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종한구 관련 문서:
두 사람의 도시
|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식은 땀에 옷이 다 젖어있었다.
|
| 요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매일 일어날 때마다 피곤함을 느꼈다.
|
| 창밖에 비춰진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절망적인 바깥 풍경은 악몽보다도 두려웠다......
|
| 차라리 그를 찾아가 보는 게 낫겠다. 항상 여유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니.
|
| 「종한구」 이야, 정말 귀한 손님이네요.
|
| 「종한구」 이런 때에 신기사와 흑문의 대응 방법을 상의하기도 바쁠 텐데, 어쩌다가 이런 곳까지 온 거예요?
|
| 「종한구」 설마 사후 시체 처리에 대해 얘기하려고 온 거예요?
|
| 「종한구」 걱정 마세요. 네 시체는 제가 확실하게 처리해서 소중한 노예로 삼아줄 테니까요.
|
| 「지휘사」 아, 아냐... 신경 쓰지 마. 난 오래 살고 싶다고...
|
| 「종한구」 젊은 시절엔 자신이 생사를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이죠. 네가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이 얼마나 통제할 수 없는 건지 알게 될 거예요.
|
| 「종한구」 어차피 죽을 거, 우선 이 사체 처리 위임장부터 쓰는 게 어때요? 다른 사람과 네 시체 문제로 다투고 싶지 않아서요.
|
| 「지휘사」 ... 계약서 다시 집어넣어. 그러고 보니, 종사장은 항상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야?
|
| 「종한구」 전혀요.
|
| 「종한구」 네가 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느꼈어요. 네 뒤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말이죠.
|
| 「종한구」 그래서 특별히 널 위해 준비한 거예요.
|
| 「지휘사」 ... 제발 재수 없는 말 좀 그만하면 안될까.
|
| 「종한구」 어라라? 생각보다 태연하게 있네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벌써 받아들이신 건가요?
|
| 「지휘사」 어느 정도는. 그래도 난 조금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야...
|
| 「지휘사」 아 참, 종사장. 여기에 잠 좀 푹 자게 해주는 거 있어?
|
| 「종한구」 있기야 있지만...
|
| 「지휘사」 불러봐. 얼마면 되는데?
|
| 종한구의 도움을 얻을려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예전부터 그래왔다.
|
| 「종한구」 똑똑한 사람과의 거래는 항상 즐거운 법이죠. 비용이라... 네 몸으로 지불하는 건 어떨까요?
|
| 「지휘사」 ...! 내, 내 몸?!
|
| 「종한구」 아, 오해 받았네요. 제가 말한 몸은 네가 죽은 뒤의 몸을 뜻하는 거였어요.
|
| 「종한구」 자자, 이 종이에 사인만 하면 넌 내 걸로 되는 거랍니다~
|
| 그는 일부러 이러는 게 분명하다!
|
| 「지휘사」 거! 절! 한! 다!
|
| 「종한구」 정말 거절할 건가요?
|
| 「종한구」 그것도 그렇네요. 존귀한 지휘사 나으리께서 수면 부족으로 중요한 결전을 놓쳐버리는 바람에 세계에 멸망이 찾아온다는 줄거리라... 이것도 꽤 재밌겠는데요?
|
| 「지휘사」 ... 한다고... 사인 한다니까!
|
| 결심했다. 죽은 후의 일은 이제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
| 잠이라도 좀 푹 자고 싶어...
|
| 「종한구」 계약 성립.
|
| 종한구는 싱글벙글 하며 내가 「매매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 「종한구」 설마 이렇게 귀한 몸을 손에 넣다니,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네요~
|
| 「지휘사」 ... 그래서 물건은 어딨어?
|
| 「종한구」 어떤 거요?
|
| 「지휘사」 뭘 모르는 척이야? 숙면에 좋은거 말이야!
|
| 「종한구」 사람은 늘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미혹당해서 진정으로 중요한 걸 잊고는 하죠.
|
| 「지휘사」 ...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
| 「종한구」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네가 푹 자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저라는 얘기예요.
|
| 종한구는 웃고 있었다. 보아하니 농담은 아닌 것 같다.
