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울려퍼지는 푸른 하늘/5일차

1. 5일차 아침[편집]

마치 몸이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모두 내 모습이 반사된 형상이었다.

「? ?」 ...... 와타리...... 내 이름은, 와타리......

「? ?」 ...... 아빠...... 무슨 일이야, 대답해줘...... 아빠......

고아원을 찾아갔을 때 우류는 마당의 꽃과 나무를 가위질하며 다듬고 있었다.

「우류」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사 . 최근 날씨가 많이 쌀쌀하던데, 아침에도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녀주세요.

「우류」 와타리를 찾으러 오신 건가요? 와타리라면 아침 일찍부터 연구소로 갔어요.

「우류」 비록 그 아이가 이곳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사람들과 만나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다고 해도, 역시 과거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순 없는 것 같아요.

「우류」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기다리셔도 돼요.

「지휘사」 호의는 고맙지만 일단 연구소로 직접 가 봐야겠어요.

「우류」 역시 그 편이 좋겠죠. 그 아이는 어제 돌아오고 나서 많이 밝아졌어요. 당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던걸요.

「우류」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어준다면, 와타리도 분명 기뻐하겠죠.

연구소의 입구는 이미 어느정도 청소되어 있었다. 몇 개의 복도를 지나자 돌무더기 뒤편에서 와타리의 모습이 보였다.

「와타리」 아, 지휘사 님.

「와타리」 ...... 당신도, 아빠를 보러 온 건가요?

와타리의 손에는 벽돌을 몇 개 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던 것 처럼.

「와타리」 아빠의 보물은 모두 도둑맞았어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와타리」 그래도 와타리는 무덤을 만들이 드리고 싶어요. 뭔가 묻을 게 없어도 좋아요, 최소 기념으로 삼을 만한 게 있으면 충분해요......

「와타리」 묘비조차 없다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지휘사」 알았어, 내가 도와줄게.

와타리를 따라 무너진 복도를 지나고 벽돌 자갈들과 무더기로 쌓인 망가진 장비들을 지나자, 폐허의 외각에 도착했다.

「와타리」 이곳은 연구소 안에서 유일하게 하늘이 보이는 곳이에요...... 와타리는 이곳에 아빠의 무덤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와타리」 적어도 햇빛은 쬐고 바람도 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아빠다 분명 열......

「와타리」 아......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 와타리의 목소리가 놀란듯이 절로 높여졌다.

와타리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얕은 수면에는 왜소한 묘비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십자형 묘비는 조용히 햇볕을 받고 있었다.

「와타리」 ......

와타리는 대답하지 않은 채 벽돌을 끌어안고 이름 없는 묘비로 향했다.

「와타리」 이건...... 아빠의 무덤?

「와타리」 누가 이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센 바람소리가 갑자기 와타리 뒤에서 밀려왔다!

「지휘사」 조심해!

「와타리」 앗......!

뒤에서 강하게 밀려오는 기운을 느낀 와타리는 빨리 몸을 돌려 있는 힘껏 그 일격을 막아냈다.

「소녀」 ......

「와타리」 다, 당신은......?

소녀는 말을 꺼내는 대신 낫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한 번, 또 한 번 여러번이고 와타리에게 달려들었다.

쿠궁——쾅——콰앙——콰강——

잔잔했던 수면에 거센 물결이 일으켰고, 커다란 낫이 계속 부딪히면서 불꽃이 일어났다.

와타리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소녀의 공격을 막으려고 애를 썼다.

「와타리」 와타리...... 와타리는 당신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만하세요!

「소녀」 ......!

그 말이 무언가를 자극한 듯 소녀의 공세는 더욱 격렬해졌고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은 와타리를 완전히 찢어버릴 기세였다.

옅은 흰색 빛깔을 내는 날개가 와타리의 등으로 펴지고 있었지만, 완전히 펴지기도 전에 소녀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그 틈을 타 소녀의 커다란 낫이 앞을 가로질렀다. 와타리가 제 때 그 공격을 막아냈지만 칼 끝이 얼굴에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웠다.

「소녀」 ...... 나야말로......

「와타리」 후우...... 후아......

「소녀」 나야말로...... 와타리라고.

「소녀」 내 이름을...... 돌려줘!

