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라이라(베인글로리) (문단 편집) == 배경 == || {{{#ffffff '''라이라 영웅 이야기''' }}} || || {{{#ffffff '''1편 '결자해지'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라이라 이야기1-1.jpg|width=100%]] 트로스탄의 진흙 해변, 그랑로그 한 마리가 바람의 흐름을 가늠하고 있었다. 라이라와 라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제 유령 도시로 변해버린 트로스탄을 헤집고 다녔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힘의 우물을 지나 빙벽에 난 소로를 따라 걸음을 내디뎠다. 산산 조각이 난 잔해, 죽음의 재를 뒤집어쓴 시체를 열심히 뒤져봐도 사무엘은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늙은 마법사는 라이라 뒤에서 풍성한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라이라. 그대가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뭐라 할 녀석은 아무도 없네." 라이라는 바로 대꾸했다. "전 기디안입니다.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흠흠..." 라임은 어색하게 말을 흐렸다. "시간이 되었네요." 라이라의 말에 라임이 손을 앞으로 뻗자 손바닥에서 얼음 구체가 만들어졌다. 안 그래도 낮은 온도는 더욱 내려가 라이라의 팔에는 소름이 돋았다. 라임의 손가락으로부터는 얼음 줄기가 새어 나왔으며 그의 턱수염에는 고드름이 끼었다. 이윽고 지팡이에도 서리가 끼자 라임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가 강하게 내리찍었다. 놀랍게도 그가 지팡이로 찍은 자리에는 거대한 얼음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힘의 우물을 덮어버렸다. "자네 차례네." 라임이 라이라를 재촉했다. "마력을 거두시게나." 라이라가 손을 펼치자 주문서가 휘리리릭 넘어갔다. 그녀가 고대의 주문을 외자 놀랍게도 트로스탄 전역에 펼쳐졌던 마법의 결계는 빛으로 화하여 책 속으로 흡수되었고, 멀리 칼 봉우리의 얼음 구름과 눈도 그 여파로 같이 요동쳤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슬픈 도시 종말을 새하얗게 채색했다. 모든 게 끝나고 라임과 라이라는 제일 마지막으로 트로스탄을 떠나는 배에 올랐다. 뱃머리에서 라이라는 주문책을 가슴에 꼭 안은 채, 그녀가 평생 일구어 놓은 대업적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일찍이 트로스탄은 일확천금을 노린 광부, 도적들 따위의 베이스캠프로 시작한 도시였다. 이후 라이라의 마법 결계에 보호를 받으며 그 세를 불려 나갔다. 그 후 안전한 정착지를 찾던 기디안들이 속속 도착했고 그들은 힘을 합쳐 탑, 동상, 농지, 그리고 무역로 등을 세우고 가꾸며 찬란하게 번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 트로스탄의 위대한 마법탑에서 라이라는 이 모든 것을 굽어보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다 지나버린 과거의 영예일 뿐이다. ~ 시계를 돌려 20년 전... 라이라는 그때도 쇄빙선의 뱃머리에서 이 도시를 지켜보았다. 당시 트로스탄은 소수의 개척민이 이제 막 정착을 시작한 촌 동네였다. 기디안 이주민들을 태워 나르는 거대한 쇄빙선이 앞장서서 만의 얼음을 육중한 몸체로 부수고 있었다. 잔인하도록 시린 북녘의 하늘과 무섭도록 시퍼런 바다 사이에서 트로스탄은 늑대무리에 둘러싸인 양처럼 언제 그 명을 다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하얀 법복을 걸친 점술사 라이라는 입술을 깨물며 새장에서 예식용 흰 비둘기들을 꺼내 하늘로 날려 보냈다. 쇄빙선 주위를 선회하던 비둘기들이 배의 돛대에 내려앉자 라이라는 바로 이것이 상서로운 징조라고 목성 높여 외쳤다. 이는 대가를 받고 거짓을 고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마음은 심히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런 짜고 치는 희극이라도 쇄빙선 주위의 조막만한 작은 배에 나눠탄 하층민들에게는 절실했다. 미신에 쉽게 흔들리는 그들은 아마 라이라의 확답이 없었다면 결코 배에서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마력을 가진 베인 수정이 발견되기 전이라, 칼 봉우리 근처는 굶주린 배를 채우려는 그랑고르 몇몇만이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하층민들이 다시 기디안으로 돌아가 버리면 트로스탄은 영영 개척되지 못하리라. 이들이 먼저 정착해야 기디안 사회의 기술자들, 이를테면 건축가, 상인, 예술가, 부농, 조선업자, 학자들이 건너올 것이다. 트로스탄만에서 한차례 거짓부렁을 한 라이라는 망토를 여미고 칼 봉우리로 향했다. 붉은색 망토는 멋지긴 했지만 그녀가 눈에 젖는 것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겨울의 막바지, 봄의 초입의 칼 봉우리에는 대규모 진눈깨비가 언제나 찾아왔다. 방금 그녀의 '제국의 영광과 희망찬 미래'에 대한 연설도 흩날리는 진눈깨비 때문에 서둘러 끝마치지 않았던가. 