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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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줄거리
2.1. I
2.2. II
2.3. III
2.4. IV
2.5. V
2.6. VI
2.7. VII
2.8. VIII
2.9. IX
2.10. X
2.11. XI
2.12. XII
3. 기타



1. 개요[편집]


  • 러시아어: Иван-дурак
  • 영어: Ivan the fool
  • 한국어: 바보 이반

레프 톨스토이가 1886년 발표한 단편소설로 러시아의 민간동화 '바보 이반'을 재구성해서 집필한 작품이다.


2. 줄거리[편집]



2.1. I[편집]


옛날 어느 마을에 부유한 농부가 4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다. 맏아들은 장군 '세묜', 둘째 아들은 배불뚝이 장사꾼 '타라스', 셋째 아들은 바보 농부지만 성실한 '이반', 마지막으로 낳은 외동딸은 귀머거리이고 벙어리이지만 눈썰미 하나는 좋은 말라니야였다.

세묜과 타라스는 독립하고 각각 가문 좋은 귀족의 딸과 상인의 딸과 결혼하게 되었는데, 세묜은 봉급도 많고 넓은 땅도 가지고 있었지만 아내의 과도한 사치로 현금이 한 푼도 남아나는 날이 없어 아버지를 찾아와 재산의 3분의 1을 나누어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곤란해하면서 여태 고생스럽게 일만 한 이반과 말라니야가 화나지 않겠냐고 묻지만 세묜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 이반과 벙어리인 말라니야가 재산을 가져서 무얼 하겠냐고 고집을 부렸고, 마지못해 아버지는 이반에게 생각을 물어봤는데 이반은 큰형의 말대로 들어 달라고 흔쾌하게 승낙했다. 그 뒤에는 타라스가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와서 또 3분의 1을 달라고 했고, 같은 과정을 거쳐 타라스는 자기 몫을 받아 돌아갔다.

그리고 이반은 여전하게 홀로 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부모님과 말라니야를 돌보며 살아갔다.


2.2. II[편집]


한편 지하에서 살아가던 악마[1]는 이들 삼형제가 서로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자신의 부하들인 작은 악마 3마리를 보내서 이반 형제들의 사이를 갈라 놓을 것을 명령했다.

작은 악마들은 삼형제에게 골탕을 먹인 다음 모두 망하게 만들어서 서로 모이게 하면 싸울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한 명씩 맡기로 했다. 첫째 악마는 세묜의 생각을 조종해서 호승심을 불려 왕에게 전세계를 정복해 바치겠다고 호언장담하도록 만들었고,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세몽에게 더 높은 관직과 지휘권을 주었다. 그렇게 인디아와 괜한 전쟁을 벌이게 한 다음, 전투 전날 밤 세묜의 군대가 가진 화약을 전부 물에 담갔다가 꺼내놓았다. 당연히 대포도 총도 발사가 되지 않았고, 세묜은 일방적으로 패하고 관직과 토지를 몰수당하고 사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혔다.[2]

둘째 악마는 타라스의 욕심을 불려 놓아 오만가지 물건들을 잔뜩 사들이게 했고, 타라스는 원래 가진 돈이 바닥나자 남의 돈을 빌려서까지 계속 사댔다. 그리고 돈을 갚을 날이 가까워 오자 그것들을 모두 거름으로 만들어서 채무자들에게 쫓기는 신세로 만들었다. 결국 세묜과 타라스는 계략에 말려들어서 그동안 쌓았던 지위와 부를 잃게 되었고, 사형 전날 밤 악마가 살짝 감옥 문을 열어줘 간신히 탈출한 세묜과 돈을 갚을 길이 없어진 타라스는 아버지 집으로 도망왔다.

한편 이반을 맡았던 셋째 악마는 이반의 크바스 통에 침을 뱉어서 이반의 배가 아프도록 했다.[3] 그리고는 이반이 밭을 갈 때 땅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고 쟁기를 붙잡아 방해했다.