「와타리」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보기 드물게 화난 모습이었다. 와타리는 혼란스러워 했지만 공격 속에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갑자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청명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 ?」 자, 자, 다들 진정해.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백발의 중년 남성이 이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지휘사」 히로, 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

「히로」 재미있는 질문이군. 난 요 며칠 간 중앙청을 대표해서 이 연구소를 조사하고 있었어, 연구소와 관련된 정보 역시 내가 안화에게 넘겨 준 거지.

그렇게 말하고는 히로는 주머니에서 딸기맛 사탕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쥐어줬다.

「히로」 자네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건 내 나름대로의 성의야.

▷ 지금 사탕이나 먹을 때에요!

「히로」 이런, 정말 심각한 표정이군.

「히로」 내가 안화에게 보고한 대로, 존 타크는 수많은 생체 실험을 강행했지.

「히로」 이 두 사람이, 바로 그의 실험체다.

「히로」 참 유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어두운 곳에 갇혀있었던 걸로 모자라 유일하게 믿고 있었던 아빠마저 잃었으니.

「히로」 게다가 자기의 이름도 빼앗겨 버렸고...... 하지만 여기서 쓸데없이 싸우는 것도 무의미해.

「히로」 존 타크와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고, 나 역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정말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의 뜻을 이루어 주고 싶었지.

「히로」 존 타크가 한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것이 있었다만, 자네들 덕분에 그 연구를 완성시킬 수 있겠군.

「소녀」 내...... 덕분에......?

「와타리」 아빠의...... 소망이......?

「히로」 존 타크는 그의 가장 소중한 비밀을 자네들 중 한 사람에게 묻어놨어. 자네들의 아빠가 진정 사랑했던 딸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나?

「히로」 날 따라오기만 하면, 자네들에게 그 해답을 줄 수 있네.

「와타리」 ............ 아빠의...... 비밀......

와타리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또 다른 소녀는 자신의 무기를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

「소녀」 아빠가 말했어...... 히로를 믿으면...... 안 된다고......

「히로」 아빠? 이제 하드디스크도 없는 그 존 타크라고 자칭하는 자가 알려준 건가? 웃기는군.

「히로」 "와타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와타리」 ...... 전...... 전......

「와타리」 전...... 갈 수 없어요......

「히로」 ......

히로의 눈빛이 두 소녀를 스쳐지나갔다.

「히로」 하나는 "불신"에서 나온 거겠지.

「소녀」 ......

「히로」 그리고 또 하나는 "공포"에서 나온 걸 테고.

「히로」 자네들에겐 정말 존경할 정도야, 이게 자네들이 말한 "아빠"에 대한 사랑인가? 존 타크가 이걸 알면 아마 관짝을 차고 뛰쳐나와서 살아났을 거야.

「히로」 나 같은 오랜 친구가 자네들보다도 그의 숨겨진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고!

붉은 리본 여러 개가 순식간에 뒤에서 튀어나와 마치 미끄러지는 뱀처럼 소녀와 와타리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소녀도 동시에 순식간에 속도를 내서 히로의 머리를 향해 낫을 휘둘렀고, 그 빠른 속도는 리본이 따라잡을 수——

캉——둔탁한 굉음. 거대한 청동 방패가 히로 앞에 나타나 침착하게 그 일격을 막아냈다.

「로나크」 잠깐 들러보길 잘했군. 오로시아, 이번엔 너의 실책이다.

「오로시아」 고마워~ 조금 이 아이들을 우습게 봤는데 이렇게 뜨거운 원한을 품고 있었다니, 언니는 싫지 않단다~

정신을 차리기도 채 전에 리본이 하늘을 가린 커튼처럼 덮여 있었다

「지휘사」 조심해——!

「와타리」 와타리, 알았어요!

칠흑같은 낫이 붉은 비단을 빽빽하게 막고 있었다.

반면 다른 한 쪽은 운이 별로 없었다——

「소녀」 아!

「오로시아」 으음...... 하나라도 상관없어. 자, 그렇게 날뛰지 말고~ 언니가 알려줄게,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말이야~

「오로시아」 ...... 어?

꽁꽁 묶였던 리본이 쫙 찢기면서 피투성이의 소녀가 다시 나타났다.

