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박영희(작곡가) (문단 편집) === 실내악 === * '''클라리넷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만남 I' (1977)[* 1986년에 클라리넷 대신 알토플루트를 써서 편곡한 버전도 '만남 II' 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 [youtube(Ip9W802aO90)] || || '''클라리넷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만남 I' (1977) || > 1977년에 작곡하여 1978년 5월 프라이부르크에서 초연 된 '만남'은 (클라리넷과 현악삼중주를 위한 곡) 내가 독일에 온 후 완성한 두 번째 작품이다. [br][br] '만남'의 악상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떠오른 것이다. [br][br] 우리 한국민족이 처음 서양음악을 접한 것은 조선시대 (19세기) 말 군악단장을 맡고있던 독일인 에카르트(Franz von Eckert)에 의해서였으며 주로 군악(軍樂)을 통해서였다. 이후 한국사회는 전통적인 음악문화와 점차 그 비중을 더해 가는 서양(유럽 및 미국)의 음악문화 사이에서 끓임 없는 갈등을 겪어왔고 특히 이는 음악교육을 통해서 증폭되었다. [br][br] '만남'을 통해 나는 이런 상이한 문화권의 충돌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내 자신이 서양에서 심하게 격고있는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기 시작하였다. [br][br] '만남'은 전체 4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제 3장에서 마지막 장인 제4장으로 넘어가는 역할을 첼로- 카덴차가 맡고 있다. 제 1장은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나의 조심스러운 시도, 제 2장은 한적한 산중으로 도망쳐 그 큰 자연의 품안에서 보호받고자 하는 나의 심정, 제 3장에서는 문화적 충격으로 내 안에서 시작된 힘겨운 투쟁에 촛점이 있고, 마지막 제 4장에 이르러서는 한국 전통으로 돌아가며 첼로의 피치카티 연주가 두 개의 장고를 상징한다. 마침내 음악은 서서히 자기중심을 찾아가고 조용히 안정되며 화해를 의미한다. [br][br] 신 사임당(16세기)의 한시 '사친(思親)'은 이 작품을 쓰는데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하였고 실제로 작곡에 사용되었다. * '''실내 합주를 위한 '마디' (1981)''' > 마디는 우리말로 매듭, 관절, (음악상) 소절, 마디 등을 의미한다. ‘매듭’은 한국여성들이 한복을 입을 때 장신구로 사용하는 노리개와 국악기나 상여를 장식하는 유소(流蘇)를 만드는 수공예를 일컫는 개념이기도 하다. 매듭의 재료는 비단 원사로 꼬거나 결(結)을 지음으로서 다양한 모양이 가능했는데 이런 매듭은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기도 했다. [br][br] 마디는 또한 인간의 가장 처절한 아픔 즉 맺힘을 의미한다. 16세기 조선 중기 때의 문신이며 시인이던 송강 정철은 어느 인간이나 가슴 속 깊은 곳에 맺힘을 안고 있고 바로 이 맺힘을 풀어주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의 여성들이 끈기를 갖고 맺어가던 마디마디가 마치 시인의 의도처럼 가슴 속 깊이 응어리진 아픔을 한 올 한 올 풀어보고자 하는 상쇄의 행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매듭이라고 하는 전통공예를 통해 한국의 여성들은 무한한 인내심과 연민의 정으로 자신들의 아픔뿐 아니라 온 민족의 아픔을 풀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오랜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여성들의 유일한 자아실현의 방법이기도 했을 것 같다. [br][br] 개인적으로 작곡은 내게 있어 매듭과 같은 의미의 작업이다. 내 마음속에 맺힌 것을 푸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편경' (1982)''' || [youtube(RG8kwzSvjf4)] || ||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편경' (1982)''' || > 편경은 중국과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악기로 연옥(軟玉)을 깍아 만든 16매의 경돌을 나무틀에 음률 순으로 매달고 틀 양끝에는 조각된 하얀기러기로 장식한 것이다. 편경은 항상 편종과 함께 편성되어 정악을 연주할 때 사용한다. 편종은 한 단에 8개씩인 두 단의 나무틀에 16개의 청동으로 만든 종을 걸어 놓은 악기이다. [br][br] 1425년 한국에서 진귀한 연옥이 발견되어 2년 동안 석수들의 섬세한 손끝을 통해 500매가 넘는 경돌이 만들어졌는데 그 음색이 청아하고 음률이 정확하였다. 