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터란트 학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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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베스터란트에 대한 핵폭격을 준비하는 귀족연합군

1. 개요
2. 전개
2.1. 민중 봉기
2.2. 브라운슈바이크의 학살
2.3. 베스터란트는 불타오르고...
2.4. 후폭풍
3. 영향
4. 분석 및 평가
4.1. 전략적 평가
4.2. 윤리적 평가
4.2.1. 긍정론
4.2.2. 부정론
4.2.3. 결론
5. 의의
6. 타 매체에서
6.1.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6.2. OVA
6.3.1. 비판
6.4. DNT



1. 개요[편집]


Westerland Massacre/ヴェスターラントの虐殺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하영웅전설사건이다. 문벌귀족이 자신의 영지 주민을 학살한 사건이자, 사실상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여파가 큰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생애에 가장 큰 오점이자 키르히아이스의 죽음과 이후 로이엔탈의 반란 및 죽음, 힐데가르트가 황비가 되는 것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본인의 죽음에까지 영향을 미친 나비효과 같은 사건이다.


2. 전개[편집]



2.1. 민중 봉기[편집]


행성 베스터란트는 제국 변경지역에 위치한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지 중 하나로, 지표면 대부분이 사막과 염호,鹽湖,로 이루어져 있는 황량한 곳이다. 다만 50여개에 이르는 오아시스 주변의 땅은 나름 비옥한 편에 속하여 집약 농경으로 잉여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으며 희토류 채굴도 가능하여 황량함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부유한 행성에 속한다. 행성을 다스리는 것은 샤이트 남작, 남작은 영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조카로써 영주 대행 직함으로 행성을 운영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4세의 사망 이후 차기 황위를 두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이 주축이 된 립슈타트 귀족연합과 제국재상 리히텐라데 공작과 로엔그람 원수의 제국 정부 간 권력다툼이 내전까지 확대되자, 샤이트 남작은 백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따라 립슈타트 귀족연합에 가담하였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를 위시한 은하제국군의 활약으로 립슈타트 귀족연합군이 패배를 거듭하자, 대귀족들의 권위와 영향력은 약화되기 시작했고 그 동안 귀족들의 폭정으로 억눌렸던 민중의 불만이 차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정보를 통제하여 이 '아랫것들'의 눈과 귀를 최대한 막아두었으나 민중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베스터란트의 주민들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귀족연합의 상황이 악화되자 납입하는 물자의 양이 갈 수록 증대되었고, 베스터란트 영민들에게 내려지는 세금의 액수가 날이 갈 수록 무거워져만 갔다. 샤이트 남작은 포악한 숙부와 달리 주민들을 온화하게 다룰 줄 알고 영지를 다스리는 능력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위기에 처한 숙부를 도와야한다는 생각과, 나이가 어려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더해지며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만섞인 목소리를 묵살해버리고 말았다. 영민들의 불만이 분노로 돌변하였음에도 남작은 더 강경한 수단을 동원할 뿐, 불만의 근원을 해결하려하지 않았다. 결국 착취에 시달리며 하소연도 항의도 무시당한 베스터란트 영민들은 분개하여 폭동을 일으키고 만다.

파일:베스터란트 폭동.jpg
봉기가 일어난 베스터란트
작은 불씨는 곧 베스터란트 전체를 휩쓰는 거대한 불길로 자라났다. 행성에 주둔하는 경비대가 출동했으나 이들은 압도적인 숫적 열세 속에 고군분투하다 처참하게 찢겨나가고 말았다. 샤이트 남작이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모든 것이 늦은 다음 이었으며, 남작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중상을 입은 채 홀로 비참하게 행성을 탈출하게 되었다. 남작의 셔틀은 겨우 귀족연합군의 본거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도달하였으나 남작이 너무 오랜시간 방치되어 있던 탓에 치료시기를 놓쳐버렸고, 남작은 숙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앞에 두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2.2. 브라운슈바이크의 학살[편집]


샤이트 남작이 요새에 도착한 것은 제1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 직후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금발 애송이를 잡겠다고 당당하게 출진했다가 참패하고 겨우 도망쳐온 시점이었다. 드높은 콧대가 단숨에 부러져버려 명예에 큰 상처를 입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조카가 '미천한 평민'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절명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이성을 잃고 크게 분노하여 핵무기를 이용해 행성 베스터란트를 초토화시킬 것을 명령했다.

약 1,500여년 전 지구에서 13일 전쟁이라 불리는 두 초강대국의 전면 핵전쟁으로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몰린 뒤로부터, 어떤 이유로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핵공격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도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막 나가는 명령에 같은 대귀족들과 연합군 실전사령관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 공작의 측근인 안스바흐 준장 등이 한 목소리로 반대했으나 공작은 뜻을 접지 않았다.

안스바흐 준장은 타협책으로 "지금은 라인하르트와 전쟁 중인데 병력을 거기로 돌릴 수도 없거니와, 거기도 공작의 영지이므로 소수의 병력과 군함만 보내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할 테니 그 중에서 주동자 몇 명을 잡아 처벌하면 된다"고 만류했으나, 눈이 뒤집힌 공작은 영주의 권리와 루돌프 대제가 공화주의자 수억 명을 탄압하여 제국의 기초를 다진 전례를 들며 핵공격을 강행했다.[1]

"공작님의 진노는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으나, 베스터란트는 소중한 영지입니다. 핵공격만은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게다가 로엔그람 후작과 대치한 이 상황에서 병력을 분산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주민을 벌하기보다는 주모자만을 색출해 벌하심이 마땅한 줄 아뢰옵니다."

"닥쳐라!"

공작은 일갈했다.

"베스터란트는 내 영지이므로 내게는 그 행성을 천한 것들과 함께 날려버릴 정당한 권리가 있다! 루돌프 대제께서는 과거 수억 명이나 되는 폭도를 주륙해 제국의 기초를 다지시지 않았더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246


안스바흐는 물러나면서 "골덴바움 왕조도 이제 끝났구나. 스스로 자신의 손발을 자르고 어떻게 설 수 있으리오."라고 탄식했는데 이 이야기를 엿들은 누군가가 공작에게 참소하고, 또다시 열이 뻗친 공작은 안스바흐를 감옥에 처넣었다. 이 밀고자는 원작에서는 신원이 언급되지 않았다.

메르카츠가 나서서 베스터란트의 핵공격 중지와 안스바흐의 석방을 요구하러 공작에게 면회를 청했으나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OVA나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놀라 막으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이와 다르게 후지사키 류 코믹스판에서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핵공격 명령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2.3. 베스터란트는 불타오르고...[편집]


베스터란트 사람들은 봉기를 일으켜 일단 샤이트 남작을 쫓아냈으나, 사실 이 민중봉기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가혹한 통치에 불만이 쌓여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뿐이었다. 오랜 기간 귀족들의 통치에 익숙하던 주민들에겐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2] 결국 주민들은 모여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고, 문벌귀족들보다는 나은 이미지를 가진 라인하르트 쪽에 보호를 요청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사실 베스터란트의 시민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귀족연합의 수장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조카에게 상해를 입힌 시점부터, 귀족연합과 적대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와 대척점에 서있던 라인하르트에게 가담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었다.

파일:베스터란트 핵폭격 1.png
베스터란트로 날아오는 핵미사일

하지만 대표를 뽑아 보호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에 행성 궤도에 도착한 브라운슈바이크의 부대가 핵폭격을 시작했다. 더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향을 막 결정하고 박수가 터져나오는 시점에, 어린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하면서 비극성을 부각시켰다. 그렇게 사람들의 거주지가 있는 50개의 오아시스에 핵이 떨어졌고, 저항할 능력이 없는 민간인들은 자기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완전히 무방비로 공격을 당했다. 행성 전체의 인구가 말 그대로 끔살당했다.

이 비극은 원작에서 자세히 묘사된다.

"엄마, 저게 뭐야?"

어머니에게 안겨 있던 어린아이 하나가 하늘 한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청회색 하늘을 한 줄기 궤적이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순백 섬광이 모든 광경을 탈색시켰다.

그 직후, 진홍의 반구가 지평원에 떠오르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팽창하더니 1만 미터에 되는 높이에 달해 버섯 모양의 기괴한 구름을 만들어냈다.

폭풍이 밀어닥쳤다. 초속 70미터, 섭씨 800도를 넘는 열기의 해일이 지표를 태우고, 얼마 안 되는 식물을 태우고, 건물을 태우고, 사람들의 몸을 태웠다. 입고 있는 옷이며 머리카락에서 불길이 솟았으며 짓무른 피부에서 물집이 일어나더니 곧 켈로이드 상태가 되며 부풀어 올랐다.

산 채로 불타는 어린아이의 비명이 열풍 속을 헤매다 금세 가늘어졌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며 가족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곧 끊어졌다.

폭풍에 휘말려 높은 하늘까지 솟아오른 대량의 흙먼지는 모래 폭포가 되어 지상에 떨어졌으며, 죽은 자들의 불탄 몸을 묻어주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249


파일:베스터란트 핵폭격 2.png
핵공격으로 파괴된 베스터란트

이 작전은 귀족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만큼 작전을 실행한 부대 안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끝내 베스터란트 출신 병사 1명이 라인하르트의 진영에 투항하여 브라운슈바이크가 벌이려는 미친 짓을 알렸다. 라인하르트는 그 소식을 듣고는 바로 함대를 파견하여 핵공격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참모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이 핵폭격을 대귀족 지배 하에 있는 주민들 및 귀족연합군 평민 병사들의 민심 이반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여 구원에 반대하였다. 라인하르트는 당연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끝내 오베르슈타인의 설득에 넘어가 관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고감도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을 베스터란트 성층권에 배치하여 이 핵공격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 그리고 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온 제국에 초광속통신으로 발표하여 브라운슈바이크의 만행을 고발하는 소재로 써먹었다.

