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영원한 7일의 도시)/두 사람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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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의 하늘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지난 거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시작한 건가, 아니면...... 이 도시가 처음부터 그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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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일어난 시간이 아침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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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모든 공포와 불안감이 빨린 것처럼, 그저 멍하니 창문 앞에 앉아 모든 색깔을 먹어치운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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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적막 속에서, 어떤 사람이 방문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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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 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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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 왜 내 방으로 온 거야...... 이런 시기에, 교회 쪽은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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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모두 주께 기도를 올리며, 미래로 향하는 올바른 길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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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신도분들은 자택에서 모든 초를 들고 오셨고요. 그 촛불들이 모여서 마치 활짝 핀 화단같이 아름다워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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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이럴 땐 네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아? 길 잃은 양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수녀의 역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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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그래서 지휘사 님의 방에 찾아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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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응? 하지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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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하려 했으나 세레스의 짧은 한숨에 말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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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당신은 지금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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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상한 일은 아니죠.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 쉽사리 심연에 빠지게 되니까요. 저 무채색의 하늘을 바라본다면, 그 어떤 사람도 맥이 빠지고 무감각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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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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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정말 세레스를 속일 수가 없네. 그래서...... 지금이 정말로 세상의 종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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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미안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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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세레스가 모르는 것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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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주를 섬기는 사람들은 진실의 일면을 알 수 있었지만, 결국 주의 의도는 알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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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만약 이 세계가 정말로 종말의 끝자락에 도착했답면, 저희도 그저 따라야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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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 누구도 윤회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 누구도 파멸의 강림을 막을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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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다행히도 이 최후의 시간에 저에게는 할 수 있는 일, 아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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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곧바로 구석의 화분으로 걸어가 일찍이 말라버린 나뭇가지와 잎을 살포시 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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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녹색이었던 식물은 어두운 하늘 아래서 더욱 으스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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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생명의 기운이 가득했던 식물도 이런 환경에선 그 색을 잃어버렸네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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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 님, 혹시 방에 초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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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초? ...... 다행히 챙겨둔 초가 있긴 한데, 어디에 쓸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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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가져오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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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를 대신해 초를 가져왔다. 세레스는 몸을 숙여 초 하나를 방 정중앙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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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정은 진지하고 정중해 보였다, 마치 평소에 화초를 키울 때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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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이 정도 수량이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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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이 나무 상자 위를 스쳐갔다. 불꽃이 촛불 심지에 붙어 춤을 추었고, 촛불들이 하나하나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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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어두운 세계는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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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아,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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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름답죠? 마치 수많은 꽃들이 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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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반짝이는 빛무리가 보였다. 아무리 미약한들 위태한 저 빛무리는, 저 칠흑 같은 하늘 아래서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무한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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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꽃으로 비교하자면 안개꽃이겠네요. 촘촘히 핀 하얀 꽃들이 마치 여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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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만약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조금 가져와 방에 꽂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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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세레스는 이 촛불들을 두면서 그 식물들을 생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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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네. 이 촛불들이 꽃이랑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시나요? 따뜻하고, 아름답고, 생명력이 가득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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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금 지휘사 님의 방에는 꽃이 만개한 화원이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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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촛불은 마치 꺼질 듯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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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실은 화단에 있는 생생한 화초를 가져오려 했지만, 전부 시들어 버렸어요. 공원의 식물들도요. 그래서 촛불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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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촛불도 굉장히 아름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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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나한테 가져다 줄려고 했다는 건, 여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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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그저 지휘사 님에게 생생한 색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계속 이 어두운 하늘만 보시면 답답해지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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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세상이 종말에 다다랐다고 해도, 역시 색감과 온기가 함께 하길 바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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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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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소매 속에서 정교한 유리 펜던트를 꺼내들었다. 그 안에는 이름 모를 푸른색을 띈 꽃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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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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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히아신스의 꽃이에요. 보통 히아신스는 보라색이지만 파란색도 많은 사랑을 받는 품종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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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촛불의 화원은 언젠간 꺼질 테니, 그 때도 괴롭다면 이 펜던트를 가지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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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종종 꺼내보시면, 기분이 달라질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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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하지만, 이건 세레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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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방금 지휘사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길 잃은 양들을 이끄는 건 수녀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당신의 곁으로 찾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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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는 내 손을 잡아 작은 펜던트를 손바닥 위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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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히아신스의 꽃말이 당신과 함께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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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언제라도 떨어질 것처럼 음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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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안의 촛불들은 화원이 되어 성장하고 있었고, 손에 쥐어진 펜던트에는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세레스는 화원의 중앙에서 평온한 안색으로 조용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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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따뜻한 미소는,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밝은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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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럼.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 모두 했으니 이제 교회로 돌아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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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응? 세레스...... 이럴 때 떠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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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교회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마지막까지 완수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멈출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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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이 꽃들과 함께 있으면, 지휘사 님도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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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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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의 긴 옷이 가볍게 스쳐갔다. 세레스가 문을 나서려 할 때, 난 그녀를 뒤에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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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잠시만! ...... 밖에 날도 어두운데 내가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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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있던 촛불 하나를 들고 미약한 빛 너머의 세레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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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의 안색을 보자 약간 놀라워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따뜻한 미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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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지휘사 님...... 교회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어두워요. 괜찮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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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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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정말이지...... 제멋대로이신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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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주께선 멋대로 결정하는 사람을 징벌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싫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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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그럼, 이제 출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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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가 내민 손을 꼬옥 붙잡고, 그 손을 놓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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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에 들린 촛불의 불빛은, 이 칠흑의 세상 속에선 아주 미미할 지 몰라도 나와 세레스의 사이는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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