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노 "만우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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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편집]


구레 시, 교외 지역.

헤이안 시대의 기풍이 짙은 집 한 채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대저택에는 단 두 명이 살고 있다- 그것은 인근 주민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주택의 하녀는 매일 아침 근처 장터에 나와, 하루치의 식재료를 구입해갔다. 입담이 좋은 그 하녀는 때때로 장사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녀는 급히 떠났다.

주택의 큰 아가씨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모두들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점차, 그 신비로운 아가씨는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큰 아가씨는, 분명히 요조숙녀의 풍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정원에는, 벚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있었다.

이른 봄은 벚꽃이 한창 피기 시작한다. 연한 분홍색의 꽃들은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세상에 자신을 과시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이 태어난 이유일지도 모른다.

벚나무 아래에 서서 빗자루를 들고 있는 한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듯, 당황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태연하게 돌아서서, 그 사람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였다.

하녀: 오랜만입니다, S113씨.

S113: (기지개를 켜며) 전혀 놀라지 않다니, 재미없어.

하녀: (쓴웃음) 흥을 깨서 죄송해요.

S113: (손을 저으며)됐어, 놀리지 마. 그녀는?

하녀: 아가씨는 방금 약을 드시고 잠시 쉬고 있어요. 급한 일이라면 제가——

S113는 그녀에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고개를 저었다.

S113: 그녀를 방해할 필요는 없어. 좀 더 쉬게 둬. 다실에서 그녀를 기다릴게.

하녀: 네. 여전하시군요. 설탕과 연유를 뺀 블랙커피를 드릴까요?

S113: (작은 소리로)……아직도 기억하네.

S113: ——그리고 녹차 모찌도.

하녀: (미소)네. 먼저 다실로 가시면, 잠시 후에 찾아갈게요.

S113: 고생이 많아.

다실.

S113가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시자, 마침내 그녀의 뒤에서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을 자주 찾아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모습이 된 옛 전우를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소리: 드디어 이곳으로 와줬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S113은 마음이 아팠다.

S113: ……공적인 일이 아니라면, 나도 오지 않았을 거야.

여성의 목소리: 알아. 어쨌든, 네가 와줬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환영해.

여성의 목소리: (작은 소리로)……옛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헛된 희망이 되다니. 정말……

S113: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자.

여성의 목소리: 미안... 계속해줘.

S113: 이 안에 저장된 자료, 누가 뽑아준 거야?

S113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 채, 기억장치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나가토에 의해 S113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그것에는 '그녀'의 전투자료가 저장되어있었다. 크든 작든, 그녀가 경험한 모든 전투들이 '그녀'의 머리 속 기억으로, 프로그램으로 분석될 수 있는 코드로 변환되었던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 아카시에게 부탁해서 만들었어.

S113: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여성의 목소리: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어.

S113: 너는 왜…… 자신을 아끼지 않는 거야?

여성의 목소리: 나도 내 한계를 알아. 걱정할 필요 없어.

S113: 흥... 이것을 만든 이유는, 또 뭘 위한 건데?

여성의 목소리: 조만간, 그 녀석들이 다시 올 거라는 느낌이 들어.

“그 녀석들”——S113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있었다.

S113: 불가능해. 녀석들은 동력원이 사라졌고, 해구 밑에 억눌려있어. 그런데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 그냥 그런 예감이 들었다는 말이야. 그리고, 나도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여성의 목소리: 내가 이 기억들을 가지고 있어도 의미는 없어. 너희들에게 전하는 것은,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야.

S113: 그래...... 그럼, 이만 가볼게.

S113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실의 반대편 출구로 나갔다.

S113: (작은 소리로)……몸조심해.

말을 끝내고,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성의 목소리: 응,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에서, 드디어 약간의 즐거움이 묻어났다.



2. 2[편집]


항구, 실험실.

시나노는 유바리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실험복과 1세대 군복을 본뜬 허름한 의장을 입었다.

임시 재료를 모아서 만든 이 의장은, 완전한 전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대신 유바리에 의해 개조되어, 가상현실시설에 완전히 연결되었다.

물론, 시나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 새로운 장비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되었다고 생각했다.