이제껏 그 정도의 인파 앞에 선 적도, 하늘에 대해 거짓을 고한 적도 없었기에 라이라는 일찍 끝난 연설에 오히려 안도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지금부터 할 일이 차라리 실패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실패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나의 말을 들어 주길..." 그녀가 혼잣말했다. "흠, 뭐라 그랬소?" 그랑고르 안내인이 그녀에게 물었다. 안내인은 털가죽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초라한 행색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눈 폭풍 사이로 번뜩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라이라가 답했다. "이런 날씨에 피차 고생이 많군." "으하하! 뭐 하라면 해야지!" 넉넉한 배를 잡고 그랑고르가 통쾌하게 웃었다. 이후 목적지에 다다르자 라이라는 빛나는 빙하를 응시했다. 얼음의 대지에 오로지 그녀만이 서 있는 듯 했다. 라이라는 차디찬 공기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잠시 가슴에 머금었다. 그리고 안개와 같은 마법의 숨결을 내뱉으며 말했다. "암브로시우스" 그러자 그녀의 마법책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그녀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라이라가 내뱉은 마법의 단어는 룬문자로 바뀌어 마법책에 차곡차곡 새겨졌다. 그리고 그녀가 이를 한 번 더 반복하자 그녀를 괴롭히던 진눈깨비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증발했다. 눈에 젖어 축축해진 망토도 달아올라 새것처럼 빳빳해졌다. 라이라는 따사롭기 그지없는 훈훈한 기운을 양손에 모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거기서 한 줄기 빛이 폭발처럼 튀어나와 트로스탄 전역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눈보라는 그렇게 생성된 마법 결계를 침범하지 못하고 결계 밖에서 부서져 내렸다. 정착민들은 이 믿을 수 없는 마법의 조화를 휘둥그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결계 한쪽 귀퉁이에서는 할시온의 힘을 간직한 위대한 빙하가 깨져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훗날 이 빙하가 녹은 물은 두 줄기 강으로 변해 트로스탄을 관통하며 도시의 젖줄 역할을 하게 된다.}}} || || {{{#ffffff '''2편 '첫 실수' ''' }}} || ||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파일:라이라 이야기2.jpg|width=100%]] '확실히... 대단하군.' 라이라는 생각했다. 정착민들은 기디안어와 그랑고르어를 적절히 섞어, 상당히 그럴듯한 새로운 말을 창조해 냈다. 다양한 인종이 섞이는 트로스탄 항구에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이들의 말을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했다. '뭐, 음을 내는 과정에서 목을 지나치게 긁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고작 5년 전이었다. 라이라가 위대한 마법의 결계를 생성하고 빙하를 녹여서 강을 만든 것은. 그런데 벌써 트로스탄 개척지는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항구 근처의 여관은 마법 수정의 힘을 노리는 탐험가들로 북새통이었으며, 그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도 짭짤했다. 짐과 승객을 실어나르는 배들도 항구를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그랑고르 안내인을 대동한 채 항구에 서 있는 라이라 앞으로 일단의 장정들이 다가왔다. 고풍스러운 무구, 황금빛 망토. 기디안 정예병들이다. 라이라는 기디안 특유의 손인사를 건네고는 그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복장을 한 자 앞으로 나가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은 소년을 발견하고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트로스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군. 하지만 의외로군요. 제 후임은 당연히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사인 줄 알았는데요. 트로스탄을 지탱하는 마법의 힘은 노도와 같아서 다루기 쉽지 않답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부인. 부인의 후임은 실제로 마법사입니다." 장군은 잡은 손을 앞으로 뻗어 소년을 라이라 앞으로 살며시 밀었다. "대법사 로라 님이 아이와 함께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라이라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소년을 살펴보았다. 멋들러진 칠흑 망토는 소년의 작은 몸집으로 지탱하기엔 너무 커 보였고,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래, 로라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전투 마법사 라이라에게 고한다." 