다만 몸 전체를 뒤덮은 끔찍한 상처가 마치...... 낫으로 생긴 상처처럼 보였다.

「히로」 스스로 몸을 베어서 벗어났나. 역시 실험용으로 자란 아이답군, 이 정도의 통증 따윈 가려운 수준도 안 된다는 건가.

「히로」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멈출려면 지금 뿐이다.

「소녀」 ......!

아직 뚝 뚝 떨어지는 피를 뒤로 한 채 소녀는 낫을 움켜쥐고 다시 히로를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검은 낫이 몇 번이고 두툼한 방패 위를 내리찍었다. 가면 갈수록 힘이 약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세게 내리찍었다.

「히로」 부상 때문에 이성을 잃은 건가. 그렇다면 긴말 할 필요는 없겠지.

붉은 리본이 다시 소녀의 뒤에 뭉쳐 흉물스러운 입처럼 사냥감을 향해 돌진했다.

▷ 와타리!

「와타리」 와타리...... 알았어요!

비록 갑자기 칼날을 들이댄 수수께끼의 소녀였지만 와타리는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소녀에게 달려드는 붉은 리본을 막아냈다.

▷ 흥분하지 마!

있는 힘껏 앞으로 달려나가 소녀의 체내의 환력을 조절하려고 했다. 그녀의 부상이 너무 심각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버텨줬으면......

생각지도 못한 지원을 받은 소녀의 안색엔 의아한 표정이 드러났지만, 손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거대한 낫이 재빨리 칼끝을 휘두르면서 리본을 하나 둘 씩 물리치자 소녀는 다시 높이 뛰어올라 두꺼운 방패를 향해 내리찍었다.

「소녀」 ......!

「로나크」 히로, 슬슬 시간이 됐다.

「히로」 지휘사 , 자네는 정말로 이 실험품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네의 생각을 확실하게 듣고 싶군.

「히로」 후우...... 자네는 그 비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코 알지 못하겠지.

「히로」 그만. 새로 온 지휘사가 굳이 "역"으로 일을 돕겠다고 한 이상 계속 매달려봤자 누구도 곱게 끝내진 못할 것 같군.

「히로」 이 일은 잠시 접어두지. 하지만 그녀에게 한 번 "자신들"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히로는 손을 흔들자, 로나크와 오로시아는 곧바로 전장에서 물러났다.

「소녀」 ......!

「와타리」 잠깐만요!

그 말을 듣자, 반쯤 뛰쳐나간 소녀는 걸음을 멈췄다.

와타리는 몸을 떨고 있으면서도 쓰러지지 않을려고 기를 썼다.

「와타리」 당신, 아직 가지 마세요, 우리들은 아직, 얘기도 못 나눴는데......

「소녀」 ......

소녀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의 상처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수면을 붉게 물들였다.

과거를 딛고, 더 광활한 푸른 하늘로 나아가자.

【수첩】
와타리에게 갑자기 다가온 수수께끼의 소녀와 히로의 등장.
히로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존 타크가 정말로 자신의 비밀을 와타리에게 숨겼다면, 그렇다면...... 누가 진짜 와타리라고 할 수 있을까?
갈수록 일이 점점 꼬여간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이 연구소에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2. 연구소 순찰[편집]

2.1. 와타리[편집]

「안화」 ...... 네가 보고한 상황은 대충 이해했다.

「안화」 아까 말한 대로 히로는 중앙청을 분열시키고 대부분의 인원을 데리고 나간 상황이다.

「안화」 우리는 당분간 도와줄 여력이 없다. 너한테 믿을만 한 정보원을 소개시켜 줄 순 있지만, 실제 조사는 너에게 맡길 수 밖에 없어.

「안화」 히로의 동향을 주시해라. 그는 얌전히 있을 사람이 아니야. 너 자신을 잘 지키는 걸 항상 최우선으로 둬라.

말을 마치자 안화는 통신을 끊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도 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휘사」 와타리......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와타리는 여전히 검은 낫을 짚은 채 서 있었다. 묘비를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넋을 잃은 인형처럼 보였다.

막상 와타리의 옆에 오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와타리」 그저 가짜 이름을 받았을 뿐인데, 그걸 사랑받았다고 생각하고...... 이것보다 웃긴 일도 없겠죠......

