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판사

Sancho Panza

1. 개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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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등장인물. 산초 판자라고도 하지만 스페인어는 z가 약한 s 발음을 내기 때문에 판사가 맞는 말이다. 판사(Panza)는 따로 성이 아니라 배불뚝이라는 뜻이므로 한국식으로 말한다면 '배불뚝이 산초' 라는 뜻.

돈키호테 이웃집의 평범하게 가난하지만 좀 머리가 모자란 농부였다. 돈키호테의 하인으로, 이 정줄놓은 영감이 기사질을 하고 다닐 때 종자로 따라다니며 고생한다. 그런대로 상식이 있고 사람도 좋지만 돈키호테가 나중에 영지를 얻으면 섬의 영주로 임명해준다고 한 말에 혹해서 그를 따르게 됐다. 이런거 믿는거보면 알겠지만 이 양반도 그리 정상인은 아니다. 그래도 이상과 낭만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달리 먹을것 걱정만 하고 두려움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등 돈키호테와는 정반대인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

정신이 제대로 나가있는 돈키호테와 달리 정신이 나가있지는 않아서 돈키호테가 뭔가 사고를 치려하면 매번 태클을 걸며 시작한다. '주인님, 저건 거인이 아니라 풍차입니다.' '주인님, 저건 황금투구가 아니라 놋대야입니다.' 하는 식. 돈키호테가 사고를 치는 걸 옆에서 보면서 깔깔거리기도 하고, 그 때문에 자주 돈키호테와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돈키호테를 싫어하는건 결코 아니다. 돈키호테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면, 당장 백만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저런 사람을 따라다니겠는가(...). 거울의 기사의 종자와 얘기할 때, 돈 키호테가 아이 같은 인물이라 좋아하며 걱정돼서 쫓아다닌다고 말한다. 돈키호테가 백색 달의 기사에게 패하고 앓아눕자 '주인어른, 빨리 모험가셔야죠' 같은 소리를 하며 돈키호테를 위로한다.

삽화에는 대체로 키작고 통통한 텁썩부리 수염으로 그려지며 비쩍 마르고 키가 큰 돈키호테와 좋은 조화를 이룬다. 실제로 작 중에서도 나오는 외모 묘사가 그렇다.

작중 돈키호테에게 꼬임당하는 것처럼 상당히 순진한 인물로 묘사된다. 근데 의외로 능력있는 남자로 돈키호테 2부에서는 돈키호테를 재미있게 읽은[1] 한 공작이 여러 가지 일로 돈키호테를 놀려먹다가[2] 진짜 산초에게 '바라타리아'(Barataria)라는 섬의 총독을 맡기는데 상당히 유능하게 통치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적군이 쳐들어왔을 때[3] 겁이 많아서 제대로 대처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수습이 되고 나니 자신은 영주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총독 자리에서 스스로 사퇴하고 조촐하게 떠난다. 이때 그의 겸손함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를 존경한다. 이후 산초가 통치할 때의 법령은 그 마을에 "위대한 총독 산초 판사의 법령집'이라는 이름으로 된 책으로 기록되어 보관되어 있으며 여전히 시행 중이었다고 한다.[4]

입만 열었다 하면 갖가지 속담들을 시도때도 없이 늘어놓아 돈키호테가 자제하라고 늘상 주의를 주지만 워낙 입담이 센 인물이라 되려 돈키호테조차 그의 속담에 맞춰 맞속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속담들이 대부분 잘못된 인용이나 틀린 것들이라 있어보이는 척하는 농부의 부족함과 어설픔을 보여주는 장치. 그러나 이런 순진하고 어설픈 모습이 정줄놓은 돈키호테와 대조를 이루며 1부에서의 모습과 달리 2부에서는 꽤 유식한 말들을 하거나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는 등 작중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사람이 돈 키호테가 세상을 떠날 때 외치던 말이 걸작이다.

"나리! 돌아가시지 마세요. 제발, 제 충고 좀 들으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요.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아무도 죽이지 않는데 스스로 죽어가게 내버려두는 겁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