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북유럽 신화)

덤프버전 :

Helgi Hundingsbane

1. 개요
2. 전승에 대해
3. 헬기의 행적
3.1. 헬기 효르바르드손
3.2. 헬기 훈딩스바네
3.3. 헬기 하딩야스카티
4. 기타
5. 관련 문서



1. 개요[편집]


북유럽 신화의 인간 영웅. 시구르드와 더불어 게르만족에게 꽤 인기가 높았던 영웅이며 덕분에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의 행적은 고(古) 에다(또는 운문 에다)에 '훈딩을 죽인 헬기'라는 제목의 서사시 두 편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이 서사시의 제목 덕분에 헬기는 보통 '헬기 훈딩스바네(Helgi Hundingsbane)'[1]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처럼 헬기는 훈딩왕을 죽인 영웅으로 유명해졌으며 자신의 아내 시그룬과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자들은 원래 헬기에 대한 독자적인 전승이 있었는데 후대에 영웅 가문이었던 볼숭 가문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승마다 헬기의 출생 및 행적이 제각각이고 상호 모순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볼숭가의 다른 영웅들의 행적을 정리해 놓은 볼숭 사가에서도 헬기는 마찬가지로 비범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왕이 돼서 시그룬과 맺어져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부분에서 끝나기 때문에 그의 정확한 행적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2. 전승에 대해[편집]


원래 헬기는 독자적인 전승에 속한 인물이었다가 후대에 (다소 억지로) 볼숭 사가에 편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학자들은 헬기라는 캐릭터의 기원을 7세기경 북유럽에 실존했던 윌핑 일족(Ylfings)[2] 소속의 인물로 보고 있다. 이 윌핑 가문은 현재 스웨덴 남부 외스테르고틀란트(Östergötland)와 덴마크 북부에서 활약했던 기츠족(Geats)의 족장 가문이었는데, 서사시 베오울프나 헤임스크링글라(Heimskringla)[3]를 비롯한 여러 전승에 등장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던 가문이다. 헬기는 이 윌핑 가문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인물이었기 때문에 따로 신화화된 전승으로 남게 된 것.

이 윌핑 가문의 헬기가 어떻게, 또 어떤 이유로 후대에 볼숭 가문에 편입되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4] 여튼 본의 아니게 헬기의 소속 가문이 바뀌면서 그와 관련된 가계도나 행적들이 엄청나게 꼬일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헬기가 죽었다가 부활해서 다른 가문에서 태어나는 설정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의 전승에 속한 헬기의 이야기는 전생의 헬기의 행적으로 놓고 볼숭 가문 소속 헬기의 이야기는 부활한 헬기의 행적으로 놓는 식으로 해결을 시도한 것. 이런 꼼수식 해결책 덕분에 헬기와 시그룬은 시대를 뛰어넘고 죽음도 뛰어넘는 순애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5]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 에다에 있는 시 모음인 헬기 효르바르드손(Helgi Hjǫrvarðsson, 효르바르드의 아들 헬기)에 따르면 헬기는 노르웨이의 왕 효르바르드(Hjörvarðr)와 왕비 시그릴린(Sigrlinn)이 낳은 아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헬기가 바로 전생의 헬기, 즉 1세대 헬기에 해당된다. 반면 고 에다의 다른 서사시 '훈딩을 죽인 헬기' 1, 2편(Helgi Hundingsbane I, II)과 볼숭 사가에 나오는 헬기는 볼숭 가문의 영웅 시그문드와 그의 첫번째 아내 보르그힐드(Borghild)의 자식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헬기가 부활한 헬기(2세대 헬기)에 해당된다.

한편 헬기 훈딩스바네는 사망한 후 다시 3세대 헬기인 헬기 하딩야스카티(Helgi Haddingjaskati)[6]로 부활한다. 이 부활한 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아이슬란드의 전설 모음집인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Hrómundar saga Gripssonar, Hromund Gripsson Saga)에 3세대 헬기와 관련된 캐릭터가 나온다.

