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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템
1.1. #1264 - "서베이어(Surveyor)"
1.2. #2656 - "바이베리엄(Vivarium)"
1.3. #3098 - "아말감(Amalgam)"
1.4. #4017 - "모킹버드(Mockingbird)"
1.5. #5104 - "가짜기억(Pseudomemory)"
1.6. #7889 - "사랑의 죽음(Death of Sarang)"
1.7. #8682 - "경고(Warning)"
2. 단편 소설
2.1. 다른 누구와도 같은 짐승(A Beast Like Any Other)
2.2. 동전 던지기(The Coin Flip)
2.3. 안녕히 가세요, 문쉬씨(Good Bye Mr Munshi)
2.4. 산을 오르는 방법(How to Climb a Mountain)


1. 아이템[편집]



1.1. #1264 - "서베이어(Surveyor)"[편집]


ITEM #1264 - "SURVEYOR"
파일:external/cdn.thedarkswarm.com/file1.gif
사이트 람다(Site Lambda)의 감시 카메라들이 작업 패턴을 벗어난 기행을 보인다. 사이트 서비스 엔지니어 헤더 월첵(Heather Wolchezk)은 카메라들이 겨냥한 벽들이 모두 L자형 스트럭쳐 젤(structure gel) 관을 숨기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카메라를 통제하던 그 알 수 없는 존재는 손을 놓았다.

1.2. #2656 - "바이베리엄(Vivarium)"[편집]


ITEM #2656 – "VIVARIUM"

피터 스트라스키(Peter Strasky)가 구조 미션 중 개조된 모니터와 온갖 케이블이 뒤섞여 있는 모양을 한 기괴한 기계를 찾아냈다. 이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고 결국 격리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메커트로닉스 엔지니어 이모젠 리드(Imogen Reed)는 그 기계를 살펴보고 싶었고 그녀에게 특별 허가가 떨어졌다.[스포일러]

1.3. #3098 - "아말감(Amalgam)"[편집]


ITEM #3098 "AMALGAM"
파일:external/cdn.thedarkswarm.com/file2.jpg
사이트 업실론(Site Upsilon) 제조 공장의 제어반이 스트럭쳐 젤로 덮여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천장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스트럭쳐 젤은 이미 바닥까지 덮고 있었고, 이를 청소하려던 필드 테크니션 에이미 아자로(Amy Azzaro)는 이런 상황에도 시스템이 전혀 해를 입지 않았고 공장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고된 젤을 제거하는 것은 제어반뿐만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었기에 주담당자 제인 애덤스(Jane Adams)는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는 한 "수술"은 필요없다고 결론지었다.

1.4. #4017 - "모킹버드(Mockingbird)"[편집]


ITEM #4017 – "MOCKINGBIRD"

보안책임자 존 스트로마이어(John Strohmeier)가, 기이한 행동을 일삼으며 스스로를 주엔지니어 아담 골라스키(Adam Golaski)라고 소개하는 한 UH3 로봇을 발견했다. 격리된 후 이 로봇은 스스로를 분해했다. 완전히 파괴될 것을 대비해 이모젠 리드는 재빨리 로봇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고, 사이트 오미크론(Site Omicron)에서 일하고 있는 아담 골라스키 본인을 초대한다.[스포일러2]

1.5. #5104 - "가짜기억(Pseudomemory)"[편집]


ITEM #5104 - "PSEUDOMEMORY"
파일:external/cdn.thedarkswarm.com/file3.gif
사이트 오미크론의 아키비스트 안드레아 서더(Andrea Suther)는 시스템에서 전혀 관계없는 데이터 한 조각을 발견한다. 소유자가 WAU로 인식되어 있는 이 데이터는 바닷가를 걷는 발걸음이 담긴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었고, 리사 캐머런(Lisa Cameron)에 따르면 계속해서 발전하는 일련의 시간 간격이었다. 폴라 란스키(Paula Lansky)는 WAU가 이 비디오 시퀀스를 자기 자신의 경험으로 오해하여 그것이 언제 일어난 일인지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했다.[스포일러3]

1.6. #7889 - "사랑의 죽음(Death of Sarang)"[편집]


ITEM #7889– "DEATH OF SARANG"
파일:external/cdn.thedarkswarm.com/file4.jpg
마크 사랑(Mark Sarang)이 급성 심장마비로 인해 의무실로 옮겨졌으나 오래지 않아 사망했다. 그와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캐서린 천(Catherine Chun) 박사가 살인 혐의로 구금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생전에 자살만이 "나갈 길"이라고 주장해 왔음을, 그의 자살에 어떠한 논리적 추론이 있었음을 증언했다. 결국 사이트 세타(Site Theta) 보안팀은 그의 방에서 유서를 발견했고 그가 청산가리 중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이 밝혀졌다.

