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영원한 7일의 도시)/호감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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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기 · 접기】 - 항구도시 바를 운영하는 붉은 머리의 바텐더.
수수께끼가 가득한 자로, 분명 비밀이 많은 정보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믿을 만하고 안전한 느낌이 든다.
그가 예전에 무엇을 겪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기회가 있다면, 그의 술집에 찾아가 보자.항구도시로 이동해 빌트의 컨트랙터 술집에서 알바를 해야 한다.
듣기로는 그곳엔 항상 위험한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던데,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이 잘 안 간다.빌트를 보고파 했던 여인은 빌트와 만나지 못했다. 뭔가 이야기를 전부 하지 않은 것 같았다.또 컨트렉터 Bar로 가서 일할 시간이다.
출발할 준비를 하자.사브리나는 짙은 피 냄새와 함께 밤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 사이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컨트랙터 바에서 일할 시간이 됐다.
어서 항구도시로 이동하자.아무래도 컨트랙터 바에서 추가 근무를 해야 할 것 같다.
추가 근무의 내용은 바로 사브리나를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빌트는......시간을 보니 사브리나가 곧 깨어날 것 같다.
항구도시로 가서 그녀의 상황을 확인해 보자.빌트를 업고 돌아보지도 못한 채 어두운 밤 속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최근 발생한 일들을 안화에게 보고했다.
시간이 나면 항구도시로 가서 안화의 말을 빌트에게 전해주자.어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어떤 사람이든 시간의 끝에서 더 이상 후회치 않을 답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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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신자[편집]
파일:영7 캐릭.png 피신자 |
컨트랙터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 첫날. |
새로 일을 인계받은 입장이라 적응에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지휘사의 입장임에도 문이 밀려오면서 나는 맑은 종소리가 들리자 당황스러움과 고뇌가 더해졌다. |
빌트는 뒷주방에 가 있었으며, 내가 할 일은 술 제조 같은 기술적인 일이 아닌 그저 눈앞의 손님을 받는 것 뿐이었지만, 그래도 다소 허둥지둥했다. |
술집 손님들은 대개 조용했으나 가끔 목소리를 높이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표정과 동작에는 기이한 암시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어쩌면 사장인 빌트만이 이러한 사인들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지휘사」 죄송해요, 바텐더가 주방에 가 있어서요. 무슨 맛을 원하시나요? 말씀해주시면 제가 전해 드릴게요. |
의자에 기대고 있는 여자는 검은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긴 했지만, 마치 처마 위에 앉아 있는 새처럼 보였다——시시각각 사람이 오는 걸 경계하는 그런 새 말이다. |
그녀는 말없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은 후, 남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 끝으로 종이를 톡톡 쳤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난 이거, 너네 사장이라면 만들 수 있을 거야. 가서 말하면 알 거야. |
「지휘사」 아, 알겠어요. 가서 물어보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그래. |
그녀는 술을 마시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하긴, 이 술집에 정말로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갔더니, 빌트는 어디선가 리클라이너 소파를 끌고 와서는 그 위에서 여유롭게 잡지를 읽고 있었다. |
「지휘사」 빌트 씨, 바쁜 게 아니었네. |
「빌트」 응? 뭐, 오늘 밤 장사는 그럭저럭 나왔잖아. 농땡이 칠 거면 이렇게 적당히 바쁠 때 해야지. 사람이 아예 없을 때 해 봤자 재미 없어. |
「지휘사」 어떤 손님이 당신에게 이걸 만들어 달래. 메뉴에는 없는 품목이니까 직접 만들어 달라고 한 것 같은데. |
빌트가 손을 뻗어 달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종이를 건네받고는 힐끗 보더니 표정이 순간 변했지만, 곧 평소 상태로 돌아왔다. |
그는 눈앞에 늘어진 붉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더니, 귀 뒤로 넘기고는 손을 내저었다. |
「빌트」 이건 못 만드니까 있는 것 중에서 정해달라고 전해. 여튼 적당히 대응만 해주면 돼. (이 녀석은 못 만들지만, 메뉴에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만들어준다고 전해줘. 적당히 둘러대기만 하면 돼.) |
「지휘사」 적당히 대응하라고? 설마 난감한 사람인 건 아니겠지...... |
「빌트」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뭐, 힘내셔. 이것도 한 사람 몫을 하는 직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련이니까. |
빌트는 의자를 가볍게 돌리고는 다시 잡지를 들어올렸다. 이 이상 설명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
