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신학의 시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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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ia ancilla theologiae

1. 개요
2. 본문
3. 의미


1. 개요[편집]


중세 시대의 신학자이자 도미니코회 수도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명언이라 알려져 있는데, 최초로 이 말을 한 사람은 베네딕토회 수도자이자 교회개혁가인 성 베드로 다미아노[1]이다.


2. 본문[편집]


널리 알려져있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설명을 첨부한다.

거룩한 가르침은 철학적 학문들에서 어떤 것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필연성에서 철학적 학문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가르침이 전달하는 것들을 더 명백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사실 거룩한 가르침은 자기 원리들을 다른 학문들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로 받는다. 그러므로 거룩한 가르침은 다른 학문들을 (자기보다) 더 위의 것으로 하여 그것들에서 (자기 원리들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문들을 더 아래 것으로, 또 하녀로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건축학이 그것 밑에서 종사하는 학문들을 사용하는 것과 같고 또 정치학이 군사학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다른 학문들을 사용하는 것도 그 자체의 결함과 부족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지성의 결함 때문이다. 즉 우리 지성은, 자연적 지성에 의해 인식되는 것들을 이용하여, 이성을 넘는 것들에게로 더 쉽게 인도된다. 즉 그런 다른학문들은 자연적 이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거룩한 가르침 안에 주어지는, 이성을 넘어가는 것들에게로 더 쉽게 인도된다.

신학대전 제1권 제1문제 5절 中



3. 의미[편집]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서양철학사상 파트에 당당하게 중세에는 모든 것이 신학 중심으로 되었기 때문에, 철학은 신학보다 하등하다는 의미라고 해설하고 있고, '그래서 중세는 암흑기'라는 뉘앙스를 풍겨준다.

그러나 이 문장은 종교가 중심이 되었던 서양 중세철학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학이 더 우위에 있었던 건 사실이므로 윤리와 사상 교과서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철학이 중세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되었다는 오해를 종종 불러일으키는 문장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페트루스 다미아니는 당시 봇물 터지듯 밀려오던 철학의 물결이 신학의 영역을 무자비하게 침범할 것을 우려하여 이 말을 썼으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을 뒷받침하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말을 응용했다.[2]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을 적절히 융합시켜 스콜라 철학의 기틀을 공고히 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 염두하고 신학은 철학[3]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다는 의도에서 말한 것이다.

오해를 낳는 부분은 시녀라는 용어인데, 시녀는 당시 전혀 천한 직종이 아니며,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왕실의 시녀는 귀족 자제들이, 귀족 집안의 시녀는 기사계급이 맡았다. 이들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하인이 아니라 왕후를 가까이서 보필하는 이들이었다. 즉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시녀라는 표현은 차라리 오늘날의 비서 등으로 치환하는 것이 더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중세인들이 철학을 하찮게 생각했다고 이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토마스의 설명에서 보듯, 신학과 철학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정치학이 군사학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그런 관계이다. 군사학이 정치학의 시녀라고 해서, 정치학자들이 군사학을 하찮게 생각한 것은 아니듯이, 중세인들이 철학을 홀대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식의 오해는 스스로가 네임드 철학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가장 큰 옹호자였던 토마스에 대한 모독이다.

나중에 칸트가 '영구 평화론'에서 살짝 바꾸어서 사용하기도 하였다. 칸트는 여기에서 사람들은 철학이 신학과 의학, 법학[4]의 하인인 것은 알지만 그 하인이 횃불을 들고 그 앞길을 달리고 있음을 보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철학이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강조한다.

20세기 이후 가톨릭 신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젊고 파릇파릇한 메이드(?)는 하이데거 사상이다. 그 와중에 신학자인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살은 무려 니체 사상을 메이드로 부려먹는 패기를 보인 바가 있다. 이거 고용이 아니라 납치 아닌가?


덧붙이는데,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표현은 중세 1000년경 수도원 신앙인인 페트루스 다미아니가 처음 사용한 명제로서, 교부철학과는 시기적으로 떨어진 시기에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이야기는 철학이 신학에 비해 상대적 지위가 낮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 중요성을 얘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교부철학에서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고 인용되어 있는 문제지와 교과서들이 있는데, 시기적으로 그들이 거론한 명제도 아니거니와 맥락적으로도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콜라철학의 의도를 감안한다면 맥락적으로도 합당하지 못하다. 중세는 신학에 비해 철학이 열등한 지위를 차지한 것은 맞기 때문에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고 단순화하기에는 아퀴나스가 거론한 저명제는 철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중의적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과서와 문제집에서 무분별하게 수록된 개념상 오류를 보고 있으면 정말 속이 터진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그 문제집이나 교과서를 토대로 수능 문제가 출제될 경우에, 오류문항이므로 인터넷 웹사이트나 교과서 문제집이 위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면 수정을 해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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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틴어 표기 Sanctus Petrus Damiani[2] 이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신학에 앞선다는 의미는 아니다.[3] 이 당시의 주된 철학은 당연히 이븐 루슈드가 전파한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이다.[4] 그 시대는 철학은 교양학부에서 다루고 저 세 학문이 상위학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