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터

덤프버전 :

파일:vino-wine-decanter-z.jpg

decanter

1. 개요
2. 상세


1. 개요[편집]


와인 등의 술을 잔에 따르기 전, 상에 내어놓을 때 따로 담아두는 그릇이다.

'와인 등' 이라고 했듯이, 사실 디캔터를 와인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하는 것은 한국만의 좀 특이한 상황이다. 애초에 디캔터는 식탁에서 매일 자주 조금씩 즐길 술을 따로 담아놓는 예쁜 술병을 말하는데,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집에서 매일 술을 조금씩 즐기기 보다는 회식 등의 자리에서 2차 3차 달리면서 진탕 마시는 것이었고, 게다가 희석식 소주는 무색인데다 음미하는 술이 아니라 싸게 빨리 취하기 위한 술이라(그렇다고 맥주나 막걸리를 담아놓기는 더 이상하고), 따로 디캔터를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 그러다가 와인이 유행하면서 와인 디캔터 = 디캔터로 굳어지게 된 것. 실제로 아마존에서 그냥 decanter 를 검색하면 와인 디캔터 못지 않게 소위 말하는 '양주병' 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위스키브랜디, 특히 코냑의 경우 처음부터 예쁜 병에 담겨 나오는 등 주류 회사들도 병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과거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고급 코냑이라도 아무런 장식도 없이 딸랑 라벨만 붙어있는 민짜 병에 담겨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소비자는 이런 술을 사서 집의 식탁에 있는 아름다운 크리스탈 디캔터에 옮겨담아놓고 식사 때마다 조금씩 마시곤 했기 때문에 디캔터의 역할이 중요했다. 현재는 상술했듯 주류 회사들이 처음부터 예쁜 병에 술을 병입해 팔면서 증류주용 디캔터의 필요성이나 인지도가 크게 줄어들어 와인용 디캔터만 남게 되었다. 와인용 디캔터는 증류주용과 달리 단순한 장식이 아니고 실용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

아래에서는 와인용 디캔터에 대해 다룬다. 와인은 한번 병을 따면 그 자리에서 다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디캔터도 뚜껑이나 마개가 없고 바닥이 넓찍한 호리병 모양을 한 것이 특징이다.

2. 상세[편집]


주둥이는 좁고 바닥은 아주 넓은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게 특징인 유리 병이다. 민짜 디캔터는 녹인 유리를 불어 그릇을 만드는 기법 중 가장 간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와인 매니아들에게는 흔히 '마시기 전에 미리 디캔터에 따라 놓았다가 마시면 공기와의 접촉이 일어나 와인의 맛이나 향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원래 용도는 테이블에 와인을 내놓기 위해 + 와인의 침전물이 섞이지 않도록 위의 맑은 부분만을 떠내기 위해서였다. 18세기 이전에는 와인은 주로 오크통 통째로, 혹은 수리터 크기의 옹기병 단위로 유통되었으며 제조기술이 열악해서 불순물이 잔뜩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병 하나하나 단위로 유통되는 데다가 불순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조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디캔터의 유용성이 크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공기와 접촉 운운하는 것은신의 물방울이 유행할 때 디캔터의 원래 용도가 퇴색하면서 억지로 새로 부여한 것 혹은 와인 열풍이 불던 때 붙은 와인 스노비즘으로 인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디캔터를 사용하나 안 하나 맛에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으며, 따서 바로 따라 마시는 쪽이 더 좋다는 사람도 흔하다. 게다가 전문가들 연구에 따르면 몇 분 정도의 공기와 접촉으로는 유의미한 화학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 공기 접촉을 시켜야겠다면 와인 잔에서 해도 되는 문제다. 또한 영어권에서는 공기 접촉을 시키는 것은 '브리딩(breathing)'이나 '에어레이팅/에어레이션(aerating/aeration)'이라고 따로 부르며, 국내에선 콩글리시로 에어링이라고 많이 부른다. 여튼 용어가 따로 있다는 것은 디캔팅의 원래 목적이 공기 접촉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그렇다고 아예 필요 없는 잉여품이라고 삐딱하게 볼 것도 없다. 디캔터를 쓰면 일단 그냥 마시는 것보다는 뭔가 더 있어 보인다(...). 병에서 미리 따라 두니 싼 와인이라도 다른 사람이 뭐인지 알 수 없는 장점도 있고. 와인이 알콜 중독자들 아니고서야 멋을 함께 마시는 술이란 걸 생각하면 디캔터의 이런 면은 아직도 유효한 용도라고 볼 수 있다.[1]