어쩔 수 없이 주방에서 나와 로비로 돌아왔고, 바를 우회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 딱히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
「지휘사」 죄송합니다, 빌트 사장님이 이건 만들 수 없다고 하네요. 다른 술로 바꾸시겠어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 |
「선글라스를 낀 여인」 그래? 못한다고 했단 말이지.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알았어. 그럼 이걸로. |
그녀는 아무렇게나 술 하나를 가리킨 후, 다시 입을 다물었다. |
그 후로도 그녀는 그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혈관 속 혈액처럼 돌아다니는 정보 교류 및 전달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은 신경망 사이에 방치된 돌멩이처럼. |
그 술잔을 반쯤 마시더니, 여인은 일어나서 가 버렸다. 정리하러 갔을 때, 아까 그녀가 있던 자리의 유리 컵 아래에 하얀 봉투가 끼워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봉투 위에는 선글라스가 그려져 있었다. |
틀림없이 빌트에게 부치는 편지겠지. |
「빌트」 돌아갔어? |
「지휘사」 아......! 놀랐잖아. |
빌트가 바 뒤편에서 불쑥 나타났다. 손에는 다른 잡지를 든 채로. |
「지휘사」 응, 근데 편지 한 장을 놔두고 갔어. 아마 당신한테 주는 거겠지. |
「지휘사」 그러고 보니 빌트 씨는 잡지 보는 걸 좋아하네. 매일 몇 권씩 사 오잖아. 구독하는 디지털 잡지도 많은 것 같고. |
「빌트」 이 나이쯤 되면 말이지, 자기 일거리는 알아서 찾아야 되거든. 여러 잡지의 기사를 정독하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정보도 얻을 수 있는데, 이게 또 재미있단 말이야. |
「빌트」 자, 뭐가 쓰여 있는지 볼까. |
그는 가볍게 편지 봉투를 뜯어, 안에 들어 있던 종이를 펼쳤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더니, 얼굴에 띄우던 여유롭던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
「지휘사」 왜 그래? |
빌트는 고개를 젓고는 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띄웠다. |
「빌트」 아무것도 아냐. 꼬맹이가 어른의 일에 궁금해 하는 거 아냐, 어른이 되기 전에는 알면 안 되는 일도 있고 말이지. |
「지휘사」 난 꼬맹이 졸업한 지 오랜데... |
「빌트」 알았어 알았어, 아직 근무 시간이잖아. 어서 일해. 신입 주제에 사장 앞에서 농땡이를 피우다니 안 될 일이지. |
붉은 머리 바텐더의 말투는 경쾌했지만, 그 말투 하나하나에는 거절의 기색이 담겨 있었다. 만약 계속해서 추궁한다면, 그를 화나게 할 지도 모른다. |
신경이 좀 쓰였지만 빌트의 사적인 일이니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
이렇게 생각하며, 술을 잔에 따랐다.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한다면 술 만드는 실력과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모두 높아질 지도 모른다. |
2. 선글라스와 혈기[편집]
파일:영7 캐릭.png 선글라스와 혈기 |
컨트랙터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 둘째 날. |
술을 잔에 천천히 따르고 있던 중이었다. |
저번에 그 여인이 다녀간 이후로, 술집 안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
왜인지 모르겠지만, 더욱 험악해진 것 같았다. |
평소 익숙한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
빌트에게 물어봐도 "바쁜 일이 있겠지" 라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
「지휘사」 어...... |
밤이 깊어지자 손님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 나 역시 조금 더 있다가 정리를 한 뒤 술집을 나갈려고 했다. |
그때 문이 열리더니, 저번에 선글라스를 낀 그 여인이 바에 앉아 손짓했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너, 바텐더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 |
「지휘사」 네, 아, 저번에 그걸로 드릴까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아니, 지금 만든 그거면 돼. |
「지휘사」 네? 하지만 아직 안 마셔봤는데.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서, 맛이 없을 수도 있어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괜찮아. |
그녀는 익숙하게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빨아들이는,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
비록 내놓기엔 부끄러운 작품이지만, 손님의 요구를 거절하기에도 어려워 그저 안절부절 할 수 밖어 없었다. |
여인은 한 모금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
「지휘사」 맛 없죠......? |
「선글라스를 낀 여인」 흥, 널 가르쳐 준 스승이랑 별 차이가 없네. (흥, 여기 점장이랑 별로 다른 게 없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넌 중앙청의 지휘사잖아. 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야? |
「지휘사」 아, 이건......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말하기 곤란하니? |
선글라스 아래로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마치 내가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고, 물 위에는 뾰족산 새 부리가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이 생겼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
