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중국권법/실전 (문단 편집) ==== 비전(秘傳) ==== 비전이란 비밀스레 전승되는 것을 뜻한다. 과거엔 비밀이 누설된다는 것은 곧 그 무술의 밥줄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무술들은 자유경쟁을 하지 않았고 잘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전쟁이 잦은 [[유럽]]이야 근현대까지 자유경쟁의 여건이 충분했지만, 그나마도 근세, 르네상스 시대에는 요아힘 마이어, 파울루스 헥터마이어 등 검술서 편집자들이 검술학파와 척 질 걸 각오하고 학파별 특징을 무작정 책에 실었기에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중국]]은 청나라 건국 이후 평화가 도래하자 자유경쟁의 길이 막혔다. 다만 [[일본]]은 에도 시대에 호구와 [[죽도]]가 개발되고 메이지 유신 이후로 무술의 근대화가 많이 이루어져, 자유 경쟁의 길이 열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류 시절엔 여전히 각 유파만의 특이한 요령 같은 것들이 있었다. 몇 가지 비전의 예시를 든다면... * 고류 검술 유파 [[야규신카게류]]의 비전인 '삼각보법'은 발바닥에 삼각형을 그려 발 중심에 중심을 싣는 방식이었다. 허무하지만 원래 비전은 이런 식이다. 만화나 [[무협지]]에서는 뭔가 엄청나게 강력하고 화려한 필살기로 묘사되지만, 실제 무술에서 비전은 간단하면서 효과적이라 실전성이 높거나 또는 몸 쓰는 방법의 중요한 원칙 같은 '숨은 요령'인 경우가 많다. 야규의 몸 쓰는 방법을 익히면 칼을 맞대었을 때 체중을 실어 밀어버리기가 쉬워진다. * '사나운 호랑이가 산을 할퀸다'는 멋진 이름 덕분에 엄청나게 유명해진 [[팔극권]]의 절초 맹호경파산(猛虎硬爬山)도 실제로는 유파마다 모습이 다 다른데, 그냥 타격 동작들로 이루어진 콤비네이션이다. * 유도의 '팔방 기울이기(八方崩し)'는 흰띠부터 배우는 원리지만 옛날에는 소수 달인들만 아는 비전이었다. 유도의 창시자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는 고류 유술을 배우던 시절 기울이기를 깨닫는 데까지 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즉, 비전이란 알고나면 대수롭지 않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디테일 같은 것이다.[* 가노 지고로는 유도를 창시 한 후 다른 유술 유파에서 비전에 해당하는 것들을 지도 과정 앞부분에 전진 배치하였다. 이런 파격적인 커리큘럼 덕에 처음에 관원이 고작 9명이었던 유도는 일본 유술계를 제패하며 급속도로 규모가 커졌다.] * 가노 지고로의 제자로 유명한 사이고 시로(西郷四郎)의 전설적인 메치기 야마아라시(山嵐, 산에서 부는 돌풍)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보통 업어치기와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된다. 상대를 메치는 도중 발을 사용하여 상대를 특이하게 후리는 발동작이 들어갔다는 설명을 미리 듣고 봐야만 알아채는 정도.[* 원래 야마아라시는 자신의 발목으로 상대 발목을 채는 기술인데, 사이고 시로는 발가락이 [[문어]]발과 같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반인에 비해 매우 긴 체형이라 '''상대의 도복 하의를 발가락으로 꽉 움켜쥐고 넘기기'''가 가능했다고 한다.[[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judo&no=13153|#]], [[https://ameblo.jp/mojikita-wrestling-club/image-12055349052-13378684568.html|#]] 즉, 어떤 의미로는 토머스 헌즈의 [[플리커 잽]]과 비슷하다. 플리커 잽 자체는 평범한 기술이지만 팔이 매우 긴 헌즈가 사용할 때면 굉장히 위력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 이연걸의 영화 <[[황비홍(영화)|황비홍]]> 시리즈와 함께 화려한 고속발차기로 유명한 비전의 무영각(無影脚)도 남파 권법 계통 연구자들이 고증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는 쿵후 교본 같은 곳에서도 종종 나오는 낮게 냅다 걷어차는 부인각(斧刃脚) 비슷한 로우킥이다(...). 