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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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士

이번 일은 천운이 아니었어! 이것이 순리였기 때문이다! 속세의 인연을 끊지 못했으니 나로서는 자격이 없는 것도 맞겠지만......


한국소설퇴마록》의 등장인물.

한국 도방의 1인자. 몇백 년을 넘게 산 것으로 추정된다.

산중을 떠돌아 다니는 이인(異人)으로, 태극기공을 수련하다가 주화입마에 걸린 이현암을 찾아 전신을 두들겨 패서 혈도를 뚫어 구해주었다.[1] 그리고 현암을 지도했는데 말과 행동이 나란히 거칠어서 욕설과 구타를 서슴치 않았지만, 내심은 현암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말로는 현암에게 '양의지체니까 내공은 글렀고 외공만 익혀야 된다'라고 못을 박아놓고, 정작 현암에게 전수한 수법들은 파사신검, 사자후, 부동심결 등 내공의 경지를 요구하는 것들뿐이었다. 사실 한빈거사는 현암의 선한 본성을 꿰뚫어보고 내공이 없으면 반쪽짜리인 수법들만 전수하면서 현암의 복수심이 풀어지면 장차 내공을 익히게 할 계획이었다고 하나, 현암이 동생의 죽음을 불러온 수마에 대한 복수심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자 결국 포기하고 떠나 버렸다.

하지만 현암에 대해 아예 신경을 끈 것은 아니었는지, 현암의 행적을 암암리에 알아보고 있었던 듯하다. 또한 도방 사람들이 현암의 퇴마행에 참견하는 일도 도방 최고 원로의 권위로 다 막아 줬다고 한다. 사실 퇴마행이라면 말이야 좋지만 도방 입장에서 이현암은 태극기공의 비급을 선원에서 도둑질해서 멋대로 배우고 신세 망칠 뻔했다가 정신 못 차리고 퇴마한다고 설치는 사파 중의 사파일 것인데(...) 나름대로 감찰도 있고 제재도 가하는 도방에서 현암에게 연락은 커녕 입 한 번 뻥긋했다는 묘사도 없다. 한빈거사의 도방 내 위상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

국내편부터 언급은 되었지만 직접 등장하는 것은 혼세편 〈와불이 일어나면〉이 처음이다. 원래 최은기 옹과 함께 일본 밀교승들이 세운 신사를 공격할 예정이었으나, 최은기가 먼저 들어갔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현암이 그곳에 찾아갔다가 일이 여러모로 배배 꼬였다는 듯. 병원에 입원해서 기혈이 꼬여가던 현암을 재차 구해 주고 퇴마사 일행들과 대면한다. 해동밀교 출신인 준후에게 그곳에서 전해지던 천정개혈대법을 알고 있는지 물으며, 그 비법이 전해졌다면 현암의 공력을 온전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에피소드 말미에서 또 등장해 정선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었으며, 후에 다른 이들이 공연히 천불천탑에 손대지 않도록 단단히 못을 박아 마무리를 지었다.[2] 사건이 해결되고 나중에 퇴마사들의 아지트를 방문해서는 장준후의 운명을 예언하기도 했다. 혼세편의 마무리 에피소드에서 도혜스님의 입적 자리에 함께 머물러 있다가 현암에게 말세를 예비하라는 구타가르침을 내린다.

말세편에서는 천기를 바꾸기 위해 천지공사를 벌이지만 천기가 흐트러진 원인이 자연적인 것이 아닌 라미드우프닉스에 의한 인위적인 것이어서 대실패, 시해법[3]을 사용해 신선이 된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는 도방의 실력자들은 준후를 범인으로 쫓게 된다.

국내편 당시 현암의 회상으로는 그야말로 입이 걸걸한 기인이자 괴인 같은 성질머리로 짤막하게 묘사되지만, 혼세편에서 실제 등장한 모습은 의외로 차분하고 말이 통하는 노인이다. 승희가 한빈거사를 봤을때는 얼굴이 시뻘겋고 머리를 길게 기른 술주정뱅이 같은 인상이라고 하지만 수아가 '멋있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할 정도인 것을 보면 외모도 나름대로 준수한 듯. 박 신부에게 시종일관 예의바른 태도를 유지했고 현암에게도 이놈, 저놈 정도만 할 뿐 손찌검 한 번 없이 자상하게 대해 준다. 심지어 현암의 기혈을 바로잡으면서 추궁과혈을 거쳐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뿐한 몸상태로 만들어 놓기까지 하는 배려심을 보였다. 물론 혼세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도혜스님의 죽음에 반쯤 넋이 빠진 현암을 무자비한 구타로 제정신으로 돌려놓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성격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보아 늙고 남루한 행색이지만 풍채에 위엄은 있으며, 같은 길을 걷는 제자에게는 잘 되라는 마음에서 엄격하게 대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수행하거나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인자한 인물이다.