편경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의 오랜 옛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는 듯 하다. [br][br]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작곡을 위촉받고 나의 한국적인 음악개념을 어떻게 유럽의 전형적인 건반악기인 피아노와 접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중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진귀한 한국의 옛 악기 편경이었다. 뿔채로 경돌을 칠 때 번지는 청아한 소리를 연쇄적인 피아노의 화음과 고음의 심벌즈와 같은 금속악기가 공간에서 부딪히고 어우러지면서 변하는 소리로 잡아보려 하였다. [br][br] 한국의 전통적인 아악기는 도교적 음악관에 의해 8음으로 편성된다. 악기는 그 소재에 의해 다음의 8가지로 구분된다: 금(금속), 석(돌), 죽(대나무), 사(비단), 토(흙), 목(나무), 포(바가지), 혁(가죽). 즉 악기의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음색이 구분되는데 이 점 역시 '편경'의 작곡에 있어 반영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피아노와 타악기의 상이한 음색을 주축으로 그 이행부분 또는 결합부분을 장식할 악기를 8음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완하였다. [br][br] 타악기로는 7개의 금속악기, 6개의 목재악기 그리고 5개의 가죽악기를 선택하였고 유리와 조개로 만들어진 챠임스(chimes)을 첨가하였다. 현악기로는 그랜드피아노를 중심으로 피아노의 현을 다양하게 조작하여 소리를 죽이거나 살림으로서 대나무, 박, 비단 또는 흙의 음색을 표현하였으며 고음의 크로탈로 돌악기를 대신하여 소재 지향적인 동양의 음악문화를 살려보고자 노력하였다. * '''비올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노을' (1984-85)''' || [youtube(XXQoLzPiCMI)] || || '''비올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노을' (1984-85)''' || > 노을은 한 악장짜리의 작품으로 1984년 작곡되어 그 이듬해에 수정 보완되었으며 1984년 10월 7일 프랑스 메스(Metz)에서 초연되었다. [br][br] 노을은 1982년 창설 당시부터 개인적으로 그 편성에 높은 관심을 끌게 했던 베이스 트리오 (The trio basso)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br][br] 나는 오래전부터 깊고 어둡지만 따스한 소리, 즉 땅의 음(音)을 찾고 있었다. 도교적 전통의 8음 중 하늘의 소리와 같은 의미의 포괄적인 음으로서의 땅의 음, 넓고도 깊은 파장의 음은 직감적으로 ‘붉은 흙의 음’으로 연상된다. 제목이 노을(석양)인 것은 그 때문이다. “붉은빛은 여러 세대가 흘린 피처럼 흙 속으로 스며든다.” * '''실내 합주를 위한 '타령 II' (1987-88)''' || [youtube(Wef_IRihrrQ)] || || '''실내 합주를 위한 '타령 II' (1987-88)''' || > 1977년 프라이부르크 음대 야외음악제에'장타령'을 발표하였는데 이 곡은 유럽으로 유학 온 후 처음으로 작곡한 앙상블-작품이다. '타령 2'는 나의 어린 시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민속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타령은 앞으로 내가 작곡할 여러형태의 실내악의 첫 작품이다. [br][br]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인 '장터'에서 마당놀이가 전개되었다. 농악은 종합적 예술로 복합적인 특질을 갖고 있다. 즉 여기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태평소. 나팔 등 여섯 명 이상의 악기주자들이 참여하며 일반적으로 음악과 노래 뿐 아니라 춤과 탈춤, 곡예 및 연극까지도 포함한다. 한 동안 잊혀져있던 이 총체적 예술의 전통을 70년대 중반 학생운동이 재발굴하여 활성화하였다. 음악가와 대중들이 함께 농악을 즐기면서 저항과 참여를 위한 시사성 있는 노랫말들을 만들어 마당놀이가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br][br] 콘서트 홀에서 연주될 앙상블음악으로 '타령 2'를 작곡하면서 나는 이 작품이 장터에서 연주되지 않으며 노랫말, 탈, 춤 등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잠재적인 저항력의 바탕이 되었고 삶의 고난을 해학으로 풀어주던 농악이라는 전통적인 놀이가 담고있는 신명이 콘서트 홀에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br][br] 타령은 전통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장단으로 꾸준히 반복되는 기본리듬이 그 특성이다. 