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행
| 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
"하건마난"의 "하다"는 많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하다"는 "ㅏ"가 아닌 아래아를 사용한 하다이다. 뜻 해석에 유의하자.
|
5행 6행
|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되여셔라.
|
"수간모옥"은 '몇 칸 초가집', "울울리"는 우거진 속
|
8행 9행
|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
도화 행화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다. 이 꽃들은 노을에 빛나고 풀들이 가는 비가 내려 더 푸르게 보인다. 자연을 예찬하는 구절이다.
|
10행 11행
|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
"조화신"은 조물주이고, "헌사랍다"는 야단스럽다는 뜻이다. 헌사랍다는 표현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조물주가 칼인지 붓인지 모를 것으로 이 풍경을 만들었더니 야단스러웠다, 즉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
12행 13행
|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
수풀에 우는 새가 봄 기운을 못 이기고 교태부린다는 것은 사실 화자의 감정이다. 즉, 화자는 새에게 감정이입을 하였고 새는 화자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13행의 물아일체란 표현이 자연에 친화적이란 주제를 나타내는 주제어이다.
|
14행 15행 16행
|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니 업시 호재로다.
|
소요음영이라는 시어는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읊조린다는 뜻이고, 27행의 미음완보라는 시어와 동의어이다. 16행에 훼이크가 있는데, 여기서 화자의 심리는 고독이 아니다. 한중진미, 즉 한가한 가운데 진짜 의미를 안다, 즉 좋은 걸 혼자 가졌다. 이건 외로운 감정이 아니다. [3] 좋은 거 가져놓고 염장을 지르는 대목이라고 봐도 좋다. 전용기 타고 가면서 혼자 타고 가니 쓸쓸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
|
17행 18행 19행
|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
이웃들에게 산수를 구경 가자는 건 예의상 혹은 관습적으로 하는 말이다. 쉽게 얘기해서 자랑이다. 화자는 풀 밟고, 시냇물에 목욕하고, 산에서 나물 캐고, 낚시를 하자고 말한다. 이 시에서 자연친화적인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늘 하루 종일 외식하고 쇼핑했단 얘기랑 비슷하다. 즉, 다시 말하지만 자랑이다.자랑친화적인 시
|
20행 21행
|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
자연친화적인 시의 공식 : 취해서 풍류 즐기기 갓 발효가 다 된 술을 대충 엮은 천으로 급하게 걸러내서 벌컥벌컥 마신다는 것이다. 보통 막걸리를 거를 때는 건더기가 같이 떨어지지 않도록 팽팽한 천으로 걸러내는데, 화자는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꽃나무 가지를 꺾는다는 것은 자신이 몇 잔을 마셨는지 센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면 알코올 중독이지만 결국 시에서는 술=풍류다. 풍류운전 "수 노코"는 수학의 그 수인 것이다.
|
22행 23행
|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
선선한 바람이 강을 건너오니, 취했다는 뜻이다.왜죠 청향과 낙홍이 언급되는 구절의 뜻은 13행의 물아일체이다. 자연과 하나 되었단 것이다.
|
24행 25행 26행
| 준중(樽中)이 뷔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해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는 술을 메고
|
술동이가 비자 하인을 부른다. 소동의 "아이 동" 때문에 아이로 착각하기 쉽다.그럼 아동학대잖아 어른은 화자 자신을 일컫는다.
|
27행 28행
|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 보니,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음완보는 소요음영과 같은 뜻을 가진다. 적적히 거닐면서 읊는 것이다. "조한"이라는 구절에서 중세 국어의 "둏다"와 "좋다"를 구분해야 한다. "둏다"는 오늘날의 "좋다"라는 뜻이고, "좋다"는 오늘날의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즉 이 시에서 좋은 물이란 것은 깨끗한 물이다. 의미에 조심하자.
|
29행 30행
|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메이 긘 거인고.
|
화자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드디어 다 취했다. 그러므로 무릉도원을 찾고 있다는 선지가 있다면 틀린 선지가 된다. 도화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복숭아꽃이다.
|
31행 32행 33행
|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를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려 잇네.
|
꽃을 들고 와서 촌락들을 내려다본다. 세속과의 단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
34행 35행
|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재폇는 듯,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할샤.
|
"연하일휘'는 아름다운 자연을 뜻한다. 또한 "금수"는 애국가의 금수강산과 같은 비단으로 수 놓았단 뜻이다. 금으로 수 놓은 것이 절대로 아니다.
|
36행 37행
| 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
원래 "끠우다"의 ㄲ은 ㅅㄱ이 붙은 겹자음의 형태로 되어 있음에 유의한다. "끠우다"는 "꺼리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부귀영화가 화자를 꺼린다고 묘사된 구절은 본래 화자가 부귀와 명예를 꺼리는 것을 주객전도한 부분이다.
|
38행 39행
|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
단표누항은 소박한 생활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흣튼 혜음"은 헛된 생각을 뜻하는데, 이 시에서는 35행의 부귀와 공명과 뜻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8행에서 우리는 화자의 안분지족하는 생활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