원래 헬기의 전승은 헬기 효르바르드손에 가까웠겠지만 현재의 헬기는 거의 헬기 훈딩스바네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헬기 효르바르드손은 단일한 하나의 시가 아니라 학자들이 운문 에다에서 헬기와 관련된 여러 시를 모아 놓은 모음집이며 효르바르드손이라는 이름도 학자들이 붙인 것이다. 때문에 내용이 제각각이고 일관된 서사구조를 찾기 힘든 반면, 헬기 훈딩스바네는 나름 일관성 있는 서사구조를 갖는 (2개의) 서사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행적을 이해하기 훨씬 편하다.

3. 헬기의 행적[편집]



3.1. 헬기 효르바르드손[편집]


헬기의 부친인 효르바르드(Hjörvarðr)는 스웨덴의 왕으로 3명의 부인이 있었고 각 부인들로부터 자식도 얻었다. 그는 수에비(Suebi)족의 왕 스바프니르(Sváfnir)에게 당대 최고의 미인인 시그릴린(Sigrlinn)이라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심복 아틀리(Atli)[7]를 수에비에 사절로 보내서 청혼하지만 스바프니르왕으로부터 거절당한다.

이에 효르바르드는 직접 아틀리와 함께 스바프니르를 찾아간다. 효르바르드 일행이 수에비 왕궁에 도착할 무렵 산 너머로 궁성이 불타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시그릴린과 결혼하고 싶었던 또 다른 사람, 흐로드마르(Hróðmarr)왕이 청혼을 거절당하자 강제로 시그릴린을 데려가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수에비를 공격한 것. 흐로드마르는 끝까지 딸을 내주기를 거절한 스바프니르왕을 죽이고 시그릴린을 찾아나선다.

효르바르드와 아틀리는 전투를 피해서 강가에 묵었는데, 우연히 큰 새가 있는 집을 발견한다. 이 새는 스바프니르왕의 신하였던 프란마르(Fránmarr)가 변신한 것으로 왕녀 시그릴린과 자기 딸 알로프(Alof)를 지키고 있었다. 그 새가 사람의 변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효르바르드와 아틀리는 새가 덤벼들자 그대로 죽이는데, 집 안에서 시그릴린과 알로프를 발견하고 노르웨이로 데려간다.

노르웨이로 간 시그릴린은 효르바르드의 4번째 부인이 되며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이름이 없었다. 어느날 이 무명의 왕자는 언덕에서 9명의 발키리가 날아오는 것을 보는데, 왕자는 이들 중 가장 미인이었던 스바파(Sváfa)[8]라는 발키리에게 마음이 꽂힌다. 이 스바파는 무명의 왕자에게 '헬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데 헬기라는 이름을 갖게 된 왕자는 오직 스바파 당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9] 이후 헬기는 전투에 나갈 때마다 스바파의 보호를 받으며 연전연승을 거둔다.

한편 헬기는 부친 효르바르드왕이 자기 외할아버지와 모친의 복수를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헬기의 외할아버지를 죽인 흐로드마르왕은 버젓이 수에비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효르바르드는 헬기에게 군대를 내 주었고 스바파는 헬기에게 뱀 그림과 마법 룬이 박혀 있는 칼을 준다. 수에비에 쳐들어간 헬기는 스바파의 도움을 받아 흐로드마르왕의 군대를 가볍게 격파한 후 왕을 죽이고 복수를 달성한다.

이후 헬기는 스바파의 부친인 에윌리미(Eylimi)왕에게 스바파와 결혼하고 싶다고 청혼을 하고 에윌리미는 이를 받아들인다. 결혼 후에도 헬기는 계속 전투에서 공을 쌓고 스바파는 에윌리미 왕의 궁성에 머물면서 전투때마다 헬기를 돕는다.

