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두부(테이스티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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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아게도후.어린아이와 같은 외모와 목소리를 의식해 어른스러운 인상을 심어주려고 애쓴다. 독설가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을 애취급 하면 끝까지 괴롭힌다. 솔직한 성격이지만 속마음을 표현하는 걸 무척 쑥스럽게 생각한다.
2. 초기 정보[편집]
3. 스킬[3][편집]
4. 평가[편집]
5. 대사[편집]
6. 배경 이야기[편집]
6.1. 1장. 외로운 신세[편집]
그건 아주 오래오래 전의 일이다.
여러 번 잊어버리려 했지만 그 끔찍했던 기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속에 그렇게 깊이 박혀 있는 건 아마도 분명...
「마스터, 마스터!」
마스터의 몸을 있는 힘껏 흔들었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석양이 방 안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한 장 크기의 다다미 방, 이불 위의 마스터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문 밖에서 불쑥 드리워진 기다란 그림자에 고개를 들자, 문가에 서 있는 두부 볶음이 보였다.
마스터의 제자가 데리고 있는 식신으로, 아마도 그 사람의 부탁을 받고 마스터를 보러 왔나 보다.
두부 볶음은 당황한 나와 달리, 침착한 모습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튀긴 두부... 너냐?...」
마스터가 잔뜩 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 뒤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니까...」
힘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스터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마스터가 없으면 저 혼자잖아요!!」
마스터의 손을 움켜쥐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창피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나라도 눈물을 참을 수 없다.
「마스터, 지금 상태라면 저랑 맺은 계약이 깨져서 전 분명 외톨이가 될 거라고요! 싫어요... 저만 남겨두고 이렇게 죽는 건 싫다고요!」
울음을 터뜨린 날 향해 마스터가 평소와 다름 없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날 진정시켜 준다, 지금과 같은 순간에도...
「넌 혼자가 아니야.」
방금 했던 말을 마스터가 또다시 들려줬다. 부드러운 표정과 달리 말투는 단호했다.
「가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렴. 내가 널 떠나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될 거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늘 그렇게 말씀하시 잖아요!」
난 펑펑 울면서 마스터의 손등을 뺨에 가져다 댔다.
이렇게 못난 모습을 한 번도 마스터에게 보여준 적 없었다. 앞으로도 보여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난 이제... 마스터의 설교도 듣지 못할 테고, 위로도 받지 못할 거다...
괜한 트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나도 안다.
그동안 담아왔던, 마스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속 진심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마스터는 날 위해 많은 걸 해줬지만 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유치한 건지...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니... 하지만 네 삶을 스스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성장할 수도, 변할 수도 있으니까... 나같은 늙은이랑 계속 지내면 너무 가여우니 말이다.」
말을 멈춘 마스터가 쓴 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너와 함께 했구나...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다...」
마스터는 다른 한 손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가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마스터는 담담하게 들려줬다.
기억 속 따뜻한 마스터의 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껏 변함 없다.
「두부 볶음, 이리 와 보렴.」
「...분부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문 가에 서 있던 두부 볶음이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튀긴 두부를... 잘 돌봐다오.」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럴 생각입니다.」
「친구가 되어줘.」
「저 녀석은, 이미 제 친구입니다.」
두부 볶음의 말에 마스터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마. 마스터!...」
마스터는 내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손을 살짝 쥐어 보였다.
「마스...터...」
하지만 그의 두 손은 서서히 풀리고 말았다... 마스터는... 또 다른 세상으로 향했다.
「튀긴 두부, 괜찮은 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하늘 높이 뜬 태양에서 쏟아진 눈부신 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앗... 팥 양갱... 너구나.」
경문을 베껴 쓰다가 깜빡하고 복도 한가운데서 장들어버렸다.
난 자리에 앉아 눈앞의 소녀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뒤로 않았지만 비치는 빛이 너무 강렬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 큰 소리로 말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내 장꼬대를 듣고 놀란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기분이 들어 사과했다.
「악몽을 꾼 거야?」
악몽?
방금 꾼 게 「악몽」인 건가?
한참동안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자, 난 고개를 저으며 싱긋 웃어 보였다.
「기억 안 나.」
「그래?..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보이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그 표정을 보자 나도 마음이 놓인다.