배분을 따질 수 없는 구름 위의 존재라고 언급되며 한국 도방의 절대적인 1인자답게 능력도 장난이 아닌데, 일단 수백 년을 살았다는 카더라만으로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한빈거사 미만으로는 고작 100살쯤(?) 살았다는 최은기나 현현이로, 도혜스님 정도가 이 바닥의 고령자일 뿐. [4][5] 애초에 파사신검, 부동심결, 사자후 모두 절세의 무공들인데다 상단전이 탁 트여 있는지 현암에게는 전수하지도 않은 전음술, 타심통, 부적술 같은 수법을 무궁무진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혼세편에서 현암에게 천정개혈대법을 시술받아 70년 공력을 모두 쓸 수 있게 되면 좋지 않냐면서 넌지시 떠보았다.

혼세편 마지막에서는 현암에게 '이제 검술이라면 네가 나의 아래에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안 하던 칭찬을 던지지만, 이는 바람의 검심에서 히코 세이쥬로가 켄신보고 천상용섬을 익히면 자신에 필적할 힘을 얻게 된다고 하는 대사와 비슷한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으며[6] 현암이 파사신검의 경지를 제대로 깨닫게 되는 건 말세편에서 깔끼파 인도인 노인 고수와 싸우면서다. 사실 다 떠나서 한빈거사는 현암에게 은인 중의 은인이므로 매치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무협지에서의 사제관계를 그대로 옮겨온 둘의 관계상 한빈거사가 칼 뽑고 덤비라고 하면 현암은 절대 스승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성격상 순순히 죽어주지는 않겠지만 무릎을 꿇고 싹싹 빌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하스 페르쯔, 고반다, 검은 바이올렛이 워낙 확고한 인상으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설정의 윤곽만 보면 이 양반도 세계관 최강자 경쟁전에 참전할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지의 운명을 바꾸려고 시도할 능력이 있고, 실패하고도 신선의 경지에 오를 여력이 있었을 정도이다! 도혜선사와 친구였다는 설정 때문에 능력도 비슷한 경지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말세편에서 수백 년은 살았다고 전해진다는 설정이 묘사됨으로서 위상이 올라갔다.[7]

부동심결도 구사할 줄 아는 능력자이니 블랙엔젤도 찜쪄먹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팬들도 있지만....세계관을 공유하는 왜란종결자 외전을 통해 마계의 대악마들에게 힘의 크기나 상성 같은 것은 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다만, 한빈거사가 초반부터 출동했다면 아하스 페르쯔, 고반다, 검은 바이올렛 3강이나 악마들을 제외한 적들은 상대가 안되기 때문에 바람의 검심의 히코 세이쥬로처럼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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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중에 혼세편에서 화중명 노인의 진단으로는 이러한 조치 덕분에 현암이 남에게 받은 공력조차 유지할 수 없는 양의지체임에도 도혜스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공력을 지킬 수 있었음이 알려졌다.[2] 한빈거사 정도의 거장이 금지하지 않으면 일의 성격상 다시 행하려고 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빈거사가 일부러 잡아뗀 것일 뿐 진짜로 와불을 일으키면 일본이 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3] 육신을 남기고 우화등선하여 신선의 좌에 오르는 기술. 이 기술을 사용하면 남겨진 육신(사실상 시신이다)은 극도로 가벼워지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신선으로써 부활하게 된다.[4] 국내편 에피소드인 '생명의 나무'에 나오는 아랍인 엔키두가 400년 이상을 산 것치곤 당시 퇴마사들에게 정리당하긴 했지만, 워낙 초반의 에피소드이고 엔키두의 정확한 능력 역시 가늠이 힘드니 일대 일로 비교할 사례는 아니다.[5] 다만 엔키두의 경우 특수한 주술을 사용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던 것인지 본인이 불러낸 아스트랄의 기운이 준후의 오행술 금의 기운에 의해 반사되어 빈사상태가 되자마자 혼이 육체에서 떠나버렸다.[6] 그 후에 히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도 자신의 발끝에 미칠 수준이라고 정정한다.[7] 한빈거사가 박신부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능력보다는 도혜선사의 깨달음의 경지를 더 높게 본 것일 수 있다. 스님이 도인처럼 일부러 평생 공력만을 닦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깨달음에 의한 부속물 같은 것일 텐데도 무려 70년에 달하는 공력을 소유했다는 것을 보면 그 깨달음의 경지도 범상치 않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