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드라마)/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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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자[편집]
1.1. 발레리 알렉세예비치 레가소프 (Вале́рий Алексе́евич Лега́сов)[2][편집]
진실이 불쾌할 때 우리는 진실의 존재를 잊을 때까지 거짓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존재하죠. 우리의 모든 거짓은 진실에게 빚을 지고, 언젠가 그 빚은 갚게 됩니다. RBMK 반응로는 그렇게 폭발하는 것입니다. 거짓 때문이죠.[3]
-When the truth offends, we lie and lie until we can no longer remember it is even there. But it is still there. Every lie we tell incurs a debt to the truth. Sooner or later, that debt is paid. That is how an RBMK reactor core explodes. Lies.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순진해진다는 것이다. 진실을 찾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진실을 원하는 자들이 드물다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그러나 진실은 늘 어딘가에 존재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아도. 진실은 우리의 필요와 바람에, 체제와 이데올로기와 종교에도 관심이 없다. 진실은 숨어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르노빌의 진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한때 나는 진실의 대가가 두려웠으나, 이제 다만 묻는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To be a scientist is to be naive. We are so focused on our search for truth, we fail to consider how few actually want us to find it. But it is always there, whether we can see it or not, whether we choose to or not. The truth doesn't care about our needs or wants. It doesn't care about our governments, our ideologies, our religions. It will lie in wait, for all time. And this, at last, is the gift of Chernobyl. Where I once would fear the cost of truth, now I only ask: What is the cost of lies?
"장담하건대 저 노심 위로 비행했다간 내일 아침에 그 총으로 쏴달라고 빌게 될 거요!
-"If you fly directly over that core I promise you by tommorrow morning you'll be begging for that bullet!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총살하겠다는 보리스의 명령으로 공기가 이온화되는 원자로 위로 날아가는 조종사를 향해서.[4]
원자력 연구소인 쿠르차토프 연구소의 부소장. 드라마 전체의 주인공. 배우는 자레드 해리스.[5]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활동한 실존인물.
1화 첫 장면에서 체르노빌 사고 2년후인 1988년 4월 26일, 사고의 진상을 기록한 녹음 테이프를 숨기고 자살한다. 주인공이 죽는 장면, 그러니까 보통은 마지막에 두는 부분을 가장 앞에 두는 참신한 배치를 했는데, 제작진에 의하면 만약 영화라면 정석대로 뒤에 뒀겠지만 이건 실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라 어차피 누구든 검색만 하면 그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 수 있으니, 과감하게 죽는 장면부터 집어넣었다고 한다. 이 덕분에 드라마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 대신, 극이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이 어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점차 설명되는 흥미로운 전개가 되었다.
시간을 되돌려 폭발사고 직후, 보고서에서 '소방관들이 바닥에 떨어진 검은 광물질을 주웠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을 읽고 보통 사태가 아님을 직감한다. 이 때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다 비서관이 미리 읽어보라고 준 사고 보고서를 훑어보면서 점점 경악하는 표정 변화가 압권이다. 공산당 최고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별 일 없다고 위장된 보고만을 듣고 회의가 종료되려는 순간 사람들을 붙잡은 뒤, 흑연이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건 원자로 내부의 노심 폭발이란 뜻이고 소방관들은 방사능 화상이 분명하며, 최초 소량의 방사능만 검출되었다는 기록과 달리 소방관들이 가져온 대형 계측기는 최대수치가 나왔음을 알려준다.[6] 결국 고르바초프는 셰르비나와 레가소프 두 사람에게 체르노빌로 직접 가서 사태를 확인하라고 지시하는데, 이후 최선을 다해 사건의 규모를 설명하고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본 셰르비나 역시 그를 신뢰하게 되어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사태 수습의 주역이 된다.
마지막에는 이 사태의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인 소련 정부의 원자로 결함 은폐를 폭로하고 KGB에 의해 자택 구금 생활을 하다 자살한다.[7] 에필로그에서는 실제로 그의 발표와 자살로 인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투옥과 숙청의 위협을 무릅쓰고 원자로 결함 보수를 주장하여 결국 남아있는 원자로의 개량을 이끌어내 두 번 다시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엄청난 공을 세웠다고 나온다.[8]
제5화에서 KGB에 체포되어 KGB 의장과 잠시 면담하면서 가족배경이 잠시 언급되는데, 아버지가 공산당 중앙위원회 고관이었던 명문 집안이었고, 본인도 대학때부터 콤소몰(공산당의 청년조직)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열성 공산주의자로 언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B로 대표되는 공산당 관료조직과는 대척되는 인물로 나온다. 그리하여 KGB 의장은 이런 레가소프의 배경을 열거하면서 "자네는 우리와 하나야. 자네는 영웅적이지도, 용감하지도 않지."라고 협박 겸 충고를 한다. 이에 레가소프는 과학자의 양심을 들어 침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차르코프는 레가소프를 총살할 것처럼 협박하지만, 이어서 레가소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우며, 대신 과학자로써 경력이 사실상 끝났음을 암시한다.[9] 레가소프는 KGB 요원들에게 연행되어 재판정을 떠나면서 앞서 1화에서 언급되었던 육성 기록이 재생된다.
1.2. 울리야나 유리브나 호뮤크 (Ульяна Юрьевна Хомюк)[편집]
배우는 에밀리 왓슨.[12]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 실제 역사에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썼던 소련의 수많은 과학자들을 극화 및 당시 소련 사회상의 여성들의 상징성을 위해 호뮤크라는 1명의 인물로 만든 것. 그녀가 가상인물이라는 것은 처음으로 등장한 에피소드부터 코멘터리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피날레에서도 한 번 더 언급된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엄마를 살리고자 아이가 죽는 나라입니다.[10]
[11] 협상 따위는 집어치우세요. 우리 목숨 걱정도요.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Someone has to start telling the truth)."- 레가소프는 비엔나에서 거짓 발표를 해야 하고 셰르비나는 이와 관련해 KGB를 상대로 협상을 제안하겠다고 했을 때
벨라루스의 핵 물리학자로, 연구실에서 창문을 열자마자 방사능 경보가 열리는 것을 보고 창밖의 먼지를 채취하여 검사한 뒤 체르노빌에서 방사능이 날아온 것을 확인한다. 이후 상부의 지시가 없는 한 아무것도 안 하는 관료들을 제치고 체르노빌로 직접 달려가서, 자신을 체포해도 좋으니 당장 최고 책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여 셰르비나와 레가소프 앞에 선다. 원래는 노심용융이 일어나기 전의 수 주 동안은 여유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던 레가소프에게 소방대가 계속 물을 뿌렸고 배수 파이프 등이 다 박살나서 물이 흘렀을 테니 발전소 아래에 물이 가득 차 있을 것이기에 수습할 시간이 이틀도 없음을 알려준다.[13]
이후에도 사태 해결을 돕다가 사고가 일어난 경위와 의문점들을 확인하러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KGB에 의해 체포되나, 레가소프가 직접 KGB 의장을 설득하여 풀려나게 된다. 최종적으로 당시 MK 원자로 설계상 비상종료 스위치(AZ-5)를 누르면 우라늄 주위로 제어봉이 내려가지만, 그 제어봉 끝단의 흑연에 의해 오히려 핵분열이 가속화되어 도리어 출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결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레가소프를 설득하여 그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 다른 과학자들이 미래의 유사 사태를 막도록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소련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음에도 400km 밖에서 본인의 지식과 인맥을 통해 체르노빌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함은 물론, 현장의 전문가조차 짐작을 못하던 위험요소를 설계도만 보고 알아내서 직접 경고하러 오고, 그 뒤로도 직접 발로 뛰며 진실을 밝히고 알리기 위해 애쓰는 등, 다수의 인물상을 압축한 가상인물다운 초월적인 두뇌와 행동력을 보여준다. 거기에 도덕성까지 투철해 작중 내내 양심과 올바름을 대변하며, 이는 실존인물이자 현실의 한계에 짓눌린 레가소프, 셰르비나와 대비된다.[14] 제작진이 밝힌 설정 의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호뮤크는 단순한 조력자 캐릭터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수많은 이들의 노력,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올바름과 이상 그 자체를 한 명의 등장인물로서 형상화한 것이다. 다른이들이 현실적인 압박으로 고민하는 장면이 많은 반면에 호뮤크는 작중내내 매우 이질적으로 올바름만을 추구하는 장면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뮤크에 의해 위험요소가 경고되고 호뮤크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며 호뮤크에 의해 양심 선언이 촉구되는 전개 또한 작중 내내 매우 이질적이고 작위적인데, 이러한 연출적 문제또한 같은 맥락에서 봐야 이해가 쉬워진다.
