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lude(틀:BBC 뮤직 매거진 선정 20대 교향곡)] [include(틀:브람스의 교향곡)] || [youtube(o4UScRNrb5M)] || ||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정식 명칭: 교향곡 제4번 E단조 작품 98 (Sinfonie Nr.4 e-moll op.98/Symphony no.4 in e minor, op.98) [목차] > "선생님의 작품 가운데서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 "어느 것이냐고? '''그야 제일 나중에 들은 것이지''' " >- 임종 직전의 브람스가 교향곡 제4번을 평가한 말 == 개요 == [[요하네스 브람스|브람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교향곡]]. [[교향곡 제1번(브람스)|1번]]을 쓰고 거의 바로 [[교향곡 제2번(브람스)|2번]]에 착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교향곡 제3번(브람스)|3번]]을 완성하고 초연한 다음 해인 1884년에 착수했다. 브람스는 그 해에도 여느 때처럼 [[여름]]에 [[빈(오스트리아)|빈]]을 떠나 [[오스트리아]] 중부에 있는 휴양지인 뮈르추슐라크에서 피서를 즐겼는데, 이 때 이 교향곡의 전반 두 악장이 완성되었다. 다만 이후 빈으로 돌아온 뒤에는 별 진척이 없었고, 나머지 후반 두 악장은 1885년에 같은 곳으로 휴양을 떠났을 때 완성되었다. == 곡의 형태 == 이 곡도 고전적인 4악장제 형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작들과 달리 좀 더 과거 회귀적인 면모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장단조 이전의 음계 체계인 [[선법]]이 나오는가 하면, 마지막 악장에서는 대선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바흐]]에게 빌려온 주제로 짠 파사칼리아[* Passacaglia. [[스페인]]에서 유래한 일종의 [[변주곡]]으로, 변화 없이 꾸준히 반복되는 베이스 라인을 타고 그 윗성부에서 변주가 진행됨.]가 선보여지는 등 상당히 [[올드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전 브람스의 교향곡들은 끊임없이 베토벤의 교향곡들에 비유되어 왔지만[* [[교향곡 제1번(브람스)|1번]]은 당대 유명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이 곡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다'라고 평했으며 곡 자체도 [[교향곡 제5번(베토벤)|5번]] 및 [[교향곡 제9번(베토벤)|9번]]과의 유사점이 지적되고 있다. [[교향곡 제2번(브람스)|2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베토벤)|전원 교향곡]]에 비유되었고, [[교향곡 제3번(브람스)|3번]]은 초연 지휘자인 한스 리히터가 이 곡을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베토벤)|영웅 교향곡]]이라 했다.] 4번만큼은 누구도 베토벤의 교향곡에 비유하려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1번 이래 오랜만에 단조 조성을 택하고 있지만, '고통을 극복하고 환희로' 라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베토벤]] 식의 도식이 아닌 울적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서사 비극 형태의 교향곡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물론 [[표트르 차이콥스키|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차이콥스키)|마지막 교향곡]]처럼 처절하게 울부짖는 듯한 감정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3악장을 제외한 곡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어두운 분위기는 누가 연주하거나 지휘하던 간에 자연스럽게 풍겨나오고 있다. === 1악장 === [[파일:brahmssymphony4-1.png |align=center&width=500]] 서주 없이 바로 제시부로 시작한다. 하행 3도 관계의[* [[파일:brahmssymphony4-2-1.png ]]] 첫 주제가 제시되는데, 이는 사이사이에 4분쉼표를 두고 있어 마치 탄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주목할만한 점은, 이 3도 모티브가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 및 발전되며 곡 전체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베토벤]]적인 건축적 요소들이 이 곡이 여타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들과 차별화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일:brahmssymphony4-3.png |align=center&width=500]] 단적으로, '도-라' 라는 3도 하행 골격에 기초한 '도-시-도-라' 음형[* [[Dies irae]]의 선율이다. 이러한 점과 연관지어 브람스가 의도적으로 곡에 [[죽음]]과 관련된 소재를 넣은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도 존재한다.]이 곧바로 제시되는 점, dolce에서 이어지는 도-미, 시-레, 라-도, 솔#-시의 붓점 음형이 3도 관계를 가지는 점 등이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물론 이후에도, 심지어는 다른 악장에서도 이런 예시는 많이 존재한다.] [[파일:brahmssymphony4-4.png |align=center&width=500]] 이후 리허설마크 A를 기점으로 앞선 주제부가 약간의 해체적[* 멜로디가 옥타브를 넘나들며 변주된다] 성격을 띈 채 다시 반복되고, 경과부에 이르게 된다. [[파일:brahmssymphony4-5.png |align=center&width=500]] 경과부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셋잇단음표가 돋보이는 [[팡파레]]스러운 테마[* 파#-라#-도#-라#-레-도#~. 