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lude(틀:한국의 고전문학)] [목차] == 개요 == 시조([[時]][[調]])는 한국 고유의 정형시이다. 기본 형식(평시조의 경우)은 3장 6구 4보격 12음보 총 45자 내외이다. 3장은 각각 초장, 중장, 종장으로 부른다. 정확한 등장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이르게는 [[고려]] 중기까지 거슬러 잡기도 한다. 고려 말기에서 [[조선]] 전기에 형식적으로 정제된다. 한국의 3대 시조집이라고 하면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를 일컫는다. '시조'라는 명칭의 정확한 유래는 모른다. >시조시(時調詩)라고 이름한 것은 전부터 있어 내려온 명사(名詞)인 시조(時調) 두 글자에 시(詩) 한 글자를 추가한 것이다. 본래 시조(時調)라고 하는 것은 시조 문구와 그 문구에 짝을 이루는 곡조를 합쳐 부르는 명사(名詞)이다. >그러므로 시조라고 하면 문구(文句)인지 곡조인지 분간할 수 없으니, 지금 그 문구를 논함에 있어는 그의 혼동을 피하고 또 다른 시를 짓는 형식(詩體)과도 구별하기 위하여 시(詩) 한 글자를 추가한 것이다. >---- > - 안확, <시조시학>, 1940년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라는 일설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시조를 굳이 뜻풀이하면 시절가조라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다만, 시조를 다르게 '시절가(時節歌)'라고 부른다는 내용(時調亦名時節歌)이 이학규(李學逵 1770~1835)의 문집에 주석으로 등장하기는 한다. 원래는 단가(短歌)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다가 시조로 자리잡았는데 그렇게 된 시기는 불분명하다. '시조'라는 명칭이 문헌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영조 때이다. 시인 신광수(申光洙)의 문집 '석북집(石北集)'에 '시조의 장단을 배열한 것은 장안에서 온 이세춘이다(一般時調排長短來自長安李世春).'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병와 이형상(李衡祥,1653~1733)이 펴낸 '악학습령(樂學拾零, 속칭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에서도 시조라는 용어가 고조(古調)와 대응되어 나타나는데, 악학습령은 연대 확정에 이견이 있고 원본에 몇 사람이 가필한 자료가 현대에 전해졌다. 시조는 한자로 '때 시(時)'를 쓴다. 으레 '시 시(詩)'를 쓰겠거니 짐작하여, '시조(詩調)'라고 잘못 아는 경우도 있다. 읊을 때 창을 곁들이는 등 음악과도 밀접한데, 이런 특성을 배제하고 시 문학으로서 다룰 때는 '시조시(時調詩)'라고 흔히 부른다. 각 장은 낱말의 글자 수가 3(4)-4-3(4)-4, 3(4)-4-3(4)-4, '''3'''-'''5'''-4-3으로 되어 있는데 한두 글자씩은 가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단, 요즘 학계에서는 모라 개념을 이용한 4보격 12음보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요약하자면 시조는 근본이 노래이기 때문에 기록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반언어적인 음가가 있다. 예를 들면 음을 길게 끈다거나, 음을 내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당장 다음 글자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 음가의 길이만큼 쉬어서 음가를 나타냄을 의미한다. 이런 특성을 포함하여 시조의 한 음보는 4보격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종장에서 두 번째 음보에 음절수를 많이 배당함은 약속된 변형으로 음보 2개를 합쳐서 매우 빠르게 가창하기 위해서이고, 따라서 가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부분 시조에서 종장의 첫 음보는 세 글자라는 보충 설명도 있다. 다만 음절 수를 기준으로 하는 학설도 간간히 나오기 때문에 기존 서술을 삭제하지 않는다.] 그렇게 각 낱말이 음보율을 이루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종장의 첫 음보(첫 구)는 꼭 세 글자'''[* 다만 간혹 가다 고시조 가운데에서도 세 글자가 아니라 네 글자짜리도 보이는데, [[정읍사]] 등이 그 예시이다.], '''두번째 단어는 다섯 글자 이상'''으로 되어야 한다. 초장에서 제시한 주제의식 혹은 미의식을, 초장과 동일한 음보율의 중장에서 유사한 의미나 구조의 문장을 반복하여 증폭-심화시키고, 종장에 이르러서는 첫 음보에서 '어즈버',[* 이 감탄사는 초장 처음에 2음절로 '어져'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해야', '님금하' 같은 감탄사나 호격사 등을 통해 집약했다가, 일반적인 음보보다 자수가 많은 종장 둘째 음보에서 분출하여 절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 평시조의 미적 특징이다. 