원작과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내버려두기로 확실히 결정하지만, OVA 및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반대로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막으려다가 실패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타 매체에서 문단에서 후술.


2.4. 후폭풍[편집]


핵폭격 당시 인공위성이 보내온 광경은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한 오퍼레이터가 그 자리에서 구역질을 할 만큼 엄청나게 충격적인 광경이었다.[3] 라인하르트도 이 영상을 보고 침통한 표정으로 오베르슈타인에게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눈 깜빡 하지 않은 오베르슈타인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지혜로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냉정하게 대답했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대로, 잔혹하게 학살당한 주민들을 찍은 영상은 초광속통신으로 제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학살 사건이 알려지자 제국민들은 일제히 귀족들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귀족연합군은 급속도로 민심을 잃었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고립되었다. 잇따른 민중의 반항, 탈영, 패배를 겪은 귀족들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소수의 청년 귀족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한 번 싸워 '금발 애송이'를 잡으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맹주를 설득하여 무모하고 무익한 출격에 나섰다.

변경에서 독립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도 이 광경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곧 베스터란트 핵공격에 참여했다가 도망친 탈영병이 라인하르트가 이 일을 사전에 보고받았음에도 방관했다는 이야기를 해 큰 충격을 받았다. 키르히아이스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헛소리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탈영병이 적나라하게 촬영한 핵폭격 장면이 그 증거라고 들이대니 더 반론을 하지 못하고 일단 함구령을 내린 뒤 라인하르트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변경을 평정하고 본대에 합류한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를 만나자마자 라인하르트가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정략적으로 묵인한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안네로제와 키르히아이스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하는 라인하르트는 마지못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키르히아이스는 한숨을 내쉬더니 "대귀족이 멸망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므로 피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신체제의 기반이 될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상대가 대귀족이라면 대등한 권력투쟁이니 어떠한 책략을 써도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민중을 희생하면 손은 피로 더럽혀진다", "귀족들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지만 라인하르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칼날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라인하르트의 이성은 키르히아이스에게 사과할 상황임을 알고 있었으나 키르히아이스의 추궁에 지기 싫다는 초딩심리 감정이 오기로 발동하는 바람에 키르히아이스보다 위에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키르히아이스의 비판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키르히아이스는 멈추지 않았고, 분노한 라인하르트는 "넌 대체, 나의 무엇이냐?"라고 외쳐버렸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던 키르히아이스는 "저는 각하의 충실한 부하입니다. 로엔그람 후작님."이라고 대답했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 버렸다.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에게 개인실에서 쉬라고 지시하여 방에서 쫓아내버렸다.

어처구니없지만, 이때 키르히아이스 추궁에 라인하르트는 "그저 미안하다, 내가 한순간 이득을 취하는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다." 같은 사과 몇 마디만 했더라면 좋게 지나갈 일이었다. 키르히아이스도 이 정도로도 화를 풀고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을 테고 키르히아이스가 하던 추궁조차도 라인하르트가 이 학살에 범인으로 책임지라는 게 귀족들이 아닌 힘없는 민중들을 죽게 놔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점이다. 즉, 만약 라인하르트가 같잖은 변명이라도 했더라면 그것만으로도 키르히아이스도 이렇게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인하르트는 그저 아이같은 감정으로 맞받아친 거였다. 그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4] "나도 좋아서 한 게 아니다. 베스터란트 사건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인심을 잃고 내전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려 하니 전체 국면에서 보면 이편이 민중에게 더 이익이다. 키르히아이스는 이상에 집착해 형식주의에 빠졌다"고 자기합리화를 시전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는 소원해졌고 그로 인한 나비효과훗날 키르히아이스가 어이없이 죽는 원인이 됐다. 심지어 둘의 사이가 서먹해지고 이 나비효과가 전개되는 과정에 있어서조차, 키르히아이스는 잘못이 없었고 그의 죽음은 온전히 라인하르트의 책임이었다. 일반 민중들을 대거 희생시키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이를 인정하기 싫어 너 말고도 의지할 사람 많다며, 네가 특별한 게 아니라는 가까운 심리로 오베르슈타인의 진언을 받아들여 그의 무기 소지 특권을 거두어들였다가 참사가 났기 때문이다. 반면 키르히아이스는 섭섭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으면서도 속에만 담아두었을 뿐 다른 모두가 안스바흐의 암살 시도 당시 굳어 있을 때, 홀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져 라인하르트를 지켰고 죽으면서도 원망의 말조차 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로선 자책감과 후회가 엄청나게 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가 죽은 뒤에야 자신의 행동을 처절하게 후회했고, 임종 때까지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3. 영향[편집]


립슈타트 전역이 끝나고 라인하르트의 신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 사건은 잊혀지는 듯했으나, 라인하르트에게는 이 사건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뒷날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던 사람이 붙잡혔는데 그는 바로 이 베스터란트 사건에서 가족을 잃은 희생자였고, 그는 이 때의 일을 거론하면서 라인하르트를 브라운슈바이크나 다를 거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는데 라인하르트는 멘탈이 거의 사라진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더이상 베스타란트 일로 사람이 죽어선 안된다며 라인하르트는 그 암살범을 사면하려 했는데 그는 감옥에서 이미 자살한 뒤였다. 이에 라인하르트는 편히 장사지내라는 말을 한다. 그러다가 라인하르트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사이에 썸씽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사실 1, 2차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암살미수 사건 모두 베스터란트 학살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비록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을 따랐다고는 하지만 결코 해선 안될 일을 한 것에 대한 나름의 업보일지도 모른다. 덤으로 베스터란트의 묵인을 제안한 오베르슈타인도 이득만을 보질 않았다. 키르히아이스가 죽었을 때는 라인하르트에게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해야 했다.[5] 또한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으로 인해 권력의 균형이 깨진 것이 우려스럽다는 듯한 말을 했는데 이건 헛소리다. 권력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키르히아이스를 다른 장군들이랑 동일하게 대우해야한다고 그리도 권하던 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하루아침에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에 반론을 하자면 오베르슈타인이 원한 것은 권력의 '균형'이다.[6] 오베르슈타인은 이후 로이엔탈의 사례에서 보듯 그 권력의 '균형'을 엎어버릴 존재라면, 그 존재에 대한 견제를 넘어 제거까지도 도모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의 '총애'가 균형을 위협할 정도라 문제였지 특별히 야심을 드러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이후 일어난 전개를 보면 오베르슈타인 입장에선 분명히 손해도 있었다. 일단 오베르슈타인은 2인자 유해론을 내세워 한 명의 1인자와 다수의 3인자로 구성된 조직을 유지하려 하였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이 2인자화가 되고 있었다. 3인자격인 사람들을 전부 자기가 견제하다 보니 생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베르슈타인이 스스로를 견제시킬만한 방안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직급상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 정도가 맞먹긴 했지만 로이엔탈은 오베르슈타인을 견제하긴 커녕 자기가 견제당하는 신세였고, 미터마이어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자로서 조율하는 역할을 좀 했지만 오베르슈타인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즉, 3인자들 중에서 오베르슈타인을 견제할 이는 전무했다.[7] 이후 로이엔탈이 노이에란트 총독이 되어 반쯤 공식적인 2인자가 되지만, 정작 그 자리는 오베르슈타인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의 2인자는 아니었다. 로이엔탈이 이후에도 오베르슈타인의 견제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덤.[8]
  • 그러나 위와 같은 '오베르슈타인 2인자론'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는데, 일단 라인하르트 체제가 완성된 뒤 오베르슈타인이 2인자의 입지를 차지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 계급(제국원수)으로든 직책(제국군 3장관)으로든 오베르슈타인과 동격인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구도에서 오베르슈타인은 황제가 된 라인하르트의 정치참모로써 지근거리에 위치하기는 했으나, 군사정권의 성격이 강한 라인하르트 정권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군사력(특히 우주함대)이 전혀 없다는 한계와 약점도 가지고 있었던 것. "내가 2인자가 되어 권력을 독식하려 한다면 여러분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오베르슈타인의 발언이 의미있는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오베르슈타인이 권력을 탐내어 전횡하고 라인하르트가 이를 통제하지 못할 지경이 된다면 각각 만여척의 우주전함과 백수십만의 장병을 거느린 제독들이 당장 오베르슈타인을 응징할 것이고, 오베르슈타인은 이에 전혀 맞서지 못할 것이다. 결국 라인하르트 체제는 3명의 3인자와 열명 가까운 4인자로 구성된 체제로써 2인자는 딱히 없었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로이엔탈이 '오베르슈타인에게 견제당하는 신세였다'는 분석 역시 굳이 '오베르슈타인은 2인자' 라는 전제를 두고 보니 로이엔탈의 위세가 오베르슈타인만 못하여 견제당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지, 3인자 집단에서 한명이 2인자로 돌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로 봐도 아무 지장 없다. 그리고 로이엔탈의 경우 되려 오베르슈타인의 2인자 유해론이 일리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만한 것이, 3명의 3인자 중에서 로이엔탈이 신영토(구 동맹령) 총독으로 임명되어 다른 두 사람을 제치고 제국의 2인자로 부상함으로써[9] 일어난 사건이 바로 노이에란트 전역, 즉 로이엔탈의 역모사건이기 때문이다. 로이엔탈 자신에게는 그럴 뜻이 없었음에도 음모에 휘말려 반란을 일으킴당해버린 것이다. 결국 오베르슈타인의 주장대로 2인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써 심각한 정치적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된 것.

물론 오베르슈타인의 키르이아이스에 대한 진언은 '모든 부하를 공정하게 대우하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다. 때문에 오베르슈타인의 진정한 잘못은 제국측의 '아오, 왜 그 자식은 그런 의견을 올려서 키르히아이스를 죽게 했냐?'라는 생각처럼 키르히아이스의 무장 해제를 진언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라인하르트에게 조언해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방관함으로서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낸 것이다. 문제는 정말 운이 나쁘게도 타이밍과 상황이 영 좋지 않다 보니 '우연히' 키르히아이스가 죽어버린 것.