그녀의 이름은 팥 양갱.
날 소환한 마스터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이곳 사원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스터가 세상을 등진 후, 나와 두부 볶음은 일을 도와 주면 이곳에 계속 있어도 된다는 신임 주지 스님의 약속을 받아냈다.
지금까지 사원의 주지 스님이 몇 명이나 바뀌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스터가 주지스님이었던 시절에 난 수행승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그의 식신으로서 낙신을 상대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건 내겐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다. 불만도, 원망도 내겐 없었다.
하지만 변화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루 하루 시간은 흘러가지만 내 마음은 한결같이 변함없다.
마스터가 돌아가시던 순간이 꿈에 나오다니, 왜 그런 건지 나도 모르겠다.
변함 없는 일상 속에서 발버둥치며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무는 내 자신을 외면했다.
두부 볶음처럼 냉정하게 생각하거나,
팥 양갱처럼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난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내 몸과 마음이 성장했을 때...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거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는 듯 주먹을 꽈악 쥐여 보였다.
부지런히 수련하고, 자신을 마주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난 강해져 있을 거다!
6.2. 2장. 강해지는 법[편집]
마스터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나와 두부 볶음은 그의 후손을 대대로 보필했다.
사원의 주지 스님은 계속 바뀌었지만 식신에 대한 편견 없이 항상 따뜻하게 우리를 받아줬다.
「튀긴 두부, 한참 찾았잖아.」
사원의 일을 일찌감치 끝낸 나는 쉬는 시간에 정원 한쪽에서 수련 중이었다. 그런 내 앞에 두부 볶음이 갑자기 나타났다.
「두부 볶음, 무슨 일이야?」
「주지 스님께서 널 데리고 낙신을 처치하라고 하셨다.」
「알았어, 지금 준비할게.」
「강해지고 싶어.」
눈앞의 낙신을 쓰러뜨리며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멀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튀긴 두부, 네가 쫓는 「강함」은 대체 뭐야?」
두부 볶음이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무슨 뜻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반문하자, 상대가 진지한 눈빛으로 날 마주했다.
「많이 「강해지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충분?」
「...다르게 물어볼게. 얼마나 강해지고 싶은 거야?」
「......」
그제야 내가 그 이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뱉는 순간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고로 강한 식신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하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내 주변에는 나보다 더 강한 존재는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강함」은 전투력을 가리킨다.
주변에 「스승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없으니 강함과 약함을 구별하는 기준이 존재할 리 없었다.
「두부 볶음, 혹시 네 주변에...」
「실력자 말이야? 있어.」
「엇?! 어떤 사람이야?」
점점 높아지는 기대감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말이지... 괜찮은 녀석인데 짜증 나는 타입이랄까.」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두부 볶음은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말에서 웃음기가 묻어났다.
그의 반응에 「강자」의 정체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네 친구야?」
「친구...? 아니, 「악우」가 좀 더 어울리는 편이야.」
「으응? 나쁜 녀석인 거야?」
「혈기 넘치던 시절에 화를 못 참고 녀석과 몇 번 싸운 게 시작이었어, 이제는 익숙해졌지... 그래서 녀석이 더 싫어졌달까?」
「에엥...」
「뭐,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나한테 녀석은 특별한 친구라는 거.」
두부 볶음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상대의 이름은 「야채춘권」으로, 한때 파트너 사이였다고 한다.
야채춘권은 공격을, 두부 볶음은 전투 지원을 담당했다.
지금의 나와 두부 볶음처럼.
「나와 그 녀석 중에서 누가 더 강해?」
「야채춘권, 당시의 동료들도 녀석이 있으면 안심이라고 했거든.」
「무슨 무기를 써? 검인가?」
「아니, 전선에서 직접 뛰는 건 아냐. 지휘관 같은 위치거든. 힘만으로는 녀석을 이길 수 없어, 그래서 모두들 녀석이 동료가 되면 안심할 수 있다고 했지... 어쨌든 녀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렇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부 볶음에게서 내가 받았던 인상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두부 볶음이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어째서 녀석을 닮았다는 거야? 농담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잖아.」
두부 볶음의 얼굴에 '짜증'이라고 두 글자가 씌여 있는 것 같다. 그가 누군가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다.
