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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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2. 줄거리
3. 여담



1. 요약[편집]


개의 심장(Собачье сердце)은 러시아의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가 1925년 발표한 중편 소설이다. 발표 이후 反볼셰비키적이라는 맹렬한 비판과 함께 원고가 압수당했고,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러시아 내에서 복간될 수 있었다. 불가코프 특유의 환상상과 조화성, 그리고 일견 그로테스크해 보이기까지 하는 풍자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복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 줄거리[편집]


작품은 한 떠돌이 개 '샤릭'(Шарик)의 독백에서 시작한다. 굶주린 샤릭은 식당의 쓰레기통을 뒤지다 요리사에게서 뜨거운 물벼락을 맞아 옆구리에 상당히 큰 부상을 입고, 헐레벌떡 도망쳐 나와 눈보라가 부는 개구멍 가에 앉아 한탄을 늘어놓는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소방대원들은 보통 카샤[1]

로 저녁을 때우거든. 그러나 카샤란 놈은 나에게 있어 버섯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서야 어쩔 수 없이 먹게 된 가장 맛없고 또 나쁜 음식이지.[2] (...) 표준 급식 소비에트에 근무하는 요리사 놈들이 정말로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고기로 시[3]를 끓여대지, 불쌍한 민중들은 아무것도 몰라! 그 더러운 시를 다 먹어치우고 또 혀로 핥아 먹기까지 한다고! (...) 생각만 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지. 요리 두 접시에 40코페이카[4]라니. 두 접시를 다 합쳐도 15코페이카어치도 안 될 텐데. 왜냐하면 나머지 25코페이카어치는 지배인 놈이 이미 훔쳐먹었거든.

-

한탄 중 "굶주린 개조차 뜨악해 할 만한 열악한 식사"에 대한 언급.[5]

[6]

그러던 중 인텔리로 보이는 한 신사가 가게에서 사서 들고 나오는 소시지 냄새를 맡은 샤릭은 젖먹던 힘을 다해 비틀거리며 일어나 신사에게 다가간다. 가당치도 않은 적선을 바란 것이었지만, 떠돌이 개의 희망은 좋은 쪽으로 배신당한다. 신사는 샤릭의 바람대로 소시지를 토막내어 샤릭에게 던져준다. 샤릭이 게걸스레 소시지를 먹어치우자 신사는 샤릭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며 휘파람을 분다. 샤릭은 신사가 자신을 유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소시지 조각에 감격하여 그럼에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정체 불명의 신사를 따라 샤릭이 도착한 곳은 아파트였다. 따뜻한 곳이었지만 소름 끼치는 병원의 냄새를 맡은 샤릭은 그 곳이 동물 병원이라 생각하여 도망쳐 나가기 위해 야단법석을 부린다. 하지만 샤릭은 신사를 포함한 세 명의 사람에게 제압당하게 되고, 마취약을 투여받게 되어 자신은 이제 하늘로 가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다시 깨어난 샤릭은 자신이 아직 하늘나라에 가지도 않았으며 옆구리의 화상도 치료된 것을 알게 된다. 한결 몸이 좋아진 샤릭은 자신의 새로운 주인인 정체모를 신사에게 감사하게 된다. 이 신사의 정체는 바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외과의인 필립 필리포비치 프레오브라젠스키(Филипп Филиппович Преображенский) 교수. 샤릭은 간호원 지나(Зина)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교수의 집[7]에 살며 진찰실 바닥에 엎드려 졸고 양도 많고 질도 훌륭한 맛난 음식을 즐기며 안락하게 살게 된다.

"내가 이 바보 같은 놈을 위해 크라쿠프산 소시지를 1루블 40코페이카나 주고 사 왔다. 이놈의 개가 속이 좀 편해지거든 먹여보도록 해라."

"오오, 크라쿠프산 소시지라고요! 맙소사, 개한테는 20코페이카짜리 고기 조각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셨어요. 크라쿠프산 소시지는 차라리 제가 먹는 편이 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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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간호원 간의 대화.[8]


일주일 동안 개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거리에서 굶주리며 먹은 양만큼 먹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무게로만 따져서 그런 것이었다. 음식에 질에 대해서는 필립 필리포비치의 아파트에서 더 이상 이야기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같이 다리야 페트로브나가 스몰렌스크 시장에서 18코페이카를 주고 사 오는 자스러미 고기 더미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식당에서 벌어지는 7시 식사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개는 우아한 지나의 강력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시간에 식당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필립 필리포비치는 완전히 개의 신이었다. (...) 필립 필리포비치는 포크 끝에 전채 요리를 끼워 개에게 주었다. 개는 마치 요술을 부리듯이 잽싸게 받아먹어 치웠다.