|
| 「지휘사」 뭐? 너?
|
| 「종한구」 자, 여기 누우세요.
|
| 종한구에게 이끌려 한 쪽 쇼파에 향했고,
|
|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이미 그의 다리 위에 앉혀져 버렸다.
|
| 「지휘사」 조... 종사장?
|
| 「종한구」 쉬... 말하지 말고. 푹 주무세요.
|
| 종한구의 몸에서 기이한 향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리 가까워져도 그리 코를 찌르는 냄새는 아니었고, 오히려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
| 의식이 천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
| 「종한구」 ... 잠들었군요. 아이고, 이상한 녀석이 들러 붙었네요.
|
| 종한구는 손에 있는 향로를 들어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누워 있는 몸에서 날아오른 그림자가 향로에 빨려 들어갔다.
|
| 「종한구」 정말 빙의 당하기 쉬운 체질이네요.
|
| 「종한구」 오랜간만의 수면을 푹 즐기시길.
|
| 깨어났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
| 「지휘사」 ... 나 얼마나 잤어?
|
| 「종한구」 깼어요? 한 하루 종일 잔 것 같은데요.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요.
|
|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오늘의 피로를 씻어내니, 상쾌하고 가슴 속의 답답함도 사라져 있었다.
|
| 「지휘사」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
| 「지휘사」 서, 설마 종사장 계속 여기 앉아 있던 건 아니지?
|
| 「종한구」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네가 자는 모습만 봐도 재미있었으니까요.
|
| 「지휘사」 ... 진짜 악취미네.
|
| 「종한구」 아무래도 지휘사 (이)가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네요.
|
| 「종한구」 그래도 괜찮아요. 앞으로 저에게 익숙해질 시간은 잔뜩 있을 테니까요~~ 아, 물론 네가 죽은 뒤의 얘기지만요.
|
| 「지휘사」 ... 멀쩡한 얼굴로 무서운 얘기 좀 하지 마.
|
| 「지휘사」 갑자기 좀 후회되네... 야! 계약서 돌려줘!
|
| 「종한구」 하하하, 만약 제가 너였다면 자신의 시체를 처리할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잘해줄 것 같은데요.
|
| 「종한구」 안 그러면, 죽고 나서 몸이 이상한 일에 쓰일지도 모르니까요......
|
| 「지휘사」 무, 무슨 이상한 일! 내 몸을 함부로 쓰지 마!
|
| 「종한구」 네, 네. 함부로 쓰지 않을게요.
|
| 「종한구」 어차피 막 써도 네가 알 길은 없지만요.
|
| 「지휘사」 다! 들! 었! 어!
|
| ... 아아아, 저 남자... 날 놀리는 데 재미 붙인 것 같은데... 정말 짜증나잖아!
|
| 「종한구」 안심하세요, 네가 쉽게 죽도록 두지 않을 테니까요.
|
| 종한구는 손에 든 향로를 가볍게 테이블 위에 놓았다.
|
| 「종한구」 노력으로 과실이야 말로 달콤한 법이죠.
|
| 평소처럼 쌩뚱맞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뭔가... 진심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지휘사」 ... 쳇, 그럼 이 계약서는 우선 네가 보관해줘.
|
| 「지휘사」 미리 말해두는데, 나 진짜 엄청 오래 살 거니까!
|
| 「종한구」 당연하죠. 저도 참을성 있게 그 날까지 기다릴 거예요.
|
| 「종한구」 그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널 지킬게요. 네가 죽는 그 날까지.
|
| 「지휘사」 약속한 거다.
|
|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다. 애초에 내일이 있기는 할까...... 다 모르겠다.
|
| 다만 오늘, 지금 바로 여기, 그가 내 곁에 있다. 이보다 더 안심되는 일은 없다.
|
| 이렇게 여유로운 대화, 그의 품에서 편히 잠드는 날들. 앞으로도 꼭 함께할 거라고.
|
| 그의 미소 가득한 눈빛이 내게 말하고 있다.
|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2023-12-17 06:48:34에 나무위키
종한구/두 사람의 도시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