문제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라인하르트에게 가장 소중했고,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부하가 키르히아이스라는 점이다.[10] 특히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이 라인하르트에게 끼친 영향은 오베르슈타인은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지나친 감이 있었다. 키르히아이스의 사후 더이상 자신을 막아줄 최후의 도덕적 선이 없어진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에게 물들었는지, 베스터란트 학살사건보다 덜할 뿐 부조리함의 극치인 황제 납치 사건 같은 짓까지[11] 서슴치않게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가 사망한 시점에서 이런 라인하르트를 막을 이는 없었다. 힐데가르트 정도가 그나마 키르히아이스의 빈자리를 대신하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인정할 정도로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꾸지는 못했다.

라인하르트의 경우 단 2년이라는 재위기간 동안 수백년간 쌓인 골덴바움 왕조의 병폐를 해소하고, 150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종결 지었으며, 수백년간 분열된 인류사회를 재통일한 우주전체구급의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이토록 전대미문의 뛰어난 업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라인하르트가 각자의 시각에 따라 성군인지 아니지에 대해 엇갈리는 건, 그가 리히텐라데 일족 숙청, 황제 납치 사건 등 더러운 정치공작도 함께 일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라인하르트 또한 오베르슈타인을 등용한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더러운 공작없이, 우주를 손에 넣는다는 목표를 이루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다.[12] 하지만 정작 그런 결정을 내릴 때마다 라인하르트는 부가적인 문제에서는 갈등하기는 했어도 큰 줄기에서 갈등하지는 않았다.[13] 결국 라인하르트는 인류 역사상 몇 없을 치적을 남기고도 그에 못지않은 오점도 남긴 군주다.

만약 키르히아이스가 살아 있었다면? 우선 오베르슈타인은 키르히아이스를 '견제'하려고만 했을 뿐, 키르히아이스를 죽일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오베른슈타인 입장에서 키르히아이스가 갑자기 하이드리히 랑 수준으로 흑화하지 않는 이상 그의 온화하고 욕심없는 성품을 생각하면, 라인하르트의 키르히아이스를 향한 도를 넘는 '총애'가 다른 부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떨어진다면 미터미이어처럼 놔두지 더 이상의 견제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키르히아이스는 오베르슈타인의 대항마가 될 수 있었다. 애초에 성격부터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였던 만큼 사이가 좋을 리는 없었겠지만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의 신뢰와 총애를 한몸에 받는 사람이였고, 오베르슈타인은 등용한 이유부터가 우주 정복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정치공작을 맡기기 위해서였고 비록 그 대안은 냉혹할지언정 하는 조언은 다 옳았다.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대우받았을 것이다. 즉, 힐데가르트가 힘겹게 키르히아이스의 빈자리를 메꿀 필요도 없이 키르히아이스는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정론적이지만 때론 정도에서 벗어나는 오베르슈타인과 정도에 맞지 않다면 타협은 없는[14] 키르히아이스라는 두 인물이 적절한 밸런스를 이뤘다면, 라인하르트는 자연스레 오점을 덜 남겼을 것이고 좀 더 성군에 걸맞는 군주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의 정론에 옳은 지적을 한 키르히아이스에게 치졸하게 구는 실책을 저질렀고, 예상치못한 안스바흐의 복수와 하필이면 그때 무기가 없던 키르히아이스의 사정이 겹치게 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결국 이로 인해 키르히아이스가 어이없게 사망하면서 이 모든 걸 중재해 줄 조정자가 사라졌고, 그 결과 라인하르트의 정신적 미숙함이 극대화되고 은하제국 내 권력의 균형까지 대차게 흔들리게 되었다.

물론 여기까지 보면 "그래도 어쨌든 로엔그람 왕조는 번영하였으니 잘 된거 아니냐"라고 말하겠지만 오베르슈타인이 골덴바움 왕조를 증오한 이유를 살펴보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는 라인하르트 밑으로 들어가며 '선천적 시각장애로 태어나 루돌프 대제 시절이었다면 꼼짝없이 죽어야 했을 것'이라며 골덴바움 왕조를 타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그런 인간이 세운 군주가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뺴고도) 리히텐라데 일족 멸족, 황제 납치 사건 등등의 짓거리를 벌인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리고 그것을 짚고 보면 키르히아이스의 부재가 얼마나 큰 손해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15]

4. 분석 및 평가[편집]



4.1. 전략적 평가[편집]


내전을 빨리 끝내고자 했던 오베르슈타인의 의도는 성공했다. 당시 자유행성동맹에서는 구국군사회의 쿠데타가 거의 진압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내전의 장기화는 라인하르트에게도 꽤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당시 동맹의 상황은 매우 안좋긴 했다. 이미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전력이 반토막난 데다가 주력 함대 일부를 빼면 거의 와해됐고, 여기에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로 정규함대인 제11함대를 또 말아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동맹이 이 내전에 개입할 수가 없냐는 건 또 별개의 문제로 내전이 길어지면 동맹도 분명히 상황을 수습하고 내전에 개입하려 들었을 것이다.[16] 더구나 이제르론 요새에는 여전히 강력한 양 함대가 버티고 있어서 여차할 때면 언제 제국령을 향해 창을 겨눌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동맹에 대한 대비를 해두지 않는다면 라인하르트는 동맹에 대한 정치공작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해서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17]

또한, 오베르슈타인의 지적대로 당시 민심의 방향은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고[18],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틀어박혀 우주방어로 나온다면 내전이 얼마나 더 장기화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라인하르트에게는 에르빈 요제프 2세의 공동옹립자이자 동맹관계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적이기도 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라는 인물이 배후에 있었다. 따라서 오베르슈타인은 등 뒤에서 칼침을 맞는다는 최악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을 수 없었으니, 리스크가 있는 패를 뽑아서라도 내전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했고 끝내 성공시켰다.


4.2. 윤리적 평가[편집]



4.2.1. 긍정론[편집]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인망은 완전히 추락했다. 인심은 그를 떠나고 문벌귀족연합군은 내부에서 와해했으며, 그 덕에 내란 종결을 적어도 3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얼어버린 공기에 더더욱 냉기를 더하는 듯한 군무상서의 말이었다. 유명한 의안은 오히려 담담한 안광으로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만약 내란이 3개월 더 이어졌다면 새로이 더해진 사망자 수는 1000만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으로 대표되는 귀족연합군 본성을 밝혀냈기 때문에 1000만 사망자는 가상의 숫자로 그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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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에서 라인하르트를 규탄하는 암살자에게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한 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방조의 당위성을 설명한 오베르슈타인의 말이다.


오베르슈타인은 문벌귀족에 대한 분노를 자극해 적대심을 불러일으키는게 목적이었고, 어쨌든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단 한번에 문벌귀족군은 전 우주의 비난을 받고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의욕을 상실하고 와해되었다. 그렇게 길게 지속되어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높았던 내전은 빠르게 끝이 났다.

일단 내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와는 별개로 라인하르트에게는 내전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다. 위에서도 설명되어 있지만 만약 내전이 길어지면 동맹이 끼어들수도 있고 리히텐라데 공작이 황제의 권위를 내세워서 귀족 연합과 억지로 화해를 시킬 가능성도 있었다.[19][20] 물론 군사적 능력 면에서는 라인하르트 쪽이 우위고 이제껏 연전연승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지적 승리에 불과하며 만약 귀족 연합군이 가이에서부르그 요새에 박혀서 농성전에 들어갈 경우 내전이 길어지면 수도 오딘에서 황제를 옹위하고 있는 리히텐라데 공작에게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 전까지 평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단지 귀족들 간의 내전에 불과하며 누가 이기든 큰 상관이 없었다. 이는 라인하르트 소속 군인이나 귀족연합군 소속 평민 군인이나 별 차이가 없고[21]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 전쟁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괜히 힐데가르트가 라인하르트의 승리를 위해서는 귀족과 평민 간에 내분을 일으켜야 한다고 한 것이 아니다.[22]

라인하르트가 죄책감을 느낀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의 피해자는 베스터란트 사람들인데 이미 대부분이 사망한 터라 사과를 받을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라인하르트 본인은 이 사건에 있어서 져야 할 책임 자체가 매우 애매하다. 사건을 벌인 범인은 어디까지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고 베스터란트도 그의 영지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9권에서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고 했던 베스터란트 출신 전직 군인의 논리도 '네가 가지 않아서 베스타란트 주민이 전멸했다. 그러니 죽어라!'가 아니라 '브라운슈바이크의 핵공격 때문에 베스터란트 주민들이 몰살당했는데, 그것을 방조한 너도 공범이다. 그러니 죽어라!'라는 식이다. 당연하지만 라인하르트가 내전을 벌인 건 어느 정도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이므로 맞는 말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라인하르트에게 완전히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한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책임을 지고 싶어도 책임을 질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제국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제국민은 베스타란트 사건의 수혜자이지 피해자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마음이 편해지려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제2의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베스타란트 사건의 묘미(!)인 것이다. 애시당초 이 사건의 성격은 이전까지의 귀족이 민중들을 핍박했던 사건들과(그리고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그 모든 사건과도) 확연히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본 민중들은 베스타란트 행성 주민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 사실이야말로 베스타란트 사건의 핵심이다. 오베르슈타인이 라인하르트에게 베스타란트를 구원하러 가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도, 라인하르트가 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만약 이로 인해 누군가 다른 민중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면 제아무리 라인하르트라도 베스터란트를 구원하러 갔을 것이고 오베르슈타인이라도 감히 함부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작 단 하나의 행성의 희생만으로 제국의 모든 민중들이 영구불멸의 이득을 얻게 된다면? 그것도 라인하르트 본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단 하나도 질 필요가 없다면? 계획한 것도 실행한 것도 전부 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지 라인하르트가 아니다. 이만큼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4.2.2. 부정론[편집]


"네놈들 권력자는 언제나 그렇지! 다수를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희생한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정당화하지! 하지만 네놈들 자신이, 네놈들 부모형제가 소수에 들어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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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오베르슈타인의 발언에 대한 암살자의 대답.