1.7. #8682 - "경고(Warning)"[편집]


ITEM #8682 "WARNING"

필드 서비스 테크니션 숀 에반스(Shawn Evans)가 사이트 업실론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부분적으로 복원된 메시지에서는 교신을 하기 위해 애쓰는 이모젠 리드의 얼굴만이 보일 뿐, 그 의미를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모젠 리드는 몇 주 동안이나 실종 상태였고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2. 단편 소설[편집]


한국어 번역은 여기서 볼 수 있다.

2.1. 다른 누구와도 같은 짐승(A Beast Like Any Other)[편집]


아이템 #4510. 사이트 업실론에서 철수하려는 개빈 핀리(Gavin Finley)와 루이즈 뮤런(Louise Meuron)의 이야기.

2.2. 동전 던지기(The Coin Flip)[편집]


아이템 #4520 ARK를 위해 뇌 스캔을 받는 피터 스트라스키, 백스터 로저스(Baxter Rogers), 로빈 바스(Robin Bass) 그리고 캐서린.

2.3. 안녕히 가세요, 문쉬씨(Good Bye Mr Munshi)[편집]


아이템 #4530 70대가 된 데이비드 문쉬(David Munshi) 교수와 저널리스트 앤드루 매크렐(Andrew Mackrell)의 인터뷰.

2.4. 산을 오르는 방법(How to Climb a Mountain)[편집]


아이템 #4540 오랫동안 오메가 스페이스 건을 관리해 왔던 안치 쿠체(Antjie Coetzee)는 생의 마지막 한 번만이라도 인간다움을 느껴 보고 싶었다.

[ 한국어 번역 펼치기 · 접기 ]

안치 쿠체는 타우 시설에서 몇 년을 일해왔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었지만, 월급은 짭짤했고,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인공위성과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는 오메가 스페이스 건과 관련된 일을 맡아왔다. 그런 쿠체가 맡아왔던 대부분의 일들은 대개 발사 준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운반체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외피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발사일의 기상을 확인하고, 탄도 계산을 하는 일들 따위 말이다. 따지자면 그녀가 발사 업무 담당관이긴 했지만, 사실 그런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느긋하게 시트에 앉아서 발사 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몇 톤이나 되는 강철과 전자 회로의 덩어리가 기나긴 전자석 터널에서 지구 궤도 탈출 속도까지 가속되어 날아가 버릴 테니 말이다.

매 번의 발사 모두가 공학적 경이의 승리였기는 했겠지만, 쿠체에겐 이 모든 것이 그저 따분했을 뿐이었다. 그저 단추를 누르고, 발사체가 날아가는 폭음을 듣고, 잠시 후 포신에서 멀어져가는 투사체의 자동 시스템이 보낸 '발사 성공' 영상을 지켜보면 그만일 따름이었으니까. 물론 그 뒤에는 그 임무라는 것과 관련된 짤막한 정보도 흘러나올 것이고. 그런 메시지들은 모두가 오메가 시설이라고 부르곤 하는 지상 시설에서 생성되어 발신되곤 한다고 했다. 상주 인력이 없다는 점에선 오메가와 파이는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파이 시설과는 다르게, 오메가에는 쥐새끼 한 마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가 거의 매일 일하러 가면서 타우에서 파이로 향하는 연결 터널을 지나가곤 했기 때문에, 그곳에는 거의 늘 사람이 상주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오메가는 그저 스페이스 건을 설치한 장소일 뿐이었고, 관리가 필요한 시설도 아니었다.

쿠체는 퀴리라는 선박이 오메가에 종종 들러 점검을 하거나 이런저런 검사를 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오메가는 그녀에게 그저 아주 외롭고 공허한 공간으로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문득 오미크론에서 발사가 있는 날마다 수면 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구경하고자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HUD 화면에 전송되어 들어오는 영상들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종종 저 너머의 바다 한가운데 홀로 둥둥 떠다닐 때의 기분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고자 애써왔다. 뭐가 되었건 지금처럼 바다 밑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말이지.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꽤 최근의 일이었다. 혜성이 날아와 지구를 파괴하고, 심해와 해저 고원 사이의 통신망을 끊어버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WAU를 활성화 시킨지도 1년이 지났다.

