓는 데 도움을 줄 도구를 제작했어.
그 도구로, 그리고 오직 그 도구만으로 오른은 다리를 지었어. 그 와중에, 둘째 자매는 셋째 자매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 그들은 다리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거든. 그녀는 오른에게 그것이 어떤 종류의 도구인지 물었어.
“나는 이걸 망치질하는 데 사용했다.” 오른이 말했어. “그러니 그냥 ‘망치’라고 부르겠다. 대화는 이만하면 됐네.”
오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세 번째 자매는 다리를 건너며 다리 전체에 이상한 주문을 외었어. 주문에 의해 다리는 십자가 모양으로 변하면서 아래의 심연에 있던 짐승들이 봉인됐지. 하지만, 오른은 옳았어. 마법이 더해지자 그의 작품의 질이 떨어져버렸단다. 세 자매가 그대로 놔뒀으면 다리는 영원토록 남아 있었겠지만, 마법의 개입으로 석다리는 천천히 침식되겠지. 그래도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릴 일이므로, 아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세 자매는 다시는 오른의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맹세했단다.
한편으로, 오른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부탁받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삽을 최대한 멀리 서쪽으로 날렸어. 삽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아무도 몰라. 삽의 운명은 어둠과 함께 잊혀졌지.[5]
그 다음 오른은 동쪽을 향해 그가 가장 좋아하던 식사용 포크를 던졌어. 그것은 대해 속으로 빠졌지. 이후, 바다의 바닥에서 강력한 삼지창을 찾은 인어 왕이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는 데 그것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해.[6]
파일:오른의 망치.png
오른은 그의 망치마저도 밤하늘에 던져버릴 준비가 됐지만, 차마 실행에 옮길 수 없어 그냥 가지기로 했어. 만약 오른을 만나 그가 가장 좋아하는 도구가 그것인지 묻는다면, 오른은 아이처럼 생각한다고 혼을 냈을 거야. 하지만, 비밀리에 오른은 그가 만든 다른 무엇보다도 망치를 좋아한단다.
“동이 틀 무렵에 열매와 생선이 가장 탐스럽고 통통하지.”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니 이만 쉬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네.”
아이들은 동시에 칭얼거리며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해달라고 애원한다. 딱 하나만 더.
“오른의 이야기가 딱 하나 더 있긴 한데,” 내가 말했다. “다른 밤을 위해 아껴두는 편이…”
아이들이 모든 심부름을 다 하고 피곤하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IV. 트롤과 숫양 문
트롤과 술내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너희들 같은 작은 아이들도 트롤과 내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잖니. 트롤은 교활하고 항상 이길 수 있는 내기만 하니까. 그리고 모름지기 프렐요드 사람이라면 못생긴 트롤일수록 더 운이 좋고 교활하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안타깝게도 오른은 전혀 몰랐단다.
흉측한 그럽그랙은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트롤족이었어. 그의 가슴 털은 너무 길어서 그의 울퉁불퉁한 발가락과 엉킬 정도였지. 그는 거기에 자주 발이 걸려 코를 부러뜨렸는데, 너무 많이 부러져서 모양이 뒤틀린 주먹코가 되었단다. 성한 치아는 단 두 개뿐이었고, 안 좋은 눈 하나랑 더 안 좋은 눈 하나를 갖고 있었지. 그의 퉁퉁한 배는 여드름과 사마귀로 뒤덮여 있었어. 그에게서 어떤 냄새가 풍겼는지는 말도 하기 싫구나. 만약에 그 냄새를 설명했다면 너희는 발효된 생선 스튜에 다시는 입도 대지 못할 거야.
“제 보물을 도둑놈들에게서 영원히 안전하게 지켜줄 문을 만들어주세요.” 불꽃 대장간 밖에서 그럽그랙이 오른에게 말했단다. “그리 해주시면 제 트롤술 10말을 드리겠습니다. 가족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비법주입니다.”
오른은 손님을 무시하려 했지만, 그럽그랙은 발을 내밀어 문이 닫히는 걸 막았단다. 오른은 트롤의 무좀으로 뒤덮인 발이 문에 칠한 물감을 망가뜨리게 둘 수 없어서, 그 괴물이 계속 말하게 내버려 두었어.
“그럼 내기 한 번 합시다.” 진정 못생긴 트롤이 말을 이어갔어. “트롤술 한 통 빨리 마시기로 진 쪽은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어떻습니까?”
“너를 쫓아낼 수만 있다면, 좋다.” 오른은 한 번도 술 내기에서 져본 적이 없었단다. 그 당시에는 이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이제 너희도 알게 됐구나.
“최소한 한 잔 하기에는 좋겠죠.” 그럽그랙이 미소를 지으니 불꽃 대장간의 기둥이 뒤틀릴 지경이었지. 오른이 등을 돌린 동안 트롤은 몰래 술통에 얼음 정수를 넣고 자신의 상대에게 건넸단다.