그래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타령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타령의 매력은 이런 동일한 기본리듬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변형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특히 농악에서 그러하다. [br][br] 한국적인 음악감정을 기반으로 작곡을 한다고 해서 유럽 음악예술의 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21세기 예술음악계가 안고 있는 일정한 반복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그리고 가능하면 신선한 변화를 지향하고자 하는 공동과제에 대한 해결을 나의 창작활동에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 '''타악기 2중주 '지신/타령 III' (1991)''' > 이 작품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국 농악의 전통을 이어받아 만들었다. [br][br] '지신밟기는 본래 고대 무속신앙의 의례로서 한국사회에 여전히 그 잔재가 풍습으로 남아있다. 매해 정월이면 4-5명으로 구성된 농악대가 깃대를 들고 마을의 집들을 차례로 돌면서 지신(地神)을 밟아주며 그 집과 가족의 행운을 빌어주는데 이때 농악은 지신을 위안하여 가족이 건강하고 풍년이 들도록 기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br][br] 타령은 4박 또는 6박의 음률이 반복되는 한국 민속음악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이 기본리듬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변형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특히 농악에 있어 이 변형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br][br]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나의 작곡활동은 유럽의 현대 음악예술의 발전을 위하여 반복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 그리고 가능하면 신선한 것을 도출해내고자 하는 시도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 '''일곱 악기를 위한 '우물' (1992)''' || [youtube(Q9jYBVqR_qE)] || || '''일곱 악기를 위한 '우물' (1992)''' || > '우물'은 작곡가 스스로가 도교지향적인 작품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도교적 관념은 작곡가 박 영희의 활동에 이미 오래 전부터 영향을 끼쳐왔다. [br][br] '우물'은 작곡가 박 영희에게 있어 인간상호간의 사회적 이해의 상징이다. 물질적인 분배투쟁 뿐인 현대사회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유토피아적인 발상으로 보여진다. 우물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인 물이 골고루 분배되는 장(場)임과 동시에 일상적인 의사소통 및 정보교환의 중심이기도 하여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평화연구자인 갈퉁 (Galtung)은 세계평화의 기본조건으로 수(水)자원의 정의로운 분배를 요구하며 석유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물(水)이 없으면 살 수 없음을 언급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작곡가는 갈퉁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br][br] 취하고 또 나누는 천연자원에 대한 비이기적인 활용과정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우물의 커뮤니케이션적 의미를 작품체계에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 시작부분을 연주자들이 앙상불의 중심 격인 타악기의 음향공간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이렇게 하여 작품을 긍정적인 추억의 매개체이면서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는다. 자연과 인간을 상호분리 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보는 도교의 관점이 현대에 와서 예기치 못했던 시사성을 획득하고 있다. [br][br] 이 작품은 의연함이란 시위성 음악의 형태나 형식의 포기 그리고'새로운 복합성'이라는 지성적인 이슈의 포기를 의미한다. 인위적인 구성이 아니라 물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연함'을 '그냥 내버려두기' 또는 주관 없는 '포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작곡활동에의 집중과 여과라는 오랜 과정과 관련이 있다. 도덕경에 쓰여 있듯이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게 없지만 강한 것을 꺾는 데는 이보다 나은 게 없으니, 물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드러움이 강장함을 이기고 약한 것이 센 것을 이기는 줄은 누구나 알지만 어느 누구도 행하지 못한다 (감산의 노자풀이, 도덕경, 78). * '''알토플루트, 기타와 프레임드럼[* 탬버린처럼 북통의 한쪽 면만 가죽이 씌워진 형태의 타악기를 지칭함.]