하지만 그렇다고 비판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 학살사건을 방조한 것 자체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다'는 이른바 루돌프의 논법을 라인하르트가 긍정한 것으로, 평소에는 루돌프를 까고 다녔으면서 필요하면 그 논법을 긍정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단순히 베스터란트 주민의 죽음을 방조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시체팔이를 저지른 것이므로 도의적인 책임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거기에다 키르히아이스가 비판하자 사과는 커녕 역으로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개인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민중 앞에서 사죄한 적은 없다.

라인하르트가 지고의 자리에 오르고 선정을 펼치면서 제국민의 생활도 급격히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제국민이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수혜자인 동시에 끔찍한 피해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계속되는 착취와 탄압에 신음하던 어떤 행성도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었고, 그 사이에 우연히 베스터란트라는 행성이 있었을 뿐이다. 하필이면 그 베스터란트에서 제일 먼저 민중 봉기가 터지고, 하필이면 그 봉기에서 대귀족의 친척이 죽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좋던 싫던 라인하르트 역시 군인이고 귀족인 이상 제국의 백성을 지킬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 백성인 베스터란트의 시민들이 학살당하는 걸 묵인했다.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베스터란트 행성에게 핵폭격을 가할 거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그나마 옹호할 수 있겠지만[23] 어느 정도 고민하긴 했어도 끝내 핵폭격을 방관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베스터란트는 모든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참화를 겪었다. 나중에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그럴 싸한 명분을 가지고 왔지만 피해자 가족이 내뱉은 "네놈들 권력자는 언제나 그렇지! 다수를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희생한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정당화하지! 하지만 네놈들 자신이, 네놈들 부모형제가 소수에 들어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라는 말에, 라인하르트가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하고 얼어버린 것 역시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해 무고한 희생을 방관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한 것이다. 즉, 브라운슈바이크의 학살은 베스터란트뿐만 아니라 착취와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봉기를 일으킨 어느 행성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참화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를 묵인 및 방조했다는 것이 민중에게는 큰 배신감과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이는 다시금 이런 일이 일어나도 자신에게 이득만 된다면, 그 악행을 묵인할 것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욥 트뤼니히트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당시 보여준 모습에 동맹 시민들이 분노한 것을 생각해보자. 자신들이 알고 있고 믿고 있던 지도자의 모습이 사실은 환상이고 정반대였다면 민중들은 반드시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다. 라인하르트 역시 비록 죽은 베스터란트의 200만 주민들에게는 사죄할 수 없지만 남은 제국민들에게는 선정을 펼쳐 결과적으로 베스터란트의 희생이 의미있는 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베스터란트에 핵폭격이 가해진 건 지극히 운이 나빠서였을 뿐 귀족연합이 장악하고 있던 어느 행성이든지 학살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라인하르트는 적어도 베스터란트처럼 귀족들의 영지였던 행성들의 주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사과를 해야 옳다. 더욱이 이 사건의 파급효과 덕분에 가해자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패망하고 죽으면서 두번 다시 이런 짓을 저지르지 못했지만,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면 귀족의 행패에 의한 제2, 3의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귀족연합이 패망한 이후 제국의 사정은 매우 좋아졌다. 유능하고 너그러운 황제가 즉위하고 신 제국과 함께 새로운 질서가 짜여졌다. 과거 민중 위에서 군림하면서 그들을 착취하던 귀족들은 사라졌고 반대로 민중들을 위한 제도, 시설, 정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민중들은 황제를 열렬히 숭배하게 되었고 새로운 제국 하에서 그들은 행복해졌다. 물론 베스타란트 주민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즉,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쟁점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과 공리주의인 것이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에서 범인이 외친 위 절규에 천하의 라인하르트와 오베르슈타인마저 아무런 반론도 제시하지 못한 게 이를 반증한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에 대해 분노한 제국민들은 시간이 흘러 라인하르트의 선정과 천재성에 압도되었지만, 실제 피해자들에게 있어 라인하르트는 자신들의 참화를 방관한 극적인 방관자에 불과했다. 힘이 없어서 막지 않은 무력한 방관자와 달리 라인하르트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막을 힘이 있었고, 은하제국의 귀족으로서 제국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라인하르트도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해 베스터란트 사건을 방관했고, 그로 인해 아무 죄도 없는 베스터란트 행성의 시민들이 모조리 희생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막지 않았을 시 얻을 수 있을 정치적 이득을 학살사건을 막고도 일정부분 얻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사건의 임펙트와 충격을 방조했을 시에 크고 선동의 효과도 당연히 이쪽이 더 크다. 그러나 선동만으로 민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건 아니다. 애초에 선동으로 민중의 마음을 얻고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욥 트뤼니히트와 다를 바 없는 저질 정치인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도자인지를 어필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학살사건을 방조하는 것은 네거티브 공방에 학살사건을 막는 것은 공약 대결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가 남의 잘못을 따져서 내가 정치적 이득을 얻는다면 후자는 나의 비전을 선전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는다는 차이점이 이다.

그럼 만일에 학살사건을 막는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베스터란트의 200만 주민은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면 베스터란트 200만 주민은 라인하르트의 열성 지지자가 된다. 무려 200만이나 되는 민중의 지지를 한번에 얻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베스터란트 주민들을 동원하여 베스터란트에서 일어날 뻔한 끔찍한 학살사건을 전 제국에 알리고 더하여 베스터란트가 귀족에 대한 민중봉기를 일으킨 대가로 학살당할 뻔했다는 것과 그런 베스터란트를 자신이 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 귀족연합측의 영지들이 동요할 것이다.

베스터란트도 그랬지만 이미 귀족연합의 영지들에서도 불만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사실 영지민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전이 없고 베스터란트 역시도 일단 일으켜보고 나중에 뭘 할지 결정했던 것이라 아무 일도 없다면 베스터란트와 같이 또다시 민중봉기가 일어나는 지역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인하르트측이 '우리는 귀족의 폭정에 항거한 베스터란트를 귀족들의 보복으로부터 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되면 영지민들은 이제 라인하르트라는 믿을만한 백이 생긴다. 귀족연합에게 보복당할 걱정? 귀족들 몰아내고 재빨리 라인하르트에게 연락하면 된다. 나중에 귀족연합측이 보복을 위해 나서도 라인하르트가 막으면 자신의 메시지가 진짜인것까지 인증하는 것이기에 이를 계기로 영지들의 반란은 더욱 가속화된다.

그리고 이는 귀족연합측의 더욱 빠른 몰락을 부른다. 오베르슈타인은 이 사건을 막지 않은 대가로 본 이익을 최소 3개월을 더 지속하며 1000만명이 사망했을 전쟁을 200만 베스터란트 민중의 목숨으로 끝냈다고 말했는데 만일 귀족영지들에서 자발적인 봉기가 잇달아 일어나버리면 귀족연합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병력을 영지로 몰빵했다면 가이에스부르크를 쳐서 전쟁을 끝내고 병력을 가이에스부르크에 몰빵했으면 영지들을 해방시켜 귀족연합의 고립을 가속시키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추가로 벌어질 시간은 3개월보다 있을 순 있어도 희생자가 1000만씩이나 될지는 의문이다.[24]

4.2.3. 결론[편집]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건에 대해서 윤리적 측면에서는 긍정과 부정을 나눌 수는 없다. 제대로 상식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윤리적 측면에서는 부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설령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이 점은 부정할 수 없고, 라인하르트 본인도 이게 잘못인 것은 뼈가 저리게 잘 알고 있다. 작품 내에서도 키르히아이스의 비판을 통해 윤리적 관점에서 라인하르트의 행동은 잘못되었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애시당초 긍정 측에서도 베스터란트 학살 사건 그 자체를 긍정하는게 아니라 이 사건의 효율성과 거기서 파생된 긍정적 효과와 과정 및 윤리적 측면에서의 비도덕성을 놓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오베르슈타인도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에 대해서 내전이 장기화되어 더 많은 인명손실이 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옹호했지 사건 자체를 윤리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 즉 그의 논지에 따르면 어차피 두쪽 다 건질 수 없다면 인명손실이 덜 나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 차악 혹은 차선이라는 것.

거기에 이 사건의 복합성까지 더해지다보니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은 바로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사망이며, 또 하나는 바로 위에서도 설명한 이 사건에서 사죄할 대상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정말로 후회하는 것이 키르히아이스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베스터란트 사건 때문인지도 불명확하다. 심지어 이 사건의 결과에 정말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영향을 줬는지도 불분명하다.[25][26][27] 사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저지른 짓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수백만의 피해자가 났다는 것 외에는 공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모호한 사건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윤리와 도덕적인 측면에 있어서 수많은 논쟁과 비판 거리를 준다는 점을 보면, 이 소설이 전략과 윤리 사이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28]

다른 의견을 더하자면 립슈타트 전역은 제국재상 대리 리히텐라데 공작 중심의 관료 파벌과 은하제국군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원수 중심의 군인 파벌이 주축이 된 은하 제국 정부와, 그에 대항하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파벌과 리텐하임 후작 파벌의 반제국 귀족 연합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내전이다.