둘은 프렐요드식으로 쾌활하게 건배하고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어. 오른은 트롤술이 물을 탄 것처럼 묽은 걸 알아차리고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럽그랙은 그새 통을 벌써 절반이나 비웠어. 자신의 통에는 술이 넘쳐흐를 만큼 남아 있었기에, 오른은 고개를 크게 젖히고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술을 벌컥벌컥 마셨어.
곧 그럽그랙은 자신의 빈 통을 내려놓고 트림했단다. 그러자 오븐의 불이 역겨운 녹색으로 변했어! 오른은 캑캑 기침하기 시작했지.
“뭔가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럽그랙이 오른을 놀렸어. “사레라도 들린 건가요?”
그때 오른은 그의 술잔에 들어 있는 얼음 정수를 발견했단다. 끊임없이 녹으며 트롤술을 희석시키고 있었지.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얼음 정수가 녹아 통을 가득 채웠던 거야. 그는 한 손으로 통을 박살 내고 소리쳤어.
“사기를 쳤군.” 오른의 화난 목소리는 지진을 일으켜 섬 몇 개를 가라앉게 했단다.
“당연하죠! 안 그러면 저같이 못생긴 트롤이 위대한 오른에게 상대나 되겠습니까?” 사실 진정 못생긴 트롤들은 세상의 거의 모든 상대에게 유리했지만, 오른은 못생긴 트롤과 그다지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으니 알 턱이 없었지. 하지만, 이제 너희는 알게 됐구나. “거래는 거래입니다.” 그럽그랙이 말했어.
“내 말은 망치처럼 단단하게 지켜질 것이다.” 오른은 투덜거렸어. “비록 사기를 당했더라도.”
그래서 오른은 열흘에 걸친 작업 끝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을 하나 만들었단다. 그는 자신과 같은, 그리고 프렐요드의 심장에도 있는 숫양의 머리로 문을 장식했지.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나 정교한 자물쇠 따기 기술로도 그 문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어. 그럽그랙은 문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말을 꺼낼 수 없었단다. 이런 경우는 트롤에게 매우 희귀한 일이지.
오른은 트롤의 동굴 앞을 지키는 문을 걸어 잠갔어. 트롤의 산 위에 있던, 역사상 가장 못생겼던 트롤족이 보물을 숨겨놨던 곳이지.
새로운 문을 보고 감탄하는 그럽그랙을 두고 오른은 으르렁대며 터덜터덜 길을 떠났단다.
그럽그랙이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는 보물을 세어본 지 벌써 하루나 지나 있었고 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어. 그러나 문을 열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단다! 단 한 가지도 찾을 수 없었어.
그럽그랙은 먼저 힘으로 문을 열어보려 했단다. 숫양 머리의 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어. 그 다음, 그럽그랙은 끔찍한 악취의 숨결로 칠을 뜯어내려고 해봤지. 당연히 문은 그대로였어. 마지막으로, 그는 동굴 벽에 붙은 경첩을 떼어내려 애썼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은 산에 너무 단단히 붙어 있어서, 그걸 열심히 흔들던 트롤의 어깨만 아파질 뿐이었어. 그는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단다.
그럽그랙은 오른의 대장간으로 달려갔지. “이게 무슨 사기입니까?” 성을 내는 그의 입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화덕의 불이 꺼질 뻔했어.
“사기가 아니다.” 꺼질 뻔 한 불꽃을 다시 피우며 오른이 대답했단다. “네 보물을 도둑에게서 영원히 안전하게 지켜줄 문을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나는 그대로 만들어줬을 뿐이다. 문은 그곳에 있는 산보다도 더 오래 서 있을 것이다.[7] 아무도 부술 수 없지. 네가 원했던 대로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갈 수 없잖아요!” 그럽그랙이 외쳤다. “그리고 난 당신에게서 뭘 훔친 적도 없다고요!”
“시간은 금보다 소중하지.” 오른이 말했다. “그러니 너는 도둑이야. 내 작품은 내가 약속한 대로 만들어졌다.”
그럽그랙은 그 후로도 오랜 세월 동안 보물을 되찾기 위해 애타게 노력했어. 하지만 문은 다시는 열리지 않았단다. 열쇠 구멍조차 찾지 못했어. 그럽그랙이 들어가려고 시도할 때마다, 오른에게 사기를 쳤던 것을 영원히 잊지 말라는 듯이 숫양 머리로 장식된 문이 그를 내려다봤어.
그리고 산 쪽으로 귀를 잘 기울여보면, 오늘날까지도 욕심 많고 늙은 그럽그랙의 분노 서린 통곡을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들을 수 있단다.