그러나 이반은 복통에 시달리고 땅도 딱딱해졌는데도 기어이 밭을 몽땅 갈아 오히려 악마만 손을 잔뜩 다치고 작은 밭두둑 하나만이 남았다. 이반을 맡은 악마의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악마 셋은 다시 모여서 회의를 하고, 우선 세묜을 맡았던 악마가 이반을 함께 골탕먹이기로 결정하자 작은 악마 세 마리는 헤어졌다.


2.3. III[편집]


이튿날 이반은 돌처럼 단단한 밭을 마저 가는데, 작은 악마는 흙 속에서 이반의 쟁기를 다리로 꽉 움켜잡고 일을 방해했다. 이반은 흙 속에 나무뿌리라도 새로 돋아났나 싶어서 손으로 흙 속을 휘젓다가 작은 악마를 잡아올렸다. 이반이 질겁하며 악마를 돌에 내리쳐 죽이려 하자 악마는 목숨만은 살려 달라면서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 했고, 배가 아픈데 낫게 해 줄 수 있겠냐는 이반에게 한 가닥만 먹어도 무슨 병이든 말끔하게 치료되는 마법의 약초라며 세 가닥으로 된 풀뿌리를 내어줬다.

그 자리에서 한 가닥을 먹고 정말 복통이 사라지자 이반은 악마를 놓아줬고, 악마는 땅 속으로 달아났다. [4]

이반이 집으로 돌아가자 망해버린 세묜이 피신 와 있었다. 함께 저녁밥을 먹으려 하자 세묜의 아내가 이반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불평했기에 세묜은 이반에게 밖에 나가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 이반은 암말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라며 개의치 않고 빵과 코트를 챙겨 나갔다.


2.4. IV[편집]


세묜을 맡은 악마가 도와주러 왔으나 밭갈이는 이미 말끔하게 끝나 있고, 이반을 담당한 악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 땅에는 구멍 하나만 패어 있을 뿐이었다.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을 짐작한 악마는 자신이 이반을 골탕먹이리라 생각하고 이반이 풀을 베는 것을 방해하려 풀이며 호밀, 귀리 따위를 몽땅 헝클어 놓고 이반이 낫질을 할 때마다 땅 속에 날을 처박아 몽땅 이가 빠지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반은 작정하고 숫돌을 가져와 낫을 다시 갈고 빵도 가져와 먹어가며 풀을 다 벨 때까지 떠나지 않으려는 기세를 보였다. 악마는 낫을 휘두르는 것을 방해하다가 꼬리가 잘렸다. 저녁 무렵에 헝클어진 풀과 호밀을 몽땅 베어 버린 이반은 귀리를 베겠다고 하고 악마는 그 말을 듣고는 내일은 제대로 방해하겠다며 잠을 자러 갔다.

이튿날 아침 악마가 일을 방해하러 갔더니 이반은 새벽에 이미 귀리를 깨끗이 추수해 버린 상태였다. 약이 바짝 오른 악마는 귀리 낱가리 속으로 파고들어가 몽땅 썩혀 버리려 했는데, 귀리가 썩으면서 따뜻해지자 악마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이반은 추수한 귀리를 갈고리로 찍어서 나르다가 갈고리로 악마를 꿰어내고 이 빌어먹을 놈이 또 나타났다면서 땅에 패대기쳐 죽이려 한다. 악마는 자신은 먼젓번의 악마와는 다른 악마라며 이반에게 귀리를 군인으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군인을 어디에 쓰냐는 이반에게 뭐든 시키기만 하면 따른다고, 노래를 시키면 부르고 춤을 시키면 춘다고 가르쳐준다. 이반이 군인들을 만들어 노래를 시키자 그들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늠름한 노래를 불렀고, 이반은 굉장히 만족했다. 역시 악마는 땅 속으로 달아났다.

