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의 나무/1일차

1. 1일차 아침[편집]

도시 상공에서 울려퍼지는 경보음에 놀라 잠에서 깼다.

하늘 위에 열린 거대한 균열을 보니, 히로가 중앙청 회의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게 그가 말했던 흑핵의 새로운 용도인가?

「안화」 하늘의 거대한 흑문은 이미 열리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형태는 아니다.

「안화」 너희도 짐작은 했겠지만, 그래, 이 특수한 흑문은 히로가 흑핵으로 연 것이다.

「안화」 방금 레이첼이 보고한 정보에 따르면, 내일이면 이 흑문이 접경도시를 삼켜버릴 거다.

「세츠」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만~

「카지」 제길...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안화」 정면으로 대치하는 건 아직 일러. 방금 전 드론이 보낸 데이터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

「안화」 히로가 혼자 도시의 가장 높은 곳——관광 타워로 향하고 있다. 그의 목적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함께하는 신기사는 보이지 않았지.

「안화」 이건 기회다. 만약 선점을 취해 죽일 수 있다면...

「안화」 내일이 오기 전까지 우리의 승률이 훨씬 높아지겠지.

「안화」 이번 임무는 반드시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의 앞에 놓여있는 시민을 대피시키는 데에 더 많은 인원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

「지휘사」 나도 지휘사로서 이번 작전에 참가할게.

「우류」 저도 함께 가겠어요. 히로가 한 일을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그림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안화」 ... 당신을 막진 않겠습니다만, 무의미한 희생은 이성적인 굴욕보다 결코 위대하지 않다는 사실은 말해두도록 하죠.

「안화」 모든 것을 바로잡고 싶으면 충분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에게 그런 힘이 없죠.

안화는 적절하게 입을 다물었고,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우류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류」 고민해보도록 하죠.

관광 타워의 가장 높은 곳. 이곳에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히로의 공허한 시선을 하늘의 거대한 검은 균열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조소가 굳어 있었다.

히로는 죽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나나 우류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스카리오」 환영합니다, 여러분.

「이스카리오」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 지... 젊은 지휘사여. 히로는 당신을 꽤나 신경쓰고 있었더군요.

「이스카리오」 만약 당신과 우류가 갑자기 옥상에 올라오지만 않았어도, 히로도 제게 그를 죽일 기회는 주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이스카리오」 이것 역시 그의 운명이겠죠.

「지휘사」 ... 그래서 히로를 죽이는 데 성공했군. 그럼 다음으로 노리는 건... 나인가?

「이스카리오」 아무래도 그 날의 암살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군요.

「이스카리오」 지금은 알려줘도 상관 없겠죠. 중앙청에 회의가 있던 그 날, 전 히로를 도와 연극을 했을 뿐입니다. 그때의 그와 전 서로를 이용할 가치가 있었으니까요.

「이스카리오」 그날 진짜로 노렸던 건 당신이었습니다. 다만, 먼저 히로를 습격하여 이목을 끌어 여러분의 경계를 허물려고 했을 뿐이었죠.

「이스카리오」 히로는 일찍이 당신을 없애버리고 싶어했죠.

「이스카리오」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앙투아네트를 해치웠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군요.

「지휘사」 너, 이............

폭풍 같은 분노가 몰아치자 숨조차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휘사」 네 목적은... 대체 뭐야?

이스카리오는 팔을 들어 검은 구멍이 뚫린 하늘을 가리켰다.

「이스카리오」 전 계속 이 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검은 문이 활짝 펼쳐지는 그 순간을 말이죠. 히로와 협력한 것도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이스카리오」 파멸이 오기 전에, 전 이곳에서 세상을 배신하고 신을 모독한 죄인들을 심판하고, 징벌을 내릴 것입니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의 감옥에 가두는 거죠.

「이스카리오」 그리고 전 신에게 선택받아, 윤회를 뛰어넘는 영웅이 될 것입니다.

「지휘사」 지금 그딴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다고!?

「이스카리오」 무고한 사람? 개미일 뿐이죠.

「이스카리오」 본래 약하디 약한 생명들 사이에서도 그 가치는 나뉘는 법이죠.[보이스] 그런 약해빠진 벌레들이 죽음이라는 행위로 드디어 이 세상의 비료가 되는 겁니다.

「이스카리오」 재앙의 씨앗은 내일 있을 성대한 축제를 기다리며 이미 발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스카리오」 그리고... 젊은 지휘사여—— 당신이야말로 그녀를 맞이할 최고의 제물입니다!