근거리 펀치 위주 공방이 많고 발차기를 비교적 덜 쓰는 남권에서 서로간의 집중력과 의식이 상체에만 쏠렸을 때 갑자기 하반신을 재빠르게 걷어차서 주의를 분산 시키거나 몸의 균형을 잃게 만드는 체감상 필살기 같은 느낌이다. 낮게 갑자기 쪼인트를 까는 발차기라 안 보인다는 것. 게다가, __'''황비홍 직계 홍가권문중의 설명에 따르면'''__ 청말~민국초 사이 남성용 전통 [[한푸]] 복장을 하면 긴 [[두루마기]]가 앞섶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__'''두루마기에 다리가 가려져 안 보이니까 공격발동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발차기"라고 불렸다고 한다.'''[* 심지어 원래 기술명은 "무영각"도 아니고 "군저각"(옷자락 아래에서 나오는 발차기)인데, 황비홍이 그냥 더 멋지게 "무영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황비홍(무술인)]] 문서의 관련내용 참조]__(....) "이딴 게 무슨 비기야? [[극찬#s-1.1|그냥 치사한 반칙이잖아]]?"라고 생각한다면 '''기-주짓수'''과 '''No기-주짓수'''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입은 옷을 활용하는 기-주짓수가 비겁한 수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즉, 이런 무영각의 현실 설명이 치사하게 들린다면 '''그만큼 실전적이라는 말.''' * 유럽의 [[롱소드 검술]] 학파들도 각자 선호하는 전술과 거기 맞는 특이한 기술들이 있었다. 독일의 리히테나워 검술에서는 칼과 칼이 엮인 상태에서 모든 공격이 나오며, 자기 몸을 지키며 상대를 이기는 이상적인 전술이라 보았다. 그래서 칼이 꼬인 상태에서, 또는 급속도로 칼을 꼬며 '뒷날'로 공격하는 즈베히하우, 쉴러 같은 중, 근거리용 기술이 나왔다. 반면 이탈리아 쪽 롱소드, 투핸더 검술에서는 검을 원형으로 시원하게 돌려쳐 상대의 무기를 치우고 칼끝으로 확실히 베거나 찌르는 걸 선호했다. 그리고 롱소드뿐만 아니라 각 학파에 맞는 방식으로 여타 무기까지 다루는 걸 지향했다. * [[풋워크]]를 치며 상대를 치러 들어가는 것도 전근대 무술에서는 다 이름이 있었다. 이걸 현대에는 잽을 주고 들어가거나, 주다가 슬립하며 파고들거나, 위 때리다가 몸 낮춰서 태클하는 등 직관적인 콤보로 연습한다. 각 격투가나 관장들에게 있는 거리 재고 들어가서 때리고 빠지는 타이밍 싸움 묘수들 하나하나가 다 비기인 것이다. 일본 무도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선의 선' '후의 선'등 타이밍 관련 용어들도 결국 프리액션이냐 리액션이냐를 멋지게 말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현대 복싱에서 기본기들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기'로 간주된다. 그렇기에, 현대 복싱에서는 뭔가 엄청나게 복잡하고 화려한 필살기가 있는 게 아니라 '''극도로 갈고 닦은 기본기가 곧 필살기'''이다. 동네 권투장 등록하면 제일 먼저 가르쳐주는 원투 스트레이트도 공들여 연마하면 그게 바로 필살기다. 종합격투도 마찬가지 - 점핑니킥 같은 것만 해도 거의 나오기 힘든 화려한 공격이고, 대부분 상대를 끝장내는 타격은 복싱의 기본펀치인 잽ㆍ스트레이트ㆍ어퍼컷ㆍ훅 중 하나가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 [[복싱]]의 원-투 콤비네이션 같은 것이 과거에는 곧 '비전급' 기술이었다. 무술이 대중화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법으로 치는 빠르고 효율적인 잽과 스트레이트 공격이니 대충 전광연환추(電光連環錐: 번개 같은 연속펀치) 같은 무협지스러운 초식명을 붙이고 비밀로 하면 그게 바로 '비전'이다. MMA의 '카프킥'도 옛날이었으면 MMA 문파의 비전 기술인 것이다. 