그새 아이들은 잠들어 모닥불 주변에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나는 하나씩 안아 들어 고아들의 텐트로 데려간다. 우리 부족은 나눠줄 것이 많지 않지만, 우리는 적어도 겨울 발톱 부족은 아니다.
마지막 아이는 여전히 모닥불 앞에 깨어 있다. 그는 옆으로 누워 있다.
“오늘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니에요.” 아이가 눈이 내리는 소리처럼 작게 속삭인다.
다리가 없는 소년이다. 우리 마을이 습격받았을 때 반쯤 죽어있던 채로 발견된 아이. 우리는 그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아니, 나는 그 아이를 차마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의 상처에 붕대를 감고, 업어서 데리고 다녔다.
“제 생각에 그건 지어낸 이야기예요. 아니면 우리를 재우려고 많이 바꿨던지요.”
“이야기는 우리가 믿는 만큼 현실이 된단다.” 나는 그 아이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좋은 신은 있지만, 그는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아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 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들려주마.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할머니가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야. 할머니는 내가 준비됐기를 바라셨지. 이 이야기는 다른 것과 다르거든. 하지만 넌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이는 고개를 끄떡인다. 나는 그를 가슴 가까이 끌어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V. 불꽃의 후예의 비극
프렐요드가 나뉘기 아주 오래전에, 오른의 산 아래에는 대장장이들이 모여 살았단다. 그들은 오른을 숭배한다고 주장했지만, 오른에게 물어보면 자신은 추종자가 없으며, 그들을 인도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을 거야. 어쨌거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물건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마을을 꾸린 것은 사실이었지.
몇천 명이나 있었단다. 그들은 도구를 만들었어. 그들은 쟁기를 만들었어. 수레와 갑옷과 안장도 만들었지. 화덕과 집도 지었어. 그들은 화덕의 뜨거운 기운을 이어받았다며, 자신들을 “불꽃의 후예”라고 불렀어. 그들은 프렐요드의 매서운 추위를 느끼지 않았고, “불꽃 대장간”의 산비탈에 이글거리던 열기를 맨발로 견뎌냈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명공이 되었고, 그들이 만든 물건보다 훌륭한 것은 오직 오른이 만든 것뿐이었지.
가끔 오른은 그들의 작품을 칭찬하기도 했단다. 불꽃의 후예가 만들어낸 것 중 하나가 마음에 들면, 그는 간단하게 “쓸만하군”이라고 말했어. 무릇 좋은 작품은 품질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법이지. 이걸 아주 오래전에 몸소 배운 오른에겐 엄청난 찬사였어. 그때의 이야기는 기억하니?
오른은 불꽃의 후예들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걸 인정한 적은 없지만,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화산과 같은 심장은 그 부지런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경외감으로 꿈틀거렸단다. 그들은 무릎을 꿇거나 생명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어. 그들은 오른의 말을 성서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그걸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퍼트리려 하지도 않았지. 대신, 그들은 조용하게 작업에만 몰두했어. 그들은 상상력과 재주가 풍부했고, 아주 성실했단다. 불꽃의 후예 부족은 오른을 미소 짓게 했어. 하지만 이 미소는 수염 속에 숨겨져 있어 아무도 몰랐다고 해.
어느 날, 볼리베어가 그의 형인 오른을 방문했어.[8]
선한 의도로 찾아온 것은 아니었어. 오른과 볼리베어는 사이가 좋았던 적도, 서로를 방문한 적도 없었지. 이 위대한 곰은 전쟁을 시작하려던 중이었고, 자신의 군대를 무장할 무기들이 필요했단다. 오른은 볼리베어의 군대를 봤어. 볼리베어의 환심을 사고자 다른 모습으로 뒤틀려버린 정신 나간 인간들이었지. 그들은 단순하고, 험악하고, 성질이 나빴어.
“검과 도끼를 좀 만들어줘,” 볼리베어가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명령했지. “갑옷도 좀 만들어 주고. 그럼 사례는 톡톡히 하지.”
“싫어.” 오른은 거부했어. 그는 볼리베어의 전쟁 행위에 아무런 역할도 맡고 싶지 않았지.
“좋을 대로 해.” 볼리베어가 말했어. “그럼 형의 추종자들이 대신 만드는 걸로 하지. 어떻게 하던 상관없어. 나는 형의 동생이니까 말야.”
이 말은 오른을 미치도록 화나게 했어. 분노한 그의 거대한 뿔에서 용암의 열기가 치솟았단다. “산 아랫마을의 사람들은 나를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물건을 만들 뿐이지. 그들은 조용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볼리베어는 형의 말 아래에 숨겨진 것을 봤어. 오른의 가슴속에서 불타는 심장을 봤지. 볼리베어에게는 많은 단점도 있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만은 아주 잘했어.
“그들에게서 형의 모습을 봤군.”