「지휘사」 음....... 사실 전 중재인으로 온 건데, 현재로서는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런 진전이 없네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중앙청 쪽 중재인이라고? 많이 바쁘겠네. |
「지휘사」 중앙청은 빌트와 같이 일을 하길 원했는데, 그가 거절했거든요. |
「지휘사」 만약 제 선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겠죠, 게다가 저도 적잖게 배운 것도 있고...... |
「지휘사」 칵테일 주조법은 그렇다 쳐도,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법은 지금도 배우고 있으니까요. 그런 걸 얻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제법 낙관적이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 하지만 빌트는 조직에 들어갈 사람은 아니야. 하물며 중앙청이라니,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걸. |
「지휘사」 어, 왜죠? |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술잔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그는 예전에—— |
옷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소리가 전해졌다. 여인은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가 봐야 겠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
휴대폰을 끄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황급히 떠나갔다. 한 모금의 술잔과 많은 의혹을 남긴 채. |
뒤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빌트가 옆으로 와서 밖을 내다 보았다. |
유리 너머는 어둠 속의 도시였다. 황혼은 이미 완전히 물러가고, 어둠만이 있어야 했지만, 수많은 등불이 깜빡이고 있어, 마치 또 다른 낮처럼 느껴졌다. |
「빌트」 시간이 많이 늦었어. 넌 집에 들어가. |
돌아가는 길에도 여전히 조금 전 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듣지는 못했지만, 그 여인은 빌트가 중앙청에 가입하지 않는 내막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예전에 안화에게 물었을 때, 그 술집은 마치 도시의 이면의 심장과 같은 장소이며, 사람들의 말과 문자는 혈액의 펌프질과 같고, 무수히 많은 정보가 움직이며 치밀한 그물망을 타고 흐른다고 했다. |
그리고 빌트는 그 혈관을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다고 했다. |
밤의 빛이 별과 불빛으로 이루어져 반짝이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났다. |
「지휘사」 ?! |
걸음을 멈추자, 바로 앞에 멀지 않은 곳의 가로등 아래 누군가 쓰러져 있고, 그 사람의 몸에서 피가 넘쳐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아까 술집에서 나간 선글라스의 여인이었다. |
선글라스는 옆에 떨어져 부서져 있었다. 창백한 얼굴을 한 그녀는 매우 쇠약해 보였고, 숨소리마저 무거웠다. |
저기, 저기요, 아직 살아 있는 거죠?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콜록...... 너는...... |
「지휘사」 움직일 수 있겠어요? 바랑 여기랑 멀지 않으니까, 제가 업어 드릴게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싫어...... 그 사람 앞에서 이런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구급차를 불러줘...... |
「지휘사」 안돼요,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잖아요, 그때까지 버틸 수 없어요. |
「선글라스를 낀 여인」 윽...... 흑...... |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기에, 힘겹게 그녀를 등에 업었다. 다행히 술집은 매우 가깝고, 지금은 밤도 깊었으니 지나가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 |
「지휘사」 큰일이다, 기절했어...... |
「지휘사」 빌트 씨! 전에 당신에게 편지를 건넸던 그 사람이 다쳤어, 빨리 나와서 도와줘. |
「지휘사」 총상이야, 출혈이 너무 심해, 구급차가 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어. |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의 바텐더가 뒷방에서 나왔다. |
「빌트」 구급상자 저기에 있으니까 꺼내오고, 그녀를 안으로 옮겨 놔. 난 다른 도구를 찾으러 갈 테니, 넌 상처를 잘 누르고 있어. |
「지휘사」 으, 응. |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준비하고, 여인을 바 뒤쪽에 있는 방으로 옮긴 뒤, 임시 수술대를 만들었다. |
빌트의 녹색 눈동자는 집중하며 아래를 주시하고 있었고,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은 엹은 땀방울로 가득했다. 극도로 조심스레 상처를 처리하는데, 총알이 관통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몸 안에 총알이 박혀 치료하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
술집 내부는 피 냄새로 그윽했다. 여인의 눈꺼풀이 떨리더니, 두 눈이 떠졌다.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당신...... 드디어 나왔구나...... |
「빌트」 ...... |
「선글라스를 낀 여인」 비즈니스...... 그래, 비즈니스니까 도리를 지켜야지. 빌트...... 내 의뢰를 받아주지 않다니, 넌 정말—— |
「빌트」 말하지 마, 너도 내 앞에서 죽긴 싫잖아? |
여인은 입을 열어 또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다시 기절했다. |
피는 순조롭게 지혈되었고, 간단하게 상처를 봉합했다. |
치료가 일단락 된 후, 침대 위에 쉴 수 있도록 눕히고는 붉은 머리의 남자를 따라 걸어 나왔다. |