이스카리오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그의 푸른 가시의 창이 번개처럼 나를 향해 날아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이스카리오의 기척은 이미 안개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내 몸은 이미 뚫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탕!

「우류」 두 번은 당할 쏘냐!

눈을 뜨니, 장검을 들고 그 기이한 가시를 막은 우류가 서 있었다.

이스카리오는 푸른 가시의 창을 거두고, 재빨리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이스카리오」 아... 여전히 예전과 같은 미약한 힘이로군요. 약한 자는 싸우지 않고서는 강해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싸우게 된다면, 강해지기도 전에 쉽게 으깨져버리죠.

「우류」 ............

「이스카리오」 게다가 당신의 신기를 보세요. 분명 재앙을 인도하는 파멸자 주제에... 이제와서 다른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겁니까?

「이스카리오」 정말 웃음만 나오는군요.

「이스카리오」 재앙의 씨앗의 힘은 이미 각성했습니다. 내일 성대한 의식이 시작되면, 모든 이들은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될 것입니다!

「지휘사」 누구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심판하는 거야, 지금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이스카리오」 적합한 "신관"인 저는, 물론 신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카리오」 신을 대신해 선택하고, 신을 대신해 심판하며 신을 대신해 처벌하죠. 이것이 바로 저의 사명입니다.

「우류」 그 때문에 재앙의 씨앗을 이용하려는 건가...

「우류」 대체 이자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대체 그 아이로 뭘 하려는 거냐!!

「이스카리오」 ... 응?

「이스카리오」 당신들도 그 아이의 능력을 알고 있는 듯 하군요.

「이스카리오」 하... 괜찮겠죠. 상대의 강함을 직시하고 있는 상황이 오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의 뒤로 기이한 연기가 피어 올랐고, 멀리서부터 야수의 고통스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스카리오」 들리나요? 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것이 재앙의 씨앗의 부름입니다.

「이스카리오」 절망 속에서 질식이라는 아름다음을 만끽하시죠... 그럼 내일 보도록 하죠. 그건 아마... 마지막 만남이 될 겁니다.

마침내 짙은 안개가 내 시선에서 그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그 후, 그의 호흡은 짙은 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우류」 지휘사 님, 내일이 오기 전에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어요.

「우류」 내일의 적이 너무 강력하다면... 지금의 저로써는 당신을 지켜드릴 수 없어요...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 신기의 모든 힘을 개방하고 싶어요.

「지휘사」 ... 하지만, 정말 괜찮겠어요?

「지휘사」 비록 당신이 왜 기억을 잃었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기억을 지우신 것 같은데...

「지휘사」 망각을 선택할 정도면 분명 엄청 고통스럽고 납득하기 싫은 기억일 거예요...

「지휘사」 저희 다른 방법으로 전력을 올리는 건 어떨까요? 꼭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우류」 고마워요, 지휘사 님. 하지만 이건 희생이 아닌 제 책임이에요.

「우류」 아이를 앞에 세우고 다 큰 어른이 뒤에 숨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류」 자, 가죠. 기록 보관실로!

우리는 앙투아네트가 알려준 곳으로 가 우류의 파일을 발견했다.

「지휘사」 아...

파일의 첫 번째 페이지에 우류의 증명사진이 붙어 있었다.

뿔이 없는 그는... 훨씬 젊어보였다.

그건 그가 인간이었던 시절의 모습이었다.

「우류」 ......

「우류」 ...... 이것... 뿐인가?

우류의 파일은 매우 간단했다. 그가 인간이었을 때의 기본적인 정보만 기록됐고, 기록의 마지막 부분에 그의 지문이 찍혀있을 뿐이었다.

가족사항 란은 비어있었다. 이전의 그도... 역시 혼자였던 것일까?

「지휘사」 아무래도 중앙청에서 당신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엔 한계가 있던 것 같아요.

「지휘사」 뭐라도 생각나는 게 있나요?

「우류」 ... 아마, 조금요. ... 아뇨...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떠오르지 않아요.

「지휘사」 개인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이라고 써져 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요?

우류는 한숨을 쉬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휘사」 ... 차라리 파일을 가지고 있는 그 녀석을 찾아가 보죠. 무슨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우류」 "그 녀석"이요?

「와타리」 아... 안녕하세요...

레이첼의 실험실에 도착한 후, 시험관과 시약으로 가득한 상자를 안고 있는 와타리와 마주쳤다.

「지휘사」 와타리, 여기서 뭐해?