오른의 뿔은 빨갛게 달아오르다가, 하얗게 타오르기 시작했어.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볼리베어, 네놈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주겠다.” 그가 으르렁거렸지. 만약 이 위협을 들었다면, 볼리베어가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게 현명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볼리베어는 싸움을 즐겼고, 현명하지도 않았지. 그래서 오른의 대장간의 벽에 걸려있던 갑옷을 하나 집어 들었단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지 않겠다면, 그냥 가져가지 뭐.”
그 말과 함께, 오른은 볼리베어에게 돌격해서 그를 뿔로 받아버렸단다. 너무나 강력한 충격에 산꼭대기까지 흔들거렸지.
볼리베어가 원하던 대로였어. 몇 세기 동안 그는 불꽃의 후예가 그의 형에게 자유롭게 준 사랑에 질투를 느꼈던 거야. 그게 바로 볼리베어를 화나게 했지.
파일:오른의 싸움.png
그들은 팔 일 동안이나 싸웠단다. 너무나 격렬한 싸움에 산기슭이 흔들리고 불꽃 대장간의 꼭대기에서 용암이 터져 나왔지. 벼락이 산 주변을 내리쳤고, 절벽에서는 화염이 솟구쳤어. 하늘은 검게 물들었다가 붉어지기를 반복했지. 대지가 흔들리며 산맥 사이로 세상의 피가 흘렀지. 프렐요드 전역에서 사람들은 볼리베어와 오른이 남긴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있었어.
연기가 흩어지자, 꼭대기가 사라져버린 산이 모습을 드러났어. 하지만 더 끔찍한 건, 불꽃의 후예들이 모두 죽어버렸다는 거야. 그들의 마을은 검게 그을린 폐허와 빛바랜 기억이 되어버렸단다.
수 세기 동안, 한때 “불꽃 대장간”으로 불리던 산의 절반은 아직도 조용히 우뚝 서 있지. 가끔 꼭대기가 있었던 자리의 분화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해. 누군가는 그게 오른이라고 하지. 세상의 표면 아래에 있는 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용광로에 불을 붙인다고 해. 다른 이들은 오른이 언젠가 공개할 위대한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단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오른이 볼리베어에게 죽었다고 믿고 있어. 오른이 그 이후로 프렐요드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지.
“그래서 오른의 이름과 이야기는 시간에 잊혀지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단다. 구운 생선을 먹는 동안 이어져 내려온 몇 개의 이야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야.”
“슬픈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가장 진실한 것이겠죠,” 다리 없는 소년이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아이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아주머니는 오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위대한 건축가가 돌아온다면…” 내가 그에게 말한다, “세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일 거야.”
소년은 웃는다. “그날을 보고 싶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 아이야, 불꽃의 후예를 위해 울지 말거라. 대신, 전쟁과 시간 속에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위해 울려무나. 한때는 별의 수보다도 더 많았을 테지.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도 들려주거라. 그래야 아이들의 아이들이 우리 조상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심장에 있는 용광로에 불을 지필 수 있단다.”
내 심장 속에서, 할머니의 미소가 느껴진다.
그것은 나를 따뜻하게 한다. 맨발 아래의 냉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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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기 수호자들.[2] 세주아니의 선조인 세릴다로 추정된다.[3] 애쉬의 선조인 아바로사로 추정된다.[4] 리산드라로 추정된다.[5] '어둠과 함께 잊혀졌다'는 문구가 그림자 군도를 의미한다고 보는 설이 있다. 마침 그림자 군도 출신 챔피언 중 삽을 무기로 사용하는 요릭도 있고. 다만, 오른이 제작한 물건이면 굉장히 귀중한 보물인데, 요릭의 스토리에는 고작 '요릭이 소속된 황혼 수도단의 수도승 모두가 삽을 들고 다닌다.'는 식으로 평범하게 서술되는 것을 생각하면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 어쩌면 최초의 황혼 수도단장이 오른의 삽을 사용했고, 다른 수도승들이 그를 따라 삽을 들고 다닌 것일지도 모른다.[6] 이 삼지창이 피즈가 들고 있는 삼지창이 아닌가 추측된다.[7] 실제로 이 문짝은 훗날 주인이 되는 브라움도 어쩌지 못해 결국 문이 붙은 산의 다른 편을 때려부숴 안에 갇힌 트롤 꼬마를 구출해야만 했다.[8] 다만 여기서 서술하는 내용은 리메이크 전 볼리베어다. 리메이크 후 볼리베어의 설정에서는 이 일이 있기 전에는 한때 오른이 대장간 일도 그만두고 같이 싸웠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또한 볼리베어는 딱히 오른을 질투한 것도 아니고 단지 세 자매를 쓰러뜨리기 위해 오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가 이를 거부한 오른과 다투게 되었고, 이후 볼리베어는 오른을 저주하며 오른이 준 룬 갑옷을 집어던지고 번개의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