「일단 녀석을 목표로 삼겠어! 믿을 수 있는 동료라니 듣기만 해도 엄청 강할 것 같아.」
「음, 확실히... 녀석은 전투 쪽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또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난 여전히 사원 일을 도우며 수련 중이다.
더 강해지기 위해, 야채춘권처럼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되기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훈련했다.
그 사이, 팥 양갱이 사원에 찾아왔다.
그녀의 마스터가 마을에서 여관을 열었다고 들었다. 그런 뒤로 사원의 주지 스님과도 허물없이 지낸다고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먼저 찾아 가지는 않았다.
내 반응이 너무 쌀쌀맞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마스터가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었다.
「튀긴 두부... 팥 양갱이 싫은 거야?」
「내,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 그러니까 난... 쑥스러워서...」
허둥지둥 대답하느라 뒤로 갈수록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깨닫지 못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구나... 그럼 됐어, 안심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팥 양갱의 마스터도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해서 팥 양갱도 사원에서 지내게 됐다.
「나도 앞으로 사원 일을 도와줘도 될까?」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잘 부탁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야말로.」
무례하게 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무척 차가웠다.
서늘한 체온에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급변한 태도에 팥 양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 그게 그러니까... 조금 놀라서...」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팥 양갱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날 한동안 쳐다보더니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야.」
그 순간 그녀가 보여준 따뜻한 미소에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팥 양갱과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마스터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난 여전하다.
혼란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쫓는 강함은 대체 뭐지?
6.3. 3장. 한 자루의 검[편집]
날이 밝기도 전에 난 침대에서 일어나 검술 훈련을 시작했다.
사원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일과가 시작되기 때문에 새벽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 훈련할 생각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성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내게 검을 줬던 마스터가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마음은 천천히 강해질 거라고 하셨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팥 양갱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미안, 시끄럽게 했구나.」
「아냐,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일찍 깬 것뿐이야.」
입가에 걸린 따뜻한 미소를 보며, 난 괜한 생각을 접고선 검술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팥 양갱은 복도에 앉아서 조용히 날 지켜봤다.
그녀의 시선에 거북해진 기분이 들어 손에 쥔 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상처는 어때?」
「이 정도 상처는 하릇밤 자고 나면 멀쩡해져.」
난 팥 양갱을 쳐다보지 않은 채, 앞을 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 피가 많이 흘렸는데...」
「낙신과 싸우려면 이 정도 상처야 당연하잖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곤 칼 자루를 꽉 움켜줬다.
「응. 하지만... 아프잖아, 아직도 걱정되는걸...」
걱정? 팥 양갱이 왜 날 걱정하는 거지?
「괜찮아, 앞으로 강해져서 너희들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줄게.」
「튀긴 두부, 넌 정말 열심히 구나.」
복도 앞에 벗어둔 나막신을 신은 그녀가 내 곁으로 오더니 어깨를 톡톡 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혼자서만 앞서 나갈 필욘 없어.」
「응?」
「네 곁엔 우리들이 있잖아!」
그 한마디 말에, 어찌 된 일인지 따뜻한 기분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누군가 함께 해준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두부 볶음과 팥 양갱이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조금은 변한 걸까?
6.4. 4장. 속박[편집]
두부 볶음이 요새 이상하다.
나뿐만 아니라 팥 양갱도 그렇다고 했다.
팀을 이뤄 낙신을 상대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나도 안 변했군...」
어느 날, 두부 볶음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의 나는 그가 말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저 나에 관해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검술을 연습하고 나면, 사원의 스님들과 함께 사원을 돌보고 수행한다.
팥 양갱과 두부 볶음과 낙신을 처치하기 위해 이따금 바깥세상에 나가기도 한다.
우린 그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두부 볶음이 사원의 주지 스님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매일 이런 식이다.
「두부 볶음, 또 주지 스님한테 간 거야?」
「그런 것 같아... 할 이야기가 많나 봐.」
「어째서 우리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데?」
불만 섞인 내 말에 팥 양갱이 한숨을 쉬었다.
「두부 볶음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거야. 원래 그렇잖아...」
「넌 궁금하지 않아?」
「튀긴 두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물어 보면 되잖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진즉 그랬을 거야.」
「응, 하긴 그게 네 방식이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방긋 미소를 지었다.