장군은 목청을 가다듬고 대마법사의 말을 전했다. "기디아의 마법사 길드는 그대에게 대법사이자 순혈인 로라와 학자이자 순혈인 타이터스의 아들, 사무엘을 보낸다. 그대는 사무엘이 성년이 될 때까지 잘 지도 감독하여 트로스탄의 차기 총독으로 키워내도록 하라." "흠, 이건 뭐 하는 뭔가?" 그랑고르 안내인이 물었다. "기디아의 정치질이라고 하지." 라이라가 무뚝뚝하게 답했다. "아니면 별 쓸데없는 농담이거나." 그랑고르는 허리를 굽혀 소년에게 인사했다. "안녕 샘. 나이가 얼마인가?" 아이는 조막만 한 손을 들어 손가락 네 개를 폈다. "네 번의 겨울을 지냈구나. 정말 잘하구먼!" 그랑고르는 미소 지으며 사무엘의 머리를 토닥였다. "로라... 그녀는 내 능력이 무서워 날 이 오지에 처박았지. 그게 벌써 십 년도 더 되었군." 라이라가 냉소지으며 말했다. "두려움이 아직도 그녈 사로잡고 있구나." "트로스탄의 중앙에 마법사의 탑이 있어. 꼬마의 짐은 그곳에 푸는 게 좋겠군." 그랑고르가 아이를 들어 올리더니 어깨에 태우고는 말했다. 한 무리가 되어 천천히 걸어가는 병사들과 그랑고르 그리고 사무엘의 뒤를 보며 라이라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 기디아의 마법사 탑. 라이라는 자신의 거처에 있는 침대에 누워 밖을 내다보았다. 칼날 만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창문의 커튼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당시 트로스탄은 오랜 전쟁에 지친 기디아인들에게는 신천지로 받아들여졌다. 생각보다 더 쌀쌀한 바람에 라이라는 추위를 느끼고는 타이터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나 안아줘." 라이라가 보챘다. "춥단 말이야." 타이터스는 그녀를 안아주는 대신 간질였고 라이라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이거 놔. 자긴 별로 안 춥나 보네. 됐어, 차나 한 잔 내올게." 라이라를 놓아준 타이터스는 침대 옆 간이 탁자에서 봉인된 편지를 슬쩍 집어 들었다. "우리 무서운 마법사님. 빠져나가려면 날 두꺼비 따위로 만들지 그랬어?" "무슨 소리야." 라이라는 따스한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난 자길 믿는다구." "그건... 실수하는 거 같은데." 타이터스가 그녀에게 편지를 흔들며 말했다. "대법사에게서 온 거야. 정말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더군." "대마법사? 무슨 용무일까." 라이라는 타이터스의 몸에서 나는 백단향의 체취를 맡으며 물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대체 뭐야." "시종이 아침 식사와 함께 전달해 줬지." "아 뭐야. 내 꺼면 내가 열어야지." 타이터스는 라이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편지를 빼며 말했다. "전투 마법사 라이라에게 고한다. 어쩌고 저쩌고... 그리하여 트로스탄 정착지 개척을 위해 그대를 즉시 칼 봉우리로 파견하는 바이다." "뭐야. 날 칼 봉우리로 보낸다고?" 라이라가 편지를 뺏으려 했지만 타이터스 손에 꼭 쥔 채 내주지 않았다. "추신. 학자 타이터스와의 혼인 신고는 따라서 기각하는 바이다. 대신 타이터스는..." 타이터스가 한눈판 사이 라이라는 잽싸게 그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고 읽었다. "순혈 마법사 로라와 평생을 함께하라." 라이라는 순간 자제심을 잃고 떠들어댔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행정 실수야. 어떤 바보가 내 이름과 로라의 이름을 착각한 게 분명해.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다니까." "자긴... 순혈이 아니잖아." 타이터스가 라이라를 살포시 안으며 말했다.. "어쩌면 내 결혼은 이렇게 예정된 것일 수도 있어. 마탑이 원하는 건..." "순수 혈통의 아이지." 그녀가 씹어 뱉듯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난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했어. 절차상 그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그리고 라이라는 타이터스의 귀에 입술을 대고는 조심스레 속삭였다. "마탑의 결정을 우리가 따를 필요는 없어. 도망치자. 타이젠 관문을 넘어 멀리 도망가서 농사나 짓고 사는 거야." "라이라... 자긴 어렸을 때부터 마탑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유망주야. 나와의 결혼 때문에 자기가 쌓아온 모든 걸 잃게 둘 순 없어." 타이터스는 라이라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디아의 안녕과 발전이야." 차마 그를 반박하지 못한 라이라는 정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흐느꼈다.}}} ||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베인글로리/스토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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