「지휘사」 아까 그건 히로가 일방적으로 말한 것 뿐이잖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어. 난 그 사실을 쉽게 안정할 수 없어.

「와타리」 지휘사 님은 와타리를 믿을 수 있나요......?

「지휘사」 당연하지.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도 와타리는 와타리야. 이 점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와타리」 우우......

「지휘사」 그래서 이 일을 조사하고 싶은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 중에 쓸 수 있는 자료가 이것뿐이야.

아까 안화가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록한 뒤 와타리의 이름이 적힌 연구 보고서를 나한테 돌려줬다.

「와타리」 아, 이건...... 아빠가 자주 보셨던 중요한 정보가 담긴 팸플릿이에요, 맨 위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와타리」 들고 있는 그거...... 와타리한테 줄 수 있나요?

「지휘사」 이 안엔 정말 심한 일이 많이 기록되어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와타리」 ......

「와타리」 괜찮아요....... 와타리도 궁금하고, 알고 싶어요...... 아빠의 눈에 비친 와타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와타리는 연구 보고서를 받은 뒤 무릎 위에 펼치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가끔씩 슬픈 얼굴을 했지만, 그래도 와타리는 천천히 작은 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소리내서 읽고 있었다.

다 읽고, 와타리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타리」 역시, 그 안에 적혀 있던 많은 일들...... 와타리도 몰랐어요...... 와타리의 기억에도 없었어요.

「와타리」 이건 두 권을 합친 거죠? 다른 한 쪽은...... 아마 그 아이에 관한 거겠죠...... 아빠와의 추억이 많이 담겨 있었어요...... 와타리의 것은 아니지만요.

「와타리」 그 아이는, 지금 어떤가요?

소녀의 곁으로 다가간 와타리의 표정은 복잡했다.

손을 대서 만질려고 할 때, 소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소녀」 ......!

마치 깜짝 놀란 새끼동물처럼 소녀는 재빨리 몸을 날려 옆에 있던 검은 낫을 껴안고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와타리를 바라봤다.

「와타리」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와타리는 당신하고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소녀」 ......

「와타리」 와타리...... 이건 원래 당신의 이름이었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와타리」 와타리가 알고 있는 이 이름은, 그저 명칭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대표하고 있어요...... 추억, 아빠와 함께한 시간, 바깥세상과 접촉했던 이름,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

「와타리」 정말 죄송해요, 와타리가 좀 더 잘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A] 원문은 真的很抱歉，羽弥不知道是怎么回事……最开始也不会这么做……

「와타리」 하지만...... 지금 갑자기 돌려주는 것도......

「와타리」 와타리와 함께 아빠에 대한 걸 자세히 알아보러 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와타리」 만약 이 이름이 정말로 와타리에게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면...... 그 땐, 와타리가 스스로 돌려드릴게요. 만약 그냥 포기해 버리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서......

「소녀」 ......

소녀는 대답을 하는 대신 나한테 발길질을 했다.

그제서야 소녀가 처음 만났을 때 줬던 신발을 아직도 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사」 나도 최선을 다 해서 도와줄 테니, 그 전까지 와타리와 싸우지 말아줘. 약속해 줄 수 있어?

「소녀」 ......

「소녀」 ...... 알았어, 너라면.

「와타리」 그럼, 이제부터...... 와타리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이 이름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소녀」 하지 마...... 아빠가 지어 준 이름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쓰고 싶진 않아.

「소녀」 너랑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 좋아하는 이름은 있어?

「소녀」 딱히 없어......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이 지어준 적도 없었고......

「지휘사」 그래도 지금은 이름이 있는 편이 나을 거야.

음, 무슨 이름을 지어주면 좋을까?

▷ 헤로

「소녀」 ......

소녀는 왠지 모르게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 아이코

「소녀」 ......

▷ 딸기조아

「소녀」 ......

소녀는 왠지 모르게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헤로", "아이코", "딸기조아" 같은 이름들을 몇 번 더 나열해 봤지만...... 소녀는 모두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소녀」 ............

「소녀」 "아이코"...... 한동안은 네가 지어준 이 이름을 쓸게.

「아이코」 그리고, 이거 돌려줄게......

소녀는 신발을 벗어 다시 나한테 돌려주었다.