위 악보의 2번째 마디부터이다.]의 제시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파#-라#-도#의 3도 상승, 도#-라#-파#-레/도#-라#-파#의 3도 하강을 섞어 만든 것으로, 주제변형 기법을 이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첼로의 상당히 열정적인 멜로디[* 파#-미~. 위 악보의 2번째 줄.]를 받쳐주는 대선율도 미-도#-라#-파#-레/파#-레-시-솔-미/시-솔-미-도#-라#, 3도 하행 관계를 가지고 짜여졌음을 알 수 있다.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 호른이 셋잇단음표가 들어가 첫 주제보다는 다소 리드미컬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이 부분에서 현악기가 받쳐주는 리듬이 계속 당김음으로 이어지는 것도 특이하다. 이 주제를 첼로와 호른이 연주하는 한결 유려한 대선율이 바로 뒤에 붙어서 수식해주고, 이어 2박과 셋잇단음표 3박이 어우러져 약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이행부로 이어진다. 이 뒤에는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춤곡풍 반주 음형 위에서 두 번째 주제의 리듬을 빌어 다소 밝은 느낌의 부주제를 연주한다. 부주제 뒤에는 다시 2박+3박 크로스 리듬으로 분위기가 고양된 가운데 제시부를 마친다. 이 제시부는 1~3번과 달리 도돌이표가 없어서 반복하지 않는다. 발전부는 다시 바이올린의 첫 주제 제시로 시작되는데, 후반부에서부터 변형이 시작되면서 형태가 점차 늘어난다. 이어 고음현과 저음현이 주고받는 강한 대조가 인상적인 대목을 거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이것이 진정되면 클라리넷과 바순이 두 번째 주제를 변형시킨 가락을 연주한다. 다시 고음현+저음현 대조 악구가 뒤따르지만, 이전 만큼의 극적인 면모는 보여주지 않고 다시 두 번째 주제를 변형시킨 악구가 목관에 의해 연주된다. 재현부는 첫 음형을 살짝 바꿨을 뿐, 그 뒤로는 맨 처음 제시된 주제와 거의 비슷하게 나간다. 다만 두 번째 주제 이후로는 고전적 규칙대로 조바꿈되어 나타나며, 마지막 종결부가 좀 더 대규모로 짜여져 있어서 발전부가 축소되고 종결부가 늘어나는 3번의 1악장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종결부는 첫 주제를 변형시킨 것 위주로 진행되는데, 장조로 바뀌는 일 없이 계속 어두운 단조의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맨 마지막에서는 팀파니가 꽤 드라마틱하게 두드러지는 독주로 나오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 2악장 === 2악장도 1악장과 마찬가지로 소나타 형식 비슷하게 되어 있지만, 발전부를 생략한다는 점에서 역시 3번의 2악장과 비슷하다. 호른이 연주하는 가락으로 시작하는데, 미(E; 음이름 기준)가 중심음인 것 같지만 장조도 단조도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다. 이 부분은 프리기아 선법으로 되어 있는데, 스페인 민속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선법이다. 이 가락을 현의 피치카토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과 바순이 E장조로 바꾸어서 첫 주제로 만드는데, 다만 이 주제에도 후반부에서 다시 호른의 프리기아 선법 가락이 섞이면서 상당히 옛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어 이 주제를 가지고 현이 한결 부드럽고 낭만적인 변형을 가해 연주하고, 목관악기의 스타카토 음형과 대비되는 이행부가 뒤따른다. 이어 첼로가 다소 단조로운 첫 주제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 주제도 따로 발전부 없이 뒤이어 변형된 형태로 이어진다.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행부가 뒤따른 뒤 첫 주제를 목관이 아닌 비올라와 첼로가 연주하며 재현부에 해당하는 대목으로 들어가는데, 후반부에서는 한층 더 극적으로 변형되고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가세해 강경한 어조로 바뀐다. 격한 흐름이 진정되면 두 번째 주제를 바이올린 위주의 현 파트로 재현하고, 1악장과 마찬가지로 첫 주제를 변형시킨 긴 종결부가 이어지면서 마무리된다. === 3악장 === 3악장은 이전과는 다른 상당히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인데, [[스케르초]]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오히려 변형된 론도+소나타 이종교배 형식에 가까워서 브람스 특유의 3악장인 것은 이전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다. 힘찬 전체 합주로 바로 주제를 내놓고 시작하고, 피콜로와 트라이앵글이 더해져 곡에 양감을 더하고 있다. 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면 바이올린이 G장조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 첫 주제가 변형된 형태로 연주되면서 발전부 비슷한 느낌의 중간부로 이어진다. 중간부는 주로 첫 주제의 변형 위주로 진행되는데, 도중에 템포가 좀 느려지면서 호른과 바순이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의 새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 선율은 새로운 주제라기 보다는 이행부 성격이며, 다시 두 주제가 차례로 나타난 뒤 꽤 화려하고 강력한 느낌의 종결부로 끝맺는다. === 4악장 === 마지막 4악장은 이 곡에서 가장 복고풍인데, 관악기와 팀파니를 곁들인 코랄 풍의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이 주제는 상술한 대로 바흐의 칸타타 '주님, 저희는 당신을 갈망합니다(Nach dir, Herr, verlangt mich BWV 150)' 의 마지막 악장 베이스 라인에서 빌어온 것이다. 