이반이 집으로 돌아오자 타라스도 역시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와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 할 때 타라스의 부인도 악취 때문에 불쾌하다고 하자 타라스 역시 이반에게 밖에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 이반은 이번에도 밤 순찰이랑 말 먹이를 주러 나가야 된다며 여전히 넉살 좋게 넘어간 뒤, 밖에 나와서 먹었다.


2.5. V[편집]


타라스를 맡은 악마가 이반을 곯려주러 오자, 이반은 들일을 모두 마치고 형들이 살 집을 지으려 나무를 베러 간 상태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구멍 두 개를 발견한 악마는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짐작하고 이반을 골탕먹이러 갔다. 악마는 이반이 나무를 벨 때 엉뚱한 방향으로 쓰러지게 해서 다른 나무에 걸리게 만들며 방해했다. 이번에도 이반은 근성을 보였지만, 결국 시간 동안 목표의 반의 반도 베지 못하고 지쳐서 주저앉았다. 이걸 본 악마는 성공했다고 좋아하며 자기도 쉬려고 누웠다.

그 때 이반이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힘을 내서 나무 한 그루를 베어냈고, 악마는 미처 피하지 못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버렸다. 이반이 또 나타났냐며 도끼로 내리쳐 죽이려 하자, 악마는 '나뭇잎을 손바닥으로 비벼 금화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반은 장난감으로 쓰면 재미있겠다며 좋아하고 그 악마 역시 땅 속으로 달아났다.


2.6. VI[편집]


이반이 집을 지어 주자 삼형제는 모두 따로 살기 시작했다. 들일을 모두 마친 이반은 맥주를 담그고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이지만 형들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반은 다른 사람들의 눈이 없는 숲 속에서 군인과 금화를 만들어 나타나 손님들에게 공연을 감상하게 하고 금화를 쥐어서 뿌렸으며[5], 잔치가 끝나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한 다음 외진 곳에서 군인들을 귀리로 되돌려 창고에 넣었다.


2.7. VII[편집]


이 소식을 들은 세묜과 타라스는 대체 어디서 그 많은 군인들과 금화가 났냐면서, 이반에게 나눠달라고 부탁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잔뜩 가지고 이반네 집을 떠났다. 이후 세묜은 전쟁에서 거듭 승리하면서 여러 외국을 정복했고 타라스는 장사로 대성했다. 그러나 점차 세묜은 군사들에게 줄 식비가 부족해졌고 타라스는 돈이 너무 불어나 그것을 지키기 어렵게 되자, 이반에게 가서 각자 이번엔 반대로 금화와 군사를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반은 이번엔 거절했다. 둘이 바보 녀석이라고 욕하면서 왜 못한단 거냐고 이유를 물어보자 이반은 각각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군인들을 데려가고 얼마 후에 한 여인이 무덤 앞에서 울고 있더군요. 누구의 무덤이냐고 물었더니 남편인데 세묜의 군대가 쳐들어와서 죽였다는 겁니다. 나는 큰형이 노래를 시키려고 군인을 달란 줄 알았는데 살인을 하는 데 쓰다니, 다시는 만들어 주지 않을 거에요."

"금화를 가져가고 얼마 후에 내가 아는 마을 소년이 우리 집에 와서 우유를 줄 수 있냐고 조르더라고요. 너희 집은 암소를 기르고 있을 텐데 어째서 찾아왔냐고 물어보니 타라스네 하인이 와서 금화를 한 닢 주고는 억지로 끌고 가서 우유를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나는 작은형이 가지고 놀려고 금화를 달란 줄 알았는데 우유를 빼앗아 버리는 데 쓰다니, 다시는 만들어 주지 않을 거에요."

