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관촌수필 (문단 편집) ==== 줄거리 ==== 날이 새면 누구도 도깨비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땅거미가 어리기 시작하면 마실 마당마다 반드시 쑥내 짙은 모깃불에 비껴 앉아 바다 건너 불을 먼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조무래기들은 도깨비불만 보면 네 그르니 내 옳으니 하며 짜그락거리기 일쑤였고, 그러면 나이 좀 있는 사람이 얼른 쉬쉬하면서, 도깨비가 듣겠다고 나무라주게 마련이었던 것이다. ‘나’는 도깨비불을 무서워해 어른들이 먹탕곶 개펄께를 그만 보라고 타이른 밤이면 반딧불만 자주 날아도, 뒷덜미가 선뜩하고 떨떠름하여 담 밑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 또, 갯가에는 안개가 자욱한 새벽일 때 [[여우]] 우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럴 때면,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손에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갯가에 모였다. 안개에 길을 잃어 바다로 들어갔다가 개펄에 빠져 못 나온다고 생각하여 그 여우를 잡으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할 때 개펄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짓가랑이만 걷어올렸을 뿐 누구도 개펄에 먼저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고. 단지 안개가 걷혀 여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여우를 잡았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매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여우소리를 들은 후에 항상 안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인데, 어디선가 상여 나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여우 잡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여우를 잡으려고 저마다 하나씩은 들고 오는 와중에 빈손으로와 남이야 어찌 생각하건 말건 된 소리 안 된 소리를 혼자 왜장치듯 지껄이는 ‘유천만’. 나의 어릴 적 친구인 복산이의 아버지이다. 유천만은 왜정 때 징용으로 끌려가 고생을 심하게 한 덕으로 병을 얻어 여기저기 아프다는 핑계로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이미 포기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집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그의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손재주가 좋고 눈썰미도 좋아 산에 가서 도토리나 상수리를 따서 묵을 쒀 그걸 팔아 끼니를 해결하며 살아 나갔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의 아내가 남편 유천만보다 열배는 낫다하여 그녀를 ‘만만이’라고도 불렀다. 힘을 못 써 논다면서 뒷짐지고 이웃 동네 마실 마당만 어슬렁거리던 유천만이었으나, 막상 힘든 일이 생길 듯하면 맨 먼저 걷어붙이고 덤비던 것도 유천만이었다. 여간내기가 아니고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을 그는 서슴없이 달려들어 수월하게 해치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댓가가 엄청난 것도 아니었다. 해봤자 가축의 내장이나 고기 부스러기를 얻어가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이렇게 험한 일을 찾아 나서서 했다. 동네 강아지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받으러 가는 사람도 유천만이었다. 그는 새끼 강아지를 받아 장터에 팔아 담뱃값도 하고 탁배기잔도 걸치면서 정작 집에는 쓰지 않았다. 복산이는 그런 사람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복산이는 좋은 아이였다. 마음만 따지고 보면 작은 대복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하는 행동은 천만이와 만만이가 반반 섞여 있는 듯 했다. 특히 자기 어머니를 닮아 손재주가 좋아서 산에가 한 보따리의 도토리를 주워오거나 가재를 잡으면 내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 한 깡통씩 잡는 듯 모든 일에 성실하고 야무졌다. 또한 어려운 살림의 아이답지 않게 어른을 어려워하고 아이들을 골고루 겸애하였으며 도둑질에는 손도 안대는 듯 바른 아이였다. 어느 봄날 새벽, 다른 때와 같이 여우소리가 들려 대복이와 갯가에 나갔지만 그날따라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나와 대복이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다시 집에 돌아갔다. 그런데 부엌에서 몰래 밥을 먹던 나는 옹점이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새벽녘에 유천만이 죽었다는 것이다. 평생 마누라 고생이나 시킨 그가 한 순간에 가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나는 서울에 올라와 살고 있지만 복산이는 여전이 관촌 부락에 살며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다시 관촌에 내려왔을 때의 마을은 옛날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이 변해있었다. 나에게 관산은 복산이었다. 복산이는 천만의 자식답게 남의 뒤치다꺼리 해주느라 바쁜 생활을 살고 있다. 그런 복산이가 있어 나에게는 고향이 존재한다. 복산이의 집에 들어가 그에게서 아내자랑과 셋째 이름에 대한 일화를 들으며 밤을 보내던 중 현재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잡으려는 형사들의 잠복수사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형사들에게 간 복산이를 뒤로 하고 나는 먼저 잠에 든다. 언제 잠이 들어 얼마를 잤는지 잠결에 무슨 소리가 있어 나는 눈을 떴다. 얼핏 스치는 소리가 다시 있었다. 나는 불현 듯 개펄에 빠진 안개 속의 여우를 그려보고 그것이 여우 울음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어나며 담배와 성냥을 더듬었고, 이윽고 성냥을 키자 복산이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저 낚시쟁이들 등쌀에 새벽잠두 달게 못 자....”나도 도로 누우면서 쓴 담배를 붙여 물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