하지만 죽은 흐로드마르왕의 아들 알프(Alfr)가 복수를 위해 헬기와 1대 1 결투를 신청하는데, 헬기가 알프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지만 거인 여성의 저주 때문에 헬기의 칼이 부러지고 결국 알프에게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다.[10][11] 헬기는 죽기 전 스바파를 불러 자신의 이복형 헤이딘(Heðinn)[12]이 당신을 좋아하고 있으니 그와 결혼하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스바파는 남편의 복수가 끝날 때까지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다.

아직 이야기가 남은 듯 하지만 고 에다에서는 여기서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데, 이게 아쉬웠는지 헬기 효르바르드손은 헬기 훈딩스바네로, 스바파는 시그룬으로 환생할 것라는 예언을 남긴다.

3.2. 헬기 훈딩스바네[편집]


훈딩스바네가 효르바르드손의 환생이라고는 하지만 2대에 걸쳐 발키리 시그룬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두 헬기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다. 전생에서 자신을 죽게 한 알프 흐로드마르손(Alfr Hróðmarson)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전술한 것처럼 훈딩스바네는 2개의 서사시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 서사시는 헬기의 탄생부터 훈딩 왕을 쓰러트리고 시그룬과 결혼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두 번째 서사시는 첫번째 서사시의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한 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헬기 훈딩스바네는 볼숭가의 영웅 시그문드가 자신의 원수 시게이르(Siggeir)에 대한 복수를 완료한 후 얻은 아내 보르그힐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헬기는 15살의 어린 나이에 훈딩왕을 죽이고 그의 영토를 약탈하는데, 그의 네 아들[13]은 헬기에게 자신의 부친을 죽인 것에 대한 보상금을 내고 약탈품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헬기는 이런 요청을 거부하고 훈딩의 네 아들과 싸움을 벌이는데, 격전 끝에 헬기는 훈딩의 네 아들을 모두 죽이고 전투에서 승리한다. 이로써 헬기는 훈딩스바네라는 별명을 얻는다.[14]

어느 날 헬기는 숲을 지나다가 말에 타고 갑옷을 입은 여성 일행을 만나게 된다. 이 여성들 중 한명이 바로 스바파의 환생인 시그룬이었는데, 하룻밤 묵을 곳이 필요했던 헬기는 시그룬의 집에 초대된 후 사정을 듣게 된다. 시그룬에 의하면 자신은 원래 발키리였으며 부친인 외스테르고틀란트의 왕 호그니(Högne)가 자신을 소데르만란트(Södermanland, 스웨덴 남동부해안 지역)의 왕 그란마르(Granmar)의 아들 호스브로드(Hothbrodd)와 결혼시키기로 했는데, 본인은 호스브로드와 결혼하고 싶지 않으며 대신 영웅으로 명망이 높은 헬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전생의 기억이 있었는지 바로 사랑에 빠지고 헬기는 시그룬의 결혼요청을 받아들인다.[15]

이 때 헬기는 훈딩의 네 아들과 싸우느라 상당히 지친 상황이었는데 시그룬을 얻기 위해 다시 한 번 큰 싸움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시그룬의 부친 호그니왕과 동생 다그(Dag)도 호스브로드의 편을 들었던 것.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시그룬 본인이 전투에 한 몫 하는 발키리였으며 여기에 뛰어난 무사였던 헬기의 이복형 신표틀리(Sinfjötli)도 헬기를 돕기로 한다.[16] 헬기와 호그니-그란마르 연합군은 예상대로 엄청나게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결국 헬기가 간신히 승리를 거둔다. 헬기와 시그룬, 신표틀리는 모두 살아 남았지만 그란마르왕은 호스브로드를 포함한 세 아들과 함께 전사했고 호그니왕도 죽었으며 호그니의 아들 다그는 포로로 잡혔다. 다그는 헬기와 시그룬에게 충성하기로 약속하고 풀려난다.