2. 정부 관계자[편집]
2.1. 보리스 예브도키모비치 셰르비나 (Борис Евдоки́мович Щербина)[편집]
배우는 스텔란 스카스가드.[17][18] 실존 인물이다. 체르노빌 청소 작전의 지휘관으로 활동한 니콜라이 타라카노프 장군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고 한다. #"내 이름을 감히 부르지 말도록!(Don't use my name!)"
-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확인하러 가는 헬기 안에서 노심 위를 날아가겠다는 자신의 명령을 저지하려는 레가소프에게 호통치며
"그가 증언을 마치게 해 주시오(Let him finish)."[15]
레가소프: "어디 가십니까?"
셰르비나: "자네한테 모래와 붕소 5,000톤을 구해주러 가네."
발전소 직원 : "왜 이걸 해야 합니까, 고작 400루블 때문에?"
셰르비나 :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으니까 하는 거야. 아니면 수백만이 죽어. 그걸로 충분치 않다면, 난 그 말을 믿지 않겠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차별성이야. 우리 소련인의 핏줄에는 수천 년의 희생[16]
이 흐르고 있고, 모든 세대는 제 몫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어. 나는 이 사고를 일으킨 놈들에게 침을 뱉고, 내가 치뤄야 할 대가를 저주하네. 하지만 난 내 몫을 받아들이고 있고, 이제는 자네들 차례일세. 그러니 물에 들어가게.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Because it must be done)."-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물에 잠수하여 수문을 열 자원자들을 모집하며
셰르비나: "나는 별로 중요한 인물이 아니야, 발레리. 늘 그래 왔어. 언젠가 중요한 사람이 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어. 난 그저 항상 더 중요한 사람들 곁에 있었을 뿐이지..."
레가소프: "여기에 저 같은 과학자는 많습니다. 그들 누구든 저를 대신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장관님은... 우리가 요청한 것, 우리가 필요한 것을 모두 조달해 주었습니다. 인력, 자재, 월면 로봇까지도요. 누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겠습니까? 저들이 제 말은 흘려들었지만 당신의 말엔 귀기울였습니다. 수많은 관료들과 그 부하들 중, 복종밖에 모르는 그 많은 바보들 중에 그들이 실수로 좋은 사람 한 명을 보낸 겁니다. 맙소사, 보리스, 이 일에서 당신만큼 중요했던 사람은 없어요."
소련의 장관회의 부의장이자 연료동력부 장관. 처음에는 전형적인 관료처럼 레가소프를 불신하며 체르노빌 사고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다. 당장 공산당 최고 위원회 회의에서 자신이 보고한 내용을 대놓고 반박하는 레가소프를 못마땅하게 봤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그의 주장을 전부 추측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가 레가소프의 손을 들어주며 두 사람이 함께 체르노빌로 가서 사태를 파악하라 지시했고, 셰르비나는 거부해보려 했지만 괜히 '원자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가면 무슨 의미냐'고 면박만 당해 체면을 구긴다. 이후 체르노빌로 가는 헬기에서는 원자로의 작동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레가소프에게 셰르비나는 자신이 들어도 모를 테니 설명해주지 않는 거냐며 화를 내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타고 있는 헬기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할 정도였다. 이에 레가소프가 기껏 가르쳐주자 감사는커녕 '(나도 이제 원자로를 알게 됐으니) 이제 당신은 필요 없다'며 쏘아붙이는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체르노빌에 도착했을 때 발전소 지붕에 흑연이 널부러지고 체렌코프 현상이 육안으로 보이는 막장 현장에 레가소프가 아연실색하고 이를 어떻게든 설명해주려 했음에도, 셰르비나는 이를 일부러 무시하며 고집을 부리다 서로 언성까지 높이며 총살까지 거론되는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회의장에서 체면을 구긴 것 때문에 홧김에 보였던 태도임이 곧 드러나는데, 발전소 책임자들이 사건을 축소하려 드는 태도를 보고 무언가 감을 잡은 게 있었는지 헬기에서 레가소프에게 배운 토막지식을 활용해 그들의 말문을 막히게 한 것.[19] 그리고 피카로프 상장이 몸을 아끼지 않고 직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와서 레가소프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자, 그때부터 지난 감정은 잊고 레가소프를 신뢰하기 시작해 그가 내놓는 대책[20] 들을 그대로 따른다. 다만 레가소프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며 프리피야트 주민 대피령까지 요구했을 때에는[21] 또 언성을 높여가며 묵살하고 화난 듯 돌아서서 가버리는데, 어디 가냐고 묻자 "자네가 말한 모래와 붕소 5천 톤 구하러." 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킬포인트.
이후로도 그의 태도는 한결같다. 자신이 모르는 과학적 사실과 이를 통해 세우는 대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레가소프의 말을 신뢰하되, 그가 본인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특히 소련 사회에서 이로울 것이 없는 무모한 행동을 하려 할 때에는 이를 제지하는 역할. 처음엔 꽁해서 조금 틱틱거렸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가 레가소프를 신뢰하는 부분은 위 장면 직후에도 드러난다. 원자로 화재 진압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셰르비나는 조금 안심한 듯 방사능 오염이 별로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22] 을 언급했는데, 레가소프는 답답하다는 듯 "우린 지금 프리피야트에 들어와 있죠. 그래서 이제 5년 안에 죽게 될 겁니다."라는 충격발언을 던졌고[23] , 이에 그는 곧바로 사색이 된다. '그럴 리 없다'는 부정조차 못하고 충격에 빠져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전화벨이 바로 옆에서 시끄럽게 울리는데도 선뜻 받지 못할 만큼 멘탈이 박살난 모습이 강조된다. 분명 다른 교수나 의사 등으로부터 정반대의 얘기를 주워들은 게 있음에도 레가소프의 발언을 절대적으로 여기고 있음이 드러나는 장면.