빌트는 바 옆의 의자에 무겁게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빌트」 어디 보자, 묻고 싶은 게 산더미라는 표정이구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물어봐. (그러면,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라는 느낌이구만...... 응, 얼굴을 보면 알아.) |
「지휘사」 저 사람은 대체 누구야? 빌트 씨는 알고 있는 거지? |
「빌트」 그녀의 이름은 사브리나, 과거 파트너의 아내야. |
담뱃재에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약간 흐릿해져서, 종잡을 수 없이 몽롱한 느낌을 받았다. |
「빌트」 나랑 파트너였던 클라이브는 경찰 시절의 친구였지...... |
「빌트」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말이지. 당시에 우리는 한 사건을 쫓고 있었는데, 필요 이상으로 깊게 파고들고 말았어. |
「빌트」 우리는 젊었거든. 너무 젊어서 미래는 항상 맑은 호수처럼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차고,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며, 정의는 악에게 이길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지. |
「빌트」 하지만 우리는 너무 깊게 파고 들어버렸던 거지...... 나중에 그는 죽었고, 난 경찰을 그만뒀어. |
「빌트」 물론, 공표된 사실은 달라. 클라이브는 무고한 죄를 뒤집어 쓰고, 죽어도 싸다고 여겨지게 되었지...... |
「빌트」 그녀는 몇 년 동안 남편은 죄가 없다는 것을 밝히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어. 날 찾아온 것도 아마 정보를 얻기 위해서겠지. (요 이십 년, 사브리나는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계속 뛰어다녔어.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새에, 여기에 도달한 거겠지.) |
「빌트」 사브리나를 죽이려 한 녀석은 아마 진실이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있기를 바라는 놈들이겠지. 이 사건에 얽힌 어둠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두워...... |
「빌트」 아무튼 너무 깊게 파고들려 하지 마, 너한테 득 될 건 없어. |
「지휘사」 ...... |
「지휘사」 그녀를 도와줄 수는 없어? 예를 들어 경찰에 신고하거나, 아니 경찰은 아니다, 아니면 중앙청은?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빌트는 목구멍에서부터 비꼬는 듯한 웃음을 흘렸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
「빌트」 절대로 안 돼. |
빌트는 침묵했지만 담배를 피우는 그의 표정은 사나웠다. 공기 중의 연기가 피비린내를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였다. |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엔 사브리나가 힘겹게 문에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인색은 창백했지만, 표정은 오히려 결연했다. |
「사브리나」 갈게. |
「빌트」 ...... |
「사브리나」 걱정 마. 난 그저 내 남편의 누명을 벗기고 싶을 뿐, 다른 건 이미 생각하고 있지도 않아. 그러니 당신도 신경 쓸 필요 없어. |
빌트는 침묵했다. 그저 꺼지지 않는 담배 연기만이 그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
사브리는 고개를 한 번 꾸벅이고는 몸을 천천히 돌려 술집 입구까지 손을 짚으며 걸어갔다. 그리고 깊고 깊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3. 20년 전[편집]
파일:영7 캐릭.png 20년 전 |
오늘도 여전히 바빴다. |
술집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 처음처럼 그렇게 긴장되지 않다 보니 어느 새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와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
비록 빌트는 자주 자리를 비우곤 했지만, 오늘은 특히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다니. |
손님들이 모두 떠난 후, 테이블과 의자를 정돈하고 가게 물건들을 정리한 뒤, 컵을 깨끗히 닦고 앉아서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
밖에 계속 앉아 있느니, 차라리 주방에 들어가 잡지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주방 뒤편에는 빌트가 자주 사용하는 의자와 겹겹히 쌓여있는 잡지들이 있지만, 최근 호는 이미 단말기를 통해 모두 읽은 상태다. 빌트가 냉장고 옆에 둔 것 중엔 그가 이전에 수집한 오래된 잡지들도 있었다. 조금 구미가 땡기기 시작했다. |
찾다보니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잡지 더미 뒤쪽, 마루와의 이음새에 약간 이상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
손으로 가볍게 건드리자, 냉장고와 벽이 기계 소리를 내면서 양 옆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
비밀의 방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밀실이 실제로 있다니. 그것도 서민에게 친숙한 슬라이딩 냉장고였다니, 영상 매체에선 옷장이나 책장 같은 곳에 있었는데...... |
조심히 걸어 들어가자 냉장고와 벽이 다시 천천히 붙기 시작했다. 내부의 공간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눈길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
종이 재질의 문서들은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프로젝터에서는 대량의 블루 프린트와 이미지가 투영되고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낡아 보이는 신문지 한 장이 놓여 보였다. |