여기서 라인하르트는 은하 제국군의 군령권 최고 지휘관으로 '적도군'인 귀족연합을 토벌하라는 황제의 칙령을 받은 '관군'이다. 비록 베스터란트 행성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지이긴 하지만 은하 제국 황제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그런 베스터란트 행성과 행성민들 또한 은하 제국 정부가 당연히 보호해야 하는 은하 제국 황제의 영토이자 백성이었다.[29]

따라서 라인하르트에게도 관군으로서 베스터란트 행성에 대한 핵공격을 저지하고, 은하 제국 황제의 신민인 베스터란트 행성의 주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다. 즉, 베스터란트 행성을 향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핵공격 정보를 입수했을 때 라인하르트는 재량행위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을까 고민할 게 아니라 무조건 핵공격을 저지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 라인하르트도 원작에서 최초로 베스터란트 행성에 대한 핵공격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즉시 병력을 보내 저지하려고 시도했지만, 귀족군이 베스터란트 행성에 대한 핵공격을 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제국 민중을 선전선동하라는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을 듣고 망설이다가 결국 스스로의 의지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저지하지 않고 방관했다.[30]

특히 라인하르트가 립슈타트 전역을 승리로 이끈 후 은하 제국 재상에 취임함으로서 정식으로 최고 권력자에 오르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베스터란트의 학살을 방관한 것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31] 나중에 키르히아이스가 이 사건에 대해 라인하르트의 책임을 따져묻다가 사이가 멀어지면서 그로 인한 나비효과로 사망한 것, 그 이후에 일어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의 원인도 전부 라인하르트가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방조함으로서 자초한 일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경찰이 범죄단체의 범죄계획을 입수하면 범죄자 체포시 발생가능한 경찰의 부상 또는 사망 위험을 고려해서 현장에 출동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현장에 출동해서 범죄행위를 적발하고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지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또 다른 예는 소방관이 화재 신고를 듣고도 신속히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진압을 하지않고, 출동 시간을 지연하다가 화재 진압에 대한 초동 대처를 안 한 것과 같은 경우다. 즉,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시도한 반인륜적이고 비윤리적인 전쟁 범죄행위와, 이를 미리 알고도 저지않고 방조한 은하제국군 최고 지휘관인 라인하르트의 직무유기로 인해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이다. 더 알기쉽게 비유를 하자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범죄 실행범(작위범)이고 라인하르트는 범죄 방조범(부작위범)에 해당된다.[32] 괜히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에서 암살자가 그를 공범이라고 한 게 아닌 것. 거기다 이 사람의 말[33]마따마 브라운슈바이크는 나중에 비참한 죽음으로 죗값을 치뤘다 할 수도 있겠지만 라인하르트는 공범인 주제에 잘먹고 잘산다. 한 마디로 시체팔이짓 하고도 아무 처벌도 안 받은 채 희희낙락하며 산 셈. 이와 관련해서 해준 힐데가르트의 위로조차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 식이 아니라 그 대가로 키르히아이스를 잃은 것이니 그 죄의 대가를 치른 셈이고 그동안의 통치로 구원을 받은 이도 많다는 것이었다. 위로하는 사람도 빈말로라도 쉴드쳐주지 못해주는게 베스터란트 사건에서 라인하르트가 저지른 악행인 셈

이후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에게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따질 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하지 말아야 할 일(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한 것이지만, 각하는 해야할 일(은하제국군 최고 지휘관의 군령권 행사)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라인하르트에게는 처음부터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방관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는 선택권(재량권)이 없는 입장이었다. 이미 키르히아이스는 암릿처 회전 때 사용한 청야전술로 인해 제국 민중들이 고통받았던 일로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심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까지 겹치게 되면서 라인하르트에 대해 인간적으로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이는 결국 두 사람이 우정에 금이 간 수준을 넘어서 이제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었던 상대에 대한 '실체'를 깨우치게 되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 중요한 복선이 된다.[34]

따라서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을 듣고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방관한 것은 라인하르트 인생으로서도 최악의 악수가 된 것이다.[35] 특히 소설의 추후 전개도 립슈타트 전역 승리 후에 친구의 죽음, 누나 안네로제와의 의절, 동맹 정복 후에는 부하의 배신이 발생하고, 안스바흐, 하인리히 폰 큄멜, 베스터란트 유족, 지구교에 의한 수차례의 암살 위협 끝에 라인하르트 본인도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20대에 단명하는 아쉬운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36]

5. 의의[편집]


소설 외적에서 보면 이 사건을 통해 갈등의 요소가 분명히 드러나고 캐릭터의 성격이 좀 더 입체적이게 된다. 이 사건 이전까지 라인하르트는 외모나 능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신적인 존재라고 할 정도로 완벽했지만[37] 그뿐이라면 은하영웅전설은 그냥 우주 황제 폐하의 은하정복 스토리일 뿐이다. 그러나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통해 라인하르트는 신이 아니라 결점이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캐릭터의 입체성과 매력이 더해졌다.

마찬가지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통해 라인하르트의 부하들의 캐릭터성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 줄 수 있게 됨으로써 부하 A, B, C의 신세를 벗어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돌격 맹장 비텐펠트, 냉철하고 무감정한 참모 오베르슈타인 정도만 성격이 드러났을 뿐, 나머지는 그렇게 캐릭터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거치면서 로이엔탈은 라인하르트의 지위를 노리는 야심가, 오베르슈타인은 효율을 위해서라면 수백만 명도 희생할 수 있는 극도의 마키아벨리주의자라는 캐릭터성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은 가까이는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사망에서부터, 멀리는 노이에란트 전역에까지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철벽같이 단단해 보였던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와의 관계에 금이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라인하르트가 평생 후회하게 되는 중대한 실수를 낳게 된다.

6. 타 매체에서[편집]



6.1.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편집]


  • 메르카츠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베스터란트 핵폭격 명령을 중지시키기 위해 직접 그를 만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같은 이유로 브라운슈바이크를 말리던 안스바흐마저 왕조에 대한 불경죄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감금된다.
  • 후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을 저지르는 사내의 부모와 아내, 자식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나온다. 또한 그 사내의 어머니는 베스터란트 폭격 전에 다른 별로 일하러 가느라 행성에 없는 아들을 이야기한다.
  • 립슈타트 연합군의 한 병사가 몰래 도망쳐 라인하르트측으로 투항하면서 핵폭격 사실을 발설하며 그곳은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고향이라며, 제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하필 키르히아이스 휘하의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에게 애원하면서 이 소식이 키르히아이스에게도 전해진다.
  • 키르히아이스도 실시간 영상으로 전해지는 베스터란트의 참화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핵공격에 억지로 참가했다가 도주한 병사 한명이 키르히아이스 앞에 나타나, 귀족연합군이 베스터란트 행성에서 200만명의 주민을 학살할 거라는 정보를 몇번이나 얘기했는데도 라인하르트는 정치적인 선전을 위해 그걸 무시하고 주민들을 죽게 놔뒀다고 폭로한다. 이에 라인하르트가 고의로 주민들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증거라도 있냐고 키르히아이스가 질문하자, 핵폭격을 당하는 실시간 영상을 과연 우연히 찍었겠냐며 그 영상의 존재 자체가 증거라고 일갈한다.

6.2. OVA[편집]


  • 베스터란트 주민간의 회의 중 라인하르트 쪽에 보호를 요청하자는 제의를을 한 인물이 OVA에서는 금발의 젊은 여성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였기에 그대로 라인하르트와 보호교섭을 펼치려 했다. 원작에서는 회의에 참여한 엑스트라가 제의를 하였다.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메르카츠는 브라운슈바이크의 베스터란트 핵폭격 명령을 막으려했다.
  • 안스바흐의 탄식을 듣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밀고한 사람이 오베르슈타인의 지시로 귀족군 내부에 잠입해 있던 야콥 하우프트만 소령이다.
  • 핵폭격 명령 장면에서 브라운슈바이크가 "천민놈들이 잘도 내 조카를 죽였겠다. 은의도 모르는 놈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주마!"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다들 침묵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한다. 애초에 브라운슈바이크 근처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테니 괜히 나서봤자 긁어 부스럼일테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 모른다고 쳐도 립슈타트 귀족연합의 성격상 대귀족과 평민 중에서 차마 평민을 택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베스터란트에 핵 공격을 하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고 하자 다들 당황한다. 브라운슈바이크 옆에 있었다면 상당히 지위가 높은 대귀족이거나 그들의 가신일텐데 이런 반응을 보였으니, 그만큼 핵공격이 문벌귀족에게도 상식을 뛰어넘는 미친 짓이고 브라운슈바이크가 막 나가는 인간임을 증명한다. 이때 단 하나 플레겔은 웃고 있었다. 후술할 후지사키 류 코믹스 판에서는 과연 귀족 중의 귀족이라며, 정신나간 결정을 내린 숙부를 확실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후 베스터란트 사건을 TV로 본 힐데가르트를 비롯한 라인하르트파 귀족들의 반응이 나오는데 다들 표정이 좋지 못하다. 이들 역시도 브라운슈바이크의 태도를 경악스럽게 여긴 듯하다.그리고 저런 미친놈들과 한 배 안 탄게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 핵폭격을 당한 베스터란트의 처참함이 지형의 변화로 나타나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녹지대에 경작지와 마을이 펼쳐져 있던 곳이 핵폭격 한방에 사막으로 변했고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38] 그 단 한방으로 200만 인구와 녹지대와 마을 밭 모두 증발한 것이다.
  • 베스터란트 핵폭격 정보를 입수한 이유가 요새 안에 잠입해 있던 하우프트만에게 들어서였다. 또한 오베르슈타인이 의도적으로 핵공격 예상시각을 실제보다 2시간 늦게 보고하고,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을 비난하며 일단 저지할 함대를 출격시킬 준비는 갖추라고 지시한 후 결행 여부를 혼자 고민하다가 밖으로 나오자 "벌써 다 끝났습니다"라고 보고한다. 라인하르트가 생명은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계산할수 있는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학살을 막을 생각을 했지만 오베르슈타인의 허위정보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확실히 강조함으로써 어그로를 오베르슈타인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라인하르트도 2시간 늦게 보고했다는 것을 알아채고[39] "네놈, 일부러..."라고 말하며[40] 이후에 라인하르트도 실성했는지 "손을 피로 물들이지 않고서는 패업을 이룰 수 없다...인가. 좋아. 경의 말대로 하지."라고 말한다.
  •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가 키르히아이스에게 베스터란트 핵폭격이 일어난 것을 알린다.