고려 중기에 등장[* 단, 학계 내의 이론이 있어 시조의 등장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이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의 경우, 고려 혹은 그 이전 시대 작가들의 시조는 창작이 아니라 후대에 지어 유명한 역사적 인물의 이름에 가탁된 것으로 본다.]해 형태 자체는 고려 말기에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이 시조에 무반주로 가락을 붙여 여유로운 노래처럼 읊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시조창'이라고 하며 시조창 한 가지를 알아두면 다른 평시조에는 모두 응용해 부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 한국가요와 2000년대 한국가요가 템포가 빨라지는 쪽으로 변한 것처럼 시조창도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점점 템포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시조에는 보통 제목이 없기에 초장의 첫 구를 제목 대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동창이 밝았느냐 [[종다리|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 >- [[남구만]] 이런 시조를 창(唱)하는 경우 보통 종장의 '재 넘어~ 언제 갈려'까지만 읊고 마지막 음보는 생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6NouHM4aSs|"동창이 밝았느냐" 시조창]] 시조 여러 개를 이어 하나의 시로 만든 '연시조'라는 새로운 형태도 만들어졌다.[* 15세기에 창작된 [[맹사성]]의 '강호사시가'로 처음 등장한 연시조는 16세기 [[이황]]과 [[이이(조선)|이이]]의 '도학가' 계열 시조들로 구조가 완성되었고 17세기에 [[윤선도]]의 작품들로 절정에 달한다.] 현대의 시조 작가들은 보통 이 방식을 이용하며, 보통 평시조를 이어서 사용한다. 외국에서도 [[하이쿠]]만큼은 아니지만 Sijo라고 해서, 인지도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영어 시조 창작 대회도 있다. == 종류 == === 평시조 === 3장 6구를 정확히 지킨 작품. >태산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 [[양사언]]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 >- [[월산대군]] ([[성종(조선)|성종]]의 형)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얽혀진들 그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百年)까지 누리리라 >---- >- [[이방원]]. [[하여가]](何如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싈 줄이 이시랴 >---- >- [[정몽주]]. [[단심가]](丹心歌) 위의 두 수는 조선 태종 이방원과 정몽주가 서로 대구로 주고받은 시조이다. 단심가를 듣고 나서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일 마음을 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 >- [[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 1457년 [[세조(조선)|세조(수양대군)]] 에 의해 폐위된 [[단종(조선)|단종(노산군)]]을 왕방연이 [[영월군|영월]]로 호송하고 오는 길에 어린 임금을 유배지에 두고 오는 비통한 심정을 읊은 시조라 한다.] >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해석)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 임 오신 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 >- [[황진이]] ==== 구별 배행 시조 ==== 시조를 장별로 줄을 나누어 세 줄로 쓴 시조가 아닌, 구별로 나누어 쓴 시조. 한 장을 한 연처럼 보이기 위해 장별로 행을 또 나누기도 한다. 현대 시인들이 시조 형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한다.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 >- 개화(開花) 이호우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 >- 진달래, [[이영도(시인)]][*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와는 동명이인으로 문서에 있는 시조시인 이영도 여사다. 위에 소개한 이호우의 [[누이]]동생이다.]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 >- [[벽공]], 이희승 === 엇시조 === 3장 6구를 지키긴 하지만 어느 한 부분이 늘어나 있다. 어긋난 시조라는 뜻. 평시조와 사설시조 사이에 애매하게 위치함으로써, 그 나름의 독자적인 미학을 창출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엇시조라는 개념의 설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 있다. 