딱 보아도 자주 들춰봤는지 많이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
밀실을 만든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대충 훑어 봤는데도 빌트가 정부의 고위층들을 추적하는 게 느껴졌다. 어떤 이름은 오늘 아침 뉴스에서도 본 것 같았다. 이게 발각되면 굉장히 위험해지겠지. |
어쩌면 이 방 자체가 위험한 걸 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사람을 죽이는 도구는 각양각색이며, 그 중 "정보"가 제일 은밀하고 날카롭게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
책상 앞으로 걸어가 신문을 들어 올리자, 사브리나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20여년 전 사건의 뉴스였다. 천천히 훑어보며, 중요 키워드들을 확인했다. |
뇌물을 받은 경찰. 미망인. 실종자. 총격전. 클라이브라는 이름의 청년만이 흑백 사진 안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
자세히 보려는 순간, 갑자기 영업 종료 간판을 걸어두었을 터인 가게의 문소리가 들려왔다. 빌트가 돌아왔다 생각할 찰나, 발소리가 하나가 아닌 것을 알았다. |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다. |
잠시 물건을 뒤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어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
「정체불명의 목소리 A」 이 녀석이 정말로 20년 전의 그 경찰인가? |
「정체불명의 목소리 B」 확실해, 그 여자를 미행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 말이야. 이름은 바꿨겠지만, 틀림 없이 그 녀석이야. |
「정체불명의 목소리 B」 20년 전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그 여자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었지. 그래서 진작에 처리해야 했다고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들었잖아. 이제서야...... (20년 전에 죽었어야 할 터였는데, 그 여자한테 도움을 받았잖아. 참 나, 후딱 해치우면 될 걸...) |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완전히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후에야 방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술집 안에는 아무도 없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천장에 무언가가 떨어져 내려왔다. 사브리나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
그녀의 동작이 그리 유연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아, 복부의 상처는 아주 조금 아문 것 같았다. |
「사브리나」 너였구나. 빌트는 어디 갔어? |
「지휘사」 오늘 나간 후로 아직도 돌아오질 않아서, 저도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
사브리나는 인상을 쓰더니 곧바로 술집 입구로 향했다. |
「사브리나」 그 두 녀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지금 빌트의 정체가 밝혀지면 안 돼. |
「지휘사」 당신,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잖아요! 그 상태로 나가면 위험하다고요. |
「사브리나」 괜찮아, 아직은 참을만 해—— |
「빌트」 녀석의 말이 맞아, 너는 아직 움직이면 안 돼. |
붉은 머리의 바텐더가 소리 없이 문 앞에 나타나더니, 술집으로 들어와서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닫았다. |
「빌트」 그 두 사람이라면 내가 처리했어. |
「사브리나」 .......! 빌트. |
「사브리나」 여기에 오기 전에 조사해 봤어. 당신, 지금은 정보상 일을 하고 있는 거지...... |
「사브리나」 당신이라면 그 사건의 서류도 회수할 수 있겠지? 그것만 있다면 클라이브의 일에도 전환점이 찾아올 거야. |
빌트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슥 지나가서, 바 위에 놓여 있는 와인잔과 바 스푼으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을 들고 오더니 사브리나에게 내밀었다. |
「빌트」 일단 이거나 마셔, 계속 마시고 싶었잖아? |
사브리나는 그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보다가 눈을 내리깔고,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
「빌트」 맛이 어때? |
「사브리나」 ......여전히 맛이 없네. |
「빌트」 하하, 너도 여전히 말에 가차가 없구만. |
그녀는 술잔을 들고 의자에 천천히 걸터 앉았다. 극도로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자 복부의 상처에서 다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듯, 여자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한 모금 마셨다. |
「사브리나」 나도 알아, 클라이브한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
「사브리나」 하지만 난 후회할 생각은 없어,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지? 우리 같은 사람에겐 후회할 자격도 없다는 걸...... |
빌트는 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곳은 조명이 너무 약해서 어둠에 잠겨 있어,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
「빌트」 넌 후회해야 해. |
「사브리나」 하지만 그러면 죽은 건 너였어! (......! 그 때 거기서 죽었던 건, 그가 아니라 너였나 보네!) |
그녀는 힘없이 소리를 지르며 컵을 테이블 위에 힘껏 내려놓았다. |