이반이 끝까지 고집을 세우자 하는 수 없이 돌아간 세묜과 타라스는 서로 의논한 끝에 세묜은 타라스에게 자신이 정복한 땅과 군대의 반을 주고, 타라스는 세묜에게 자신이 번 돈의 반을 나누어 주는 해결책을 찾는다. 이리하여 둘은 더욱 승승장구했고 마침내 각자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


2.8. VIII[편집]


그 후 이반이 계속 집에서 살아가던 도중 키우던 개가 전염병에 걸렸다.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서 이반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슬퍼하다가 개에게 먹이로 빵을 던져주려고 했는데, 풀뿌리 생각이 나서 남은 두 개 중의 하나를 빵에 넣어 줬더니 개의 병이 깨끗이 나았다.

이걸 본 부모가 놀라서 이반에게 어찌 된 일이냐 물었더니 이반은 자신에게 어느 병이든 치료해주는 풀뿌리가 있다고 설명했고, 이에 부모는 어느 왕국의 공주가 위독한 병에 걸렸는데 그녀를 치료해주는 사람은 부마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고 알려줬다. 공주의 남편이니 부귀영화니에 아무 관심이 없었고 부모의 말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반이었지만 아무튼 순종하기 위해 공주에게 가기로 결심하는데, 떠날 준비를 하던 도중 어느 손이 굽은 여자 거지가 와서 당신은 어느 병이든 치료하는 풀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자신에게 베풀어달라고 했다.

그 여자가 불쌍해진 이반은 하나 남은 풀뿌리를 줬고, 당연히 부모님은 무슨 어리석은 짓을 했냐면서 탄식했다. 그런데 이반은 그대로 마차에 올라 출발했고, 풀뿌리도 없으면서 대체 지금 어디를 가냐는 부모를 뒤로 하고 공주를 낫게 하러 간다는 말만 남긴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이반이 궁전 문에 들어서자마자 공주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6]

왕은 기뻐하면서 약속했던 대로 이반을 부마로 삼았으며 세월이 흘러 왕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반은 그 뒤를 이어서 왕위에 올라 결국 삼형제 모두 왕이 되었다.


2.9. IX[편집]


세묜은 강력한 군대의 힘으로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강국을 다스렸지만 점차 타락해서, 군대의 힘으로 자신의 땅에서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이면 군인들을 보내 위협하고 멋대로 갈취하는 등 사치스럽게 살았다.

타라스 역시 돈을 잘 굴려 막대한 부를 쌓았으나, 만족할 줄 모르고 욕심이 하늘을 찔렀다. 자신의 영토 내에서는 인두세를 비롯해 걷거나 마차를 타는 데에도 세금을 내게 했고, 심지어는 신발과 스타킹, 옷 장식에조차 세금을 매기는 등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국민들을 쥐어짜고, 그 재력을 몽땅 국고에 쌓아두었다. 타라스의 국민들은 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이 벌개져서 그쪽을 쳐다볼 정도로 쪼들렸으며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팔고 노역을 했다.

이반도 왕 자리에서 잘 살았다. 하지만 이반은 바보였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 뿐이었고 정치는 당연히 못했다. 그는 왕궁에 앉아서 놀고 먹기만 하자니 좀이 쑤셔서 결국은 왕복을 벗고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도로 농사를 지으러 나갔다. 신하들이 기겁하면서 말리자 "왜? 왕도 살려먼 먹어야지."가 그의 대답이었다.

국고가 비어 대신들에게 봉급을 지불할 수 없는 말에는 "그럼 지급하지 말아.", 그러면 아무도 국정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는 "그럼 그만두고 농사나 지으라고 해. 땅이 비옥해질 테니." 하면서 걱정하는 기색조차 없었고 궁전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나갔다. 돈을 훔쳐간 사람을 재판할 때에는 '돈이 필요하니까 훔쳤을 테지. 그냥 줘 버려.'라며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국왕을 바보라고 한다는 신하의 말에 이반의 반응은 '그게 무슨 상관이냐?'였다. 이반의 아내인 왕비는 처음에는 그런 이반을 걱정했지만 곧 생각한 끝에 아내는 남편의 말을 따르는 것이라면서[7] 말라니야에게 농사일을 배워 이반과 함께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로써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바보 왕이 다스리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면서 떠나고 이반의 나라에는 바보들만 남았다. 하지만 이들은 국왕 이반과 마찬가지로 욕심없이 땀을 흘려 농사를 짓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화목하게 지냈다.