쿠체의 동료 치올콥스키는 종종 타우에 남은 이들에겐 차라리 생매장이 더 인도적인 최후일 것이라 읊조리곤 했다. 그러면 최소한 자기가 죽은 목숨이란 사실은 깨닫게 될 테니까. 하지만 이곳 심해 속 타우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칠흑 같은 바닷물의 장막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저 위쪽 세상 어딘가에선 빛이 비쳐오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는 것이다. 비록 자신에게 비쳐오는 빛은 아닐지언정, 그 빛이 가져다준 작은 희망이야말로 그들이 편안한 안식 대신 살아남기 위한 헛된 저항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이제 쿠체는 죽은 뒤의 사후 세계에는 관심을 끊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죽기 전의 삶이란 것도 보잘것없었으니 말이다. 쿠체가 정말로 신경 썼던 문제는 그녀가 최후를 맞으면서 드는 생각이 부디 패배감만은 아니길 하는 바람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대단한 최후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지막 순간에는 좌절, 고통, 굶주림이 아닌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동물이 아니라, 존엄성과 명예가 있는 한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텅 빈 오메가 플랫폼에서 전송되어 온 영상들을 보고선, 그녀는 일을 저질렀다.

쿠체는 마지막 발사 때 촬영된 마지막 영상들을 보았다. 화면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식별용 부표들의 모습을 띄웠다. 하지만 쿠체는 그 화면 속에 자그마하게 잡힌 오메가 플랫폼의 모습에서 눈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 평화로운 광경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곧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늘 원해왔었는지 깨달았다. 그녀의 소원은 저곳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정신이 나간 짓이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고, 그녀 이후의 누구도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녀는 오메가 스페이스 건을 타고 올라갈 참이었다. 수면 위로 직접 걸어 올라나갈 생각을 하니 짜릿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되겠지만,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상관 따윈 없고도 남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다시는 심해로 되돌아간다는 생각 따윈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녀가 올라가려는 육지는 전부 불길 속에 휩싸여 있을지언정 말이다.

오메가 스페이스 건의 포신은 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직선이 아니라, 길이가 무려 5km가 넘는 기다란 경사면이었다. 꽤 먼 여정이 되겠지만, 해볼 만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포신 안쪽을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 가장 무난할 것 같았지만, 내부가 진공 구획들로 이루어져 있고 여러 잠금장치까지 되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일이 너무 까다로워질 것 같았다. 스페이스 건을 망가트리고 안쪽에 물을 채운다 치더라도, 내부의 표면이 너무 미끄러워서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 듯했다. 결국, 바깥쪽을 타고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산을 오르듯 말이다.

쿠체는 자신의 파워 슈트를 입고, 세 개의 여분 산소 탱크와 기술자용 공구 벨트를 챙기곤 길을 나섰다. 올라가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지만, 꽤나 힘이 들었다. 기울기가 변하지 않는 포신 위를 걷고 있자니 세상에서 가장 긴 계단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케이프타운 근처의 타펠버그 산을 올랐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 정확히 얼마나 멀리 갔었는지는 몰라도, 반나절 동안 제법 많이 걸었던 기억이 났다.

올라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주변에 내리깔린 어둠 때문에 마치 제자리에서 걷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저 들고 있는 투광등이 비춰주는 몇 미터 앞의 길만 바라보면서, 다음 칸까지만 가면 된다고, 그리고 그다음 칸까지만 가면 된다고, 또 다음까지만 가면 된다고 한없이 자신에게 되뇌였다.

두 시간 후 슈트에서 산소 경보가 들리자, 그녀는 산소 탱크를 교체하기 전 침착하게 심호흡을 했다. 완벽한 고요 속에서, 그녀는 빈 탱크를 발밑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혔다. 사라져가는 탱크를 지켜보면서, 그녀는 마치 그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느낌에 전율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것이 그녀가 바다 밑에 남겨놓고 온 동료들 생각에 슬퍼지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어떤 이상한 이유에서인지, 그녀에게는 동료들이 마치 산소 탱크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을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쿠체는 계속 걸어 나갔다. 그리고 산소 탱크를 바꾼 지 머지않아 주변의 빛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자신이 바다의 표층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깨닫자 기쁨의 눈물에 숨이 막혀왔다.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자연광을 바라보자 황홀감이 밀려왔고, 곧이어 그녀는 꼭대기를 향해 점점 더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쿠체가 미끄러졌다. 그녀는 넘어지면서 수리 로봇용 강철 난간에 매달렸다. 난간은 연약하고 가늘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녀는 차오르는 공포 속에서 공구 벨트를 마구 뒤져 산소 탱크의 열쇠를 찾아냈고, 그 열쇠로 여분의 산소 탱크 중 하나를 열었다. 탱크가 치솟으며 쿠체를 끌어올렸다. 탱크가 쿠체를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이젠 포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조준 실력뿐만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할 상황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포신을 향해 방향을 돌리고선 탱크를 손에서 놓았다. 그녀는 포신을 들이받은 후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그동안 가장 긴 시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산소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남은 길을 가려면 우선 마음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요동치는 심장이 진정되자, 그녀는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그녀는 산소 탱크를 다시 교체했다. 이제는 대서양 중앙 산맥의 봉우리가 뚜렷하게 보였다. 거의 다 왔지만, 다시는 넘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눈앞 몇 미터에 집중하기로 했다.