이후에도 그는 레가소프를 도와 고르바초프를 직접 설득해 가며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 가능한 모든 종류의 물자와 자원을 동원하게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레가소프와 정도 많이 들었는지, 체르노빌행 헬기에서는 자신을 "보리스"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성질을 부리던 그가 서독제 월면 로봇이 도착했을 때쯤 되면 안도의 미소를 짓는 레가소프를 보고 "이제야 좀 웃는구만, 발레리!"라면서 등을 두들기며 함께 웃을 정도의 돈독한 전우애와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레가소프가 사고 현장의 과학적 진실을 해명한 일등공신이라면, 보리스는 이러한 과학적 해명을 현실의 대응책으로 실현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 한 명의 의견 따위 손쉽게 묵살해 버릴 수 있는 소련 체제의 경직성을 고려하면 어떤 의미에선 레가소프 이상 가는 공헌을 한 셈이다.[24] 분명 고위직이기는 하지만 자기 권력의 한계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KGB로부터 레가소프와 호뮤크를 보호하려고 크게 애썼다.[25]
특히 서독에서 파견해 준 월면 로봇이 투입하자마자 방사능을 버티지 못하고 고장나자 뭔가 직감한 듯 전화를 돌리는데, 결국 소련이 '이곳 방사능 최대 수치는 2천 뢴트겐 정도다.'라는 프로파간다를 서독에 그대로 전달하는 바람에, 실제 고선도 선량계로 측정한 체르노빌의 방사능 수치인 1만 5천 뢴트겐을 넘어가는 방사능을 버틸 수 없는 로봇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격분하여 고르바초프를 비롯해 고위 간부들에게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으며 전화기를 부수는 지경까지 간다. 레가소프와 타라카노프에게 상황을 얘기해주고 옆에 있던 병사에게 "새 전화기 가져와."라고 하는 장면이 깨알같은 개그.
이후 체르노빌 관련자들의 재판 즈음에는 결국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말기 암을 앓고 있고, 살 날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여태 한 모든 것들에 회의를 느낀다. 그러나 레가소프는 당신이 있었기에 이 모든 일들이 가능했다며 보리스를 격려하고, 보리스는 레가소프가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사고의 진상을 증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존 인물 셰르비나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1988년에 일어난 아르메니아 대지진 사고 수습의 책임까지 맡아 큰 활약을 했다. 또한 보리스 옐친이 지도자로 당선될 경우 나라를 암흑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셰르비나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옐친은 새로운 러시아 연방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데, 이후 1993년 러시아 헌정위기까지 일어날 정도로 러시아가 혼란에 빠졌던 것을 보면 셰르비나가 상당히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70세를 앞둔 노년(1919년생)에 소련의 전대미문의 재난사고를 2건이나 처리하며 건강을 해쳐서인지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1990년 8월 22일에 사망했다. 참고로 1988년에 피폭을 사망 원인으로 기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구안했는데, 아이러니하게 본인 역시 1990년에 사망하여 이 법에 걸리면서 그가 체르노빌 현장 수습 동안의 피폭으로 사망했는지는 사인 기록이 금지되어 영영 알 길이 없게되었다. 게다가 사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 했는지에 대한 기록 역시 거의 없다시피 하여 그를 연기한 배우 스카스가드는 자신이 연기한 셰르비나는 실존 인물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2.2.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Михаи́л Серге́евич Горбачёв)[편집]
배우는 다비드 덴시크.[26]"원자로의 작동 원리를 아십니까? (셰르비나: 모릅니다.) 모르는군요. 그럼 직접 본들 뭘 알 수 있을까요?"
당시 소련의 서기장. 각료회의 의장으로서만 등장하기 때문에 비중이 별로 없다. 하지만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만연한 소련 관료체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고비때마다 감정적 동요나 희망적 사고에 휘둘리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성적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건 직후 중앙위원회가 끝내려고 할 때, 회의장에 들어온 레가소프 교수가 발언권을 요구하자 다른 각료들은 무시하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직접 발언권을 준다. 레가소프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언하자, 고르바초프는 경미한 사안처럼 꾸며진 관료의 보고서가 거짓임을 직감, 바로 레가소프와 함께 부의장인 세르비나를 보내 직접 파악하게 한다. 고르바초프는 세르비나가 현장에서 요구한 여러 조치들을 지원하여, 그나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단초를 만든다. 고르바초프는 상당히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듯, 현장에 파견된 세르비나는 최고지도자인 고르바초프에게는 상당히 자유롭게 말하지만, KGB의장[27] 인 차르코프는 매우 어려워하는 걸로 봐서는 차르코프가 고르바초프에 맞먹는 실세라고 설정된 듯.[28] 그래도 실제 역사나 드라마 속에서나 사건 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무제한의 인력과 물자를 보내주면서 지원한 것으로 나온다. 셰르비나가 레가소프를 무시하며 귀찮은 일 대하듯 대할 때 매우 엄격한 태도로 둘을 파견 보낸 것도 이 사람의 몫. 최소한 그의 입에서 태클을 걸거나 안 된다고 나온 적은 없고, 레가소프와 셰르비나가 해달라는 건 뭐든 해줬다.
체르노빌 2화에서 최고위원회 회의 장면에서 이 부분이 잘 나왔는데, 여기서 현실적인 높으신 분과 레가소프의 처세술이 묘사된다. 이 때 레가소프가 불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체르노빌 발전소 측의 보고서를 믿고 별 아니라고 여기고 회의를 마치려고 하자 레가소프가 다급한 마음에 처음에는 원자로가 터진 것이 진실이라고 소리지른다. 이에 고르바초프는 진실은 모르겠고, 지금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이 정식 보고 체계에 따라 올라온 보고서를 발표하는 당 간부(셰르비나)를 부정하는 것만 들린다고 한다. 처음에 볼 때는 고르바초프가 높으신 분의 클리셰대로 레가소프를 무시하는가 싶지만, 다시 보고 생각해보면 이 때 당연히 레가소프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르바초프 입장에서 알지도 못하는 인간이 알지도 못하는 용어를 가지고 당 간부를 개무시하면서 자기 할 말만 하니 당연히 한 소리를 한 것이다.
이에 레가소프는 진정하고 사과하며 만약 기회를 준다면 예의를 차려서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발언권을 간청한다. 그러자 고르바초프는 (셰르비나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허락하고 떠나려던 최고 위원회 인사들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아 레가소프의 말을 듣는다. 레가소프가 (소련 수뇌부가 가장 잘 이해하는) 탄환을 예시로 원자로 폭발의 위험성을 설명하자, 그제야 고르바초프는 셰르비나와 레가소프를 체르노빌로 급파한다. 이 때 셰르비나가 레가소프는 왜 필요하냐고 불평하자, 위의 "원자로의 작동 원리를 아십니까? (셰르비나: 모릅니다.) 모르는군요. 그럼 직접 본들 뭘 알 수 있을까요?"라고 한다. 발언권을 간청하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고 이를 듣고 사태 확인을 하는 것,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고 지원해준 것만으로도 높으신 분의 책임을 어느 정도 다한 셈.
2.3. 차르코프 (Чарков)[편집]
배우는 앨런 윌리엄스.