2.10. X[편집]


한편 악마는 아무리 기다려도 부하들의 소식이 오지 않자 땅 위로 직접 올라갔다. 조그만 구멍 3개를 발견하고 부하들이 실패한 것을 안 악마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삼형제를 파멸시키기로 결심했다.

악마는 먼저 인간으로 둔갑한 다음에 장군으로 가장하여 세묜에게 찾아갔다. 그리고는 우선 아예 나라의 젊은 남성은 죄다 징병하는 수준으로 군인을 잔뜩 늘리게 한 뒤, 기술을 지원해서 막강한 총과 대포를 잔뜩 만들게 했다. 세묜은 강력해진 군세로 이웃의 소국 하나를 별 저항도 없이 정복했다.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간 세묜은 다음 차례로 이번에야말로 인디아를 점령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세묜이 자국을 곧 침공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인디아는 전쟁 대비에 힘을 기울여 여군까지 모집해 병력이 세묜의 군세를 압도한데다 한술 더 떠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에 힘써서[8] 공중에서 폭탄을 쏟아부었다. 결국 세묜의 군대는 완전히 패퇴했으며 세묜은 군사와 영토를 모두 잃은 채로 겨우 목숨만 건진 채 도주했다.

그 후 악마는 상인으로 둔갑해서 타라스를 찾아가고 온갖 물건들을 귀중품과 잡동사니 가리지 않고 비싼 돈을 주면서 사들였다. 국민들이 세금을 꼬박꼬박 다 낼 수 있게 되자 타라스는 처음에는 국고가 쌓인다면서 좋아했지만, 악마는 국가에서 무슨 물건을 구매하려 해도 더 비싼 값에 죄다 사들여 버렸다. 결국 타라스에게는 세금으로 돈이 잔뜩 들어왔지만, 그 돈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모든 백성들이 너도 나도 상인에게 물건을 팔고 심지어 일꾼들조차도 더 많은 품삯을 주는 상인을 위해 일하게 되었고, 궁전을 증축하려고 해도 인부를 모집할 수가 없었고 끝내는 음식조차 살 수 없게 되었다.[9] 현실이라면 국민들도 폭망했겠지만 딱히 그런 묘사는 없이 타라스 왕이 고생한 것만 언급되는데, 타라스가 워낙 돈을 쥐어짰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돈이 그다지 돌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로 추정된다. 타라스 왕은 상인을 국가에서 추방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상인은 국경을 살짝만 넘어가 똑같은 짓을 계속했다. 전쟁에서 진 세묜이 도움을 청하려 타라스를 찾아왔지만, 타라스 역시 이틀 동안이나 쫄쫄 굶은 상태. 이렇게 두 형들을 망하게 만든 악마는 이번엔 이반을 찾아갔다.


2.11. XI[편집]


맨 처음 악마는 장군으로 변장한 다음 이반에게 군사를 모집하라고 하자 이반은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이반답게 "군사를 모집하는 게 좋은 거라고? 그래 좋아, 모아서 노래나 시키자구."라고 승낙했지만. 하지만 이반의 나라 바보 백성들은 누구 하나 군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필요한 게 다 있고 농사도 지어야 하는데 뭐하러 군대에 가냐는 것이었다.[10]

백성들을 군사로 만드는 것에 실패하자 악마는 강대한 옆나라의 타라칸[11] 왕을 찾아가서 이반은 바보인데다 군대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돈은 없지만 가축과 곡식이 넘쳐나니 이반의 나라를 침공하라고 부추겼다. 타라칸 왕은 당장 군대를 동원하여서 이반의 나라를 침공하자 백성들은 다급히 이반에게 보고했지만 이반은 "옆나라 군인들이 쳐들어온다고? 왜지? 우리나라를 구경하러 오는 걸까? 나쁘게 대하지 않으면 우리를 해하진 않겠지. 하던 일이나 계속 하다 저들이 오면 잘 대접해줘."라고 했다.