「아이코」 ...... 고마워.

「아이코」 돌을 밟아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여러모로 편리했어.

2.2. 이름 없는 소녀[편집]

「안화」 ...... 네가 보고한 상황은 대충 이해했다.

「안화」 아까 말한 대로 히로는 중앙청을 분열시키고 대부분의 인원을 데리고 나간 상황이다.

「안화」 우리는 당분간 도와줄 여력이 없다. 너한테 믿을만 한 정보원을 소개시켜 줄 순 있지만, 실제 조사는 너에게 맡길 수 밖에 없어.

「안화」 히로의 동향을 주시해라. 그는 얌전히 있을 사람이 아니야. 너 자신을 잘 지키는 걸 항상 최우선으로 둬라.

말을 마치자 안화는 통신을 끊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도 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휘사」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와타리라고 밝힌 소녀가 폐허에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아까 살펴봤을 땐 그녀가 신기사인 탓인지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사」 어쨌든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옮겨줘야 되겠네.

몸을 굽히려고 하자 갑자기 소녀가 눈을 뜨더니 재빨리 몸을 던졌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소녀」 ......!

「소녀」 ......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소녀의 표정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묘비를 응시하고 있는 와타리를 보자 소녀는 다시 적대적인 표정을 짓더니 다시 커다란 낫을 움켜쥐었다. 뭔가 금방이라도 저쪽으로 달려갈려는 듯 보였다.

「지휘사」 잠깐! ...... 와타리를 공격하지 마.

「소녀」 ......?

「지휘사」 아 맞다, 상단에 이쪽 좀 봐봐. 여기에 기록된 거 네 얘기 맞지?

아까 안화가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록한 뒤 와타리의 이름이 적힌 연구 보고서를 나한테 돌려줬다.

「소녀」 ......!

뭔가 소중한 걸 본 것 처럼 소녀는 연구보고서를 낚아채 품에 안았다.

「소녀」 아빠의...... 보물......

「소녀」 이건......? 뒤에 적혀 있는....... 또 다른 기록은......

「소녀」 ...... 전부...... 찢어버릴 거야!

「지휘사」 잠깐, 함부로 아무거나 찢지 마!

가까스로 다시 소녀의 손에서 연구보고서를 되찾았다. 아직 훼손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소녀」 아빠의 남아있는 거...... 하지만 절반은 다른 거야......

「지휘사」 그러니까 이 중 일부는 너에 관한 기록이라는 거잖아. 분명 와타리와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봐.

「소녀」 아빠는 여기 있는 건 모두 가짜라고 하셨어...... 난 납득 못 해......

「소녀」 어떻게든 다시 뺏어와서...... 소원을...... 이뤄줄 거야......

「소녀」 내 거야...... 아무한테도 못 줘......

「와타리」 안녕하세요......

와타리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와타리」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와타리는 당신하고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소녀」 ......

「와타리」 와타리...... 이건 원래 당신의 이름이었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와타리」 와타리가 알고 있는 이 이름은, 그저 명칭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대표하고 있어요...... 추억, 아빠와 함께한 시간, 바깥세상과 접촉했던 이름,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

「와타리」 정말 죄송해요, 와타리가 좀 더 잘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A] 원문은 真的很抱歉，羽弥不知道是怎么回事……最开始也不会这么做……

「와타리」 하지만...... 지금 갑자기 돌려주는 것도......

「와타리」 와타리와 함께 아빠에 대한 걸 자세히 알아보러 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와타리」 만약 이 이름이 정말로 와타리에게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면...... 그 땐, 와타리가 스스로 돌려드릴게요. 만약 그냥 포기해 버리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서......

「소녀」 ......

소녀는 대답을 하는 대신 나한테 발길질을 했다.

그제서야 소녀가 처음 만났을 때 줬던 신발을 아직도 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사」 나도 최선을 다 해서 도와줄 테니, 그 전까지 와타리와 싸우지 말아줘. 약속해 줄 수 있어?

「소녀」 ......

「소녀」 ...... 알았어, 너라면.

「와타리」 그럼, 이제부터...... 와타리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이 이름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소녀」 하지 마...... 아빠가 지어 준 이름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쓰고 싶진 않아.