KGB 수석부의장. 2화부터 등장했으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실상이 아직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때의 공산당 회의에서 정보 통제는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체르노빌의 이야기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 공개 및 그 원인의 진상 규명으로 흘러가면서 진작부터 레가소프 등을 감시해오며 이를 가로막는 KGB와 함께 장벽으로 부상한다. 고르바초프도 곤란해질 때마다 그의 눈치를 보는 등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최종 보스와도 같은 존재.[29]
울리야나가 류드밀라를 목격한 후 피폭 환자들에 대한 접촉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KGB 요원에게 연행당한 후, 레가소프가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질 테니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일단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후 울리야나는 지속적으로 KGB에 감시당하며 정보 열람을 제한당하고, 체르노빌의 사고가 RBMK 원자로의 결함에 있다는 진실에 다가서자 레가소프를 압박해 비엔나에서의 공식 보고서가 실험 진행자들 및 관리자들에 의한 인재에 의한 형태로 올라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레가소프에게 국가 재판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로 증언해주는 대가로 최고 훈장과 높은 지위 등을 약속해주지만, 원자로 결함 해결에 대해서는 그 이후라 답할 뿐이었다. 결국 레가소프가 원자로 결함에 대해 폭로하자, 비엔나에서의 활동 때문에 죽이진 않겠지만 대신 한직에 머물게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연행한다.
"과학자들이란... 자네들은 바보같이 이유에 집착하지. 총알이 자네 두개골을 뚫을때도 그 이유가 중요하겠나?"
"Scientists... and your idiot obsessions with reasons. When the bullet hits your skull, what will it matter why?"
차르코프란 이름의 실존인물은 없으나, 당시 KGB 수석부의장이었던 필립 봅코프(Фили́пп Дени́сович Бобко́в) 대장[30] 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2.4. 미하일 이바노비치 샤도프 (Михаил Иванович Щадов)[편집]
배우는 마이클 콜건
석탄산업부 장관. 체르노빌의 작업자 모집을 위해 군인 두 명을 대동하고 광부들을 설득한다.[31] 드라마에서는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책상머리 관료 모습으로, 먼지를 뒤집어쓴 광부들과 대조되게 나온다. 작업반장 글루코프가 "당신이 누군지는 안다"라고 하면서 그래도 담당 산업 장관으로서 지명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장관이 광부들에게 체르노빌에 가야한다고 설명하자, 광부들은 자신들이 거기에 가서 뭘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지만, 장관은 “그건 (위에서) 내가 알 필요가 없다고 안 말해주었소.”라고 답한다. 석탄산업부 장관이라는 고위직도 결국 소련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다.
그래도 설득 끝에 작업반장 글루코프가 알아 들었단 의미로 어깨를 토닥이자, 광부들의 격려의 손길(?)을 잔뜩 받으면서 온몸이 시커매진다. 그때까지 시종일관 표정이 굳어있던 석탄산업부 장관은 그제서야 석탄산업부 장관다워졌다는 농담에 희미하게나마 웃는다.[32]
작품 상에선 양복쟁이 샌님이라는 전형적인 책상물림 관료 정도로 그려지지만 실제 샤도프 장관은 드라마에 묘사된 바와 달리 지방 탄광기술자 출신이라서 현장을 매우 잘 아는 인물이었다. 사고 당시 나이도 59세로 만년에 접어든 데다 작중 광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후덕한 인상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생긴 인물이다.
3. 체르노빌 발전소 관계자[편집]
3.1. 아나톨리 스테파노비치 댜틀로프 (Анатолий Степанович Дятлов)[편집]
배우는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이기도 한 폴 리터."3.6. 좋은 건 아니지만 위험한 것도 아니구만(3.6. Not great, not terrible)."[33]
"내가 동무의 앞길을 편하게 만들긴 힘들어도 더 깜깜하게 만들 순 있지."
"지면에 흑연 조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돌 무더기 사이에요."
"흑연을 본 게 아니야."
"분명히 봤습..."
(말을 자르며)"못 봤어. 넌 못 봤다고! 흑연은 거기 없으니까!"[34]
- 사태를 보고하러 온 아나톨리 시트니코프에게 다그치는 모습.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수석 기술자이자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을 써가며 윽박질러 가면서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실험을 강행했다가 모든 사태가 터지게 만들었으며, 이후에도 직원들을 무능력자 취급하는 등 인성이 글러먹은 모습을 보여준다.[35] 게다가 흑연 조각이 바깥에 나와 있는 걸 직접 봤고 발전소 수석기술자로서 굴러가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를 리 없을 텐데 현실 부정을 시작으로 주간근무조, 수리공, 소방서의 보조 인력을 현장에 전부 투입시키라는 등 오히려 인명피해를 악화시키는 명령만 내린다.[36]
심지어 노심을 직접 보고 온(그로 인해 방사능 피폭에 의한 홍반현상을 보이는) 직원이 그 상황을 보고하는데도 제어봉을 내렸나를 확인하였는지만 묻고, 직원이 구역질을 하자 의료실에 보내며 별거 아니라면서 아키모프에게 주간조를 호출할것을 명령하며 머뭇거리는 아키모프를 협박한다. 이후 진상을 알기 위해 병실을 찾은 울리야나에게도 무시와 욕질을 일삼으며 "캐비어 샌드위치 하고 버터 가지고 온 거 아니라면 내 병실에서 당장 꺼져주쇼!" 대놓고 뻗댔다. 그녀가 재차 찾아와 사건이 일어난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도 어차피 자신은 총살이고, 위에 물어봐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거라 반 체념조로 냉대한다.[37]
소련 최고의회가 주재한 법정에서까지 실험 도중 '난 화장실에 가 있어서 모른다.'며 책임 회피를 하거나 폭발 원인을 설명하는 레가소프를 향해 "계속 해요, 레가소프.거짓말을 더 늘어놔보라고요."라고 막말을 하여 소란을 일으키는 등 끝까지 추한 모습을 보인다. 문맥상으로는 책임 회피를 위해 레가소프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몰아붙이는 태도라기 보다는, 호뮤크의 조언대로 사실을 말할지 아니면 빈에서 진술한 거짓을 반복할지 고민하는 것이 보이자, 뭐하냐, 그냥 빈에서 말한대로 (다 내 탓이라고)말하지 않고 라는 식으로 레가소프도 위선자라고 조롱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레가소프가 결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자 표정이 변한다.
해당 인물 항목을 보면 나오듯, 실제 댜틀로프도 죽는 그 순간까지 자기 책임이 분명히 있는 걸 부정하면서 원자로의 결함 탓만 하다 죽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이 무작정 그의 잘못도 아닌 것이, 당시 소련 정부에서는 AZ-5 버튼에 결함이 있다는 걸 숨겼고, 그 때문에 이 양반은 법정에서도 사태가 원자로의 결함 때문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존인물은 이후 방사능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1995년 세상을 떠났다. 사고가 나기 몇 년 전 자신의 뒤를 이어 원자력 분야 일을 했던 아들이 피폭증세로 추정되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려 원자력으로 성과를 내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배우 폴 리터는 2021년 4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투병중에도 연기를 이어갔음이 알려지자 애도의 물결이 강해졌다.