을 위한 '항상 I' (1993)''' > 이 곡은 1993년 세계적인 플룻주자인 Robert Aitken과 토론토에서 개최 된 New Music Concert-앙상블를 위해서 쓰여졌다. '항상 (恒常)’은 '영속성', '불변성'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늘','언제나'의 뜻으로 쓰인다. [br][br]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항상'이 주는 느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br][br] 19세기 스위스의 시인 고드프리드 켈러(Gottfried Keller)는 그의 시를 통해 옛 도교의 지혜를 전달한다. [br][br]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시간을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다". [br][br]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양의 서예-한자 문화권에서는 백지 위의 붓 놀림을 주제로 한 오랜 철학의 전통이 있다. 힘과 리듬에 의해 놀려지는 붓은 흰 종이 위에 묵의 짙고 엷은 색을 남기면서 그 배경이었던 한지의 흰색을 전경으로 떠올린다. 전혀 붓이 닿지 않은 곳 뿐 아니라 고르지 않은 붓결 하나 하나가 남긴 보일듯 말듯한 빈 틈마져도 흰 빈자리를 남겨놓기 마련이다. 붓 놀림 즉 예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 '항상 있었던 것을 새로이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붓 놀림의 배경이여야 할 백지가 붓 놀림이 남기고 간 흔적들 사이로 더욱 더 정결한 흰빛으로 돋보임을 우리는 '공백의 비상'이라고 한다. 이 비유야말로 우리의 시간 경험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br][br]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 '''타악기 4중주와 전자 음향을 위한 '지신굿' (1993-94)''' > 지신굿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국의 전통적인 농악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지신굿은 고대의 무속의식의 하나인데 아직도 민속놀이의 형태로 남아있다. 해마다 정월이면 네다섯 명으로 구성된 농악대가 온 마을의 집들을 차례로 돌면서 그 집안의 복과 무사태평을 비는데 이때 농악으로 땅의 신을 위안하여 가족이 건강하고 풍년이 들도록 기원해 주는 풍습이다. [br][br] 한자의 무(巫)는 뜻을 풀면 땅과 하늘과 인간 한 쌍이 된다. 인간과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창조의 매개자로 나타난다. 땅에 대해 관대하기를 하늘에 간청하는, 춤을 추는 한 쌍의 남녀는, 모든 의식(儀式)의 근원이다. 무속은 인간의 영혼이 하늘에서 와서 다시 하늘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기독교 신앙과는 달리 땅에서 나와 땅으로 되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땅은 많은 영혼의 안식처이고 모든 또 영혼이 화해하고 편안히 쉬는 곳이다. [br][br] 4개의 타악기를 위해 작곡된 이 의식 즉 굿은 전자음향으로 보완하도록 구성하였다. [br][br] 이 곡은 이제 현대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미 어린아이들의 방으로까지 침입한 컴퓨터 도깨비에 대한 의식(儀式)을 상징하였으며 '일회용사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쓰여졌다. 피상적인 사용 후 보다 완벽하고 편리한 신형기기를 사들이는 현대인의 경박한 성향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나는 의식적으로 인간의 가장 오래된 악기인 북의 소리와 이미 신형이라 부를 수 없는 음향기기의 음을 동등하게 편성하였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종속적인 굴복이 아니라 하나의 악기로 받아드리고 또 적극적인 활용을 통하여 원초적인 소리를 구하고자 하였다. * '''알토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항상 II' (1994)''' * '''클라리넷 2중주와 생황을 위한 '타령 V' (1995)[* 생황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아코디언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섬은 헤엄치며' (1997)''' || [youtube(BYSTXM40gFs)] || ||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섬은 헤엄치며' (1997)''' || >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이 작품 „섬은 헤엄쳐오고...“ 는 앙상블 콘훌릭트(Konflikt)를 위해 작곡하였다. [br][br] 오래전부터 절친한 친구사이인 피아니스트 한가야씨와 타악기주자 나까무라 이사오씨를 위하여 일련의 시리즈를 쓰기로 계획하였으나 현재까지 이 „섬은 헤엄쳐오고...“ 한 곡만이 완성 출판되어져 있다. [br][br] 끊임없는 이 작품의 제목은 도피와 방랑의 긴 일생길에서도 많은 중요한 작품을 남긴 유태계 독일여류시인인 로제 아우스랜더 (Rose Auslaender)의 시에서 인용했으며, 1996년도에 윤이상선생님을 추모하는 작품 메조소프라노와 비올라를 위한 „아직도...