6.3. 후지사키 류 코믹스[편집]


후지사키 류가 연재한 코믹스에서는 원작에 비해 전개가 크게 바뀌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립슈타트 귀족연합의 패배로 돌아간 직후, 베스터란트에서는 민중 폭동이 발생하여 영주 대행 샤이트 남작이 중상을 입고 만다. 그러자 한 페잔 상인이 부상을 입은 샤이트 남작을 구출하여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있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데려왔다.

그러나 샤이트 남작은 이미 때를 늦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분노한 공작은 수하 안스바흐에게 베스터란트에 핵공격을 할 것을 명령하고, 플레겔 남작은 역시 귀족 중의 귀족이라며 브라운슈바이크를 칭송한다. 안그래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요새 공방전에서 자신의 딸을 눈앞에서 잃은 충격으로 피폐해졌는데, 샤이트 남작의 죽음에 더욱 미쳐돌아간다.
페잔 상인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도 협조하겠다며 나선다. 안스바흐는 페잔 상인을 의심하지만 그 상인은 고객의 신뢰를 위한 봉사라고 답한다.

얼마 뒤, 작전에 참가한 병사가 탈영하여 라인하르트에게 베스터란트 핵폭격 계획을 폭로한다. 이미 3일 전에 핵탄두를 실은 함대가 출발했다는 보고를 받은 라인하르트는 '질풍 볼프'로 이름 높은 볼프강 미터마이어 대장을 파견해서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 그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중장이 원작대로 핵폭격을 방조할 것을 진언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무고한 백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자신을 누가 따르냐고 말하면서 거부하고 미터마이어 함대를 파견한다.

다음 날 핵폭탄을 싣고 베스터란트로 떠난 50척의 함대는 미터마이어가 지휘하는 1,000척의 함대에 걸려 전멸한다. 그러나 베스터란트의 계획은 예정대로 실행되고, 실행부대의 한 병사가 고발을 위해 보낸 영상을 통해 베스터란트가 불바다가 된 걸 본 라인하르트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이나며 놀란다.

알고보니 미터마이어가 격멸한 50척은 미끼였고, 본대는 지방 성계에서 출발하여 베스터란트를 불바다로 만든 것이었다. 라인하르트도 치밀한 책략까지 쓰면서 베스터란트에 핵을 써야할 이유가 있냐며 어이없어하고 오베르슈타인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영상을 제국 전토에 퍼트리자고 진언했으나 라인하르트는 이것도 거부했다. 물러난 오베르슈타인은 귀족들이 이런 책략을 쓴 것이 이상하다며 조사해야겠다고 중얼거린다. 안스바흐 역시 페잔 상인 머리에 블래스터를 겨누며 수완이 너무 좋다고 의심하지만 상인의 필사적인 변호에 일단 경고로 끝낸다.

이후 네트워크를 통해 베스터란트의 참극이 제국 전토에 알려지며 민심은 라인하르트로 급격히 쏠린다. 그리고 변경성역에서 활동하던 키르히아이스도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유감스러운 결과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얼마 뒤 베스터란트 핵폭격 실행부대 중 한 명이 탈영하여 키르히아이스 함대로 왔다. 그리고 그 병사는 키르히아이스 앞에서 라인하르트가 핵폭격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키르히아이스가 증거가 있냐고 묻자 그 병사는 라인하르트가 귀족들 따위의 책략에 걸려들 사람이냐고 답한다.

그리고 원작대로 귀족연합은 몰락하고 자포자기한 귀족들은 최후의 발악 따윈 포기한 채 항복한다. 항복 이후 변경에서 합류한 키르히아이스와 라인하르트는 대판 싸우고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이후 전개는 원작을 따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으로 이어진다.

이 사건 뒤에는 페잔 자치령이 숨어 있었다.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심으로 가득 차 있던 페잔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제국이 너무 강해졌다고 판단하여[41]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사이를 이간질하여 제국의 2차 내전을 유도하려고 했다. 그리고 2차 내전이 일어나면 국력이 꺾인 제국과 동맹을 페잔의 경제력을 무기로 장막 뒤에서 지배하려고 했다. 그래서 루빈스키는 보좌관 루퍼트 케셀링크니콜라스 볼텍을 제국으로 보내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사전공작을 준비했다.

페잔 상인으로 위장한 케셀링크는 베스터란트 주민 중 몇 명을 매수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샤이트를 목숨만 붙어 있는 채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앞으로 데려와 공작을 분노케 했으며, 자금을 동원해 별동대를 조직하고 핵폭탄을 구해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이 성공하도록 조력했다. 그리고 니콜라스 볼텍은 귀족연합군 탈영병으로 위장하여 키르히아이스에게 거짓을 고하여 둘 사이를 이간질했다. 볼텍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말다툼 갈등을 숨어서 다 본 뒤에 나중에 케셀링크에게 연락하면서, "로엔그람 원수와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우리가 계획하던 대로 이뤄져가는군요."라고 보고하고 케셀링크는 미소짓는다.

6.3.1. 비판[편집]


사실 후지사키 류 코믹스의 전개는 원작의 내용을 개악한 것에 가깝다. 우선 베스타란트 학살사건의 의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는데, 이 사건의 의의는 이전까지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던 라인하르트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현실을 선택하게 되고 그 대가로 키르히아이스와 사이가 벌어진 상태에서 키르히아이스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 비극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엉터리로 꼬아 놓은 덕에 여기서는 아무 잘못이 없게 된 라인하르트를[42] 키르히아이스가 몰아세운다는 어처구니없는 전개가 되어버렸고 독자들이 라인하르트의 고뇌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이상적인 인물인 키르히아이스를 이유없이 상관을 갈구는 인물로 만들었다.

개연성 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페잔에서 공작원을 보냈다는 부분은 완전히 개연성따윈 엿바꿔먹은 수준이다. 일단 만약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베스터란트에 상식적인 판단(군대 일부를 보내서 주모자 몇 명을 처벌해 본보기를 보이는 것.)을 했다면 설령 페잔 공작원이 몇 명을 보냈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를 갈라서게 한다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만약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에게 굴복하거나 라인하르트가 순순히 사과했다면 역시나 페잔에서 공작원을 보내든 말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페잔에서는 어떻게 된 게 관심법이라도 썼는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베스터란트에 공작원을 보냈다.

그리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페잔의 의도대로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에게 앙심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우선 반란을 일으킬 명분이 없다. 베스터란트 학살 방조를 들어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키르히아이스측에 증거가 없고 증언한 병사도 입만 놀렸지 증거가 없으며[43] 만약 그 병사가 페잔의 공작원임이 밝혀지면 안 그래도 부족한 명분이 더 취약해진다. 아니, 그 병사와 오베르슈타인을 대질시킨다면 바로 끝날 문제였다. 볼텍은 귀족연합 쪽에서 공작을 꾸미는 한편 오베르슈타인과 접촉하여 동맹의 내전에도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에[44] 오베르슈타인과 안면이 있어서, 대질한다면 바로 페잔 공작원임이 탄로날 것이다.

또한 만약 키르히아이스가 오베르슈타인을 들어 반란을 일으켜도 오베르슈타인이 비윤리적인 진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라인하르트가 거부했고, 오베르슈타인은 라인하르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가 반란을 일으키면 오베르슈타인이 주장한 2인자 유해론이 옳은 말이 되어 되려 오베르슈타인의 입지가 더 탄탄해진다.

그리고 어떻게든 반란을 일으켜도 이길 방법이 없다. 키르히아이스에게는 반란을 일으킬 힘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 라인하르트 원수부 소속 제독들은 모두 라인하르트 덕에 영달한 인물들로, 라인하르트를 주군으로 선택하고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다. 특히 극렬 라인하르트빠인 비텐펠트와 라인하르트의 은혜를 입은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키르히아이스가 반란을 일으키면 제국군이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로 양분되는 게 아니라 키르히아이스 혼자서 라인하르트와 휘하 제독들을 상대해야 한다. 여기에 취약한 명분까지 고려하면 키르히아이스 군의 결속력 및 사기는 굉장히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러면 페잔의 의도대로 제국 내 대규모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차라리 '누구보다 라인하르트에게 충성했던 키르히아이스조차 배신했으니 누굴 믿는단 말인가' 식으로 원수부의 결속력을 흔들고 라인하르트에게 인간불신을 심어준다는 시나리오가 더 그럴듯하다.[45]