3.2. 빅토르 페트로비치 브류하노프 (Виктор Петрович Брюханов)[편집]
배우는 콘 오닐.[38]
사고 당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소장이다. 심한 곱슬머리와 쉰 목소리가 특징. 댜틀로프와 함께 사실상 원전폭발사태의 책임자이며, 댜틀로프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관료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진 모습으로 묘사된다. 높으신 분들 장단만 맞춰주면 된다는 마인드로 위기를 빠져나가려고 하며 방사선 수치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했는데도 저한도 선량계로 측정한 3.6뢴트겐이라는 수치만 철석같이 믿은 채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일관한다.[39]
댜틀로프가 급작스럽게 구토를 하며 경비들에 의해 사라진 뒤 시트니코프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하려 하자 '확실치 않으니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오라'고 다그친다.[40] 이미 레가소프에게서 사태의 심각성을 주지받은 셰르비나가 진상조사를 위해 도착하자 총책임자인 소장으로서 정말 뼈저리게 책임을 느껴야 할 장본인인데도 사태는 진정되고 있다고 해맑게 웃으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명단을 가져왔다고 고자질하려는 모습이 압권.
실제 인물은 2021년 10월 13일 8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피폭되었지만 2.5시버트 정도라서 어찌어찌 살아남은 듯.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3.6 뢴트겐보단 압도적으로 피폭을 당했다. 2.5 시버트는 뢴트겐 단위로 250 뢴트겐. 사건이 터진 후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5년간 과실치사로 감방살이를 하긴 했지만, 이후 체르노빌 현장의 수습 책임자로 일했다. 2015년 80세에 건강악화로 은퇴했지만, 다른 사건 관련자들이 사건 이후 10년 안에 사망한 것을 볼 때, 이렇게 장수한 것을 보면 신체가 금강불괴급 이었던 모양. 다만 방사능 후유증은 이 사람도 피해갈 수 없어서 2015년 이후에는 중풍, 시력상실, 파킨슨병에 걸려 거의 식물인간으로 지냈다고 한다.
3.3. 니콜라이 막시모비치 포민 (Николай Максимович Фомин)[편집]
배우는 에이드리언 롤린스.[41]
당시 체르노빌 발전소의 부소장. 빅토르와 같이 행동하는 장면이 많이 보인다. 사태 초기 일을 저지른 댜틀로프를 갈구려는 듯 하다가 제어시스템 탱크의 수소폭발이라는 댜틀로프의 변명에 넘어가서 해당 분야 전문가임에도 별 일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하지만 시트니코프가 사고현장을 확인하고 방사선 검측결과까지 가지고 와 사태가 심각함을 알리자 현실도피 중이었던 댜틀로프가 고함을 질러대며 부정하고 본인이 직접 보고 오겠다며 설치려다 구토하고 쓰러져 끌려나가는 걸 보고 시트니코프에게 원자로가 어떤 상태인지 직접 보고 오라고 떠넘긴다.
시트니코프는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으므로 거부하지만 군인을 옆에 붙여 강제로 보내서 결국 될 대로 되란 식으로 갔다 오고, 열과 방사능에 노출되어 벌게진 얼굴로 돌아와 보고하고 포민은 피꺼솟하여 뭐라뭐라 고함을 지른다. 또한 그도 댜틀로프처럼 현실도피를 하려는 것이었는지 모스크바에서 셰르비나가 행차하자 공손하게 셰르비나를 모시며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빅토르의 변명을 거들며 같이 온 레가소프에게 위험한 발언을 한다고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고성능 계측기를 발전소 코앞까지 직접 들이대고 온 피카로프 상장[42] 이 "3뢴트겐이 아닙니다. 15,000입니다."라고 말하자 얼이 빠져서 레가소프의 현 상황 브리핑을 듣고만 있다가 셰르비나의 명령으로 빅토르와 같이 끌려 나간다. 책임자는 댜틀로프였다는 절규와 함께.[43]
이상의 최고 책임자 3명의 모습은 실제 재판 광경과 비교해도 분장과 연기 양면에서 매우 잘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인물은 브류하노프와 함께 노동교화형 10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선고 후 자살 시도와 신경 쇠약을 이유로 조기 출소되어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러시아 칼리닌 원자력 발전소로 복귀해 정년 은퇴할 때까지 일하였고, 2022년 현재까지도 생존해있다.
3.4.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아키모프 (Алекса́ндр Фёдорович Аки́мов)[편집]
배우는 샘 트로턴.[44]
4호기 교대 감독관. 사고 당시 댜틀로프에게 가장 갈굼을 많이 먹은 당사자이다. 그조차도 실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댜틀로프의 일방적인 갈굼에 떠밀려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어린 조작원 톱투노프를 격려하며 같이 원자로를 조작했으며 당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실험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 했다. 하지만 사고가 터져버리고 난 후 아키모프는 원자로가 파괴됐다는 것을 믿지 않고 톱투노프와 같이 펌프로 내려가 원자로에 냉각수를 주입하려 시도했으나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고 병원에 둘 다 실려간다.[45] 이후 호뮤크에게 정보를 주고 사망. 이후 호뮤크가 진상조사를 위해 톱투노프를 면담하고 다음 차례로 아키모프를 면담하고 레가소프에게 그 결과를 알린다. 면담할 때 그의 상반신과 얼굴을 가리고 묘사하지 않는데, 호뮤크의 말로는 그의 얼굴 전체가 녹아내려버렸다고 한다. 인터뷰 장면에서 유일하게 보여준 발과 정강이는 같이 작업한 톱투노프보다도 상태가 훨씬 심각하여 상반신의 상태를 짐작케 한다.[46]
3.5. 레오니트 표도로비치 톱투노프 (Леони́д Фёдорович Топтуно́в)[편집]
배우는 로버트 엠스.
사고 당시 아키모프와 함께 원자로를 제어하던 직원. 원자로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고작 4개월차인 신입이었다. 사고 이후 아키모프와 함께 행동하다가 심각한 피폭을 당했다. 모스크바로 옮겨져 입원 중 자신을 찾아온 호뮤크에게 증언하고, 이튿날 사망한다. 작중 아키모프는 그에게 실수한 게 없다고 위로하지만[47] 문제의 실험 중 원자로 출력이 떨어진 것은 톱투노프의 조작 실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원자로에서 일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다. 근본적인 잘못은 이런 신참에게 그런 일을 시키도록 내몬 댜틀로프의 책임[48] 이 크다.
이후 병원에서 방사능으로 인해 끔찍한 몰골이 된 채로[49] 호뮤크에게 그날에 대해 증언한다. 본인의 이름과 직위, 나이를 밝힐 때, 고작 25살 밖에 안 된 청년이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코피를 흘리며 헐떡이는 장면은 호뮤크와 시청자가 함께 참담함을 느끼는 부분.
3.6. 알렉산드르 페트로비치 유브첸코 (Александр Петрович Ювченко)[편집]
배우는 더기 맥미킨.