“ 에서 이미 로제 아우스랜더의 시를 사용한 바 있다. [br][br] 그녀의 시를 읽노라면, 우리의 시조를 읽는 깊이를 느끼게된다. * '''여섯 악기를 위한 '타령 VI' (1988/98)''' > 농악(Nong-Ak)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의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며 다방면으로 내 작곡활동에 귀감이 되고 있다. [br][br] 농악은 주로 마을 중심인 마당에서 연주되었다. '타령'은 바로 이 전통적인 농악의 가장 일반적인 리듬이다. 타령은 4박 또는 6박 장단의 꾸준히 반복되는 기본리듬이 그 특성으로 동일한 기본리듬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변형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 타령의 매력이며 특히 농악에 있어서 그러하다. [br][br] 나는 이미 타령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나는 이 작품이 (농악과는 달리)콘서트 홀에서 연주될 음악이라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악이 지닌, 우리민족의 역사적 전통에 있어 중요한 저항의 뿌리가 되었던, 활력과 신명(Kraft, Lebendigkeit)을 서구적인 콘서트홀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우렸다. [br][br] 나는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생생한 구체적인 전통음악의 한 장르이면서 일상에 융합되는 공동경험으로서의 음악의 의미와 분위기를 십분 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한국적인 음악의 정서를 발판으로 일상과는 동 떨어진 예술로서의 유럽음악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반복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 그리고 가능하면 신선한 것을 도출해내고자 하는 유럽의 예술음악으로서의 전통은 1988년 작곡된 타령 II를 출발점으로 타령 6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내 작품 속에 대상화되고 있다. * '''아홉 악기를 위한 '이오' (1999-2000)''' >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성과 피할 수 없는 숙명,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삶과 밀접한 주제들로 나를 매혹하는데 그중에는 내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이방인으로서의 느낌도 속한다. [br][br] 이오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도피한다. 그녀는 멀고 긴 도피의 여정에서 프로메테우스를 만난다. 고통의 심연에서 서로 만나지만, 이오의 행적은 서에서 동으로, 남에서 북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br][br] 중국의 승려 한산은 이오와는 달리 자신의 도피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는 ‘먼지의 세계’를 뒤로 함으로서 ‘한산(寒山, 즉 냉산)‘ 정상에 오른다. 이생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그의 시가 그의 존재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그것 역시 세상에 대한 또는 그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br][br] 자신을 찾아가는 험난한 길이 다다르는 곳은 진정하고도 유일한 한산이며 그의 존재를 의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한산’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홀로 외로이, 태어남도 죽음도 없이 ... * '''일곱 악기를 위한 '포효하는 말발굽들' (2000)''' * '''피아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은빛 현들' (2002)''' > Gottfried Keller (곳후리드 켈러) 의 시 <젊은시절의 회고> (Jugendgedenken) 에서 감동을 받아 이 곡을 착상하였다. 