「소녀」 너랑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 좋아하는 이름은 있어?

「소녀」 딱히 없어......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이 지어준 적도 없었고......

「지휘사」 그래도 지금은 이름이 있는 편이 나을 거야.

음, 무슨 이름을 지어주면 좋을까?

▷ 헤로

「소녀」 ......

소녀는 왠지 모르게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 아이코

「소녀」 ......

▷ 딸기조아

「소녀」 ......

소녀는 왠지 모르게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헤로", "아이코", "딸기조아" 같은 이름들을 몇 번 더 나열해 봤지만...... 소녀는 모두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소녀」 ............

「소녀」 "아이코"...... 한동안은 네가 지어준 이 이름을 쓸게.

「아이코」 그리고, 이거 돌려줄게......

소녀는 신발을 벗어 다시 나한테 돌려주었다.

「아이코」 ...... 고마워.

「아이코」 돌을 밟아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여러모로 편리했어.

3. 5일차 밤[편집]

▷ 연구소를 순찰하지 않음

연구소 안을 한참 뒤졌지만 그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소녀와는 연구소의 비밀을 밝혀주리라 약속했고, 그 대신 당분간 와타리와 싸우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소녀에게 "아이코"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많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아이코」 ......

「와타리」 먼저 쉬세요. 그렇게 심하게 다치셨으니 피곤하시잖아요...... 이거라도 덮어드릴게요.

「아이코」 ...... 하지 마.

아이코는 와타리가 준 담요를 다시 접었다. 그리고 검은 낫을 안고는 혼자 웅크렸다.

「와타리」 ...... 이곳 밤은 엄청 쌀쌀하니까 감기에 걸리지 않게......

「와타리」 에......?

아이코가 와타리가 보는 앞에서 칼끝을 가로질러 담요를 깔끔하게 두 갈래로 갈랐다.

"샤르륵——" 하는 소리가 아무것도 없는 연구소에서 귀를 자극했다.

「아이코」 아까부터 얘기했잖아...... 네 물건 안 쓴다고!

「아이코」 그 이상 다가오지 마...... 더 오면 약속이고 뭐고 공격할 거야.

아이코가 거대한 낫으로 겹겹이 쌓인대리석 바닥을 쪼갰다. 칼등 위에 있는 성난 까마귀는 마치 살아있는 경계비처럼 보였다.

「와타리」 ...... 우우.

와타리는 할 수 없이 그나마 큰 담요조각을 주워서 이불처럼 몸을 덮었다.

「와타리」 ...... 와타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밤은 점점 깊어졌다.

「와타리」 ...... 저기......

「와타리」 ...... 혹시 주무시나요...... 아이...... 아이코......

「아이코」 ...... 아니.

「와타리」 쉬고 계셨는데...... 죄송해요.

「아이코」 ......

「아이코」 너, 오늘 아침에 왜 그 사람이랑 가지 않았어?

「아이코」 그 사람은 내가 "믿지 않아서"라고 했어. 그건 나도 알아, 왜냐하면 아빠가 히로를 믿지 말라고 말했으니까.

「아이코」 하지만 그 사람은 너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어. 넌 뭐가 무서운 거야?

「와타리」 ......

「와타리」 전...... 비밀은 당신에게 있다는 걸 알아버리면......

「와타리」 전...... 전 그런 걸 보는 게 무서웠어요.

「와타리」 전 그게 무서워서, 도망쳤어요......

「아이코」 쫄보.

「아이코」 그래도 아빠의 비밀은 나한테 있다는 건 알고 있었구나.

「와타리」 그러면, 그 비밀은 도대체 뭘까요?

「아이코」 ......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언젠가 답을 찾아낼 거야. 그 히로라는 사람만 없으면.

「아이코」 지휘사 ...... 그 사람이면 우릴 데려갈 수 있겠지, 그렇지?

「와타리」 네, 지휘사 라면 할 수 있을 거에요. 지휘사 는 아주 좋은 사람이니까요.

「아이코」 ...... 응......

소녀들은 짧은 시간동안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과거를 딛고, 더 광활한 푸른 하늘로 나아가자.

【수첩】
소녀는 내가 지어준 이름인 "아이코"를 받아들였다. 이후 폐혀가 된 연구소에서 와타리와 함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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