유바리: (이 바보같은 아이는 전혀 의심을 안 하니, 오히려 안쓰러울 지경이야……)

시나노: 박사님? 시작해도 되나요?

유바리: (회신) 오오! 괜찮아! 내가 말한대로만 하면 돼~ 몸이 아픈 것 같으면 말해, 즉시 중지할 수 있어.

시나노: 알겠어요!

시나노는 허리를 곧게 펴고, 가슴에 손을 대고 유바리가 이전에 알려줬던 작동 명령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시나노: ……상태 동기화 완료, 연결 시작- 알파 프로젝트, 첫번째 실험 작동!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의 조명들이 깜빡였다. 이어서, 그녀의 양쪽에 있는 가짜 460cm 주포의 포좌에서 희미한 빛이 나면서 활성화되었음을 알렸고, 정식으로 실험에 착수했다.

유바리는 주화면을 통해 동기화 프로그램의 감시화면 시점을 시나노의 일인칭 시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S113: 분명 작동 명령어는 '시작'이라는 두 글자뿐일 텐데,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말을 시키다니. 지독한 악취미야.

유바리: 그래야 긴장을 놓지 않고 현장감도 오르는 거야~ 넌 모를 테니까, 묻지 마.

S113: 좋아, 그럼 화제를 바꾸지.

그녀는 옆의 기계에 꽂혀있는 기억장치를 가리켰다.

S113: 이 안의 자료로, 그 해구의 구체적인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유바리: 아카시 그 녀석의 기술이 퇴보하지 않았다면, 시나노는 그 숨겨진 구역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유바리: 때가 되면, 내 쪽에서 강제 동기화 명령어를 보낼 테니까,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유바리는 S113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초조함이 있었다.

유바리: “그 녀석들”이라고 했지, 그들이 그렇게나 무서워?

S113: 이 장비가 정말 네 말대로 과거의 전투를 재현할 수 있다면, 곧 알 수 있을 거야.

S113: ——그리고, “두려움”이란 사람이 인지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것을 의미해.

S113: 그 녀석들은 그렇게 “정의”내릴 수 없는 놈들이야.

시나노: (이것이 언니의 기억인가? 주위의 상황을 보면, 전시 회의 중인 건가?)

그녀의 시선 속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한 번 봤을 뿐인데, 그녀의 머리 속에는 낯선 얼굴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시나노: (이것이 바로 기억이 동기화된 효과구나.)

갑자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구석을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S113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는데, 마치 회의에 참가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시나노: (박사님은 완전 동기화라고 했지... 지금의 나는, 그때의 언니야.)

“시나노”: S113, 어떤 의견이라도 있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 S113은 귀찮은 듯 고개를 들고 군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S113: 이건 자살행위야.

단테: 말 조심해라, S113.

빅토리아: 겁 먹은 거야? 겁쟁이.

S113: 그래, 죽는게 무서워. 너희들도 미카사의 말로는 봤겠지. 의료반이 그녀를 치료하겠다고 데려간 다음, 어떻게 되었지?

S113: 그리고 얼마나 지났지? 그때 이후로 누구 미카사를 본 사람이 있어?

“시나노”: 우리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구나.

S113: 그래, 난 의심스러dnjxwenfdsldkfji————

시나노: (무슨 일이지?!)

현기증이 밀려와, 그녀의 의식을 앗아갔다.

감시화면 또한 암흑이 되었다.

유바리: 자, 자, 잠깐, 무슨 일이야?!

S113: 기억 자료가 손상된 건가?

유바리: 불가능해! 이미 검사해봤는데, 손상된 부분은 없었어!

그녀는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바리: 됐다! 복구 완료! 하지만 방금 전 짧은 시간 동안의 기억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유바리: (S113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억의 시간 순서를 설정할 수 있겠어? 이렇게 목적지 없지 찾아가다간 그녀의 몸에 이상이—— 우왓?!

S113: (기계 앞으로 돌진하며)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이것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어서 말해——



3. 3[편집]


여성의 목소리: 아가씨, 일어나세요.

시나노는 의식을 회복했다.

그녀는 재차 기억에 동기화함과 동시에, 정해진 사실에 따라 자신이 눈을 떴음을 알아차렸다.

눈앞에, 그녀에게 매우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시나노”: 가시노... 내가 얼마나 오래 자고있었니?