이 시인은 “은실”을 하나의 상징으로 사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어느 만남에서 튕겨진 소리가 내가슴을 울리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br][br] 피아노 3중주곡인 Silbersaiten <은빛현들> 은 3 악기 편성안에서 여러 소품들을 쓸 생각으로 이 곡을 시작하였고, 첫 곡으로 삼중주편성을 출판하였다. * '''플루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II' (2002/09)''' * '''아코디언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만남 III' (1977/2005)''' *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상흔을 꿈에 보듯이' (2004-05)''' || [youtube(JHcnRVfVAjk)] || ||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상흔을 꿈에 보듯이' (2004-05)''' || > 서구화된 한국을 포함한 우리의 현재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꿈을 실재와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하면서도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가상적인 센세이션으로 확산시키기 좋아하는 데 반해 원래 동양적 관점에서의 꿈이란 삶과 죽음, 실재와 창조적 가상을 하나로 보고 인간존재의 하잘 것 없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br][br] 한병철 씨가 내 작품 ‘달그림자’를 위해 쓴 시의 구절들을 읽다 보면 우리들의 억압당하고 일그러지고 온갖 수모를 이겨내며 연명해 온 삶이 파헤쳐진 현실 속에서 불쑥 한 송이 꽃을 피운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 음악은 시인의 사고와 시적 형상들을 한 구절 한 구절 소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윤회로의 길임을 잊지 않는 불교의 전통적 관점에 따라 형상과 반형상을 그리려 하였다. [br][br] 위대한 유럽의 코스모폴리탄인 조지 슈타이너(George Steiner)는 오늘도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영성이라는 주제를 논함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암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궁극에는 초월적인 어떤 힘 또는 경계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실질적인 존재적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불명확함을 이웃으로, ‘그림자 저편’으로부터 작용하는 어떤 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예술과 문학 대부분이 그 주제로 삼고 있다. * '''알토플루트, 비올라, 첼로와 프레임드럼을 위한 '항상 III' (2005)''' * '''오르간과 타악기를 위한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2007)''' > 1996년 Teodoro Anzellotti의 청탁으로 쓰기 시작하여 독일 Darmstadt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H.C. Artmann의 시 „mein Herz“ 중 한 줄 „mein herz ist die abendstille geste einer atmenden hand (내 마음은 저녁의 평온이며 숨 쉬는 손의 손짓이네)를 인용할 수 있다는 승낙을 받아 작품의 부제, 즉 ‚내 마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작곡되었다. 이 작은 시구(詩句)가 작곡가의 실내 오페라 Mondschatten(달 그림자)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 곡에 새로운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최근 작곡가 작품들이 Mondschatten에 자취를 남긴 것을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알 수 있다. 1998년 아코디언 독주를 위해 쓰여진 작품 „mein Herz“를 이번 연주회를 위하여 오르간과 타악기를 재편성하여 개작된 것이며, 1998년 „mein Herz“는 아코디언을 위해 작곡되었지만, 오르간과 타악기로 재편성하면서 이 두 악기가 서로서로 한마음이 되어서 어울리게 연주되는 것을 표현하고자 작곡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곡에 가장 적합할 수 있는 곡의 제목을 악기의 재편성과 함께 성경의 한 구절에서 인용하여 개작된 것이다. *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I' (2010)''' *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V' (2010)''' > <연밥을 따는 노래>, <서릉의 노래 2>, <꿈에 광상산에 노닐며> 세 편에서 각각 4행씩 [br][br] 2013년 10월 16일 백남음악상 수상식을 기해 서울에서 초연될 파안 박영희의 신작은 허난설헌의 시 셋을 사용한 무반주 합창곡이다. 박치용 지휘자가 지휘하는 서울 모테트 합창단이 초연을 맡기로 했다. 작업에 사용하는 텍스트는 오해인 역주 난설헌 시집 (1980, 서울출판, 해인문화사)에서 가져왔다. 세 노래 모두 “연꽃”이란 암호로 담고 있으며 이 암호를 중심으로 난설헌의 인생 전체를 압축한 듯 세 가지 시간대를 보여 준다. [br][br] 첫 노래 <연밥을 따는 노래>는 아직 가슴 설레이는 푸른 시절을 담고 있고 두번째 노래 <서릉의 노래>는 “내 집”, “오월이면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고향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고 세번째 노래는 난설헌 허초희의 스물 일곱 해 인생에 대한 예언처럼 생각되기도 하는 “아리따운 연꽃 스물 일곱 송이”와 “서리달”을 통해 생이 완성되는 순간의 적막을 이야기한다. 