멀리서 구조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메가 플랫폼을 지탱하는 수중 균형추의 바닥 부분이었다. 오메가의 구조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었지만, 수면까지 대략 50미터 정도 남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발밑을 조심하면서, 그녀는 계속 걸었다.

수면 밖으로 나오자 슈트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이 멀 것만 같은 빛 때문에 한동안 주변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새파란 바다가 수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 위에서 주황색으로 뜨겁게 불타는 태양이 스모그인지 흐릿한 구름인지 모를 것에 뒤덮여 있었다. 헬멧의 안면 보호대에 먼지들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대기에 먼지와 재가 가득하다는 것이 분명했다. 쿠체는 슈트의 기후 스캐너를 확인했다. "대기가 유독합니다. 헬멧을 벗지 마십시오."

쿠체는 포신과 플랫폼이 맞닿는 마지막 몇 미터를 마저 올라갔다. 그녀는 관측 갑판에 착지해서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안면 보호구의 먼지를 손으로 쓸어내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내부는 마치 작은 석유 시추 시설과 같은 느낌이었다. 작업실, 기상 관측소, 사무실들과, 침대와 주방이 갖춰진 작은 거주 공간들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는, 이곳에서 살아도 되겠다, 이곳에서라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거주 공간 내부를 둘러보면서 누군가가 남겨놓았을 책이나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소파를 손으로 눌러 스프링의 감촉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실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분명 어딘가에 주방이 있었겠지만, 그보다 꼭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공용 구역 한가운데에 서서, 먼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선, 그녀는 헬멧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리고는 헬멧을 치워두곤 강화 슈트 밖으로 걸어나왔다.

더웠다. 너무 더웠다. 그렇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상할지언정 자연의 공기가 피부 위에 와닿자 끝내주는 기분이 들었다.

쿠체는 침실의 서랍과 장롱을 뒤지기 시작했다. 맞는 크기의 옷은 없었지만, 남아도는 크기의 남성용 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것만으로도 다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심해의 공포를 한 꺼풀 한 꺼풀 벗어내고 있었다. 정말 간만에 자기 자신이 된 기분이었다.

기침이 나오고, 또 나왔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쿠체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작 그런 것이 이 순간을 망치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주방에는 차, 파스타, 쌀, 그리고 건조식품들이 있었다. 결코 진미들은 아니지만, 몇 달 동안이나 몸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말 아무것이나 먹어야 했던 쿠체에게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나 따로 없었다.

쿠체는 있는 재료들을 모조리 요리해서, 위장에 쑤셔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먹어댔다. 더부룩한 위 때문에 괴로웠지만, 과식조차도 그녀를 그저 웃게 할 뿐이었다. 쿠체는 정말 놀랍도록 행복했다.

기침이 심해지고 있었다. 새 셔츠 위에 핏자국이 얼룩졌다. 아무런 걱정 없이, 쿠체는 셔츠를 빠르게 갈아입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관측 갑판으로 나왔다. 전보다도 더 더워졌지만, 자연의 햇빛과 신선한 바닷바람이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쿠체는 공용 구역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 갑판으로 가져왔다. 책 한 무더기를 가져와서 의자 옆에 내려놓았다. 찬장에서 유리잔 하나와 위스키 병을 꺼내왔다.

쿠체는 의자에 앉아, 키츠의 시집을 꺼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육지 위에 올라왔다는 감상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기침이 나왔다. 핏자국이 종이에 얼룩졌다. 그녀는 위스키 병의 코르크를 따서, 코르크를 바다 위에 던져버렸다.

오메가 플랫폼의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쿠체는 그녀 인생의 마지막 잠을 청했다. 그녀는 마지막을 직감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후회 따윈 없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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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인공지능 WAU에 의해 만들어진 이 바이베리엄은 자신을 조작하던 이모젠 리드와 주위의 모든 것을 화면 속의 가상 공간에 복제해 낸다. 이는 그동안의 2차원적인 것들과 다른 완벽한 복제였고, 캐서린 천이 ARK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스포일러2] WAU는 인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PATHOS-II 사람들의 뇌 스캔을 로봇에 업로드했고 이로 인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믿는 로봇 모킹버드들이 만들어졌다. 영상에서 아담 골라스키는 자신의 모킹버드와 마주한다.[스포일러3] 이것은 인간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공지능임에도 불구하고 WAU는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즉, WAU는 자신인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고 반대로 말하면 무엇이 인간임을 규정하는지 모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후에 게임의 주제를 관통하는 떡밥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