어느 날 주택 관리소 위원인 시본데르(Швондер)가 찾아와 교수 혼자서 7개나 되는 방을 사용하고 있으니 "주택 공용화 정책"의 취지 아래에 두 개의 방을 자발적으로 내어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9] 이에 매우 화가 난 교수는 각 방이 병원 운영에 필수적이라며 시본데르와 다투게 되고,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자 고위 관료에게 전화를 걸어 시본데르의 의지를 꺾게 만든다.[10] 이를 본 샤릭은 교수를 전지전능한 신으로, 병원을 천국으로 확신하며 다시는 춥고 더러운 그 개구멍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맹세한다.[11] 이후 교수의 비호 아래 샤릭은 병원을 마음껏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부엉이 박제를 박살내는 등 이런 저런 사고도 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수는 교수의 지시대로 처음 보는 인간의 시체를 들고 들어오고, 샤릭은 다시 마취당한다.

사실 교수가 떠돌이 개 샤릭을 집으로 데려온 것은 생체 실험을 위해서였다. 당시 생물학적 '인체 개조'는 러시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공산당은 맹신을 보내고 있었고, 신문에서는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개의 머리", "비비의 생식선을 이식받아 십 년 이상 회춘한 노인 환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고 소비에트 러시아의 새로이 부상한 권력 세력인 "과학 권력"에 속한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 또한 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12] 교수는 조수의 도움으로 시체[13][14]의 뇌하수체와 고환을 제거하여 샤릭에게 이식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개 샤릭은 사람 폴리그라프 폴리그라포비치 샤리코프(Полиграф Полиграфович Шариков)로 깨어나게 된다.[15][16][17]


3. 여담[편집]



러시아 락 밴드 아가타 크리스티의 노래 "개의 심장". 동명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1990년 "Коварство и любовь" 앨범 수록.

Спасибо, кончено, прощай, Москва.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요. 안녕, 모스크바여.

Не видеть больше мне ни Чичкина,

더 이상 "치치키나"도[18]

Ни пролетариев, ни краковской колбасы

프롤레타리아를 볼 일도, 크라쿠프산 소시지를 볼 일도 없겠지요.

Иду в рай за собачее долготерпение.

난 참을성 많은 개들의 천국으로 떠나요.

Братцы-живодеры, за что же вы меня?

잔인한 형제들이여,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За что же вы меня? За что?