가시노: 열두 시간입니다, 아가씨.

“시나노”: ……또 늘어났구나.

가시노: (주저하며) 아가씨... 제 생각엔, 이제 그것을 고려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시나노”: 그럴게. 하지만, 적어도 오늘이 지난 후에야 안심하고 이 장비들을 내릴 수 있어.

그녀는 몸에 걸친 의장을 바라보았다.

“시나노”: “힘”의 대가라…… 모순적이야.

가시노: 아가씨……

“시나노”: 괜찮아. 어서 가자, 대장에게 우리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가시노: 네, 아가씨.

임시 작전 지휘실.

“시나노”: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에게 분명 가혹한 일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사실은 사실, 바꿀 수 없어.

엘리자베스: 뜸들이지마.

빅토리아: 우리가 겪은 일들은 이미 충분히 가혹했어. 더 가혹한 일이 있다고 해도 믿지 않아.

단테: ……

그녀의 시선에는,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한 때, 이 방은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시나노”: 우리의, 마지막 임무는- 죽지 않는 “그녀들”을[Error Code]

엘리자베스: 설마 그 녀석들을[Error Code]로 보내자는 말이야?

“시나노”: 유감이지만, 현재 우리의 능력으로는 “그녀들”을[Error Code]지 확실하지 않아.

“시나노”: 과학연구부에서 밝힌 유일한 방안으로는, 그곳을 통해[Error Code]“그녀들”의 핵심 중추를 중화시켜서,“그녀들”을[Error Code]상태에 빠지게 하는 거야.

단테: 셀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악행을 자행해온 그 녀석들을, 겨우[Error Code]자는 말인가?!

“시나노”: 단테, 네 마음 잘 알아……

단테: 네가 뭘 안다고?! 나는 그 과학연구부의 인간들을 믿지 않는다! 내가 직접 찾아가서 그녀석들을[Error Code]하겠어‼

단테는 말을 끝내고,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몸을 돌리자마자, 자신의 목덜미에서 이색적인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주사기 바늘이었다.

주사기 안에 든 액체는 이미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현기증에,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S113: 그래서? 또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있어?

빅토리아: 네가 한 짓이야……? S113, 분명 얼마 전에 너 또한 우리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의 졸개로 전락했나?

S113: 항상 누군가는 더러운 일을 맡아야 하는 법이야, 빅토리아. 너희가 나를 미워하거나, 적으로 생각해도 좋아. 하지만 이 임무는 계속되어야 해.

S113: ——남은 일은, 너에게 맡길게.

S113는 “시나노”의 눈을 바라보고서, 다시 구석으로 갔다.

“시나노”: 미안하지만... 이제 우리만이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 이 세상의 미래를 위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우리는 이 임무를 완수해야만 해.

엘리자베스: (고개를 저으며) 그런 대의명분은 이제 말할 필요 없어.

빅토리아: 그래, 너의 그런 말은 항상 들어와서 모두의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야.

엘리자베스: 넌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돼.

빅토리아: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시나노”: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마 이번은, 영원한 이별이겠지.

엘리자베스: 잠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빅토리아: 그것이 네가 말했던, “가혹한” 일이야?

“시나노”: 그래. 이번 임무가 끝나면 우리 머릿속의 임무 내용에 대한[Error Code]은 모두[Error Code]…… 아니, 아마도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Error Code]겠지……

“시나노”: 그래서, 내가... 가혹한 일이라고 했던 거야.

엘리자베스: 겨우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었어? 온종일 대의명분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이런 사소한 것을 신경쓰고 있었다니.

“시나노”: ……아?

빅토리아: 아무리 우리가[Error Code]해도, 그래서 뭐? 우리가 싸웠던 바다는, 모든 것을[Error Code].

엘리자베스: 우리 손으로 탈환한 바다가, 바로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명이야.

“시나노”: 모두들……

“시나노”: 알겠어. 이제, 임무 내용을 말할게——



4. 4[편집]


항구, 실험실 내.

유바리: 이런 일도 있었구나……

S113: 감동은 나중에 하고, 차단된 내용은 복구할 수 있겠어?

유바리: 안심해, 튜링이 관련 뇌파 주파수를 기록했으니, 코드를 푸는 것은 시간문제야.