걸림돌이 없어진 헬기와 시그룬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냈으며 자식들도 여럿 낳았다. 문제는 시그룬의 동생 다그였는데, 다그는 누나와 매형에게 충성을 맹세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자기 부친 호그니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여러 해 동안 고민하던 다그는 결국 오딘에게 제물을 바치고, 오딘이 빌려준 창으로 헬기를 찔러 살해한다.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한 시그룬은 다그를 죽이는 대신 그가 죽음보다 심한 굴욕을 당하도록 저주하는데, 누나의 저주를 받은 다그는 숲으로 도망쳐서 시체를 파먹고 사는 신세로 전락한다.

헬기는 전쟁터에서 명에롭게 죽지는 못했지만 그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한 오딘의 호의로 발할라에서 지내게 되며, 발할라에서도 꽤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자신의 원수였던 훈딩왕을 하인으로 부리고 살게 된다.

3.3. 헬기 하딩야스카티[편집]


시그룬은 헬기를 화장하지 않고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무덤을 만들어 매장했다. 어느날 밤 무덤을 다녀온 시그룬의 하녀로부터 헬기와 그의 부하들이 헬기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그룬이 즉시 무덤으로 가보니 실제로 헬기가 있었다. 두 사람은 당장 부둥켜 안고 하룻밤을 행복하게 지내는데, 야속하게도 헬기는 다음날 해가 뜨기 전 부하들과 함께 발할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시그룬은 헬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헬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슬픔에 찬 나날을 보내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

여기서 끝내기는 아쉬웠는지 헬기 훈딩스바네는 헬기 하딩야스카티로, 시그룬은 카라(Kara)로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헬기 하딩야스카티의 행적은 카룰료드(Káruljóð)라는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카룰료드 자체는 실전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전술한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에 헬기 하딩야스카티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여기 나온 헬기와 카라는 전승에서 모티브만 따온 별개의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전승의 내용을 복원하기는 어렵다.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에서 헬기 하딩야스카티는 왕족이 아니라 스웨덴의 왕 하딩(Haddingr)의 부하로 나온다. 헬기는 카라라는 발키리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카라는 전투시에 백조로 변신해서 적의 눈을 멀게 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딩이 노르웨이의 왕 올라프(Olaf)의 영토를 침공했을 때 헬기는 카라의 도움을 받아 적들에게 연전연승을 거둔다. 하지만 전투 막바지에 실수로 백조로 변신한 카라를 찌르는 바람에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헬기는 올라프왕의 부하이자 영웅이었던 흐로문드(Hrómundr)[17]에게 살해당하는데 이 과정에서 흐로문드도 심한 상처를 입는다.


4. 기타[편집]


볼숭 사가에서도 역시 훈딩을 죽인 헬기로 알려진다. 시그문드와 보르그힐드는 결혼 후 헬기와 하문드(Hámundr) 두 아들을 낳는데, 첫째 아들 헬기는 태어나자마자 노른들에게서 장차 위대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전쟁에서 돌아온 부친 시그문드에게 헬기라는 이름과 함께 다스릴 영토와 검을 받는다. 그리고 15살이 되자마자 볼숭 일족과 반목하던 훈딩 왕을 죽이고, 이를 복수하러 온 네 아들도 죽인다. 이후에 만난 호그니왕의 딸이자 발키리인 시그룬이 자신의 약혼자인 그란마르 왕의 아들 호드브로드 왕과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군대를 이끌고 그들을 찾아가 전투가 벌어진다. 이 전투에서 헬기는 이복형 신표틀리와 함께[18] 그란마르 일족을 모조리 죽이고 시그룬을 차지한다. 고 에다 버전과 거의 비슷하지만 그보단 약간 간략하며, 헬기의 죽음과 환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아내 시그룬과 함께 위대한 왕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걸로 끝난다.

