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순환계/징후 및 증상]] [목차] == 개요 == 허혈(ischemia, [[虛]][[血]])은 몸의 국소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다양한 이유로 [[동맥]]이 막히면, 동맥이 혈액을 공급하는 부위에 혈액이 이동하지 못하게 되므로 허혈이 발생한다. 특정 부위에서의 혈액량이 부족해진단 특성으로 인해 '국소빈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직 여럿에서 동시에 혈액량이 부족해지는 것은 [[쇼크(의학)|쇼크]]라고 한다. == 원인 == 어떠한 이유로 동맥이 막히거나 눌려서 [[저산소증]](hypoxia)이 발생하면 허혈이 일어난다. 크게 3가지의 원인을 들 수 있다. * [[혈전]](thrombus), [[색전증]](embolism), 동맥의 [[혈관염]](vasculitis), [[죽상경화증]](artherosclerosis),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y disease, PAD) 등으로 인하여 동맥이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막힌 경우. * 혈관 안이 아니라, 혈관 밖에서 염증, 종괴, [[종양]]이 발생하여 혈관을 누르고 좁게 만드는 경우. * 혈관벽의 평활근 세포들이 수축하여 [[혈관수축]](vasoconstriction)을 일으키는 경우. [[빈혈]](anemia)로 인한 허혈이 이 경우에 속한다. 이외에도, 공급 혈액량이 어떤 이유로든 감소하면 허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저혈압]](hypotension), [[팔신경얼기]](brachial plexus)와 주변 동맥, 정맥이 압박당하는 [[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 TOS), 적혈구의 형태 이상으로 인해 산소 전달 능력이 감소하는 [[겸상 적혈구 증후군]](sickle cell disease, SCD), [[하지정맥류]](varicose vein)나 [[고환염전]](testicular torsion)과 같은 이상으로 인해 말초부에서의 [[정맥환류량]](venous return)과 동맥의 혈액량이 줄어드는 경우, [[동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 등이 모두 이런 경우에 포함된다. == 부위별 허혈 == 허혈이 가장 쉽게 일어나는 부위들은 [[뇌]], [[심장]], [[콩팥|신장]], [[비장]]과 같이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가지가 하나뿐이고, 거기에 연결되는 가지가 없는 경우이다. 이런 종말가지(terminal branch)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하나의 혈관만 막혀도 허혈이 일어나 [[경색증]](infarc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이 [[돌연사]]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해부학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폐]]나 [[간]]의 경우 향하는 동맥가지가 두 개의 서로 다른 동맥에서 뻗어나온 동맥가지가 합쳐진 가지이다. 폐로 가는 동맥은 [[폐동맥]](pulmonary a.)과 [[기관지동맥]](bronchial a.)에서 유래하고, 간으로 향하는 동맥은 [[간동맥]](hepatic a.)과 [[간문맥]](hepatic portal v.)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이 경우 두 혈관이 동시에 막힐 일은 잘 없으니 허혈이 잘 일어나지 않으나, 전신성 허혈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이들 부위에도 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위]]나 [[장]] 같은 [[소화계]]의 장기들이나 [[자궁]], [[내분비샘]], [[피부]], [[관절]] 부위 등에는 혈관들이 복잡하게 얽힌 [[곁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허혈과 그로 인한 경색증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 손상기전 및 증상 == 국소 조직에 공급되는 산소, 혈액량이 복구되면 허혈 증상 역시 사라지지만, 만약 허혈이 오래 지속되면 그 부위에 [[괴사]](necrosis)와 같은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허혈이 세포에 손상을 끼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허혈이 가볍게 일어난 경우에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에서 일어나는 [[세포호흡]] 과정인 [[산화적 인산화]]가 억제된다. 산화적 인산화에 필요한 산소가 혈액을 통해 공급되어야 하는데 허혈로 인해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화적 인산화는 미토콘드리아 호흡 과정에서 가장 많은 [[ATP]]를 생산하는 과정이므로 ATP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하고, 그러면 세포가 [[나트륨-칼륨 펌프]](Na^^+^^-K^^+^^-ATPase)를 이용해 [[능동수송]]을 할 수 없게 된다. 나트륨-칼륨 펌프를 통한 능동수송은 ATP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일차능동수송]](primary active transport)이기 때문. 그러면 나트륨 이온은 세포 밖에서 농도가 높으니 농도 경사를 따라 [[나트륨 통로]](Na^^+^^ channel)을 통해 세포 안으로 유입되고, 물이 평형을 맞추기 위해 함께 유입된다. 이렇게 들어온 물로 인해 허혈이 일어난 부위에 [[종창]](swelling)이 발생해 붓게 될 수 있다. 이런 경미한 수준의 허혈은 앞서 설명했듯 혈류가 다시 공급되면 회복되나, 심각하거나 급성으로 일어난 허혈의 경우 ATP 고갈이 더욱 심하게 일어나 세포 전반에 심각한 종창을 유발한다. [[칼슘]] 이온(Ca^^2+^^)이 이때 급격히 세포 안으로 유입되며, 혈류가 다시 공급됐을 때 특히 급격하게 일어나 세포의 손상을 악화시키는 [[재관류손상]](reperfusion injury)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괴사]]와 [[세포자멸사]](apoptosis) 모두가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사이토크롬 C]](cytochrome C)는 내막을 이루는 [[인지질]] 성분인 [[카디오리핀]](cardiolipin)에 의해 안정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세포에 가해지는 산화적 스트레스나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에 의해 카디오리핀이 산화되면 사이토크롬 C가 방출되어 [[소포체]](endoplasmic retinaculum, ER)의 [[IP3 수용체]](IP3 receptor, IP3R)에 붙는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칼슘 이온이 고농도인 소포체 안에서 세포질로 칼슘 이온이 유출되고, 세포질 안에서 늘어난 칼슘 이온은 더욱더 많은 사이토크롬 C가 방출되게 하는 [[양성 피드백]] 과정을 형성한다. 이것은 세포 내에서 강력한 세포자멸사 신호로 작용하여 국소 부위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 [[재관류손상]] == [include(틀:상세 내용, 문서명=재관류 손상)] 혈류 공급이 다시 시작(재관류, reperfusion)되면 허혈 증상이 회복돼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이 재관류가 다양한 기전들을 통해 손상된 세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