유바리: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그녀가 알아도 괜찮겠어?

유바리는 건너편의 시나노를 가리켰다.

S113: 그 녀석이 나에게 기억을 맡겼다는 것은, 그녀에게 이런 것들을 알게 해주라는 거겠지. 그녀도 조만간, 같은 책임을 짊어지게 될 거야.

유바리: 그럼 이 일에 대해서, 항구의 사람들에게는 언제 말할 예정이야?

S113: 우선 놈들이 탈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괜히 혼란만 퍼뜨리게 될 테니까.

유바리: 하하, 맞는 말이야. 그리고, 이후의 기억에는 네가 없는데, 넌 어디에 갔었어?

S113: 나에게 이렇게나 관심이 많다니, 박사.

유바리: 뭐라해도 엄연히 내 조수인데,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

S113: 조수라... (잠시 주저하며) 그 다음에, 나는 또 다른 '나쁜' 녀석들과 마무리 작업을 했어.

유바리: (머리를 긁적이며) 미출연 배역이 또 있다니.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튜링의 해독 양식을 개선해야 하는데, 더 이야기를 계속하면 기력이 빠질 것 같아.

S113: 나도 다른 일이 있어. 암호를 풀어서 구체적인 주소를 알아내면 잊지말고 나에게 알려줘.

S113: 그리고, 그녀가 목격한 것들을 그녀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생각해보고.

유바리: 그래, 좋아... 잠깐! 너 나에게 귀찮은 일을 떠맡기려고-

유바리의 목소리: ——동기화 종료. 현실로 돌아온 것을 환영해~

시나노는 눈을 떴다.

그녀의 의식은 아직도 과거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서, 한동안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눈앞의 유바리를 보고서, 한참 후에야 이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시나노: 박사, 당신인가요……

유바리: 뭐라는 거야. 아, 알겠다. 같은 핏줄끼리의 관계이기에 기억 동기화가 매우 높은 수준까지 진행되었고, 그래서 잠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거겠지.

시나노: 박사님... 제가 본 것들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인가요?

유바리: (머리를 긁적이며) 자료는 속이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네. 하지만 그 기억들을 본 후에는 나도 좀 얼떨떨했어.

유바리: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그런데, 왜 기록되어있지 않을까.

시나노: 그리고... 언니가 기억하는 적들은, 지금의 심해함들과 완전히 달랐어요.

유바리: 아아, 나도 그 점에 주목했어. 비록 장비는 약간 낡아보이지만, 보편적인 실력만은 지금의 심해함보다 배 이상이야.

유바리: 원래 '심해함이 왜 나타났는가' 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의문이었는데, 이제는 이 녀석들이 왜 사라졌는지가 또 다른 의문이 되었어.

시나노: ……그것들이, 또 나타날까요?

유바리: 가능성이 없진 않아... 최소한, 우리도 대응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야 해. 이 녀석들은 지금까지의 심해함대와 결이 다르니까.

시나노: 네... 기억 속에서, 제가 유일하게 느낄 수 있던 것은, 바로 그것들의 강한 파괴욕이었어요.

유바리: 머리에 온통 파괴할 생각만 가득찬 유형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롭지. (머리를 저으며) 그런 것은 차치하고, 네 몸은 별 문제 없어?

시나노: 그럭저럭 괜찮아요, 조금 배가 고플 뿐이에요……

유바리: 하하, 배고프면 밥 먹으러 가야지.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가자, 가자!

시나노: (눈을 빛내며) 정말요?!

유바리: 밥 이야기가 나오니 신이 났네! 그래, 네가 실험에 참가한 것에 대한 보수야. (그녀를 가리키며) 식당에 가기 전에, 우선 장비 부터 벗어.

시나노: 좋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유바리: (왠지... 귀찮은 일이 생길 예감이 드는데.)

유바리: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시나노의 목소리: 박사님! 준비 끝났어요!

유바리: 어, 그래! 곧 갈게!

유바리: (어쨌든, 일단 그건 제쳐두자.)

유바리: 오늘 밤의 대게 정식은 한정판이라고—!!!

시나노의 목소리: 어서 가야 해요!!!!

(End-불안정한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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