「뭐야? 날 지금 비웃는 거야?」
「아냐, 튀긴 두부는 그런 성격이구나 하고 생각한 것뿐이야.」
팥 양갱이 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날 깔보는 의도가 한 치도 없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자.
「잘자, 튀긴 두부.」
팥 양갱은 제 할 말만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잘자.」
방으로 돌아온 뒤 난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앙금도 그렇게 말했다.
내가 물어보면 두부 볶음은 분명 전부 알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묻기 전에 먼저 말해주지 않는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다.
「에잇,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야채춘권이었다면 자신의 고민거리를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과연 어땠을까? 잘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난 두부 볶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제길!」
답답한 기분을 풀어낼 데가 없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잠이 들었다.
--이튿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와 주지 스님이 내린 최종 결정이야.」
두부 볶음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담당하게 대답했다.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시선을 돌리자, 두부 볶음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차분히 차를 마시고 있는 팥 양갱이 보였다.
「정말 떠나는 거야? 그런 뒤에는 어디로 갈 건데?」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어,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 즐곧 망설여온 터라...」
「결정한 뒤에 간다는 거야? 뭐가 그렇게 급한 건데?」
「내가 이렇게 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두부 볶음은 강경한 말투로 대답했다.
「언제나와 같은 날들을 바꾸고 싶어, 내 자신도... 튀긴 두부, 날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나,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어른스러웠던 두부 볶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야채춘권과 지냈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런 자신을... 난 바꾸고 싶어.」
두부 볶음이 무척 괴로워 보였다.
「과거?」
「난 녀석과 대등한 위치에 오르고 싶었어.」
「대등하지 않은 거야?」
「내가 녀석을 계속 견제했다면 우린 대등해 질 수 없었을 거야... 녀석이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해 왔거든.」
두부 볶음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열등감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었어. 그 감정을 더 이상 피해선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여기서 나가겠다고?」
「여기 있는 동안 난 변하지 못했어... 그래서 떠날 거다.」
그건 마치 작별 인사 같았다.
두부 볶음의 마음은 이미 여기서 떠났다.
「가고 싶다면 가도 좋아, 그런데 우리한테 그걸 말하는 이유는 원데?!」
「너흰 소중한 친구니까.」
「너희와 함께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야. 너희와의 인연을 잃고 싶지 않아, 그래서 떠나기 전에 너희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어.」
두부 볶음은 뭐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한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녀석은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할 거다. 그리고... 그의 결정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네게 말한 것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의 마음은 이어져 있을 거야. 우린 언제나 좋은 친구야!」
내가 차마 뱉지 못한 말을, 팥 양갱이 두부 볶음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열은 미소를 띤 팥 양갱의 목소리는 무척 다정했다.
「...팥 양갱, 너 미리 알고 있던 거야?」
「응, 직접 만나서 물어봤거든... 넌 안 그런 것 같지만...」
「그, 그런 건 어떻게 물어봐!」
「그런가... 하지만 난 직접 물어봤는데, 그것 뿐이야.」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두부 볶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말이야, 할 말 못할 말 한꺼번에 다 하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며칠 뒤에 떠날 예정이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어주지.」
두부 볶음이 이야기를 끝마쳤다.
작별하기 전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그냥 지켜만 두부 볶음이 떠나는 걸 봐야 하는 걸까?
아니면... 같이 떠날까?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선택지가 주어지자 덜컥 겁이 났다...
난 여전히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부 볶음과 같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
마지막 날의 마지막 순간, 그가 떠나기 전까지도 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떠나는 그를 묵묵히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떠나는 순간, 두부 볶음은 어디서 난 건지 처음 보는 서양식 정장과 모자를 걸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반드시 만나게 될 거야.」
그가 내게 손을 내일=밀었다.
망설인 것도 잠시, 난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두부 볶음은 사원을 떠났다.
「우리 둘만 남은 건가...」
「그러네.」
「튀긴 두부, 너도 여길 떠날 거야?」
「아마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 하게 될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두부 볶음과의 이별을 계기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6.5. 5장. 튀긴 두부[편집]
7. 코스튬[편집]
8. 기타[편집]
- 어찌된 일인지 일러스트에서는 바주카포를 들고 있지만 스토리에서는 검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