「빌트」 그래야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사브리나. |
사브리나가 잔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술이 테이블 위로 흘러내렸다. |
그녀의 눈에는 슬픈 기색과 절망의 감정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랬던 그녀가 문득 웃음을 터뜨리더니,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테이블 위로 푹 쓰러졌다. |
「지휘사」 사브리나, 괜찮아요? 갑자기 왜 이러지? |
「빌트」 잠든 것 뿐이야. 칵테일에 조금 섞었거든...... |
「빌트」 자, 미안하지만 조금 도와줘야겠어. 안심해, 야근 수당은 제대로 넣어둘게. |
사브리나를 침상에 눕히고 나서, 빌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더니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
「빌트」 이 녀석을 잘 지켜봐 줘, 어디로 튀지 않도록. 알았지? |
「지휘사」 당신은 어디 가려고? |
「빌트」 옛날 일이나 좀 마무리하려고. 괜찮아, 야근을 오래 시키지는 않을 거야. 금방 올게. |
「지휘사」 나도 갈게, 당신 혼자서는 너무 위험해. |
「빌트」 네가? |
정보상은 돌아서서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손은 벌렸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
「빌트」 감정적으로 굴지 마, 이건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
「지휘사」 하지만, 난...... |
「빌트」 중앙청과 신기사는 서로 흑문이 터지면서 탄생했지만, 각각 그 입장이 미묘하지. 네가 경솔하게 나와 함께 행동한다면, 중앙청에서의 입장이 안 좋아질 거야. |
「빌트」 넌 똑똑한 녀석이지만, 이런 경솔한 부분은 좀 주의해야 해. |
「빌트」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
「빌트」 사람은 누구나 "책임"이라는 게 있어. 그리고 이 일을 처리하는 책임은 나한테 있지. |
그 말을 되받아칠 수 없어, 그저 빌트가 술집을 나서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일전의 사브리나처럼, 그는 암흑 속으로 녹아들었다. |
마치 어둠과 하나였던 것처럼. 잠시동안은 빛이 있는 곳에 머물렀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시 그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
4. 결의[편집]
파일:영7 캐릭.png 결의 |
밤은 계속되었다. 도시는 여전히 별빛과 불빛 속에서 잠에 취해 있었다. |
침대에 있던 사브리나는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옅푸른 눈을 천천히 떴다. |
「사브리나」 ...... 큭. |
「지휘사」 사브리나, 깼어요? |
「사브리나」 빌트는. |
「지휘사」 빌트는 나갔어요. 과거의 일을 마무리한다고. |
여인은 머리 위의 등불을 멍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
「사브리나」 ...... 그래. 그럼 그쪽에 갔겠네. 나도 그쪽으로 가야겠어. |
「사브리나」 있지, 너도 같이 와 줘. 여기 부축해 줬으면 좋겠어. |
「지휘사」 ...... 응?! 안 돼요,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빌트도 얘기했잖아요! |
「사브리나」 그 사람, 대체 뭘 넣은 거야? 지금 상태로는 혼자서 못 가겠어. |
「사브리나」 ...... 너도 그 녀석이 걱정되잖아? |
▷ 걱정돼죠 「사브리나」
그럼 잘 됐네, 같이 찾으러 가자.「지휘사」
......「사브리나」
왜 그러니, 혹시 오지 말라고 했어?「사브리나」
훗, 가고 말고는 너 스스로가 결정해야지.
가자, 그냥 나한테 이용된다고 생각할 겸.
▷ 빌트가 저더러 당신을 잘 지켜보라고 했어요 「사브리나」
너는 날 막을 수 없어. 알겠어? 나는 이 20년간, 이 단서를 쫓았어. 설령 총으로 널 겨눠서라도 데려달라고 할 거야.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 들더니, 내게 손을 뻗었다. 「사브리나」
그는 클라이브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서류를 가지러 갔을 거야......「사브리나」
불 좀 붙여줄래, 라이터는 오른쪽 가방 안에 들어있어.허둥지둥 그녀를 도와 불을 붙이자 담배 냄새가 퍼졌다. 그녀는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더니,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연기를 뿜었다. 「지휘사」
사브리나 씨랑 빌트는, 친구였죠?「사브리나」
예전에는 그랬을지도.사브리나는 한 손으로 선글라스를 다시 끼고, 술집 밖으로 나갔다.
고층 건물의 윗층에 위치한 방은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다. 층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보안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으며, 군견마저 배치되어 있다. |
밤의 어둠에 스며든 모든 것이 조용하고 차가워 보였다. |
빌트는 천천히 책상으로 이동해, 경계하는 표정으로 손에 들린 기기를 바라보았다. 기기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서야 웅크리고 앉아 암호화 키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
그는 몸을 구부리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일종의 "보험"을 들인 뒤, 천천히 그 상자를 열었다. |
안에는 상당히 두꺼운 서류철이 얌전히 눕혀 있었는데, 빌트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 번 바라보더니 손에 들고, 상자는 다시 닫아두었다. |
서류를 얻은 후 책상에서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그의 등에서 식은 땀이 천천히 배어 나왔다. |
빌트가 움직이는 순간, 벽 반대편의 환풍관 뚜껑이 열리면 두 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