그리고 원작에서는 굳이 페잔의 공작 없이도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가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키르히아이스는 자기 목숨을 바쳐서 라인하르트를 암살로부터 구해내고 죽었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이미 온 은하제국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그를 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이가 나빠지게 만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생각해보면 고작 일개 평민 군인인 키르히아이스가 순전히 라인하르트를 따랐다는 이유만으로(물론 실제로는 그 지위에 오를 만한 역량과 인품을 가졌지만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의 눈에 비춰본 모습만을 논한다.) 상급대장 지위까지 올랐는데 과연 그 상황에서 배신을 할 거라고 믿는 근거가 뭔지, 그리고 대체 무슨 근거로 베스타란트 학살 사건을 일으키면 키르히아이스의 충성심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사실 그냥 원작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개악한 것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가장 심각한 점은 페잔이 한 공작이 정말로 페잔에 이익을 가져오냐는 것이다. 실제 페잔에 이익을 가져올 지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페잔의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교가 어부지리를 챙긴 것도 아니다. 애시당초 베스터란트 자체가 립슈타트 전역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 원래는 내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곳이다. 그리고 베스터란트에서 벌인 공작이 성공해서 샤이트 남작이 죽거나 쫒겨난다 한들 페잔이 어떻게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를 이간시킬 수 있는 지, 무슨 이득을 보는 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페잔 입장에서는 오히려 립슈타트 내전을 길어지게 한는 것이 더 이득인데[46] 베스타란트 사건 때문에 오히려 그 기간이 크게 감축되었을 뿐이다. 물론 의도한 대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실제 베스타란트 공작과 키르히아이스의 비극이 인과관계가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베스타란트 사건으로 샤이트 남작이 사망하고 그 사실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알려진 다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에 분노하여 베스타란트에 핵을 떨구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 사실에 경악한 베스타란트 출신의 누군가가 탈출해서 키르히아이스와 라인하르트에게 각각 이를 찌르고 라인하르트가 이를 막으러 가려 하지만 오베르슈타인이 이를 말리면서 어부지리를 취하자고 진언하고 키르히아이스가 이를 알고 라인하르트에게 이를 항의하고 라인하르트가 이에 대해 화를 내는 일이 순서대로 단 하나도 틀리지 않고 일어나야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건 양반이고 그 외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베스타란트 공작이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간을 이간질한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실제 사실만 놓고 보면 확실한 건 베스터란트 공작이 성공해 봤자 남는 건 결국 샤이트 남작이 쫒겨난다는 것 뿐이며 이후의 전개는 한마디로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책을 보고 안 뒤에 페잔을 베스타란트 사건에 넣어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관계가 벌어진다고 해봤자 대체 그게 페잔에게 무슨 이익을 가져오는지 알 수 없다. 상술한 대로 그냥 립슈타트 전역을 길게 끄는 편이 훨씬 이익이다.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가 서로 싸운다고 해도 그냥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싸우게 하는 것에 비해 딱히 더 이익이 될 구석이 없다. 물론 최악의 경우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물리치고 다시 키르히아이스와 싸워서 공멸한다면 페잔에게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로또를 사는게 나은 수준의 확률이다. 최소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베스타란트에 핵공격을 유도하는 수준은 되어야 그나마 이야기를 꺼내볼 수준인데 그 정도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굳이 베스타란트에 갈 필요도 없다는 모순에 부딪힌다.