뭘 위해 저에게 그런 짓을 한 건가요? 대체 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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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каша. 메밀 등으로 쑨 죽[2] 버섯은 전통적으로 러시아 민중이 애용하던 식재료였다. 매년 버섯 수확 시기가 되면 다들 숲으로 몰려가 버섯을 채취한 뒤 소금에 절여 장기보관하였다.[3] щи. 양배추 수프[4] 2010년대 기준 한화 약 3200원 정도[5] 샤릭의 불평은 그 행간을 짚어보면 소련에서 그리도 신성시하는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과 당시 새로이 시작된 신경제정책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깔려 있다. 당장 앞선 주석만 보더라도 단순히 배부른 투쟁처럼 보일 지 모르겠지만, 샤릭의 발언은 "전 국민이 배불리 빵을 먹기 위해 들고 일어난" 혁명의 결과로 수립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조차 사라지지 않은 처절한 식량 부족 그리고 공산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동시에 "여성의 짐을 덜어줄 수 있고" "노력과 연료와 식재료와 비용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인" 식생활의 집단화를 언급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은근한 비판을 맛볼 수 있다.[6] 실제 당시 소련에서는 마치 대약진 운동 당시의 중국처럼 동네의 허름한 식당이던 모스크바의 고급 레스토랑이건 식당은 죄다 국영 급식소('인민 경제 중앙회 표준 식사 보급 식당')로 전환되었고, 이들은 아주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하였다. 초기 볼셰비키들이 꿈꾸었던 "화목하고 단란한 공동체적 삶"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공동 식탁과는 한참이나 괴리되었고, 소비에트의 인민들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싸구려 식재료로 막 조리된 비위생적 음식들을 집어삼켰다. 중국의 사례처럼 조리도구나 기본적인 식량까지 모조리 압수당하지는 않았지만, 역으로 그로 인해 여성들은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이런 허섭스레기같은 식사를 한 가족들을 위해 '진짜' 요리를 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일은 두 배가 되었다.[7] 일명 "칼라부호프스키 저택"(Калабуховский дом)이라 불리는 방 7개짜리 고급 아파트. 칼라부호프스키 저택 자체는 실존하는 건물이며 현재도 모스크바 프레치스텐카(Пречистенка) 거리 24번지에 위치해 있다. 교수는 이 곳에서 간호원 지나, 요리사 다리야 페트로브나(Дарья Петровна), 임시 조수인 이반 보르멘탈(Иван Арнольдович Борменталь)와 살고 있다.[8] 저 "크라쿠프산 소시지"의 정체는 샤릭과 교수의 첫 만남에서 교수가 샤릭을 꼬실 때 사용한 소시지다. 당시 소련에서 크라쿠프산 소시지는 고급 소시지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샤릭은 간호원조차 탐내는 소시지가 "개에게나 줄 만한 썩은 말고기 소시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라치고 조소한다. 이는 작중에서 인간을 개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개를 인간의 수준으로 올려주는 최초의 음식이라는 역할을 한다.[9] 당시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거주지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대다수 가족들은 가족당 집 한 채도 아닌 아파트 내 방 한 채를 불하받았으며, 그마저도 여러 가족이 함께 불하받아 방에 칸막이를 친 채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정도였다. 부엌이나 화장실 등은 당연히 공공 시설이었다. 물론 문제의 칼라부호프스키 저택의 경우 몇몇 방은 교수의 진료실과 수술실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교수가 상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작중 교수는 실제로 그 대기근 속에서도 제정 러시아 시절의 미식을 만찬을 차려가며 먹는 부유층이며 무례함과 예의범절을 차리지 못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미천한 프롤레타리아와 "내치 대신 잘나신 세계 혁명에 목을 매고 있는" 소비에트 정권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것은 덤. 하다못해 2023년 한국 기준으로도 집에 방이 7개라면 최소 은수저는 되는 집안 아닌가[10] 당장 병원을 때려치울 것이며 다음 주에 예정된 수술 집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협박했다.[11] 단순히 맹세에서 끝나지 않고 작중 서술에 따르면 "이슬람교도의 살라트(صَلَاة)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절을 한다. 살라트는 하루 다섯 번 이루어지는 이슬람교도의 기도 의식이다.[12] '인체 개조'는 실제 1920년대 소비에트 러시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작가는 당대의 경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한계에 대한 사색으로 독자를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여담으로 작가 불가코프는 실제 의사 출신이며, 그래서인지 상세하고 전문적이면서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기나긴 수술 묘사를 읽다 보면 의사로서의 그의 경험과 작가로서의 불가코프 특유의 문체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13] 작중 묘사되는 본명은 클림 그리고리예비치 추군킨(Клим Григорьевич Чугункин). 발랄라이카를 연주하며 먹고사는 왜소한 술주정뱅이 한량이자 도둑이다. 세 번 고소당한 전력이 있다. 사망 당시 25세였으며, 심장에 칼침을 맞고 사망하였다.[14] "추군킨"은 무쇠를 의미하는 러시아어 명사 "추군"(чугун)에다가 러시아인에게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성씨 접미사인 "-인"(-(к)и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소련의 최고 권력자가 누구였는지, 그의 이름이 어디서 따온 별명인지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15] "폴리그라프"는 러시아어로 복사기를 의미한다. "폴리그라포비치"는 러시아인의 이름에 들어가는 부칭으로 "폴리그라프의 아들"을 의미한다. "샤리코프"는 개의 이름 "샤릭"에 러시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성씨 접미사인 "-오프"(-ов)가 붙어 조어된 성씨이다.[16] "폴리그라프 폴리그라포비치"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불가코프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약간씩 갈린다.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의견, 불가코프의 시에서 등장하는 축일적 모티브(carnival motif)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 "추군킨"이 "스탈린"과 유사한 이름을 보이는 것처럼 이 또한 스탈린의 "복제품"(폴리그래프)임을 암시한다는 의견 등등이 제기되었다.[17] 한편 "샤릭"은 구슬이나 공을 의미하는 러시아어 명사 "샤르"(шар)에 지소사 "-익"(-ик)이 붙어 조어된 단어이다. "샤릭"이라는 이름은 언젠가 샤릭이 굶주린 채 어느 문가에 쓰러져 있을 때 자신을 발견한 한 타이피스트가 가여워하며 지어준 이름이라고 언급된다. 정작 샤릭은 "샤릭이라고 하면 둥글고 귀염 잘 받은 고귀한 혈통이란 뜻인데 난 덥수룩한 길거리 개가 아닌가"라며 이 이름에 대해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아하지만, 어쨌든 사람으로서 살려면 법적 이름이 필요하니 이걸 그대로 쓰게 된다.[18] 작중 샤릭이 샤리코프가 되어 글자를 읽는 법을 배울 때 등장하는 단어. 샤리코프는 길거리에서 간판을 읽다가 검은 수도꼭지가 달린 사모바르를 보게 되는데 거기에는 전 주인의 이름인 "치치키나"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