발전소 직원. 1화에서 쓰러져있던 직원을 들쳐메고 가다가 원자로를 확인하러 온 직원들을 만나 그들을 위해 원자로로 향하는 철문을 열고 지탱하던 인물이다. 이후에 무너져버린 발전소의 한 구역에 앉은채로 상황을 살피러 찾아온 스톨랴추크에게 "다 끝났어."라며 체념하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 캐릭터의 행적은 실제 인물의 인터뷰에 기반을 두는데, 원자로 문 안에 들어가 노심파괴를 확인한 직원들은 급하게 도망치지만 정작 문을 지탱하던 유브첸코는 허벅지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몸 동작도 급격히 느려지며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묘사로 인해 사망한 줄 아는 시청자도 꽤 있는데, 실제로 벽과 철문이 방사선을 많이 막아줬음에도 대량으로 피폭되었지만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당시 비슷한 양의 방사선에 피폭된 직원과 소방관들이 모두 한 달 이내로 끔찍한 몰골이 되어 사망한 걸 보면 기적이란 말로밖엔 설명할 길이 없는 인물. 등장인물이 덩치가 매우 큰 걸로 묘사되는데 실제 인물 또한 키가 2m를 넘는 거구다.
3.7. 보리스 바실로비치 스톨야르추크 (Борис Васильович Столярчук)[편집]
배우는 빌리 포스틀스웨이트.[50]
4호기 제어실에서 아키모프와 간간이 대화하던 인물. 발전소 3호 원자로 주변이 완전히 무너져내렸음을 눈으로 확인했기에, 냉각수를 주입하러 가던 아키모프와 톱투노프를 무기력하게 말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의 끔찍한 최후를 예상한듯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등장종료. 실존인물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본 드라마의 제작에 도움을 주었다.
3.8. 아나톨리 안드레예비치 시트니코프 (Анатолий Андреевич Ситников)[편집]
[51]브류하노프: 기반암 옥상에 갔다 와서 자네가 본 것을 보고하게나.
시트니코프: 아니오...저는 그런 짓 안 할 겁니다만.
포민: 당연히 그래야만 하네. 자네는 괜찮을 걸세.
배우는 제이미 시브스.
대리 수석 감독 엔지니어. 사고 이후 발전소 직원들이 모여있다가 방사능 측정계를 찾을 때 등장한다. 그리고 직접 벙커로 내려가 댜를로프, 브류하노프, 포민에게 원자로 폭발을 보고하였지만 철저히 현실부정중인 그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고 갈굼만 당한다. 심지어 갈굼으로 끝나지 않고 원자로를 확인해보고 오겠다는 댜틀로프가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구토를 하며 쓰러지자 부소장 포민에게 직접 원자로를 확인하고 오라는 명령까지 받는다. 그 의미를 알고 있던 그는 벌벌 떨며 거부해보지만 소련 사회에서 법이나 다름없는 높으신 분의 압력과 등을 떠미는 군인에 의해[52] 사형대로 올라가듯 원자로에 접근한다. 당연히 즉각 피폭되었고 시뻘겋게 부은 얼굴로 돌아와서 보고한다. 그럼에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포민에게 고래고래 갈굼을 듣는 장면이 마지막 등장.
처음에는 상관한테 욕먹고 억눌려 위축된 모습만 보여주지만, 원자로를 확인하고 피폭된 이후부터 표정이 싹 변하며 코앞에서 악을 쓰는 포민을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폭발 사고를 윗대가리들의 현실부정 때문에 굳이 재확인하느라 본인의 목숨을 날린 것이니 당연한 반응. 원치 않는 명령을 받고 스스로 사지로 나아가는 과정, 그리고 죽음을 선고받은 채 돌아와 허공을 노려보는 장면까지 공포와 체념, 그리고 분노가 뒤섞인 표정연기를 배우가 소름끼치게 해냈다.
실제 인물은 옥상에서 파괴된 원자로를 확인 후 브류하노프와 포민에게 원자로의 폭발 사실을 알린 직후 쓰러졌고 사고 발생 한달 후인 당해 5월 30일에 사망했다.
4. 소방관 및 군인[편집]
4.1. 바실리 이바노비치 이그나텐코 (Васи́ль Іва́нович Ігна́тенко)[편집]
배우는 아담 나가이티스.[53]
체르노빌 사건 당시 최초로 투입된 소방관으로 류드밀라의 남편. 사건 당일 비번이었지만 지역 소방관들이 모두 소집되는 바람에 현장에 투입된다. 단순 화재로만 알고 있었고, 심지어 주변에 널브러진 물체들이 고농도 방사능 물질인 줄도 모르고 그 사이를 누비며 작업을 했다.[54] 물론 본인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입 안 가득 느껴지는 금속 맛과 동료 미샤가 흑연 조각을 집어든 뒤 두꺼운 소방 장갑을 끼고 있었음에도 손바닥 피부가 녹아내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광경,[55] 이후로도 동료 소방관 한 명이 쓰러졌고, 다른 동료들이나 본인도 피부가 점점 빨갛게 변하는 증상을 겪으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지만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라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진압 후 쓰러진 동료를 들것에 실어 옮기다가 본인도 쓰러져, 프리피야트 병원을 거쳐[56] 모스크바 병원으로 이송됐고, 방사능 피폭으로 온 몸의 세포가 죽어가는 고통을 맛보며 앓다가 사망하고 만다. 처음 모스크바 제 6병원에 동료들과 함께 실려왔을 땐 가벼운 화상 환자 같은 모습이었고, 동료들과 카드 게임도 하는 등 일상생활도 가능했으며 찾아온 아내도 웃으며 맞이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작중 레가소프가 보리스에게 방사능 피폭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한 것[57][58] 그대로 된다.
처음엔 앞서 말했듯 가벼운 화상 환자로서 호전되는 듯 하다가, 그날 밤 갑작스레 비명을 질러댈 정도의 고통 속에 상태가 급속하게 악화되어 머리가 점차 빠지고 피부가 극심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짓물러버렸고, 나중에 비닐막이 설치된 특별 병실로 옮겨질 즈음엔 전신의 피부가 전부 녹아내리고 검게 썩어가기 시작해, 말 그대로 반쯤 부패한 시체와 같은 몰골이 되어 사망한다.[59] 체르노빌 전 에피소드 중 가장 끔찍한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60] 그리고 그를 포함한 동료 소방관 28명[61] 의 시신은 이미 그 자체로 방사능 물질인 까닭에 납 관에 안치된 뒤 용접으로 마무리하고, 땅에 묻을 때도 1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사방으로 둘러쳐 봉인해야 했다.
극중에서 긴 얼굴에 마른 체형인 담당배우와는 다르게[62] 실제 바실리는 꽤나 거구에 튼튼한 근육질 몸이었다고 한다.[63] 하지만 대량의 방사능 피폭 앞에서는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64]
4.2. 파벨 그레모프 (Павел Гремов)[편집]
배우는 배리 키오건.[65]
군대로 소집되어 체르노빌에서 오염된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임무를 받은 청년. 같은 팀의 선임병 바츄와 아르메니아인 가로는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베테랑들인데 파벨은 키예프의 수송부대에서 복무한 게 끝인지라 영 어설픈 모습을 보인다.[66][67] 인력이 모자라서 아무나 보냈다며 한탄하는데, 곧 그 이유가 드러난다. 비록 동물이긴 하지만 생명을 빼앗는 일이라 살인을 해본 참전 경험자들에게조차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었던 것.[68]
바츄는 동물들을 고통 없이 확실하게 죽이지 못하면 내가 널 죽인다고까지 강하게 말하지만, 결국 파벨도 처음 개를 쐈을 땐 제대로 죽이지 못한데다가 얼어붙어 확인사살을 하지 못했다. 이후 계속 임무를 수행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데, 어느 건물에서 이번에는 새끼들을 가득 낳고 보호하고 있던 어미 개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베테랑 바츄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 못했는지 자기가 처리하겠다며 파벨을 보고 나가라고 한다. 결국 처리는 했는지 총소리가 여러 번 들리는데, 바츄 역시 망설였는지 총소리가 나는 간격이 꽤 길다.