6.4. DNT[편집]


  • 안스바흐가 아예 브라운슈바이크 눈앞에서 탄식을 내뱉었고 이 탄식을 들은 브라운슈바이크의 인내심이 끝내 폭발하면서 안스바흐를 감옥에 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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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나 그 루돌프도 반동 탄압은 사회질서유지국을 통해서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실행하였지 다짜고짜 사람들이 거주하는 장소에 핵탄두를 쏟아붓는 미치광이짓은 하지않았다. 본래 오만하고 난폭했으나 인간적인 금도를 넘으려하지 않았던 공작이 말 그대로 이성을 상실해버린 것이다.[2] 변경지역에서는 키르히아이스에 의해서 주민들에 대한 시민자치가 이루어졌지만 여기는 라인하르트 쪽도 귀족 편도 아니다.[3] 유일하게 오베르슈타인은 저 광경을 보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과연 오베르슈타인답다.[4] 무엇이든 키르히아이스의 의견을 들으라고 조언하는 안네로제의 편지를 받고, 베스터란트 사건을 떠올리며 기분이 우울해졌을 때였다.[5] 당시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의 진언을 받아들여 키르히아이스의 무장을 해제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6] 오베르슈타인은 작중 행적으로 인해 전방위로 까이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로엔그람 왕조의 번영과 안정이였지, 랑, 루빈스키, 지구교처럼 자신이 1인자가 되어 권력을 독식할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미터마이어처럼 사적으로 오베르슈타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 악감정이 공적으로까지 옮겨붙지 않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7] 다만 오베르슈타인도 군부의 다른 장군들이 이 사실에 대해 비아냥거리자, 자신이 2인자가 되어 권력을 독식하려고 한다면 여러분들이 가만히 있겠냐는 식으로 대응하기는 했다. 말그대로 군 내부의 공공의 적 수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킨 로이엔탈도 명분으로는 차마 황제인 라인하르트를 겨눌 수 없어서(그리고 사실 로이엔탈의 반란은 그 성격이 좀 복잡하다.) 간신으로 포장되어 노려질 정도로 오베르슈타인은 전방위로 어그로가 쌓인 상태였다.[8]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오베르슈타인이 아무런 이유없이 로이엔탈을 견제한 것도 아니었다.[9] 신영토 치안군으로써 다른 제독들보다 더 많은 병력의 지휘권과 독자적으로 통치 가능한 영토를 얻게 됨으로써 여전히 라인하르트의 막하인 미터마이어와 오베르슈타인을 제치고 다소 독립적인 봉신의 위치가 되었다 볼 수 있다.[10] 안네로제는 하나 남은 가족인 누나이니 애초에 부하도 아니였고, 힐데가르트는 부하였지만 이후에 가족이 되었으니 예외.[11] 황제라는 것외에는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은 어린 아이가 자신의 황위 계승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치워버리고, 동맹과의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해 납치를 방조하며 그 아이의 인생을 망쳐버렸다.[12] 애초에 성군이라 불리는 군주들도 자세히 보면 꼭 한두군데씩 결점은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군주는 극히 적다.[13] 예를 들면 황제 납치 사건 전에 라인하르트가 걱정한 건 장기말로 써먹을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미래가 아니라, 황제가 납치당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죽을 모르트 중장이었다. 라인하르트는 모르트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당사자인 모르트는 임무 실패에 대한 치욕으로 자살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오베르슈타인과 라인하르트도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결국 모르트는 자살했다. 이 사실을 안 힐데가르트가 "모르트 중장을 희생시킬겁니까?"라고 따지자 라인하르트도 달리 반박을 못해서, 모르트의 유족들에게 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시하며 말을 끊었다. 즉, 장기말로 모르트를 죽게 놔둔 것이나 다름없다.[14]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도 리히텐라데 일족 멸족 사건에서 직접 그 일을 도맡아했다. 미터마이어는 황궁으로 진입해 옥새를 강탈했고, 로이엔탈은 아예 직접 리히텐라데 일족의 처형을 집행했다. 황제 납치 사건 당시에도 로이엔탈은 그 진상을 얼핏 눈치챘지만, 그 부조리함에 대해 굳이 라인하르트에게 진언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힐데가르트마저 리히텐라데 일족 멸족과 황제 납치 사건에 대해선 뭐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윤리와 도덕 문제에 대해 라인하르트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은 키르히아이스가 유일했다.[15] 이 점은 작중에서도 간접적으로 다뤄진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의 범인인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유족이 너희 권력자들은 언제나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켰다고 정당화하지만 그 소수에 너희의 부모형제들이 있었냐고 소리치자 그 오베르슈타인조차 반박하지 못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으로 인해 내전을 3개월 일찍 끝냈고 그로 인해 1천만명이 더 희생되는 것을 막았다며, 냉정하게 반론한 오베르슈타인마저 그의 말에 분노해 위의 대사를 일갈한 암살자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한 것이다.[16] 독자들이야 책을 읽었으니 결과를 알 수 있어서 쉽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라면 언제 동맹이 쳐들어올지 몰라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이 없었다면 내전 자체도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17] 예를 들어 자유행성동맹에서 양 함대로 하여금 귀족연맹군 동맹을 맺고 페잔과 보급 계약을 한 뒤 제국 수도 오딘을 치러 간다거나 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만 몰래 태우고 원작에서 미터마이어 등 라인하르트 휘하 함대들이 최대한의 속도로 수도 오딘을 친 것처럼 수도 오딘을 장악하고 황제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전쟁의 향방은 정말로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18] 민심의 향방이 완전히 정해진 건 립슈타트 전역이 끝나고 라인하르트가 재상 자리에 오른 뒤 칼 브라케나 오히겐 리히터같은 진보적인 민중파 정치인들을 등용해서 평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게 된 이후부터다.[19] 사실 리히텐라데 공작의 경우 워낙 해놓은 일이 있는 만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과는 적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딱히 귀족 전체와 척을 질 이유는 없으므로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을 어느 정도만 꺾어 놓기만 하면 다음에는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 만을 희생하는 조건으로 남은 귀족들과 화해하여 그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삼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20] 그게 아니더라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경우만 봐도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자기 딸을 팔아서라도 목숨을 구걸하려고 했던 작자다. 리텐하임 후작이 살아있더라도 별 차이는 없었을 테니 만약 베스타란트 사건이 없었고 이들이 궁지에 몰렸다면 리히텐라데에게 매달려 목숨을 보전하려 들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21] 물론 이 시점에서는 라인하르트의 사병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던 만큼 병사 개개인의 실력이나 사기, 응집력은 더 높았을 것이긴 하지만 목적은 어디까지나 입신양명이었고 라인하르트에게 붙은 몇몇 상급장교들을 제외하면 라인하르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이유는 그리 크지 않았다.[22] 다만 그렇다고 귀족과 평민간에 내분을 안 일으킨다고 문제될 것도 없다. 귀족들이 평민들을 수탈하는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고 그렇다 보니 라인하르트는 일단 이겨서 자신만의 친평민적인 정책들을 펴도 충분하다. 베스터란트 사건이 벌어졌어도 평민들이 라인하르트를 완전히 지지하게 된 것은 그가 집권한 후 각종 평민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부터다. 즉 베스터란트 사건이 안 벌어졌다면 내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빼고 달라지지 않는다.[23] 몰랐다면 그땐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라인하르트가 예지력이라도 있지 않는 이상,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일일이 다 알고 대처할 수 없으니까. 사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오베르슈타인이 정녕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했다면 최선의 길은 아얘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를 라인하르트에게 숨기는 것이다. 욕이야 먹겠지만 오베르슈타인은 자기가 욕을 먹든 말든 상관도 안 하는 사람이고 어쨌든 이렇게 되면 책임은 오베르슈타인이 지게 되므로 라인하르트가 욕먹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게 된다.[24] 시간이 길어지면 리히텐라데가 딴짓할 시간을 주는게 흠이긴 한데 귀족연합이 민간인에게 핵폭격 갈기려고 한 이상 리히텐라데도 귀족연합과 손잡을 명분이 없다. 그랬다가는 라인하르트가 '저 새끼도 귀족연합과 한 패다' 라고 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라인하르트는 리히텐라데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다면 원작처럼 애매모호한, 진짜 명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유로 리히텐라데를 숙청하는게 아니라 '신민들을 학살한 적도군과 내통하는 리히텐라데를 몰아낸다'는 아주 완벽한 명분으로 리히텐라데를 숙청할 수 있기 때문.[25] 사실 키르히아이스가 "왜 알면서도 이 일을 외면하셨습니까?"라고 했을 때 "미안 늦어부렀어."라고만 대답했어도(진심이든 거짓이든 간에) 키르히아이스는 할 말이 없게 된다. 정보 자체가 입수되었을 때는 이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함대는 베스타란트로 떠난 상황이고 거기다 이 정보는 그 시점에서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여부조차도 불분명했고, 그게 함정일 가능성이 없다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거기다 내용부터가 워낙 미친 짓거리인 만큼 더더욱 그렇다.[26] 키르히아이스 입장에서도 그게 거짓말이든 진짜이든 거짓말이라는게 확실하다고 여기지 않는 이상 그냥 라인하르트가 실수한 것으로 치부랬을 가능성이 높다. OVA 한정으로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청야전술을 담당하던 케슬러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라인하르트님이 민중을 외면하실 분이 아니라고 믿으며 임무를 수행한다. 즉 '찝찝하긴 한데 설마 라인하르트님이 민중을 외면하시겠어?' 마인드로 한두번 쯤은 넘어가줄 수도 있는 일.[27] 사실 어떤 면에서는 라인하르트가 무슨 말을 했든 간에 용서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본문에서 라인하르트가 한 식으로 대응하지만 않았다면 그 어떤 반응이었더라도 말이다. 즉, 이 일에 대한 사고와 재발 방지의 다짐만 있었다면 적어도 베스타란트 사건에 대해서는 (설령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키르히아이스도 침묵하고 넘어갔으리라는 것. 애시당초 베스타란트 사건의 범인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지 라인하르트가 아니므로 그 이상은 키르히아이스라고 해도 할 말이 더 있지는 않다.[28] 적어도 라인하르트가 베스터란트 사건에 대해 후회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후 베스터란트의 유족이 일으킨 암살사건에서 범인에 의해 그 사건이 언급되자 멘탈이 박살나버리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명백한 학살범이였지만 자신도 거기에 동조한 공범이나 다름없다며 자조하기도 했다.[29] 차라리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영지민들도 대거 호응하는 상황이라면 '불경한' 반역자들은 죽어도 싸다며 방치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 정도로 귀족들이 지지를 받는다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라인하르트가 은하 제국군의 모든 군령권을 행사하는 최고 지휘관이기 때문에, 귀족연합군이라는 적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제국의 영토와 백성에 대한 보호 임무라는 공적인 목적과 최고 지휘관 직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라는 사적인 목적으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이 발생하도록 방관한 행위는, 결국 은하 제국 정부가 베스터란트 행성(영토)에 대한 주권과 행성민(국민)들에 대한 통치권을 비공식적으로 포기했다는 행위와 동일한 것이다.[30] 라인하르트가 관군으로서 은하 제국 황제의 칙령을 받은 이상 귀족연합군이라는 '군사적 실체'를 제거하기 위한 토벌 작전뿐만 아니라 귀족연합군의 모든 군사적 행위로부터 제국의 영토와 백성을 지켜야 하는 경계 임무도 준수해야 한다. 설령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핵공격을 저지하려고 베스타란트 행성에 병력을 보냈고, 귀족군의 핵공격 개시가 더 빨라서 베스타란트 행성에 핵공격이 실행되어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도, 베스타란트 행성민 200만명이 사망해서 경계 임무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라인하르트는 최고 지휘관으로서 문책감이 되는 입장이므로 처음에는 그도 병력을 보내 귀족군의 핵공격을 저지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에 따라 스스로의 의지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을 방관한 '사실'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정치적 야망(골덴바움 왕조 타도 및 신제국 건설)을 달성하기 위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손을 빌려 베스터란트의 주민들을 살해한 차도살인과 같은 반인륜적이고 비윤리적인 전쟁범죄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31] 현실사례는 한국에서 벌어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전두환'이 현재까지 욕먹는 이유와 같다. 전두환이 시민들에게 직접 발포를 명령했거나 부하인 현장 지휘관이 임의로 발포를 명령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이후 제5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두환은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시민들과 계엄군의 사망자가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만약 전두환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었으면 제5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지 말았어야 했다. 신군부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장병력을 광주를 포함한 전국의 주요 대도시로 투입할 때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이미 79년 10월에 '부마항쟁'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10월 유신'이 발생하여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어 정국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또 다른 현실사례는 '세월호 사건' 당시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 일국의 통치자는 그런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공직자 신의성실의 원칙 의무'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근무를 준수했어야 했는데 비상시에 8시간 동안이나 근무지를 이탈하여 부재상태(방관)였던 것은 명백한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의 잘못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사건의 나비효과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후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탄핵사태로 불명예스럽게 퇴임하고 복역하게 된다.[32] 현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한국 행정법에서 다루는 '재량권의 영으로의 수축이론'이 있으며, 행정개입청구권의 사례에서 나오는 1.21 사태에 관한 설명을 참조한다. 또한, 군형법 제24조(직무유기)지휘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현실의 한국 군형법에 따른다면 립슈타트 전역은 내전(전시 상태)이고 귀족군의 핵공격으로부터 정당한 사유없이 베스타란트 행성에 대한 보호 임무를 방기한 라인하르트는 '사형'에 해당하는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형법으로 보면 라인하르트는 부작위범에 해당되며, 부작위범은'어떤 행위를 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33] 살인자 라인하르트! 금발 애송이! 네놈의 옥좌는 피바다에 떠 있다! 매 순간마다 그 사실을 떠올려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패배와 죽음으로 죄를 씻었지. 네놈은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죄를 갚아야만 할 거다. 나보다도 팔이 긴 사람은 우주에 얼마든지 있다! 내게 죽는 편이 행복했으리라고, 머잖은 장래에 뼈저리게 깨달을 거다![34] 더 큰 문제는 이 때에라도 라인하르트가 속죄했다면 모를까 오기때문에 찍어누르는 악수와 이에 따른 치졸한 복수를 행하게 되고 어이없이 키르히아이스를 죽게 만든다.[35] 베스터란트 학살사건 이후를 보면 라인하르트의 인생은 공적으로는 모를까 사적으론 굉장히 건조했다. 그가 자신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인 누나는 사실상 의절 선언, 누나를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친구는 자신의 치졸한 복수 때문에 죽었고 그나마 그 이후부터 활약하는 힐데가르트나 에밀 폰 젤레가 신경써주긴 했지만 안네로제나 키르히아이스에 비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나중에 누나랑 화해도 하고 힐데가르트랑 결혼도 하고 자식도 생기지만 자식 생긴지 몇달만에 사망한다.[36] 그러나 로이엔탈의 배신에 키르히아이스의 부재가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고, 라인하르트의 단명은 미지의 불치병에 의한 것이며 베스터란트 학살사건과 관련된 암살 시도도 단 한 건 뿐이였다.[37] 이전에는 라인하르트는 위기에 빠지는 모습은 있어도 고민하거나 갈등하는 모습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38] 시신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보이기는 한다.[39] 오베르슈타인이 예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고 하자 라인하르트가 그럼 이 영상은 뭐냐고 말했는데 이에 오베르슈타인이 만일을 위해 보내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만일을 위해' 막을 수도 있었던 만큼 라인하르트는 뭔 소린지 알 수 있었다.[40] 이때문에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키르히아이스는 라인하르트를 탓하지 않고 오베르슈타인을 질책하거나 별다른 말없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오베르슈타인에게는 안네로제를 구한것에 대한 빚이 있으니 키르히아이스도 뭐라 하지 못할수도 있다.[41] 내전 종결 시점에서 제국의 국력은 51, 동맹은 37, 페잔은 12였다.[42] 미터마이어가 불가항력이라면서 라인하르트는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고 로이엔탈도 라인하르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라인하르트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43] 그 증언도 라인하르트가 문벌귀족의 책략 따위에 넘어가는 사람이냐고 떠든 수준이다.[44] 제국과 동맹을 잇는 초장거리 통신기를 오베르슈타인에게 제공한 것도 볼텍이었다.[45] 사실 이건 어떻게 되든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어치피 만약에 불과하니까. 진짜 문제는 키르히아이스의 캐릭터가 심각하게 붕괴한다는 것이다. 키르히아이스는 어디까지나 라인하르트에게 충성하는 인물이고 베스타란트에 대해 진언한 것도 라인하르트를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다. 평민들이 학살당하긴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애시당초 베스타란트의 평민들을 학살한 건 브라운슈바이크지 라인하르트가 아니다. 그러니 그저 더이상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46] 전쟁 특수도 있고, 제국 자체가 약화되면 그건 그것대로 당연히 지구교든 페잔이든 이득이다. 만약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로엔그람 후작이 양패구상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페잔이나 지구교 입장에서는 춤을 추고 기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