「지휘사」 빌트 씨! |
「빌트」 아...... 너희구만, 오지 말라고 했잖아. |
사브리나가 앞으로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
「사브리나」 이건...... 적외선 장치? |
빌트는 문서를 흔들더니, 해탈한 듯이 웃었다. |
「빌트」 응, 아무래도 정확한 시간 이외에 문서를 꺼낼려면 여기에 사람이 꼭 서 있어야 하는 모양이야. 사람의 체온을 감지하지 못하면, 그대로 즉시 폭발하는 구조겠지. |
「빌트」 이건 내 착오야, 너무 성급했어. |
「사브리나」 그래도, 문서는 얻은 거겠지? |
「사브리나」 그럼 지금 바로 가자, 경비가 곧 올 거야. 그 문서가 없으면 클라이브의 누명은 아무리 지나도 벗길 수 없어. |
「사브리나」 내가 왔으니, 내가 당신 대신 여기에 서 있으면 돼. |
빌트는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
「빌트」 그래서 내가 납득할 거라고 생각해? |
「사브리나」 ...... |
사브리나는 잠시 침묵하다, 빌트 쪽으로 걸어갔다. |
구두굽이 바닥을 두들기는 소리가 청아하게 울렸고, 붉은 머리의 바텐더는 그녀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변명에 언제라도 반박할 준비가 됐다는 듯 웃음도 머금었다. |
「사브리나」 됐으니까, 그 서류를 넘겨. |
「빌트」 어, 잘 보관해놔, 그리고—— |
「빌트」 어이? |
여인이 문서를 건네받은 순간, 그녀의 무릎이 정보상에게 향했고, 빌트는 마치 예측했다는 듯 회피했다. |
하지만 이어서 두 발의 둔탁한 총성이 울렸다! |
사브리나는 그가 몸을 피하는 동시에 빠르게 총을 꺼내 들었고, 정밀하게 빌트의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향해 사격했다. 그는 순식간에 쓰러졌고, 여인이 앞으로 나가서 그의 몸을 받아냈다. |
「사브리나」 거절하려 해도 소용없어, 빌트. 난 이런 여자거든. |
사브리나의 손길에 빌트는 부축받아 일어섰고, 어느새 두 사람의 자리는 바뀌어 있었다. |
생과 사가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이었다. |
「사브리나」 뒷일은 맡겼어, 지휘사님. |
「사브리나」 그를 데리고 가, 절대 멈추지도 마, 서류를 잘 지키면서 환기 덕트로 내려가서 도망쳐. |
▷ 떠난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의식이 흐려진 빌트를 등에 메고 환풍기를 누비니, 피가 온몸을 적시며 피비린내가 환풍 통로를 가득 채웠다. 빌트가 고개를 떨구고 희미한 목소리로 말을 흘렸다. 「빌트」
하긴 녀석은 항상 이랬어, 말이 안 통하지.「지휘사」
......「지휘사」
빌트 씨, 조금만 버텨, 곧 나갈 수 있을 거야.아랫층의 파이프로 겨우 빠져나왔다. 숨을 돌리기도 전에, 건물 어딘가에서 눈부신 빛과 굉음이 터져 나오고, 유리가 폭발과 불빛 사이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나왔다. 순간, 사방의 수많은 건물들의 유리에 불빛이 반사되어, 마치 어두운 밤에 피어나는 황금색 꽃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 남는다 「지휘사」
안 돼요, 사브리나 씨, 대체 무슨 생각을——이때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보안요원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다. 사브리나는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은 더 이상 무리에서 떨어진 새처럼 경계심이 담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따뜻해 보였다. 「사브리나」
중앙청의 지휘사인 네 얼굴과 빌트의 얼굴은 절대로 보이지 마, 보였다간 문제가 더 커질 거야. (여길 무사히 탈출할 때까지, 결코 아무한테도 얼굴을 보이지 마. 보이면 끝이야.)「사브리나」
알았지? 사람은, 어느 때라도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거야.「지휘사」
에......?그리고 그녀가 들어올 때 사용했던 환풍 입구로 나를 밀쳤다. 문이 열리는 순간 사브리나는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뒤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순간, 귀청이 찢어지는 폭발음이 들리더니, 그 후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폭발에 휩쓸려 뒤로 밀려나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맞으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사이를 누비다 힘겹게 건물 아래의 파이브로 기어 나올 수 있었다. 그제서야 조금씩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밤하늘 아래, 건물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황금색 붉은 꽃이 핀 것 같았다.
「빌트」 빨리 가, 멈추지 말고, 반대 방향으로. |
「지휘사」 ...... 응, 가자. 멈추지 않을 거야, 사브리나 씨가 말한 것처럼...... |
그리고 인파 속으로, 굉음의 불꽃과 반대되는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몸을 감췄다. 등 뒤에서 터지는 잔혹한 불빛에 비하면 이 어둠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어둠 속의 사람들은 모두 이런 길을 걸었던 걸까? |
5. 메아리[편집]
파일:영7 캐릭.png 메아리 |
술집은 오늘 휴업이다. |
아무렇게나 놓인 테이블과 의자를 돌아 뒤쪽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빌트는 소파에 누워 손에 든 문서를 보고 있었는데, 햇빛이 그의 몸에 감긴 붕대를 비추고 있었다. |
「빌트」 너였냐. |
「지휘사」 응, 물건도 좀 가져왔어, 안화가 이런 게 상처 회복에 좋다네. |
「지휘사」 그리고, 당신한테 전해 줄 말도 있어. |
「빌트」 그거 고맙네. 전해달라는 게 뭔지 말해 봐. |
「지휘사」 어...... |
「지휘사」 "중앙청에 들어오고 싶지 않으면 그걸로 됐어, 어디 가서 목숨 떨구지나 마." 라고 하던데. |
「빌트」 하하하...... 고맙다, 너희들 모두...... 와서 앉아. |