4.3. 바츄 (Бачо)[편집]
배우는 파레스 파레스.[69]
체르노빌 주변에 사는 야생동물을 살처분하는 임무를 위해 소집된 군인으로 계급은 준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파벨에게 납으로 된 국부 보호대를 주고는 파벨이 이유를 묻자 "지금 이곳에서 이거라도 안 하면 니 자지가 보지로 변할 거다."라며 러시아식 유머를 하기도 한다.[70][71] 거칠지만 나름대로 파벨을 잘 챙겨준다.[72] 파벨이 오기 전에는 아르메니아 병사인 가로[73] 와 함께 활동했고 파벨이 온 이후에는 3명이 같이 활동한다. 처음으로 총을 쏴서 생명을 죽인 파벨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은 전쟁의 참상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래. 사람을 죽이면 다 그렇지. 그래도 네가 죽인 건 개잖아. 가책 느낄 거 없어. 가로, 넌 네 첫 발 기억나냐? 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쐈어. 평범한 집 한 채를 지나가는데, 남자 한 명이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그 인간 배에 한 발 쏴버렸어. 그래, 이런 게 진짜 전쟁 이야기야. 영화에나 나올법한 서사시 같은 건 없어. 죄다 쓰레기라고. 사람이 나오면 배에다 탕! 내장이 튀어나오지. 하도 무서워서 그날 내내 방아쇠에 손도 못 댔어. 그리고 나에게 "그래, 바츄, 누구를 쏴 죽였네. 넌 더 이상 네가 아냐. 넌 다시는 너로 돌아가지 못해." 그런데 다음날 깨어나 보니 난 여전히 나더군. 그제야 깨닫는 거야. 언제나 그게 너였다는 걸. 그저 이전까지 몰랐을 뿐이지.
이 대사 뒤에 가로가 옆에 있는 건물의 커다란 선전물에 쓰인 (해당 화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의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함이다."를 읽으면서 (체르노빌의 참상과 바츄와 파벨의 심란함과 대비되는) 굉장한 얄궂음,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심드렁하니 선전물을 쳐다본 바츄는 자긴 늘 행복하다며 받아친다.
4.4. 블라디미르 카르포비치 피카로프 (Влади́мир Ка́рпович Пика́лов)[편집]
파일:블라디미르_피카로프-hbo.jpg
배우는 마크 루이스 존스.[74]
체르노빌 사고의 처리를 맡았던 소련군 화생방사령부 사령관으로 당시 계급은 상장(한국식 계급으론 중장)이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의 최고 군사지휘관이다. 레가소프와 보리스 셰르비나가 현장에 도착한 직후 RBMK 반응로는 폭발할 수 없다면서 뻗대는 브류하노프와 포민의 모습을 보다가 현장에 고급방사선량계가 도착했다면서 그것으로 측정할 것을 제안한다. 측정해야 하는 인원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경고하자 짧고 굵게 "그럼 내가 직접 하죠."라고 말한다. 납판과 납 가루를 뭉쳐 만든 반죽을 덧대어 간이 차폐막을 만든 GAZ-66 트럭 앞에 방사선량계를 달고 몰고 가 직접 방사능을 잰 결과 무려 15,000뢴트겐이 나온 것을 확인한다.[75]
실제로 피카로프 상장은 독소전쟁 때부터 맹활약한 관록 있는 장군이었다. 독소전쟁 직전인 1941년 5월에 제1 로스토프 포병학교에 입학, 1942년 2월에 전시 속성과정으로 임관한 뒤에 포반장, 포대장을 거쳐 포병부대 참모장교 보직을 두루 거쳤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쿠르스크 전투 등 격전에서 관측장교로서 화력지원 임무를 수행하며 3번이나 부상을 입었다. 이후 종전 후 추가 교육을 거쳐 1952년 화학병과로 전과했고[76] , 1968년 합동군사참모대학 졸업 후에 소련군 화학부대 총감에 올라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했을 때까지 무려 20년이나 소련군 화학부대를 통솔했다.
방사능 불구덩이에 직접 들어갔다 나왔음에도 천수를 누리고[77] 2003년에 타계하였다(향년 78세). 사지에서 지휘를 했기 때문에 1986년 바로 소련 영웅 훈장을 받았다.
4.5. 니콜라이 드미트리예비치 타라카노프 (Николай Дмитриевич Тараканов)[편집]
파일:nikolai-tarakanov-hbo.jpg
배우는 랄프 아이네슨.[78]
소련군 민방위부대[79] 공병장교로 당시 계급은 육군 소장(한국식 계급으론 준장)이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그 유명한 인간로봇부대가 투입될 때 자신도 투입 지점 바로 앞까지 따라가서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 후 인력 투입까지 진두지휘하는 장면들이 기록영상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실존인물은 현재 89세로 생존해 있으며, 드라마 역시 시청했다. 또한 드라마에 대해서 매우 극찬했으며, 배우 랄프 아이네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당연히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으로 몸이 많이 불편했으며, 하루 3번 8종류의 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한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와는 다르게 소련의 소방, 군 관계자들은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심지어 장군들조차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서서 사태수습에 애를 썼었는데, 드라마에서는 피카로프 상장과 타라카노프 소장이 그런 면모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건물 옥상의 흑연조각을 처리하는 문제로 셰르비나와 논의하면서 흑연 조각을 폭발탄으로 저격해 난간 너머로 날려버리자는 제안을 했는데, 셰르비나가 "화재현장에 다시 불을 놓자고? 그래, 다시 해봅시다. 하긴 처음에 너무 쉽게 불을 끄긴 했지." 라고 비아냥 거리면서 넘겨버렸지만, 사실 실제로도 기관총을 옥상에 설치에 폭발탄을 난사해 큰 파견을 작게 조각낸 다음 쓸어버리자는 계획이 제안된 적이 있다. #
5. 민간인[편집]
5.1. 류드밀라 세르게예브나 이그나텐코 (Людмила С. Игнатенко)[편집]
배우는 제시 버클리.[80]
체르노빌 사건 당시 최초 투입된 소방관 중 하나인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아내로 실존 인물이다. 바실리가 현장에서 피폭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또 모스크바 제6병원으로 옮겨지자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도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까지 찾아온다. 남편을 찾는 그녀를 의료진은 위험성을 들어 거절하나[81] 간절한 그녀의 모습에 단 30분 면회를 허가한다. 접근은 물론 접촉을 금하라는 의료진의 주의사항도 무시하고 류드밀라는 남편 바실리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고[82] 바실리의 피폭 증상이 심해짐에도 계속 붙어있다가 호뮤크에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내쫒겨난다.
