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영원한 7일의 도시)/두 사람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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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차를 타고 근처의 역으로 와서, 어느 정도 걸어와 술집 문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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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하늘처럼 점점 악화되는 상황 때문인지, 몇몇 행인을 제외하고는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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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는 "CLOSED"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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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젖히자, 안 역시 평소에 두어 명은 앉아 있었던 것과 달리 텅 비어 있었는데, 오면서 봤던 다른 점포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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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뒤쪽에 앉아 있던 바텐더가 소리를 내며 이쪽을 쳐다보더니, 손으로 스푼을 휘젓는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 평소처럼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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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뭐냐, 너야? 알찌감치 중앙청이 너를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거나, 일 때문에 바빠서 여기 올 시간이 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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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어쨌든 밖의 상황은 상당히 안 좋아. 언제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서 습격해올 지 모르니, 너무 모험하려고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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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미안, 미안.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 방에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건 너무 불안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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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아르바이트 할 때 휴식용으로 쓰던 의자에 앉아서 얼굴을 짚고 술을 제조하는 빌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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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둘째치고, 붉은 머리의 바텐더가 그것들을 조제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그럴싸해 보여, 술이 입 안으로 들어갈 때의 기대감이 상당히 부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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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빌트는 나에게 음료가 필요한지, 아니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지 물어봤었지. 이젠 손님이 아니라 직원이 됐으니까, 역시 그런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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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있는 척 표정을 지어 보이자, 붉은 머리 바텐더 역시 웃음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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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그럴 리가 있나. 음료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든 다 준비되어 있지, 지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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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음...... 지금 만든 건 복분자 잼을 넣은 칵테일인데, 마셔볼래? 걱정 마, 알코올은 안 넣었으니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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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가 미리 깎아둔 얼음을 투명한 유리잔에 넣자, 잔 속에서 얼음들 사이에 빛이 굴절되어 눈부신 모양을 만들어졌다. 이어서 익숙한 모습으로 얼음이 들어있는 유리잔 속에 칵테일을 부었고, 이쪽으로 잔을 토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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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위쪽은 영롱한 분홍빛을 내었고, 깊은 곳의 붉은 빛을 냈는데, 마치 색깔이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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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음...... 그럼 한 번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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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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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음......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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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며 목소리를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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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역시 별로인가? 이 아이디어가 히트치면 바텐더 일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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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이런~ 아쉽군. 슬슬 다른 일을 찾아볼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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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이건...... 정말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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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 너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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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의 바텐더가 순간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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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짜식이, 수습기간이 지났다고 사장에게 건방지게 굴기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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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럴 리가, 빌트 씨는 내가 당신에게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이 있어주려고 하잖아. 직원으로써 이렇게 좋은 사장을 만나면 충성심이 안 생기고 어떻게 배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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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충성하는 직원이 보증해줘서 정말 안심이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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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조금씩 마셔, 급하게 마시지 말고. 쉽게 취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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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알았어. 그런데 빌트, 당신은 여길 떠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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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내가 지금껏 벌어 모은 돈이 모두 이 술집에 있는데, 이런 일로 두고 가면 너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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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내 나이쯤 되면, 재산이란 게 아주 중요해져서 말이야. 뭐, 중년 아저씨의 고뇌를 너같은 어린애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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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말 속의 웃음기는 감추기 어려운 것 같네, 빌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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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딱히 빈말은 아니야. 내 모든 힘을 이곳에 전부 쏟아부었거든, 이 도시가 정말 파괴되어서 다시 시작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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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면 하겠지만, 그 때의 시간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거야말로 거짓말이겠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여러 기능이 점점 저하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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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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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바깥을 봐. 이렇게 위험한 상황인데도, 하늘은 이렇게나 고요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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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저 잔잔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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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여기는 지금 폭풍의 눈 같은 걸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찬스일 지도 모르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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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야말로 눈에 띄지 않게 작전을 세우기도 쉽고, 예상 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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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그러니 그런 근심 가득한 표정은 짓지 마. 정보를 사고파는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움직이는 법이지. 아쉬운 게 있다면 세상이 시원하게 뻑가지 않은 점 정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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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맛을 품은 매운 술을 또 한모금 머금으니, 목구멍이 가볍게 불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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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어둡고 불길한 기운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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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무거운 물건에 짓눌리는 것 같은 감각은, 내일에 대한 공포와 근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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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내일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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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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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그러니 평소처럼 일하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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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사」
그거야말로 마지막 날에 들을 수 있는 말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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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하하하하하......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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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이 모든 건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거야. 네 미래는 아직 멀었어, 저 너머엔 아직 별처럼 반짝이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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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그러니까 조금은 한가롭게 계셔. 하루 좀 낭비한다고 해서 뭐가 일어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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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폭풍의 눈 속에서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 환각일 지도 모르지만, 만약 빌트처럼 무념무상을 그 일부분으로 생각한다면 더 평온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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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은 입안에서 복분자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건 성인이 어린아이에게 주는 작고 무해한 선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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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음표 뒤엔 보이스 상으로만 존재하는 스크립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