현재는 시조의 이른바 3분류법을 부정하며 엇시조를 빼버려야 한다는 논의가 거의 정설처럼 되어가고 있다. >청산(靑山)도 절로 절로 녹수(綠水)도 절로 절로 >산(山) 절로 수(水) 절로 산수간(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중에 절로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 >---- >- [[송시열]] === 사설시조 === 조선 후기에 상품경제의 발달과 한양, 지역별 장시를 배경으로 유흥문화가 발달하면서, 사대부 취향 일변도였던 시조가 점차 중인이나 부농, 부유한 상인 등에게도 유행해 점차 대중화한 형태로 추정된다. 평시조의 기본을 지키면서 각 장을 길게 늘여 쓰거나, 초장은 그대로이고 중장 혹은 종장, 혹은 둘 모두 확장하거나, 때로는 대구를 이루어 반복되는 형태이다. >모란은 화중왕이요, 향일화는 충효로다. >매화는 은일사요, 행화는 소인이요, >연화는 부녀요, 국화는 군자요, >동백화는 한사요,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는 소년이요, 해당화는 계집애로다. >이 중에 이화는 시객이요, >홍도, 벽도, 삼색도는 풍류랑인가 하노라 >---- >- 김수장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져 쟝ᄉᆞ야, 네 황화 긔 무서시라 웨ᄂᆞᆫ다, 사쟈. >외골내육(外骨內肉),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전행후행(前行後行), 소(小)아리 팔족(八足) 대(大)아리 이족(二足) 청장(淸醬) ᄋᆞ스슥 ᄒᆞᄂᆞᆫ 동난지이사오. >쟝ᄉᆞ야, 하 거복이 웨지 말고 게젓이라 ᄒᆞ렴은. >---- >(해석) >여러분 동난지이(방게젓) 사시오. 저 장수야 네가 파는 물건 그것이 무엇이라 외치느냐. (들어보고나) 사자. >[[게|밖은 뼈, 안에는 고기로 두 눈이 하늘을 보고, 앞뒤로 오가면서, 작은 다리는 여덟에 큰 다리는 두개]], 맑은 간장에 아스슥 하는 동난지이(방게젓) 사시오. >장수야, 너무 거북하게 외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무나. >---- >- 작자불명 >님이 오마 ᄒᆞ거늘 저녁밥을 일지어 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 나가 지방 우희 치ᄃᆞ라 안자 이수로 가액 ᄒᆞ고 오ᄂᆞᆫ가 가ᄂᆞᆫ가 건넌 산 ᄇᆞ라보니 거머횟들 셔 잇거ᄂᆞᆯ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늼븨곰븨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드 ᄆᆞ른 듸 ᄀᆞᆯ희지 말고 위렁충창 건너가셔 정옛말 ᄒᆞ려 ᄒᆞ고 겻눈을 흘긧 보니 상년 칠월 사흔날 ᄀᆞᆯ가벅긴 주추리 삼대 ᄉᆞᆯ드리도 날 소겨다. >모쳐라 밤일싀망졍 ᄒᆡᆼ여 낫이런들 ᄂᆞᄆᅠ 우일 번ᄒᆞ괘라. >---- >(해석) >임이 온다고 하거늘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 나와 대문 나가 문지방 위에 달려가 앉아 손을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가는가 건너편 산 바라보니 거무희뜩한 것이 서 있거늘, 저것이 임이로다.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 벗어 손에 쥐고, 곰비님비 님비곰비 천방지방 지방천방, 젖은 땅 마른 땅 가리지 않고 우당탕퉁탕 건너가서, 정에 넘치는 말을 하려고 곁눈으로 흘깃 보니, 작년 칠월 사흘날 껍질 벗긴 [[주추리 삼대]][* 밭에 세워둔 [[삼(식물)|삼]]([[麻]])의 줄기를 말한다.]가 나를 알뜰히도 속였구나.[* 중장이 확장된 예에 해당한다.] > 아서라, 밤이기에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 웃길 뻔 했구나. >---- >- 작자불명 === 양장 시조 === 양장 시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조의 구성인 초장, 중장, 종장의 3장으로 이루어진 형태에서 중장을 생략하여 양장(2장)으로 줄인 형태이다. 즉 쉽게 말해 6구에서 4구로 시가 축약되어 있다. 노산 [[이은상(시인)|이은상]] 시인이 처음으로 시도했다. 초반에는 이은상을 비롯한 여러 시조 시인이 양장 시조를 창작했으나, 일본의 정통 정형시인 [[와카]]의 5.7.5조와 7.7조의 2행 구조를 시조 3장에서 한 장을 뺀 형태로 접합시켜 본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형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반일적인 민족 감정도 작용하여 작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잊히며, 이은상 역시 후속 작품을 발표하지 않아 실험작으로 그치고 말았다. > 뵈오려 안 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 >---- >- 이은상, [[소경 되어지이다]] === 현대 시조 === 개화기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창작되어 온 시조를 말한다. 단시조 보다는 연시조 형태가 많으며, 어려운 한자어를 배제하고 고유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 관련 문서 == * [[문예 관련 정보]] [각주] [include(틀:문서 가져옴, title=시조, version=119)] [[분류: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