이후 바실리가 죽고 매장되면서 장례식에서 남편의 신발을 들고 울면서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으로 끝. 남편 사후 딸을 출산하지만 바실리와 함께 있는 과정에서 본인도 피폭을 당해 아이는 4시간만에 죽고만다.
이후의 류드밀라의 이야기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서적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볼 수 있는데, 본인도 사고 후 2년 뒤에 방사선 피폭의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83] 바실리와 딸을 그리워하다 오직 아기만을 갖기 위해 다른 남자와 짧게 교제를 했고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상대 남성에게도 처음부터 자신의 상황을 알린 듯 하다.
실존인물이 드라마의 주연 중 하나로 등장했지만 정작 본인에게 제작진이 사전조사는 커녕 연락 한 번 주지 않아 상처를 받았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가뜩이나 자기 허락도 받지 않고 드라마가 방영된 후로는 언론인들이 계속 찾아와 못살게 구는 까닭에 우크라이나를 도망나와 러시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원전으로 채용하고 있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문학으로 쓰여졌다며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자신의 입장과는 다름을 분명하게 했다.
여담으로 실제 류드밀라의 젊은 시절과 싱크로율이 상당하다. 비교사진을 보면 놀랄 수준.
5.2. 광부들[편집]
"해 보쇼, 그럼. 쏴 봐. 우릴 다 죽이기엔 총알이 모자랄 텐데? 죽일 수 있는 만큼 죽이고 누가 남던 간에 걔들이 댁들을 조지겠지. (장관 옆에 있던 병사가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자) 아가리 닥쳐! 여기는 툴라다. 우리 광산이라고. 이유를 모르면 안 떠날 거다."
"이게 효과가 있었다면 진작에 쓰고들 계셨겠지"
- 레가소프와 셰르비나 앞에서 방진 마스크를 내려 놓으며.[84]
"이 일이 끝나면, 저 친구들은 보살펴주는 겁니까?"
이 작품에서 나름대로의 사이다 배역. 원전사고 수습을 위해 터널 작업을 지시하러 온 석탄부 장관이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자 작업반장인 안드레이 글루코프[85] 는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병사들의 협박을 위의 대사로 맞받아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결국 석탄부 장관은 체르노빌로 간다고 털어놓고, 국가적인 위기라는 말에 광부들은 주저없이 응한다. 리더인 글루코프를 따라 길을 떠나면서 석탄부 장관을 토닥이면서 격려(?)해준다.
그리고 장관의 정장과 얼굴이 새카매지자 막열의 인원[86] 이 웃으면서 "이제야 좀 석탄부 장관 같으시네."라고 놀리며 떠난다. 여담으로 당시 작업 현장에서 방사선을 내뿜는 흑연 분진이 폐로 들어가면 치명적이므로 광부들은 온도가 50도가 넘는 곳에서 선풍기도 환풍기도 틀수 없었고 결국 모든 옷을 벗은 채로 작업했으며(드라마에서도 이 알몸씬이 나온다)[87] 수습 이후 최소 10년 최대 20년 이내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88]
5.3. 바부시카 (할머니)[편집]
배우는 준 왓슨.
참고로 '바부시카(бабушка)'는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할머니'라는 뜻의 일반명사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름은 나오지 않으며 딱 한 장면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소련인들의 민족성을 길지 않은 대사로 함축해 표현하여 화제가 된 캐릭터이다. 외양간에서 소 젖을 짜고 있는데 젊은 군인 한 명[89][90] 이 들어와 전원 소개령이 떨어졌다며 끌고 가려 하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결국 군인이 소를 총으로 쏴 죽이고 나서야 체념한 듯 군인을 따라간다. 체르노빌 사태는 그녀가 겪어온 숱한 고난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동시에 그런 고난 속에서 지켜온 마지막 삶의 터전조차 앗아간다는 비극성을 드러내는 장면.할머니: 내가 몇 살인 줄 아시오?
군인: 모르겠습니다. 많으시겠죠.
할머니: 난 82살이오. 평생 여기서 살아왔지. 이 집에서. 이 곳에서. 안전에 대해 뭘 신경쓰란 말이오?
군인: 저도 임무가 있어요. 괜히 곤란하게 만들지 마시죠.
할머니: 곤란이라. 흠. 댁처럼 총 들고 여기 온 군인이 처음이 아니라오. 내가 12살 때, 혁명이 터졌지. 짜르의 병사들. 그 다음엔 볼셰비키들. 댁같이 젊은 친구들이 줄줄이 왔지. 그들도 우리더러 떠나라고 했어. 안 떠났어요. 그 다음에는 스탈린이 등장했고, 그의 대기근도 닥쳐왔지. 홀로도모르(Голодомор) 말이오. 우리 부모님은 그때 돌아가셨소. 내 자매들 중 두 명도 죽었지. 그들은 남은 우리 가족에게 떠나라고 했소. 안 떠났어요. 그 다음에는 대전이었지. 독일 청년들. 러시아 청년들. 더 많은 군인들. 더 심한 기근. 더 많은 시체들. 내 오빠, 남동생들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오. 그래도 난 여기 남았다오. 그리고 지금도 여기 있고. 그런데 나더러 지금 떠나야 한다고? 전혀 볼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안 떠날 거요.
드라마에는 상징적으로 한 명으로 함축되어 나오지만, 실제 체르노빌 인근의 많은 우크라이나 할머니들이 드라마처럼 강제 소개를 거부했다. 약 1,200명 정도가 거부했다고 하는데, 이들 상당수는 1차로 강제 소개되었다가 사태가 조금 진정되자 고향집으로 돌아와 지금까지도 수백 명이 체르노빌 인근에 살고 있다. 2010년대 초에 이들 할머니들을 취재한 미국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홀리 모리스(Holly Morris)는 TED Talk를 하고 2015년에 〈체르노빌의 할머니들(The Babushkas of Chernoby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발표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실제 체르노빌의 할머니들이 계속 그곳에 남아 살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한 내용들이 드라마에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4. 미하일[편집]
이그나텐코 부부와 절친인 이웃. 아내와 아이 둘을 가족으로 두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가족들과 다리 위에서 그 파란 불빛을 구경하다가 어마어마한 피폭을 당했고 프리피야트 병원에서 류드밀라 이그나텐코가 갔을 때 얼굴에 방사선 화상을 입은 미하일이 류드밀라에게 내 아기 좀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류드밀라가 아기를 받으려는 순간 간호사가 "당장 떨어져요! 병 걸리고 싶어요?" 하며 떼어낸다. 멀어지는 류드밀라에게 "제발 내 아이 좀 데려가줘요! 제발... 제발... 제발..."[91] 을 연신 외치며 아이라도 살리려고 하는 미하일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92]
최종화에서 사고 이전의 회상 동영상에선 평화로운 프리피야트 시에서 이그나텐코 부부와 미하일 부부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와서 시청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93] 미하일과 그 아이가 다리 위에서 체르노빌의 불꽃을 보다가 피폭을 당했고 이 드라마에선 그들이 그렇게 다리 위에서 폭발 사고를 구경하다가 전부 죽었다는 죽음의 다리라는 소문을 실제 사건으로 채용한 만큼 그 결말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