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육서 (문단 편집) ==== [anchor(전주)]전주(轉注) ==== 육서 중에서 가장 말이 많은 부분. 오늘날까지도 전주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다른 원리들은 그나마 설문해자에 제시된 예가 명확하거나 책을 잘 뒤져 보면 글자들마다 해당 원리가 사용되었다는 지표가 있는데, 전주는 제시된 예도 애매하고 책에도 어느 글자가 전주자인지 알 길이 전혀 없다. 이로 인해 후대 사람들이 전주를 설명하는 방법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각각을 살펴보기 앞서 전주자의 예시로 제시된 考와 老를 살펴보자. >老:考也。七十曰老。从人、毛、匕。言須髮變白也。 >老(로, lǎo)는 '늙다'(考)라는 뜻이다. 70살을 늙었다고 한다. 人과 毛와 匕의 뜻을 취하였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것을 말한다. >考:老也。从老省,丂聲。 >考(고, kǎo)는 '늙다'(老)라는 뜻이다. 老의 생략형을 취하였으며, 丂(고, kǎo)는 성부이다. 전주가 이 두 글자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음에는 별 이견이 없다. 이제 두 글자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1. 부수가 같다. 2. 뜻이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순환논법|老의 설명에 考가 사용되고, 考의 설명에 老가 사용되었다.]] 훈고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호훈'(互訓)이라고 한다. 3. 음이 비슷하다. 정확히는 운모가 같다. 이 세 가지 특징에 의거하여 전주에 대한 설명이 세 갈래로 나뉘는 것이다. * 형전설: '''동일한 '부분'을 가지는 두 글자'''를 서로 전주한다고 보는 견해다. 여기서 '부분'이라는 것은 주로 [[부수]]를 뜻하지만, 꼭 '부수'를 공유하지 않아도 전주라고 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전주자의 설명 중 '建類一首'에 초점을 맞춘 해설이다. * 의전설: '''호훈하는 두 글자'''를 서로 전주한다고 보는 견해다. 조금 더 확장하면, 동의어인 두 글자를 전주자로 보는 것이다. 전주자의 설명 중 '同意相受'에 초점을 맞춘 해설이다. * 음전설: '''음이 비슷한 두 글자'''를 서로 전주한다고 보는 설이다. 문제는 '''세 설 모두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뭘 채택하든 간에 전주의 개념이 밑도 끝도 없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주를 설명할 때는 위의 설을 적절하게 절충·종합해서 설명하며, 단지 어느 설에 초점을 둘 것인가를 달리 할 뿐이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전주자의 예는 이런 것들이 있다. 緝(꿰맬 집), 績(짤 적): 둘 다 絲(실 사) 부수에, '깁다'라는 뜻으로 호훈하며, 음이 비슷하다. 改(고칠 개), 更(고칠 경): 둘 다 攴(칠 복)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며, '고치다'라는 뜻으로 호훈한다. 至(이를 지), 到(이를 도): 둘 다 至(이를 지)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르다'라는 뜻을 공유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전주자의 예로는 樂(풍류 악, 즐거울 락, 좋아할 요)와 背(등 배)가 있는데, 이들은 앞서 서술한 내용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러 있다. 먼저 樂의 예를 살펴 보자. 樂은 원래 나무(木)+실(幺 두 개)로 이루어진 악기를 본떠서 만든 글자로 '악기, 음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악'(*[ŋ]ˤrawk. 발음은 상고음 추정음이며, 읽는 방법은 [[상고한어]]의 Baxter-Sagart 부분 참고)이라고 읽었다. 그런데 이 글자는 후에 '즐겁다'라는 뜻의 '락'(*[r]ˤawk)과 '즐기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요'(*[ŋ]ˤrawk-s)라는 한자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 '락'과 '요'는 '악'에서 분화되어 나온 한자음이며, '즐겁다', '즐기다'는 '악기'라는 뜻에서 파생되어서 나온 뜻이다. 이와 같이 한 글자가 본래의 뜻에서 파생되어 나온 새로운 뜻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따로 '''인신(引伸)'''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분화된 한자음은 원래의 한자음과 같거나 비슷한 것이 보통인데, 樂은 음의 변이가 각각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일어나서, 세 한자음의 기원이 같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운 특이한 케이스다. 문제는 이 인신의 대표적인 예로 長('어른, 자라다': *traŋʔ, '길다': *Cə-[N]-traŋ*) 자가 있는데, 이 글자는 허신의 설문해자에서 가차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전주자의 사례로 열거된 글자들은 전부 두 글자가 동일한 의미를 갖는 사례인 반면, 樂은 이와 정 반대로 한 글자가 여러 의미를 갖는 사례이다. 따라서 樂을 전주자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따지고 보면 설문해자의 분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이러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은 설문해자에서 가차자의 예로 든 令과 長을 전주자로 편입시키기도 하며, 대신 가차자를 '본래의 뜻과 전혀 상관 없이' 음만 같은 한자를 차용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이런 시각을 가진 학자로는 朱謀瑋, 顧炎武, 戴震 등이 있다. 다음으로 背는 北(북녘 북)에서 나온 글자이다. 北은 원래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등, 등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북'(/pˤək/)이라고 읽었으나, 이 글자가 후에 원래의 뜻에서 파생되어 '북쪽'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樂과 동일하나, 北의 경우 '북쪽'이라는 새로운 뜻이 너무 지배적인 나머지 본래의 '등, 등지다'라는 뜻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원래의 뜻을 살려내기 위해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지는데, 뜻의 기원이 되는 北에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月(고기 육, 肉의 변형된 형태)을 덧붙여서 만든 글자가 바로 지금의 背(*pˤək-s)이다. 여담으로 현재 北에서 원래의 의미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례가 '敗北(패배)'이며, 한국에서 이 北을 '북'이라고 읽지 않고 '배'라고 읽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어떤 글자 A가 인신이나 가차로 인해 본래의 뜻을 잃어 버린 후, 본래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A에 뜻을 보충하는 글자를 더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만든 글자 B가 있을 때, A와 B의 관계를 '''고금자(古今字)'''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고금자는 전주의 관계로 보는 것이 정당할까? 두 글자는 北이라고 하는 공통된 부분을 가지고, 뜻과 음(상고음 기준)도 서로 비슷하다. 따라서 北과 背는 허신의 분류를 따라서 보면 전주자가 맞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전주자가 만들어진 과정과 背자가 만들어진 과정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둘을 단순히 동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전주에 관해서는 명확하면서도 일관된 설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등교육에서는 육서에 관해 배울 때 아예 안 가르치고, 대학에서 한자·한문 관련 수업을 따로 들을 때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