기습적으로 옆으로 빠져서 종래에는 잘 건드리지 않던 장딴지를 차는 것이므로 뜬금없는 비밀 기술이나 다름없다. 결국 무술의 비급이라는 것은 대부분 어느 측면에서는 스포츠과학 등이 접목되어 오늘날 무술 수련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해주는 기초적 기법, 훈련법, 몸 쓰는 방법의 요령이었다. 이런 것들이 체계적 교육 시스템이 없던 과거에 일반 농민들은 알기 힘든 '각 유파나 가문 내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디테일' , '비밀리에 전해지는 기술', 즉 '''비전(秘傳)'''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이런 게 곧 밥줄이었다. 당장 현대인만 해도 현대 문물인 인터넷까지 갈 것도 없이 전근대 문물인 출판물이라도 없었다면 그 흔한 팔굽혀펴기라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할 수 있었겠는가?[* 고대 단련법 중에 달리기나 무거운 것 들어올리기의 비중이 높았는데 괜히 그런 게 아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직접 해보면''' 그냥 힘들고 딱 보기에도 뭔가 힘든 것을 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무술들은 상대방이 몰라야 통하는 체계가 많았다. 즉, '[[모르면 맞아야죠|모르면 죽어야지]]'였던 시대였다. 그래서 옛날에는 각 문파나 유파에서 비전이 유출됨을 극도로 꺼렸다. 알면 대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비전이 곧 목숨줄이자 밥줄이었다. 현대 격투기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개방되어 다들 기술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가 진행되면서 연구되어 점점 발전한다. 경기에서 누군가에게 패배 한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동영상도 보며 대비책을 만들어 리벤지 매치를 붙어 볼 수 있고, 이러면서 더 수준 높은 파이터들이 탄생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동영상도 없었고 특히 검술 같은 무기술에서는 패배란 곧 죽음인 경우가 많아서 리벤지 대결이란 별로 의미가 없었다. 상대의 무기에 맞아 죽었는데 상대방의 기술을 분석할 순 없지 않은가. 전통무술들은 비전만 널리 퍼지지 않았다면 정보의 비대칭을 장기로 톡톡히 써먹을 수 있었다. 결국 현대 격투가들은 기술이 다 공개된 상태에서 알아도 못 막는 기술을 연마하거나 셋업을 연구해서 붙고, 전통 무술가들은 상대가 몰라서 못 막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정보가 단절된 시대에 기술을 비전으로 삼고 '모르면 당한다'는 개념을 이용함은 그 시대에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론이었다. 지금이야 정보가 넘쳐나지만 사실 [[UFC]] 초창기 시절만 해도 주짓수를 모르면 졌다. 지금은 다 주짓수를 배우기 때문에 대처법을 알아서 주짓수 하나만으로는 UFC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다른 예로 상기된 가노 지고로의 팔방 기울이기 사례만 해도 나름대로 개화기 평화시대니까 먼저 가르치고 발전했지, 전국시대 같았으면 그거 배워서 다른 데로 갈까봐 먼저 가르치지도 못할 것이다. 그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던 몇 년간 자기보다 윗급의 유술가를 만났다면 가노는 유도의 개파조사가 되기 전에 그냥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폐쇄적인 시대라 다른 유파와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대만큼 기술이 발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선명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