다음은 파안이 작곡 중인 것으로 공개한 난설헌 시귀 셋 * '''플루트,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항상 IV' (2011)''' * '''플루트, 기타와 한국 타악기를 위한 '항상 V' (2012)''' || [youtube(Xbr03YSx09Q)] || || '''플루트, 기타와 한국 타악기를 위한 '항상 V' (2012)''' || > 이 곡은 1993년 세계적인 플루트 주자인 Robert Aitken과 토론토의 New Music Concert-앙상블을 위해서 쓰였다*. '항상(恒常)’은 '영속성', '불변성'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늘','언제나'의 뜻으로 쓰인다. [br][br]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항상'이 주는 느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br][br] 19세기 스위스의 시인 Gottfried Keller는 그의 시를 통해 옛 도교의 지혜를 전달한다. [br][br]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시간을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다".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양의 서예-한자 문화권에서는 백지 위의 붓 놀림을 주제로 한 오랜 철학의 전통이 있다. 힘과 리듬에 의해 놀려지는 붓은 흰 종이 위에 묵의 짙고 옅은 색을 남기면서 그 배경이었던 한지의 흰색을 전경으로 떠올린다. 전혀 붓이 닿지 않은 곳뿐 아니라 고르지 않은 붓 결 하나하나가 남긴 보일 듯 말 듯한 빈틈마저도 하얀 빈자리를 남겨놓기 마련이다. 붓 놀림 즉 예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 '항상 있었던 것을 새로이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붓 놀림의 배경이어야 할 백지가 붓 놀림이 남기고 간 흔적들 사이로 더욱더 정결한 흰빛으로 돋보임을 우리는 '공백의 비상'이라고 한다. 이 비유야말로 우리의 시간 경험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br][br]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br][br] 이 곡을 작곡하면서 우리의 북소리를 생각하였으나, 외국에서 연주할 때 불가피한 이유로 (탬버린보다 큰 악기) Rahmentrommel로 편성하였다. 올해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서 연주되는 것을 계기로 우리의 북으로 편성하여 다시 작곡하였다. *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초희와 상상의 춤' (2012)''' * '''알토플루트, 테너오보에, 베이스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시인의 상상의 춤' (2012)[* '초희와 상상의 춤' 의 개작판]''' * '''첼로와 오르간을 위한 '순간들 - 기도' (2013)''' * '''알토플루트, 비올라와 하프를 위한 '은빛 현들 V' (2013)''' * '''다섯 악기를 위한 '생명나무 I' (2014)''' || [youtube(uoJJkKrSlQA)] || || '''다섯 악기를 위한 '생명나무 I' (2014)''' || >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로 연결된다. ‘네가 작곡하는 음악은 어디서 유래하며 그 근본 출처는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가끔씩 받는다. 그 대답을 먼저 나 자신에게 하려 한다. 곡 제목을 “생명나무”로 하여 몇 편의 곡을 더 완성할 예정이다. 생명나무에 대한 깊은 뜻은 우리의 옛날 신령님이 사시는 나무가 있고, 보리수 아래에서 정진하시어 큰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도 있고,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나오는 생명의 나무 가르침도 있다. 그 첫 번째 곡으로 다음의 악기 편성을 택하였다. 트럼펫, 트럼본, 타악기, 피아노 그리고 첼로. 이들 다섯 악기들은 서로 수평으로 어우러지고, 또 음의 근본 출처를 제시하면서 수직으로 함께 모여 “생명의 존엄”을 노래한다. * '''현악 오중주를 위한 '노을 속의 빛남' (2018)''' *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과 타악기를 위한 '우리의 목마름' (2018)''' * '''플룻,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아프도록 헤메다' (2018)''' * '''여섯 악기를 위한 '별 빛 속에서' (2019)''' || [youtube(aPkqWZ0eaYU)] || || '''여섯 악기를 위한 '별 빛 속에서' (2019)''' || * '''현악합주를 위한 '지평선' (2019)'''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