바보 백성들은 누구 하나 저항하지 않았고 적군의 진격을 오락거리인 양 길에서 구경하면서 침략군이 물건을 빼앗으려 하면 그냥 요구대로 선선히 내줬으며 아예 자기가 먼저 알아서 기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신들 나라는 살기 어려운 모양인데 여기 와서 사는 게 어때요?"라고 제안까지 했다. 군사들은 기분이 언짢아져 왕에게 돌아와 이건 전쟁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물건을 무장한 어른이 빼앗는 약탈 같다면서[12] 싸울 만한 적이 있는 다른 전쟁터에 보내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분노한 타라칸 왕은 마을을 다 파괴하고 모든 식량을 불태우라면서 내 명을 거역하면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한다. 어쩔 수 없이 타라칸 군은 집들과 밭들에 방화하고 가축을 죽이지만 백성들은 저항하긴커녕 "우리는 당신들을 괴롭힌 적이 없는데 왜 당신들은 우리를 괴롭히나요?", "왜 소나 말 같은 죄 없는 가축을 죽여 버리나요?", "필요하다면 그냥 가져가면 될 걸 왜 태워 버리나요?"라면서 슬퍼할 뿐이었다. 결국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울적해진 타라칸 왕의 군사들은 왕명도 내던지고 뿔뿔이 탈영해서 도망쳐 버렸다.


2.12. XII[편집]


전쟁으로도 이반을 좌절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 악마는 상인으로 변장하고 다시 이반을 찾아갔다. 그리고 타라스를 망하게 했던 때처럼 물건을 받고 금화를 주는 식으로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타라스 때와는 반대로 이반의 나라에는 돈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없었고 세금도 없었다. 금화를 그냥 '반짝이는 예쁜 돌멩이'정도로 취급했던 터라, 처음에는 감탄했지만 구멍을 뚫어 목걸이나 머리장식 등을 만드는 정도가 고작이었고 금화를 몇 개씩 가지게 된 뒤로는 누구 하나 악마를 찾아가지 않아서 되레 악마가 배를 곯는 상황에 처했다.

음식을 사려고 돈을 내밀면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 '다른 쓸모있는 물건을 가져와라', '밭일을 해서 수확물을 먹어라', 또는 '돈이라는 건 아무에게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배가 몹시 고픈 듯하니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빵을 나눠주겠다'였다. 악마는 가진 건 돈밖에 없었고, 육체 노동은 죽어도 하기 싫었으며, 하느님이라는 단어는 듣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고 그 자리에 쓰러질 것 같았다. 다른 집을 찾아가도 음식을 베풀어 주려는 사람들은 전부 하느님의 은혜를 언급했기에 악마는 매번 도망쳐야 했고, 이에 악마는 굶어서 죽을 마당이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이반은 이방 손님을 굶어 죽게 놔둘 수는 없다면서 매일 한 집씩 돌아가면서 악마의 식사를 책임지라고 전국에 명령했다.[13]

악마는 돌고 돌다가 하루는 이반의 성에서 식사를 할 때가 되었는데, 마침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그의 여동생 말라니야였다. 벙어리이긴 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일도 안 하면서 식탁에 앉아서 밥만 축내는 게으름뱅이들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손바닥에 단단한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그런 줄로 간주하고 식사 자리에서 쫓아낸 후 먹고 남은 잔반을 줬다.