5. 관련 문서[편집]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2-26 13:44:00에 나무위키 헬기(북유럽 신화)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1] 훈딩스바네는 Hunding's bane, 즉 훈딩을 죽인 자라는 뜻이다.[2] 또는 울핑 일족(Wulfings)이라고도 한다. 늑대의 자손, 또는 늑대의 일족이라는 뜻.[3] 베오울프에 나오는 데인족 흐로쓰가(Hroðgar)왕의 왕비 웨알데오우(Wealhþeow, Wealh-theow)가 바로 윌핑족 출신이다. 그리고 헤임스크링글라는 신(新) 에다의 작가인 스노리 스트룰루손이 초기 노르웨이 왕(족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일종의 사가 모음집이다.[4] 사실 신화나 전설에서 별도의 전승의 합쳐지거나 흡수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심지어 아더왕 전설은 유럽의 온갖 전승들이 합쳐져서 거대한 이야기 모음집이 되었다. 다만 전승의 통합/흡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내용상의 모순과 불일치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돼 버려서 흥미와 감동이 반감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보통 전승이 합쳐질 때에는 정치적인 사정이나 탁월한 이야기꾼의 창작욕 등이 개입되어 있다.[5] 물론 헬기가 자꾸 부활하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 말고 그의 높은 인기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비극적으로 죽은 채로 끝나는 것이 무척 아쉬웠던 전승자들이 헬기와 그의 아내 시그룬을 계속 부활시키면서 일종의 네버엔딩 스토리로 전환시킨 것.[6] 하딩야스카티는 하딩야(Haddingja)의 군주(lord)라는 뜻으로 하딩야는 반달족의 유력 가문이었던 하스딩기(Hasdingi)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7] 구드룬의 두 번째 남편이자 브륀힐드의 오빠인 아틀리와는 동명이인이다.[8] 이 스바파가 헬기 훈딩스바네에서는 시그룬(Sigrun)이 된다.[9] 읽어보면 알겠지만 헬기와 스바파가 만나는 이 대목의 내용은 개연성이 없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볼숭 사가처럼 일관된 흐름이 없이 단편으로 서술된 전승을 억지로 모아놓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10] 거인 여성의 저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불확실하다. 구 에다에는 축제(Yule)에서 거인 여성이 헬기의 이복형 헤이딘(Heðinn)을 만나 자신과 동침하자고 요구했지만 헤이딘이 거부했으며, 이에 거인 여성이 헤이딘에게 저주를 내렸다는 내용이 있는데, 남에게 내린 저주를 헬기가 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런 혼란은 앞서 헬기와 스바파가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일관된 전승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11] 이 부분은 다른 버전도 있는데 스바파에게 연정을 느낀 헤이딘이 헬기와 결투를 신청해서 헬기가 치명상을 입고 죽는다는 것. 다만 이야기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서 어떤 과정을 거쳐 결투를 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12] 헤이딘은 효르바르드왕의 첫째 부인 알프힐드(Álfhildr)의 아들이니까 헬기의 이복형이 된다.[13] 나이 순으로 각각 에위욜프(Eyjólfr), 알프(Álfr), 효바르드(Hjörvarðr), 하바르드(Hávarðr).[14] 에다의 훈딩을 죽인 헬기의 시를 보면 전혀 다르다. 시그문드 생전에 볼숭 일족과 훈딩 일족이 사이가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헬기는 시그문드가 죽기도 전에 훈딩에게 도전해서 그를 쓰러트렸으며, 시그문드는 이후에 훈딩이 아닌 그의 또다른 아들인 링비(Lyngvi 혹은 Lyngi)와의 전쟁에서 죽었다.[15] 2번째 서사시에서는 이 부분의 내용이 다른데, 헬기와 동료들이 훔쳐온 가축을 잡아서 먹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시그룬 일행을 만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이 어디서 만나건 바로 사랑에 빠지는 건 똑같다.[16] 신표틀리는 시그문드가 자기 동생 시그니와 근친상간을 통해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헬기에게는 이복형이자 사촌형이 된다.[17] 바로 이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의 주인공이다.[18] 신표틀리의 독살은 헬기를 돕고 한참 뒤에 일어난 일이다. 고 에다에서도 신표틀리의 죽음은 "Frá dauða Sinfjötla"이라는 산문 파트에서 묘사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표틀리가 아가리파이트(Flyting)를 벌이는 대상이 에다에서는 구드문드르이지만 볼숭 사가에서는 그란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