「와타리」 ... 아... 와타리는 레이첼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와타리」 레이첼 선생님이... 와타리가 건강해지게 해준다고 했어요...

「와타리」 그... 레이첼 선생님은 안에 있어요. ... 들어가세요. 와타리는 다른 일이 있어서... 실례할게요.

와타리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레이첼」 이런 귀신 곡할 날씨 속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줄이야.

「레이첼」 우류의 기억을 되찾는다고 했지? 이몸께서 기꺼이 협조해주징.

「레이첼」 내 즐거음 중 하나가 신기사들과 지휘사의 몸을 연구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지휘사」 레이첼, 정말 방법이 있는 거야? 우리에게는 이 문서와 지문 말고는 다른 단서가 없는데...

「레이첼」 이 파일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되지. 보기엔 쓸모없어 보이긴 해도, 중요한 건 이 글씨들이 아니라 저 지문이 찍힌 종이라구.

「레이첼」 과거의 물건이니, 표면에 과거의 흔적이 거하게 새겨져 있겠지. 지문 종이에 저장된 정보를 뽑아 분석하고, 이 종이가 만들어진 환경을 분석해 주기만 하면... 아마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겠지.

「지휘사」 흠흠...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레이첼」 확실히 기억한다고는 보장 못 해! 그래도 뭐, 하늘에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레이첼」 참고로,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인간이 신기사가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신기의 보유자와 신기 그 자체가 일정한 공통 분모를 가지는 것이지.

「레이첼」 우류의 신기는 전설 속의 파멸을 불러일으킨 마검... 본의는 아니었지만, 파멸과 재앙을 불러일으킨 녀석이지.

「레이첼」 그러니 인간이었을 때의 너도 썩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여.

「레이첼」 잘 생각해 봐. 정말 기억을 되찾을 거야? 아직 돌아가도 늦지 않았다구!

우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프로파일을 레이첼의 손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우류」 부탁드립니다, 레이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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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에서 부드러운 나무 향기가 풍겨왔다. 어지럽혀진 종이와 햇살의 냄새.

... 커피? 아니, 홍차인가... 여기는 어디지? 아무래도...

「? ? ?」 고마워. 이 개인 도서관... 작긴 하지만 재미있는 책이 잔뜩 있더라구.

「? ? ?」 지금 아주아주 오랫동안 찾던 책도 발견했어. 이거 빌려줄 수 있어?

「우류」 관장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의 선택에 뭐라 할 권리는 없지. 하지만 이 책은... 네가 보기엔 너무 어렵지 않을까?

「? ? ?」 후후, 괜찮아. 누르는 똑똑하다구.

「? ? ?」 누르는 이 책을 계속 찾아다녔어. 세상이 한 권밖에 없다고 하더라구. 그런데 그 책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어!

「우류」 하하... 이 책은 나도 우연히 발견한 거야. 마음에 들면 마음껏 읽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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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소녀는 책을 반납하러 왔다. 마치 새로운 우주를 찾아낸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고마워, 다 읽었어.

「? ? ?」 누르는 이 책에서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어.

「? ? ?」 누르의 연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야.

「우류」 음? 그래?

「우류」 정말 대단하구나, 누르.

「? ? ?」 모두 우류 원장님 덕분이야. 책 빌려줘서 고마워! 만약 우류 원장님이 없었다면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을 거야.

「우류」 누르는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거니?

「? ? ?」 누르는 이 세계를 연구하고 있어.

「? ? ?」 우리에게 보이는 세계는... 이 세게의 진정만 모습이 아니야. 누르는 이 상자를 열어보고 싶어.

소녀는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우류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그녀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

............

..................

얼마 지나지 않아, 흑문 사건이 일어났다.

바깥 세상을 바라보면서 우류는 실수로 끔찍한 씨앗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첼」 요우, 깼어? 성공한 것 같은데?

「지휘사」 우류... 괜찮아요?

우류가 눈을 크게 뜨자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것은 봉인을 여는 석상처럼 보였다.

그 때, 미스틸테인은 달갑지 않으면서도 눈부신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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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제 1일.
히로는 죽었다... 하지만 거대한 흑문은 이미 열렸다. 옥상 위에, 광기에 사로잡힌 이스카리오는 재앙의 씨앗으로 모든 이의 생명을 제물로 삼으려고 한다. 거대한 위기를 앞두고, 우류는 마지막으로... 신기의 봉인을 해제하는 것을 선택했다.
우류, 우리가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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