말라니야는 손바닥에 굳은살이 전혀 없는 악마의 귀를 잡아 식탁에서 끌어냈고, 왕궁에서 밥을 먹을 차례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고 한껏 기대하고 있다가 돼지나 먹을 만한 잔반을 받아 분노한 악마는 이반에게 건의해서 바보인 백성들에게 '머리로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이반이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허락하자, 악마는 마을에서 높은 단상 위에 올라가서 매일매일 백성들에게 머리로 일하라고 연설했다. 연설의 내용은 돈을 이용해 육체노동 없이 먹고 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보 백성들이 보기에는 악마가 하는 짓은 그냥 입으로 주절거리는 것 뿐이었기에 누구 하나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조금 구경하다가 흩어져 자기들이 하던 대로 일을 했다. 다음 날에는 어린아이 몇 명만 모여 잠시 구경하다 돌아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악마가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머리로 일을 하는 신기한 사람이니 음식쯤은 대번에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들도 없었다.

결국 며칠이 지나면서 완전히 지친 악마는 비틀거리다가 머리를 단상의 기둥에 부딪혔는데, 드디어 그 남자가 머리로 일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이반은 그걸 보러 얼른 달려갔다. 계속 머리를 기둥에 부딪치다가 기진맥진한 악마는 발을 헛디뎌 단상의 계단 하나하나마다 박치기를 하면서 추락했다.

그 광경에 이반은 예전에 악마가 말했던 '머리로 일을 하다가 심하면 머리가 빠개질 수도 있다.'는 말을 생각하고 "오호, 그 말이 정말이었군! 하지만 손으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 보이는데."라면서 감탄하는 동시에 궁금해졌다. 그렇게 계속 머리를 박으면서 땅바닥까지 떨어진 악마가 대체 무슨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보려고 이반이 다가가자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전에 3번 본 구멍보다 훨씬 큰 구멍 하나만 남았다. 그때서야 그는 예전에 나타났던 시커멓고 기분나쁜 놈들의 우두머리[14]가 분명하다면서 정말 지독한 녀석들이라고 질린 듯이 말했다.

이반은 오늘날까지 살아 있으며,[15] 농사일을 하고 백성들을 돌보며 평화롭게 산다. 망해버리면서 찾아온 형들도 받아주고 먹여 살렸다. 만약 그의 나라에서 살기 위해 찾아온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그는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자신의 나라에서 사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이 나라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법도 필요가 없어 만들지 않았는데 단 한 조문만이 있다.

손바닥이 굳은살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먹고 남긴 것을 받아 먹어야 한다.



3. 기타[편집]