또 공기 접촉하느냐 마느냐에 맛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 단, 전문가들 설명으로는 화학적 변화 같은 것보다는 와인의 온도가 실온과 비슷해져서 향과 맛이 더 느끼기 쉬워지는 원리라고.[2] 와인 셀러에서 꺼내 실온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난다고 하며, 프랑스 등 와인 소비가 많은 서유럽에서는 식사 1시간 전에 뚜껑을 따서 식탁에 올려놓는데 이를 샹브레라고 한다. 물론 중저가의 와인을 마실 때에는 무시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싼 거니까 그냥 마신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중저가 와인이야말로 맛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디캔팅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가 와인들의 경우 디캔팅 후 향이 전에 비해 무척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디캔팅을 하면 맛이 더 나빠진다는 얘긴 없고 디캔터나 그 대신 쓸 그릇만 있으면 추가로 돈 드는 것도 아니니, 한 번 해 보자.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켜서 맛을 부드럽게 한다는 목적에는 굳이 디캔터가 아니고 냉면 그릇 같은 아무 큰 그릇을 써도 되나, 일단 엄청 없어보는 데다가(...)와인이 막걸리냐 맛과 향이 지나치게 날아가지 않도록 얼른 디캔팅하고 와인 잔에 옮겨 따라서 마시는 것이 좋다.

오히려 저렴한 와인의 경우 정상적인 와인과 다르게 고온에서의 짧은 발효 기간, 아예 없거나 짧은 숙성 기간 때문에 효모 때문에 생기는 잡내가 많이 나기 쉬운데,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 누아, 진판델의 경우 각각 특징적인 향이나 맛이 있는데 저가의 영한 와인에서는 불쾌한 향과 맛이 나게 된다. 와인을 접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이런 와인들을 뚜껑을 열자마자 마시고서는 와인이 맛없다 하는데 마시기 30~60분 전에만 뚜껑을 열어둔 상태로 놔둔 후 마시기만 해도 향과 맛이 많이 바뀐다.

디캔팅을 아주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게 와인은 아니지만 2천 원짜리 진로 포도주인데, 이 포도주의 경우 뚜껑을 열자마자 마시게 되면 매우 떫은 맛이 심해 불쾌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로 마시지 않고, 넓은 그릇에 담아 놓거나 병을 1시간 이상 열어둔 후 마셔보면 전과 다르게 폴라포같이 단 포도농축액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브랜디 등 향이 중요한 술 역시 디캔팅이 가능한데 이러한 술들은 공기 접촉 효과보다는 알코올을 날려서 향을 풍부하게 이끌어주는 효과가 확실하다. 미리 열어 놓아서 알코올을 날리는 대신 물을 약간 타 35~38도 정도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바닥 넓은 모양이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위에 쓴 대로 두 가지 목적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다. 새 와인, 중저가 와인에 공기를 접촉시키는 기능 (브리딩)을 하기 위한 것은 바닥이 넓고 입구가 좁으며 내부가 매끈하다. 다른 한 가지는 오래 묵은 고급 와인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거르는 기능 위주라 그냥 입구가 좁기만 하고 와인을 담고 따르기 편한 모양이다.

제품 구매를 위해 인터넷 가격 비교 검색을 할 때에는 디켄터로도 찾아볼 것. 알파벳 표기를 보면 decanter라서 디캔터가 맞지만,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쇼핑몰에 디터라고 표기되어 있다. 디캔라고 표기하는 곳도 적지 않다.


파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__CC.pn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1-24 21:27:19에 나무위키 디캔터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1] 애초에 맛이란 분야에서 이미지란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 애초에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할 때 반드시 이미지의 틀을 거친다. 게임을 평가할 때 그래픽의 비중이 큰 이유도 그래서 그런 것.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한 채 순수한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각은 오감 중에서도 특히나 그 정도가 크다. 지나친 스노비즘이 문제인 거지, 모든 이미지를 그저 허영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2] 레드 와인 음용 시의 최적 온도는 실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