곧이어 이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무려 서른두 개의 변주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성격 변주곡의 대가였던 브람스 답게 변주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홉 번째 변주까지는 거의 일관되게 서서히 격앙되는 느낌을 주고, 열 번째 변주부터 다시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관악기들이 활약하는 열두 번째~열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기존 3/4박자가 3/2박자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템포도 느려지는 느낌을 준다. 열여섯 번째 변주에서는 박자가 다시 3/4박자로 돌아오고, 첫머리 주제 제시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와 소나타 형식의 재현부풍으로 되어 있다. 이어 스물다섯 번째 변주까지는 또 극적으로 고조되는 느낌을 주고, 스물여섯 번째~스물여덟 번째 변주는 비교적 가라앉은 분위기의 이행부를, 그리고 스물아홉 번째~서른두 번째 변주는 다시 종결부로 가기 위해 고양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른두 번째 변주가 끝나면 곡 전체를 비극적인 분위기로 마무리짓는 종결부가 뒤따르는데, 사실상 서른두 번째 변주를 또 변주시키는 대목이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 2(2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트라이앵글(악기)|트라이앵글]]/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브람스가 팀파니 외의 타악기를 교향곡에서 쓴 유일한 사례인데, 다만 트라이앵글은 위에 쓴 대로 3악장에서만 쓰인다. 피콜로도 마찬가지고, 콘트라바순은 3~4악장에서만, 트롬본은 4악장에서만 연주한다. == 초연 == 1885년 10월 25일에 브람스 자신이 직접 마이닝엔 궁정 관현악단을 지휘해 초연했는데, 1~3번과 달리 어둡고 복고적인 곡이라 그랬는지 즉각적인 호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심지어 브람스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구스타프 말러|말러]]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졸작이라고 [[디스]]하기도 했다. 다만 브람스의 맹우였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곡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고 개성적이며, 놀라운 힘으로 가득찬 작품' 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초연 이후에도 이 곡을 자주 지휘해 보급에 힘썼다. 이후에도 좀 이색적인 회고성 작품이라는 인식은 계속 이어졌지만, [[아르놀트 쇤베르크|쇤베르크]]의 경우에는 이 곡이 첫 3음 동기로 전곡이 꽉 묶여 있고 변주 양식과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교향곡을 뛰어넘었다고 분석하면서 오히려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 그 외 == 비극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큰 재난을 당한 희생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추도 연주회에도 자주 선곡되는 편이다. [[일본]]에서는 [[쇼와|히로히토]]가 1989년 1월에 사망했을 때 [[NHK 교향악단]]이 개최한 추모 음악회에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2악장[* 흔히 'G선상의 아리아' 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곡], [[새뮤얼 바버|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베트남 전쟁#s-3|베트남 전쟁]]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영화)|플래툰]]에 사용되어 유명한 곡]와 함께 이 곡의 4악장이 연주되기도 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베를린]]에서 열린 [[유니세프]] 구호 성금 조성 특별 음악회에서도 공연되었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연주한 1부에 이어 2부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했다. 반대로 3악장의 경우 특유의 밝고 힘찬 분위기 때문에, 이 악장만 따로 떼어 앵콜로 연주하기도 한다. 하모니의 섬세한 조화로 유명한 브람스의 작품답게 어느 한 쪽이라도 처지거나 힘이 생기면 곡 전체가 일그러지는 어려운 난도의 작품에 속한다. 콘서트홀에서 듣는 사람의 경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그 곡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도 한다. 가령 베이스 파트가 가까운 오른편에 앉은 사람과 바이올린 파트가 가까운 왼편에 앉은 사람이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를 정도. 특히 베이스나 목관이 까딱하면 연주는 안드로메다로 떠난다. [[예스(밴드)|예스]]의 4집 앨범 Fragile의 두번째 트랙인 Cans and Brahms가 이 교향곡의 3악장을 모티브로 한 곡이라서 많은 프로그래시브 록 팬들에게도 익숙한 편이다. [[분류: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