  • 제목에서 그를 "바보"라고 칭하는 건 지능과 아이큐가 낮다는 게 아닌, 진짜 너무너무 답답할 정도로(자신은 빈털터리가 되도록 모든걸 남에게 나눠줄 만큼) 욕심이 없으며 지나치게 정직하고 순수하고 세상에 전혀 찌들지 않은 그런 청년이라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16] 근데 "머리를 쓴다"라는 걸 진짜로 머리를 여기저기에 박는 것으로 이해한 걸 생각하면 평범한(?) 바보도 맞는 거 같은데
  • 제정 러시아 시기에 현대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정신 노동과 군대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된 적이 있다.
  • 지금이야 명작으로 인정받지만, 처음 발매 되었을때는 평가가 엇갈렸다. 읽기 쉬운 글을 썼다고 평가가 엇갈린 게 아니라[17] 주제와 내용 때문에 비평적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1] '도깨비'로 번역된 국내 출판본도 있다.[2] 판본에 따라서는 추가로 한 밤중에 허수아비를 움직여 인디아 군으로 속여서 세묜의 부하들이 놀라게 만들었다고도 한다.[3] 이것도 판본에 따라 독을 넣었다고 하거나, 독이 든 침을 뱉었다고 쓰는 경우도 있다.[4] 어떤 판본에서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라고 말했는데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끝나자마자 '땅에 구멍 하나가 패인 다음 악마가 온데간데 없었다'고 나와 있다.[5] 사람들이 금화를 주우려고 마구 달리는 통에 할머니 한 명이 사람들에게 압사당할 뻔했다.[6] 일부 판본에서는 이반의 손에 남아있던 풀뿌리의 기운 덕에 공주의 병이 나았다고 한다.[7] 이반의 아내가 사실은 이반처럼 바보였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판본도 있다. 생각해보면 의외로 개연성이 있는데, 현실의 이런 상황에서 왕비가 똑똑했거나 최소한 평균적인 왕족 수준의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본인이 왕족으로서 정통성을 가진 만큼 이반을 폐위하거나 허수아비로 두고 자신이 국정을 이끌 수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한 걸 보면 이반을 지극히 사랑했거나 진짜로 왕비 역시 바보였을지도.[8]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판본도 있고, 인간이 직접 하늘을 나는 법을 만들었다는 판본도 있으며, 또 다른 판본에선 스파이를 심어 세묜 측에서 보유한 대포와 총을 만들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개발로 공중에서 터지는 폭탄을 만들었다고도 한다.[9] 즉, 인위적인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국가 경제를 말아먹은 것.[10] 이때 바보 백성들과 이반 사이의 만담이 촌철살인이다. 징병을 거부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방을 악마가 혼자 멋대로 써 붙였는데, 백성들이 악마에게 "군대에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사실입니까?"라고 하자 악마가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러자 백성들은 "그럼 군대 안 갈 겁니다. 어차피 죽을 거면 편하게 집에서 죽지 뭐 하러 군대에 갑니까?"라고 말한다. 열받은 악마는 "이 바보들아, 군대에 간다고 꼭 죽는 건 아니야. 하지만 군대에 가지 않으면 이반 왕이 너희를 사형할 테니 확정적으로 죽는단 말이다."라고 협박했는데,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린 백성들이 이반에게 구름처럼 몰려가서 "저 양반이 말하길 임금님이 우릴 모두 사형에 처한다는데 진짜인가요?" 묻자 이반은 "뭐? 나는 그런 왕명을 내린 적이 없는데. 게다가 나 혼자의 손으로 어떻게 너희를 모두 죽인단 말이야? 내가 먼저 늙어 죽겠네."라고 즉석에서 방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게 했고, "그렇다면 저희는 군대에 가지 않겠습니다."라는 백성들에게 "응 그래, 편할 대로 하라구." 하고는 돌려보냈다. 결국 이렇게 정부와 국민 사이의 협상(?)이 잘 되어 아무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11] 러시아어로 바퀴벌레라는 뜻이다.[12] 계몽사의 판본에선 '전쟁이 아니라 칼로 두부를 베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나와 있다.[13] 이반이 악마에게 양치기 일을 맡겼다고 나오는데, 그 시대의 양치기들은 마을의 공동재산인 양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면서 숙식을 제공받았다.[14] 판본에 따라 "놈들의 애비가 분명하구나" 혹은 "놈들의 두목이겠구나"라고 달라지긴 하나 아무튼 예전에 만난 꼬마 악마들의 우두머리임을 짐작하는 것은 동일하다.[15] 원작에서 나온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16] 사실 러시아 문학에는 이 이반과 같은 인물상이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이런 인물상을 유로디비(юродивый)라고 하는데, 신의 뜻에 따르기 위하여 자신의 소유를 버리거나 고의로 관습을 무시하는 등 세속 사람들이 보기에는 '바보스럽게' 비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교회적 금욕주의의 영향으로 러시아 문학에 흔히 나타나는 개념이다. 또 다른 유명한 유로디비 캐릭터라면 죄와 벌의 여성 주인공 소냐와, 소냐의 지인인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도 딱 이런 유형의 인물상이다.[17] 톨스토이가 바보 이반을 출판하기 1년 전에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소설이지만, 이건 처음 나올 때부터 격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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