빌트는 손에 든 물건을 골똘히 쳐다보았는데, 한 장의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결혼 반지를 낀 손가락과 시체로 보이는 산산조각이 난 잔해가 있었다. |
「지휘사」 이건 설마, 사브리나 씨의...... |
「빌트」 나와 클라이브, 그리고 사브리나는 서로 같은 시기에 알게 됐어. 그들이 결혼할 때 난 사회를 봐주기도 했어. 우리 셋의 관계는 정말 좋았지. |
「빌트」 그러던 어느 날, 사브리나가 갑자기 나한테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더라고...... |
「빌트」 뭐, 사람의 감정이란 게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는 법이지. |
「지휘사」 응?! ...... 하, 하지만 그건...... |
「빌트」 물론 거절했지. 녀석은 이제 클라이브의 아내였으니까. 그거에 대해선 녀석도 이해하고 있었는지, 더 이상 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어. |
「빌트」 그런데 어느 날, 나와 클라이브는 "그" 사건을 추적했고 위험에 빠졌을 때, 사브리나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현장에 달려왔어. |
그는 허공에 손을 펴서 무언가를 잡는 것처럼 살짝 쥐었다. |
「빌트」 난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몰라. 어쩌면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녀가 마지막 순간 손을 내밀어 잡은 건...... 바로 나였어. |
「빌트」 그렇게 난 살아남았고, 클라이브는 죽었어. |
「빌트」 죽은 클라이브는 희생양이 돼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됐어. |
빌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붉은 머리카락이 그의 반대쪽 눈을 가렸다. 상처가 자극돼서 통증이 느껴지는 듯, 그의 얼굴에는 찢어지는 고통에 갇힌 표정이 드러났다. |
「빌트」 감정의 흐름은, 조금 예상 외의 전개가 되어도 괜찮아. 하지만 목숨이 걸렸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우리는 터무니 없는 죄업을 업고 만 거야. |
「빌트」 녀석은 클라이브가 죽은 후에야 자신이 그를 정말로 사랑했다는 걸 깨달았어. |
「빌트」 하지만 일은 이미 터지고 만 거지. 그 후 20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그저 지옥을 무한히 배회한 거야. |
「지휘사」 그래도 당신과 사브리나는 똑같잖아, 클라이브 씨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으니...... |
「지휘사」 밀실에 있는 정보들을 봤는데, 당신은 단 한 순간도 사건을 놓은 적이 없었어. |
「빌트」 뭐, 이건 내가 평생에 걸쳐 속죄해야 할 죄니까. |
「빌트」 가끔씩 이런 생각도 해, 만약 당시에 그 사건을 쫓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살아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국 또 후회를 했겠지. |
「빌트」 솔직히 별 차이는 없었을 거야. |
「빌트」 너도 눈치 챘겠지? 가져온 건 가짜 문서라는 걸. |
「지휘사」 응. |
「빌트」 아마 처음부터 사브리나를 노린 함정이었겠지...... |
「빌트」 오랜 시간동안 마음에 내려앉은 뿌리를 뽑아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살아있는 한 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야. |
「빌트」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
「지휘사」 그냥...... 사브리나 씨는, 이번에야말로 꼭 클라이브 씨의 누명을 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기뻐했을 텐데...... |
어깨를 토닥토닥 당하며, 위로의 말을 들었다. |
「빌트」 원래 세상 일이란 게 그런 거야. 누구의 의지에 따라 바뀌거나 나빠지고 좋아지고 하진 않아. |
「빌트」 넌 지금 슬프겠지만, 내 생각에는...... 슬픈 게 꼭 나쁜 건 아니야. |
「빌트」 인간은 말야, 항상 과거의 경험에 기대서 행동하는 생물이야. 너는 날 설득하려고 중재인으로 온 거지? 어떻게 날 설득할지 좀 신경이 쓰였거든...... |
「빌트」 있잖아, 넌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뭘 근거로 행동하는 거야? 움직이지 않으면 후회라도 하는 건가? 정말로 네 스스로의 선택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
「빌트」 네 감정도 인생도, 모두 형태가 없는 환상과 같은 거야. 나풀나풀 흩날리는....... |
「빌트」 네 선택이 정말로 네 의지가 맞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어? |
「빌트」 자신의 감정이 일시적인 충동도 아니고, 타인을 상처입히지 않는 거라고...... 단언할 수 있어? |
「지휘사」 ...... 모르겠어. |
빌트는 미소를 지었다. |
「빌트」 뭐, 편하게 생각해. 어차피 넌 나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 |
「지휘사」 빌트 씨, 고마워. |
「빌트」 하, 별말씀을. 오히려 이쪽이 고마워해야지. 날 업고 나왔잖아...... |
「빌트」 감사의 표시로, 몸이 좀 괜찮아지면 내가 맛있는 논알콜 칵테일 제조법을 알려주도록 하지. |
「지휘사」 정말이야? 난 그래도 맛이 걱정인데...... |
「지휘사」 정보 때문만 아니었어도, 이 술집은 계속 운영되지 못했을 걸. |
「빌트」 어이 어이——어린애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내 술이 맛있어질 때까지 제대로 서포트해 달라고. |
이때 창문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숲속에서 청아한 새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마 작은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간 거겠지. |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2-01 23:58:52에 나무위키 빌트(영원한 7일의 도시)/호감도 스토리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